5화. 고속도로 위의 골렘(2)
이 소설은 픽션입니다. 실존하는 지명, 단체, 인물, 사건과는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마나 실드!”
강찬이 그의 아버지 앞에 마법방어막을 형성시켰다.
순간 기도를 마친 강태식이 눈을 떴다.
“헛!”
《마나 실드》는 자동차와 부딪히고 ‘쨍그랑’ 깨져버렸지만, 앞에 날아오던 자동차는 그 덕분에 궤도가 틀어졌다.
자동차는 강태식 옆으로 비껴 떨어져 ‘쿠당탕’ 굴렀고, 강태식은 자신이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이렇게 외쳤다.
“할렐루야! 주여 감사합니다!”
그 모습에 강찬은 눈살을 찌푸렸다.
‘쳇. 이걸로 세 번째······.’
회귀해서 융화에서 벗어나 게 한 것으로 한 번, 메시지와 함께 《엔트》로부터 지켜준 것으로 한 번, 그리고 지금 것으로 한 번.
총 세 번 그의 아버지의 목숨을 구했다.
한편으론 찝찝했다.
‘하아, 구하지 말 걸 그랬나.’
아니. 그래선 자신이 떳떳할 수 없었다. 강찬은 짜증났지만 참았다. 그는 감정을 돌리기 위해 눈앞의 적에 집중했다.
[스톤골렘 4/5]
한편 황인성이 스톤골렘을 한 마리 처치하여 카운트가 늘었다.
강찬은 상태창을 열어 경험치량을 보았다.
- 경험치(EXP) : 2969/3000
‘곧 있으면 레벨업이군.’
강찬은 《스킬 초기화》하여 레벨 업용의 스킬트리로 바꾼 뒤 마지막 골렘을 해치우기 위해 지팡이를 바로잡았다.
@@@
웅성웅성.
“저 사람들은 뭐야?”
“저 사람, 총을 들고 있는데?”
“군인인가?”
“아냐. 군복을 안 입었잖아.”
골렘을 피해 도망치던 사람들은 어느 새 저만치 뒷자리에서 두 사람의 전투를 지켜보고 있었다.
“마법진?”
“지팡이에서 화염구가 나왔어!”
“마법이야?”
“이번에는 거대한 고드름이······?”
강찬의 마법에 사람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골렘이 하나둘 쓰러져갔다.
“굉장하다······.”
신기한 광경을 보자 너도나도 휴대폰을 꺼내 영상을 녹화했다.
‘이거면 나도 조회수 100만 유튜버?’
‘「좋아요(^^b)」 많이 받을 수 있겠지?’
세상이 멸망해도 21세기 사람들은 SNS를 할 거라더니. 지금이 딱 그 상황이었다. 신기한 건 바로 찍어보는 족속들.
화면 속 사람들이 어떻게 되든지, 그들에게 그건 큰 관심사가 아니었다. 눈앞에 벌어지는 일을 영상에 담는 것. 그게 더 중요했다.
“저, 저건······!”
자동차가 날아왔다.
‘저 사람 어떡해!’
그 마음에 답했는지 푸른빛의 방어막에 맞고 차가 비껴나갔다. 그리고 지팡이의 사내는 골렘을 향해 뛰쳐나갔다.
‘와······.’
눈앞에서 일어나는 전투에 사람들은 눈을 떼지 못했다.
@@@
마지막 골렘이 주먹을 내리쳤다.
쿵!
강찬은 공격을 옆으로 뛰어 피했다.
‘가까이 접근하면 이것저것 던질 일도 없겠지.’하며 팔 위로 올라가 머리를 향해 달려갔다.
골렘은 왼손으로 팔에 올라탄 강찬을 잡으려 했으나 《셀프 헤이스트》의 속력에 잡아내기 힘들었다.
‘탁!’ 하고 튀어 올라 골렘의 왼팔에 착지. 지팡이를 앞으로 뻗는다.
“이걸로 끝이야.”
골렘의 눈동자를 향해 마법주문을 외웠다.
“아이시클 스피어!”
하늘색 마법진에서 거대한 고드름이 생성되어 골렘의 핵을 꿰뚫었다.
콰직!
골렘은 잠시 휘청 이더니 이내 돌무더기로 변하며 널브러져 쓰러졌다.
[스톤골렘 5/5]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골렘이 쓰러지자 경험치가 들어오며 레벨이 올라갔다.
‘이걸로 레벨 23······.’
레벨이 오르면서 강찬의 체력과 마력 그리고 피로까지 회복되었다.
[토벌 퀘스트 -「고속도로 위의 스톤골렘」의 보상이 지급됩니다.]
[경험치 3,500과 5,000 골드를 획득합니다.]
[아이템 「하급 아이템 랜덤 보따리」를 획득합니다]
경험치와 함께 레벨이 하나 더 올랐다.
강찬은 「A」를 그려 상태창을 띄웠다.
[상태창]
이름 : 강찬 레벨 : 24
직업 : 워리어 + 하이 매지션
체력(HP) : 1598/1598 마력(MP) : 1994/1994
힘(STR) : 46(+1)
민첩(AGI) : 30(+1)
지능(INT) : 85(+2)
재주(DEX) : 21(+1)
경험치(EXP) : 86/4000 (0.0%)
【남은 AP : 8】
‘우선 힘을 50으로 맞추고······.’
남은 AP 4를 민첩에 투자했다.
“어이, 찬. 모두 잡았어. 방해물도 없어졌으니 이제 가자.”
강찬은 이벤트 보상인 「하급 아이템 랜덤 보따리」를 쓸까 했지만, 집에 가서 열기로 했다.
“그래.”
“아, 그리고.”
황인성은 강찬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이 뒤로는 길이 뚫려 있으니까 역주행은 하지 말자. 지금이야 골렘이 길을 막아서 그렇다지만. 이제 이 뒤로 차가 올라와서 추돌사고 나면 어쩌려고.”
“············알겠어.”
친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차로 돌아가자 강태식이 두 사람을 맞이했다.
“모두 무사히 돌아왔구나. 전부 주님이 너희를 보살펴 주신 덕분이야.”
‘또 시작이군.’
강찬의 얼굴이 굳었다. 그러든 말든 강태식은 입을 나불거리기 시작했다.
“너희들의 그 신기한 힘. 주님께서 은총으로 내려주신 선물인 모양이구나. 너에게 오는 모든 덕(德)은 주의 힘이 95%, 너의 힘이 5%로 이루어져있는 것은 알고 있지? 너의 그 덕도 주님의 은혜이니 오늘 꼭 그에 대해 감사기도를 올려야 한다. 알겠지?”
‘아, 집에 가고 싶다.’
강찬은 겉으로 끄덕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인성이 너는 아직 모르겠지만. 너도 그 뜻을 알게 될 날이 언젠가 올 거다.”
“하하하.”
황인성은 멋쩍어하며 웃었다.
‘찬이한테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딱 보니 미친 사람이군.’
황인성은 과거 강찬의 성격이 대체 ‘왜’ 그랬었는지 이해가기 시작했다. 듣는 것과 직접 보는 것의 느낌 차이는 극과 극이었다.
강찬은 더 이상 듣기 싫어 적당히 말을 잘랐다.
“알겠으니까. 날이 저물기 전에 어서 차에 타시죠. 어머니가 기다리시겠어요.”
“그래. 이제 가자, 우리 「착한 아들」.”
“··················.”
강찬 일행은 다시 차에 올라타고, 좀 전의 전투로 인해 부서진 중앙벽을 통해 차로를 건너와 다시 정주행하기 시작했다.
조수석에 앉은 강태식은 또 입을 열었다.
“사고가 나지 않도록 아빠가 대표 기도를 할게. 찬이는 눈 안 감아도 돼. 인성이는 듣기만 해도 된다.”
‘전지전능하신’이란 말을 시작으로 안전운전을 위한 강태식의 기도가 이어졌다.
강찬과 황인성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저희의 생각을 온전히 버리고, 주의 뜻에 순종(順從)하고 주의 뜻대로 행할 수 있도록 역사하여 주시옵소서······”
‘지겨울 정도로 듣던 말······. 언제 끝나 이거?’
강찬은 그 웅얼거림이 정신을 갉아먹는 지 머릿속으로 계속 중얼거렸다.
‘집에 가고 싶다, 집에 가고 싶다, 집에 가고 싶다, 집에 가고 싶다, 집에 가고 싶다, 집에 가고 싶다, 집에 가고 싶다, 집에 가고 싶다.’
그렇게 중얼거리던 와중에 ‘아멘’하고 아버지의 기도가 끝났으나, 강찬은 이 상황이 너무 불편했는지 마음 속 중얼거림이 입 밖으로 나와 버렸다.
“······집에 가고 싶다.”
“응? 지금 집에 가고 있잖니.”
강태식은 강찬을 의아하게 쳐다보았다.
강찬은 본심을 적당히 얼버무렸다.
자칫하면 화를 불러일으키기에.
“아, 피곤해서요.”
레벨 업을 했기 때문에 피곤하지 않았다. 레벨 업을 하면 피로까지 싹 회복되니까. 하지만 이건 적당히 그에게 맞춰주기 위한 선의의 거짓말이었다.
강찬의 아버지가 그의 초췌한 얼굴을 쓱 훑어보더니 입을 열었다.
“그럼, 빨리 집에 가서 쉬도록 하자. 얼마나 남았니?”
“한······, 30분 남았네요.”
그 말을 끝으로 더 이상의 대화는 없었다.
강찬은 정신을 환기하고자 라디오를 틀었다.
주파수를 맞춰보지만 제대로 통신이 잘 안 잡혔는지 치지직 거리는 소리만 울렸다.
‘나오는 게 없나······.’
그렇게 주파수를 몇 번 맞추다가 깨끗한 음성이 나오기 시작했다.
「······를 듣고 계신 국민 여러분. 현재 정체불명의 외계생명체가 전국 도심을 휩쓸고 있습니다. 이 현상은 전 세계에 동시에 발발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 되고 있으며······」
“전 세계에서? 말세인가?”
강찬은 아버지의 말을 흘려들었다.
「······밖에 계신 국민 여러분은 비상식량, 식수 등을 챙기고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시기 바랍니다. 가까운 대피소로는 지하주차장, 학교, 고층건물, 지하철, 공항 등이 있습니다. 또한 집에 계시면 문단속하시고 절대 밖으로 나오지 마십시오.」
커튼을 칠 것, 불을 꺼 둘 것 등의 외부 세력으로 침입을 방지 하고, 항상 TV와 인터넷, 라디오로 정보를 주시할 것을 당부했다. 중계기 파손 건으로 통화 몰림 현상은 아직 해결이 안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희망찬 소식으로는 군부대 내의 정리가 끝나 적을 소탕하기 위해 출진하기 시작했다는 것.
강찬의 시선은 네비게이션에 표시된 도착 시간으로 옮겨졌다.
【도착 시간 : 18시 07분】
해가 조금씩 떨어져 어둑어둑해졌다.
하늘에 노을이 생기고, 날이 저물고 있음을 깨달았다.
자동차는 끊임없이 도로를 달렸다. 가끔씩 솟아나 있는 장애물을 피하며 계속 남쪽으로 달려갔다.
강찬은 운전하다 문득 걱정스러웠다.
‘그러고 보니 율이는 무사하려나······?’
@@@
체육관에서 학생들이 힘을 합쳐 고블린들을 격퇴하고 좀 시간이 지났을 무렵. 산 위에서 지휘하던 《고블린 샤먼》은 뭔가 초조했다.
어째서 학교에 들어간 부하들로부터 소식이 없는가?
《자이언트 고블린》과 수십 명의 《고블린 센티널》을 보냈는데 시간이 흘러도 감감 무소식이었다.
순간 섬뜩했다.
설마 당한 것 인가? 수십 명의 부하들이? 고작 저런 가녀린 종족에게?
상상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상황을 보라.
비명은 멈췄고, 평화롭다는 듯 따스한 햇볕이 내리쬔다.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부두교스런 복장의 고블린 주술사는 보초병으로 하여금 망원경으로 상황을 확인해보라는 말을 했다.
보초병이 망원경으로 확인하니 3층의 체육관에서 다수의 인간이 생존해있음을 확인. 창문 너머로 동료의 시체도 보였다.
이 소식을 듣자. 주술사는 분개했다.
‘쓸모없는 것들.’
그들을 이끄는 주술사는 생각에 잠겼다.
‘아무래도 적들을 너무 얕본 것 같군.’
적들을 유린하고 약탈하여 그들의 것을 모두 취한다.
지능이 낮아, 그런 본능고 더러운 욕망에 가까운 사고방식 밖에 낼 수 없는 고블린이지만. 그들은 좀 고차원적인 물건을 만들어낼 수 없기에 남이 만든 물건을 빼앗는다.
지능이 낮기에 남의 것을 갈취하지 않으면 더 좋은 것을 얻을 수 없다. 세력을 확장할 수 없는 것이다.
인간의 옷, 인간의 도구, 인간의 집. 모두 고블린 눈에는 차원 높은 그런 것들이었다.
‘저것들은 반드시 빼앗아야 돼. 그리고 왕에게 아무런 수완 없이 돌아갈 순 없다.’
그는 결심을 내렸다.
역시 내가 직접 나서봐야겠다고.
《고블린 샤먼》은 뒤를 돌아 자신의 휘하의 고블린들에게 외쳤다.
모두 내려가서 싱싱한 고기를 취하자! 그들의 모든 것을 빼앗자!
모든 것은 《고블린 로드》와 고블린의 영광을 위해!
-끼께께께엑!
-꾸어어어어!
2, 30명 정도의《고블린 센티널》 부대와 세 명의 《자이언트 고블린》이 함성을 외쳤다.
이번엔 《고블린 샤먼》도 동행한다.
하지만 무턱대고 갔다간 선발대처럼 당한다.
그래서 주술사는 놈들을 꾀어낼 작전을 세운다.
‘나오지 않고서야 못 배길 걸?’
-끼헤헤헤헤헤.
초록얼굴의 괴물은 꺼림칙한 웃음소리를 냈다.
@@@
한편 선생들은 앞으로 어떻게 할지 의논을 마쳤다.
가장 큰 논의는 학생들을 집에 보낼지 말지에 대한 문제였다.
학교에서 계속 버틴다. 밖에 나갈 필요도 없어 위험도 적고, 이 지리적 이점을 이용해 버텨낼 수 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식량이었다. 배가 고프면 싸울 힘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모두 집으로 빨리 보내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학생들을 빨리 안전한 집으로 돌려보내면 좋겠지만. 밖에 무슨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른다. 괴물들이 날 뛸 수도 있고, 학생들의 안전을 완전히 책임 질 수 없다.
그래서 집이 가장 가까운 학생들을 모아 그 학생들을 중심으로 각 3인 1조를 편성해 그 학생들의 집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그렇게 조가 편성되었고. 집이 가까운 강율을 중심으로 한태식, 김한수는 한 조가 되었다.
“얘들아. 그럼, 이동하자.”
그때였다.
쨍그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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