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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 님의 서재입니다.

용의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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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ch
작품등록일 :
2022.05.16 21:42
최근연재일 :
2022.05.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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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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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242

작성
22.05.16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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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5화 호드의 세계 3

DUMMY

- 보루완 성 : 호드 군사지역 -




에일리아는 보초를 서기에는 너무 어렸다.


그렇다고 술을 마실 수 있는 나이도 아니었기 때문에 모두가 보초를 서거나 술을 마시는 밤에는 할 일이 없었다.


그런 에일리아를 위해 호센은 밤마다 에일리아와 함께 산책을 나갔다.


에일리아는 이런 호센의 친절함이 좋았다.

호센도 밤마다 마시는 술 보다 에일리아와 말 없이 거리를 거니는 것이 좋았다.


호센은 다른 호드들 보다 덩치가 작았지만, 몇몇을 제외한 호드들은 호센을 무서워하는 것 같았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던 호드들도 호센을 보면 잔뜩 긴장한 모습으로 말 없이 호센을 경계했다.


에일리아는 호센과 함께 있으면 다른 호드들이 조용해져서 좋았다.


“호센, 저기는 뭐 하는 곳이에요?”


“저기는 서고야. 책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이지.”


“호센은 글씨를 읽을 줄 알아요?”


“아니, 호드들은 살아가는데 글이 필요하지 않아. 상급 호드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호드는 글을 몰라.”


사실 엘프를 제외한 종족들은 귀족이 아니면 대부분 글을 읽지 못했다.


인간의 귀족으로 자라지 않은 에일리아도 문맹이었다.


에일리아는 호센의 손을 잡고 서고 쪽으로 향했다.


호센은 오웬의 심부름으로 서고에 몇 번 가본 적은 있었다.

하지만 호센에게 서고는 여전히 어색한 곳이었다.

아니 딱 한 명을 제외한 모든 호드에게 서고는 어색한 곳이었다.


에일리아는 서고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서고 안에는 딱 한 명의 호드가 있었다.


서고가 어색하지 않은 유일한 호드. 서고를 지키는 사서 퀴리언이었다.


퀴리언은 나이가 아주 많은 호드였다.


퀴리언이 몇 살인지는 아무도 몰랐지만, 백 살은 충분히 넘었을 것이다.


나이만큼이나 얼굴에는 깊고 굵은 주름으로 덮여 있었고, 허리는 구부정했다.

구부정한 허리 덕분에 호센 보다도 키가 더 작아 보였다.


“아니 이게 뭐야? 인간이잖아? 어떻게 인간이 호드의 땅에 그것도 서고에 있는 거지?”


퀴리언은 깜짝 놀라 말했고, 호센이 퀴리언의 질문에 대답을 했다.


“퀴리언, 이 아이는 에일리아야. 오웬 사령관님과 함께 사는 아이.”


호센은 퀴리언에게 그동안 있었던 일들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다.


“그렇단 말이군. 신기한 일이로구나. 이 서고는 모든 호드에게 개방된 곳. 네가 서고에 오는 것은 상관없다만, 나를 귀찮게 하지는 말거라.”


퀴리언은 에일리아에게 흥미가 없다는 듯이 읽고 있던 책으로 눈길을 옮겼다.


서고의 지붕은 온실처럼 통유리로 되어 있고, 벽에도 큰 창문이 있어 달빛이 잘 들었다.


이 서고를 만든 호드는 호드들이 밤에도 책을 볼 것이라는 헛된 기대에 서고를 이렇게 지었을 것이다.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것은 퀴리언과 달빛에 선명하게 비치는 먼지뿐이었다.


“호센, 이곳에는 요리에 관련된 책도 있나요?”


“아마 있을 거야. 이곳에는 호드뿐 아니라 인간과 엘프들의 책도 있어. 분명 그들의 음식에 관한 책도 있을 거야.”


에일리아는 서고를 돌아다니면서 많은 책들을 구경했다. 그러다 생각했다.


'이렇게 먼지가 많은 곳에 있으면 코딱지가 금방 생기지? 여러 종족의 음식에 대해서 배우려면 우선 이 서고를 먼저 청소해야겠다.'



다음날, 에일리아는 오웬의 집에 있는 먼지떨이와 빗자루를 가져왔다.


그리고 서고의 먼지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이렇게 일주일 정도 청소를 하니, 서너 시간 서고에 머물러도 코딱지가 생기지 않게 되었다.


그런 에일리아를 보고 퀴리언이 물었다.


“에일리아 너는 글을 읽을 줄은 아는 거냐?”


에일리아는 뻔뻔하게 대답했다.


“아니요?”


퀴리언은 생각했다.


‘뻔뻔한 아이구나. 글도 모르는 것이, 책을 읽겠다고 청소부터 하다니. 하지만, 서고가 깨끗해지니 나에게도 나쁠 것은 없지.’


서고가 깨끗해지자, 에일리아는 책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에일리아는 글을 읽을 수 없었기 때문에, 주로 그림이 많은 책을 골라서 봤다.


에일리아는 음식에 관한 책을 골라 보려고 했지만, 표지에 음식 그림이 그려져 있지 않은 음식에 관한 책도 많았기 때문에 그냥 손에 집히는 대로 책을 봤다.


“오.. 거위를 이렇게 손질한 다음 구워 먹기도 하는구나.”


에일리아는 그림만 보고도 음식의 조리법을 대략 눈치 첼 수 있었다.


에일리아는 다음에 읽을 책을 고르다 실제로 빛이 나진 않지만 빛이 나는 듯한 눈에 띄는 책을 한 권 찾았다.


얇은 가죽 표지에 금으로 글자가 새겨진 책이다.

금으로 쓰인 글귀들이 푸른 달빛에 반사되어 책은 스스로 빛을 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에일리아는 그 책을 집어 들어 한 장 한 장 넘겨봤다.

그 책에는 그림이 많이 그려져 있었다.

인간과 전쟁하는 호드, 그리고 질서정연하게 모여있는 엘프 군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커다란 용의 그림도 있었다.

에일리아는 용에 흥미를 느꼈다.


“퀴리언님, 이 책의 제목이 뭔지 아시나요?”


퀴리언은 에일리아를 쏘아보며 말했다.


“그건 엘프의 책이다. 엘프만이 읽을 수 있어! 나한테 이런 걸 묻지 마라! 자꾸 귀찮게 하면 서고 출입을 금지 시켜버릴 테다!”


에일리아는 퀴리언이 왜 화가 났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서고에 출입 금지 당하는 것이 싫었기 때문에 더 이상 퀴리언을 귀찮게 하지 않았다.


호센도 화내는 퀴리언을 상대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에일리아 너무 늦었다. 이제 돌아가야지. 내일은 아침 일찍부터 훈련이 있어.”


에일리아는 책을 원래 있던 곳에 꽂아 두었다.


늦은 밤, 달빛마저 기울어져 있었다. 기울어진 달빛은 더 이상 책에게 푸른 빛을 쏘이지 않았지만, 그 책은 여전히 빛을 내고 있는 듯했다.



오웬의 집으로 돌아오는 길.


호센은 퀴리언의 짜증에 기가 죽은 에일리아를 위로해 주고 싶었다.


“에일리아, 노망난 퀴리언의 말 신경 쓰지 마. 퀴리언은 누구에게나 저렇게 화를 내.”


호센은 에일리아에게 친절한 호드였고, 에일리아의 유일한 친구였다.


“저는 그 책의 제목이 궁금해요. 호센은 저 책을 아나요?”


“하하, 난 호드의 글도 읽지 못하는데, 엘프의 책을 읽어 봤을 리가 없지. 어쩌면 오웬님은 아실지도 몰라. 오웬님에게 물어볼까?”


“고마워요 호센. 호센이 없었다면 저는 힘들었을거예요.”


어릴 적 인간의 손에 자랐던 호센은 에일리아에게서 고향의 추억을 느꼈다.


강한 호드들에게서는 느끼기 힘든 자신의 약점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에 대한 거리낌이 없는 감정에 솔직한 모습에 대한 공감.


“호센, 엘프를 만나고 싶어요. 엘프의 마을에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엘프는 만나서 뭐 하려고?”


“아까 그 책을 읽고 싶어요. 그 책을 읽을 수 있는 엘프를 만나고 싶어요.”


호센은 걱정스러운 듯 대답했다.


“에일리아, 아쉽지만 엘프는 만날 수 없어. 인간과 호드가 저주받았듯이 엘프도 저주를 받았거든. 엘프가 받은 저주는 자신들의 고향 땅에 갇히는 거야. 그리고 우리도 엘프의 땅에 갈 수 없어.”


에일리아가 대답했다.


“고향 땅에 갇히다니요?”


“용이 저주를 내린 이후, 엘프의 땅 주변으로 다크엘프가 나타났어. 타락한 엘프들이 용의 저주를 받고 만들어진 새로운 종족이지.

죽지 않는 엘프, 그게 다크 엘프야. 에일리아 네가 엘프의 땅에 가고 싶다면 그 다크엘프들이 있는 곳을 지나가야 해.

그것은 강인한 호드들에게도 불가능한 일이야.”



집에 도착했을 때, 오웬이 기다리고 있었다.


호센과 에일리아는 오웬의 눈치를 봤다.


“에일리아, 책을 읽는 것도 좋지만 네가 살아나려면 우선 강해져야 한다.

내일은 아침 일찍 훈련이 있다. 알고 있겠지?”


“네. 오웬님···”


“그럼 이만 자거라.”


오웬과 호센은 각자의 방으로 갔다.


홀로 남겨진 에일리아는 탈루프의 목줄을 풀어 줬다.


그리고 탈루프를 침대로 데리고 왔다.


“네 목줄을 풀어 준 것은 비밀이야. 사령관님이나 호센이 알게 되면 -탈루프는 새끼라도 사납단다!- 하면서 너를 가둘지도 몰라.

음.. 이제부터 너를 개일리아라고 부를게, 너는 이제 내 동생이야.”


에일리아는 개일리아를 끌어 앉고 잠에 들려 했지만, 책에 그려진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용이 신경 쓰였다.


'그 용은.. 정말 죽었을까?'


에일리아는 뒤척이며, 아침이 다 돼서야 잠에 들 수 있었다.


그날 밤 에일리아는 짧은 시간 동안 엄마 꿈을 꾸었다.


책에서 봤던 피 흘리는 용과 똑같은 자세로 피를 흘리며 쓰려져 있는 엄마가 나온 꿈이었다.


꿈속에서 에일리아는 슬픔을 느꼈다. 그리고 희망도 느껴졌다.


“어쩌면.. 엄마를..”


쾅! 쾅! 쾅!!!


슬픔과 희망이 교차할 찰나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꿈이 아닌 현실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아직 잠에서 덜 깬 에일리아는 가까스로 대답했다.


“네..”


문밖에서 오웬의 소리가 들렸다.


“에일리아! 어서 나와라!”


에일리아는 재빨리 개일리아를 다시 묶어 두었다. 그리고 문을 열었다.


“에일리아! 훈련에 지각하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


에일리아는 지각하지 않기 위해 아침밥도 거른 체 훈련장으로 허겁지겁 뛰어갔다.


호센은 훈련장 어귀에서 에일리아를 기다리고 있었다.


호센은 숨을 헐떡이는 에일리아에게 손을 뻗었다. 그 손에는 뷸라 한 개가 들려 있었다.


“사령관님은 에일리아가 약해 질까봐 걱정돼서 그러시는거야.

호드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육체적인 강함이거든. 어서 먹고 같이 훈련하러 가자.”


“고마워요 호센..”


에일리아는 자신의 주먹만 한 뷸라를 깨물었다. 단맛과 신맛이 동시에 느껴졌다.

그리고 뷸라 특유의 향도.

에일리아는 뷸라를 즙으로 만들어 고기 위에 뿌려 먹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호센! 오늘 저녁은 제가 뷸라 소스를 올린 거위 요리를 해줄게요!”



호센과 에일리아는 검술 훈련장으로 갔다.


오웬이 말했다.


“에일리아. 오늘은 검술 훈련이다.”


오웬은 에일리아에게 커다란 검을 보여 주었다.


에일리아의 키보다 크고, 칼날이 직선으로 뻗어 있는 양날 대검이다.


호드들은 몽둥이나 철퇴 같은 둔기류의 무기를 주로 사용한다.


그래서 호드가 만드는 검은 인간들의 검에 비해 완성도가 떨어졌다.

무겁고, 검의 무게 중심도 잘 안 잡혀 있다.

특히나 호드의 손바닥 가죽은 두껍고 단단하기 때문에 호드가 만든 검의 손잡이는 천이나 가죽 따위로 손잡이를 부드럽게 만들어 놓은 인간의 검과는 다르게 거칠었다.


오웬은 대검을 한 손으로 잡았다.


그리고 우뚝 선 나무처럼 바로 선 채로 손 등을 살짝 비틀고, 칼을 휘둘렀다.


대검은 가볍게 허공을 갈랐다. 그리고 오웬은 검은 바람을 만들었다.

그 바람은 에일리아의 바로 앞에서 작은 휘파람 소리를 내며, 에일리아의 뺨을 가볍게 스쳤다.


호센이 말했다.


“에일리아. 방금 네 뺨을 스친 것은 칼 바람이야. 오웬님 만 쓸 수 있는 기술이지. 방금은 뺨을 약하게 스쳤지만, 오웬님이 칼 바람을 강하게 만들면 철로 만든 갑옷도 찢을 수 있어.”


“어떻게 하면 칼 바람을 만들 수 있죠?”


오웬이 대답했다.


“칼 바람은 아무나 터득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다. 네가 준비가 되면 자연스럽게 배워질 테니 우선 칼을 휘두르는 방법부터 배워라.”


오웬은 대검을 에일리아에게 건네줬다.


거친 손잡이와 대검의 무게 중심이 앞쪽에 있는 탓에 손잡이는 에일리아가 들고 있었지만, 검의 머리 부분은 땅바닥에 처박혀 있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호센은 자신의 팔에 감겨 있던 찢어진 가죽을 풀러, 검의 손잡이에 감아주었다.


“에일리아, 이제 검을 꽉 쥐어도 손이 아프지 않을 거야. 손에 힘을 주고 검을 들어봐. 그리고 상상을 하고, 상상한 대로 검을 휘둘러봐.”


에일리아는 어제 책에서 본 인간 기사와 호드 병사들의 전쟁 그림이 생각이 났다. 그리곤 상상했다.

무거운 대검을 한 손으로 휘두르고 있는 용맹한 전사의 모습을.


에일리아는 양손에 힘을 주어 검의 손잡이를 강하게 쥐었다.

에일리아의 손에 힘이 들어가는 만큼, 바닥에 처박혀 있던 검의 머리는 서서히 들어 올려졌다.

에일리아는 검의 무게를 가늠해 보았다.

에일리아는 생각했다.


'이 정도면 가능하겠군.'


에일리아는 두 다리를 크게 벌려서 무게 중심을 낮췄다.

왼쪽 무릎은 직각으로 꺾었고 오른쪽 다리는 뒤로 쭉 뻗었다.

그리고 왼손을 검 손잡이에서 땠다.


이제 이 거대하고 무거운 검은 오른손에 들려 에일리아의 앞쪽 하늘을 향해 뻗어 있었다.

왼쪽 무릎을 더 굽혀 금방이라도 앞으로 쓰러질 것 같은 자세를 만들었다.

검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쓰러질 것 같은 순간.

에일리아는 앞으로 돌진하며 커다란 칼을 순식간에 휘둘렸다.


에일리아의 대검은 빠르게 허공을 갈랐고, 공기가 찢어지며 내는 휘파람 소리를 만들었다.

하지만 칼 바람이 불지는 않았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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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화 호드의 세계 5 22.05.17 14 0 12쪽
6 6화 호드의 세계 4 22.05.17 17 0 12쪽
» 5화 호드의 세계 3 22.05.16 20 0 13쪽
4 4화 호드의 세계 2 22.05.16 22 2 12쪽
3 3화 호드의 세계 1 22.05.16 27 2 13쪽
2 2화 포로가 된 에일리아 22.05.16 30 3 14쪽
1 1화 용이 된 아이 22.05.16 88 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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