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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신응-絶世神鷹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완결

글쇠
작품등록일 :
2017.10.11 12:40
최근연재일 :
2017.11.08 21:19
연재수 :
9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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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4,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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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64,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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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0.15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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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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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월광연단

DUMMY

날이 밝자 마을이 깨어났다. 수천이나 되는 사람들이 일사불란(一絲不亂)하게 자신의 일터를 찾아 부지런히 일을 하는 광경은 장관이었다. 매년 같은 생활을 반복해오면 질릴수도 있을터이나 승천에 대한 갈망은 사람들의 자유의지를 최대한 눌렀다.


빈집을 기웃거린다든가 하는 돌발행동을 하는 사람이 없어서 항응이 숨어있는데에는 오히려 편했다. 어린 아이들은 학당으로 가서 신룡과 계급에 대한 교육을 매일 받는다. 날이 밝은지 얼마 되지 않아 마을의 대부분 집들이 비워졌다.


점심즈음이 되자 장주가 돌아왔다. 신룡의 승천을 바란 심씨들은 장주가 되면 이름을 필승으로 개명한다. 장주 심필승(沈必昇)은 도망간 흑웅이 이미 사냥당한 사실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나마 장주의 기분이 조금 나아진 것은 돌아오는 길에 적토마 한필을 발견한 것이다. 털색이 윤기가 자르르한게 특상의 품종임이 틀림없었다. 거기에 치아를 살피니 나이가 두살도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골이 장대하고 몸매가 유려한게 필히 천하에 이름을 떨칠 명마가 될 것이다.


마도공성(馬到功成)이라는 말이 있다. 말이 도착하면 공이 이루어진다는 뜻으로 하는 일이 순조롭기를 바랄 때 사용하는 축언(祝言)이다. 보통은 출전하는 장수에게 왕이 축언을 내릴때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아무런 좌절도 없이 일이 술술 풀리라는 의미다.


쇄룡진이 파훼되어 더이상 진식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상황에 도박하는 심정으로 신룡의 승천을 결심했다. 엽공 조사는 때가 되면 자연스레 알게 될 것이라 말했다. 그전까지 확신이 없고 결심만 있었는데 적토마를 얻는 순간 확신이 생겼다.


그렇게 서서히 좋아지던 장주의 기분에 찬물을 끼얹는 사건이 발생했다. 흑호가 죽은 시체로 변해있다는 말에 장주는 수하들을 거느리고 황급히 달려갔다. 흑호의 내단이 사라진 것을 확인한 장주는 장원으로 돌아가 일족을 전부 모았다.


흑호의 내단만 사라진게 아니라 가죽도 벗겨졌다. 흑호의 가죽을 벗기려면 최소 두시진 이상은 걸릴 것이다 .거기에 흑호를 아무 소란도 없이 잡을 수 있다는 것을 장주는 믿지 않았다. 외부인의 소행이 아닌 내부인의 소행이라고 굳게 믿었다.


장주의 추상(秋霜 - 가을서리)같은 호령과 불같은 추궁에도 불구하고 일족들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뗐다. 장주는 두가지 가능성 중 하나라고 판단했다. 진짜 외부인의 소행이거나 남은 일족들이 전부 한통속인 것이다.


장주는 흑호의 죽음을 호사다마(好事多磨)로 이해하기로 했다. 중대한 일을 눈앞에 둔 장주는 판단력이 흐려지고 시야가 좁아졌다. 만에 하나 외부인의 소행일 경우도 생각해서 대처를 해야 하는데 정신이 신룡의 승천에 집중되어 사소한 일 취급을 했다.


장주는 감옥에 가뒀던 아들을 풀어주었다. 장주의 일족은 전부 목욕재계를 하고 장주의 인도하에 삼일기천제(祈天祭)를 지냈다. 제사가 끝날 때까지 일족들은 하루에 물 한대접만 마실 수 있다.


항응은 야음(夜陰)을 틈타 장원의 북쪽담을 넘었다. 적구가 장주에게 발견되어 끌려왔다는 말에 항응은 깜짝 놀랐다. 적구야 되찾으면 되지만 함께 있던 묵구가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물과 음식을 얻어낸 항응은 곧바로 돌아갔다. 삼일기천제를 지내니 삼일뒤의 밤이 바로 거사일이다. 그때까지 단전의 기운을 가다듬어 일에 차질이 없게 해야 한다. 보름달이 뜨는 날이면 단전속의 기운이 불안정해져서 무공의 사용이 몇배는 어려워진다.


장원에서 뜬금없이 기천제를 지내자 병사들은 이상한 낌새를 알아챘다. 무릉도원의 삶은 한해한해가 똑같은 반복이었다. 예년에는 없었던 기천제를 갑자기 지낸다는 것은 무언가 변화가 있다는 뜻이다.


낮이 되자 각 일터로 감독관으로 나간 병사들은 친인이나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에게 기천제를 지낸다는 사실을 귀뜸해줬다. 그 사람들이 식당이나 목당에서 친한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전해주니 이틀만에 온 마을의 사람들이 전부 알아챘다.


신룡의 승천이 멀지 않았다는 소문에 사람들의 마음이 싱숭생숭해졌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대충 흉내만 냈지만 감독하는 병사들도 제정신이 아니었다. 천년이라는 세월동안 대를 이어서 전해온 염원이 곧 이루어지는 것이다.


장원의 통제에 따르고 모두 평등한 대우를 받는다지만 사람이 모이는 곳은 항상 똑같다. 성향이나 혈연 혹은 사는 지역에 따라 몇개 무리로 나뉘었고 그 무리마다 우두머리가 존재한다. 다만 우두머리는 상담이나 해주고 조언을 해주는 존재이지 앞장서서 무리를 이끄는 존재는 아니었다.


장주 일족이 전부 기천제에 매달려 있고 병사들도 밤이 되면 전부 장원에 몰려 있는다. 서로 은밀히 연락한 우두머리들은 깊은 밤 우물가에서 모였다. 들키더라도 우연히 물 길으러 와서 만났다고 핑계를 댈 수 있다.


우두머리들은 장주 일족을 믿지 않았다. 신룡이 승천하는 것을 숨기고 자신들만 함께 승천하려 한다고 판단했다. 신룡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데리고 승천하는지 그리고 그 선정기준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 없다.


승천하는 시각을 알아낸 후 동시에 승천하는 장소로 몰려가기로 약조를 했다. 시각과 장소를 알아내면 서로에게 알리기로 맹세를 한 후 우두머리들은 헤어졌다.


삼일 기천제가 끝나자 장주는 기진맥진했다. 삼일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고 눈은 중간중간 잠깐씩 붙일 수 있었다. 제사장이라 다른 일족들보다 적게 휴식할 수밖에 없었다.


기천제가 끝나자 시비들이 세시진동안 끓인 밀죽을 올렸다. 반찬은 풀채밖에 없었다. 평소같으면 고기를 올리라고 호통을 쳤을테지만 일족들은 죽을 허겁지겁 입으로 밀어넣었다. 장주는 긴장한 마음에 죽도 먹네마네 했다.


배를 채운 후 장주는 일족과 심복들만 데리고 북으로 향했다. 일곱마리의 짐승을 수레에 싣고 제사를 지내던 제단도 수레에 실었다. 잠깐 고민하던 장주는 새로 얻은 적토마도 끌고 나왔다. 반항이 심했지만 여러 장정의 힘을 당하지 못하고 결국 끌려나왔다.


비천호리의 예상과는 달리 장주는 비천호리를 부르지 않았다. 장주가 떠난 후 비천호리는 항응이 숨어있던 빈집으로 갔으나 항응은 이미 출발하고 없었다. 팔을 움직여 북으로 향하려던 비천호리는 다급히 집안으로 몸을 숨겼다.


장주 일족이 옷을 정갈하게 차려입고 북으로 떠나자 우두머리들과 내통한 병사들이 밖으로 소식을 알렸다. 우두머리들은 친인과 지인들을 일러 은밀하게 장주의 뒤를 따랐다. 장주 일행이 향하는 곳을 대충 짐작했기 때문에 아주 느린 걸음으로 뒤따랐다.


우연히 우두머리들의 작당을 엿들은 항응은 밤이 어둡기 전에 미리 움직여 북쪽 절벽 근처에 몸을 숨겼다. 장주에게 끌려온 적구를 보자 이가 갈렸다. 속으로 장주를 도둑놈이라 여러차례 욕한 후에야 화가 조금 풀렸다.


일곱마리의 짐승을 절벽의 동굴로 올리는데 한시진이나 걸렸다. 다시 반대편으로 가서 일곱 전부를 내린 후 철창을 열었다. 장주를 제외한 나머지 일족들은 전부 신룡이 기거하는 분지를 떠났다.


장주는 품속에서 붉은색의 돌을 꺼내 짐승들의 코에 문질렀다. 몽혼약에 취해서 자던 짐승들이 하나둘 깨어났다. 장주는 소리가 나지 않는 단적을 꺼내 불었다. 어디에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던 신룡이 검은 나무의 곁에서 몸을 드러냈다.


장주는 단적을 불면서 신형을 날렸다. 동굴속에 돌아온 장주는 곧바로 돌아가지 않고 동굴 중반쯤 되는 곳에 머물렀다. 한참후 동굴속으로 붉은빛이 비치자 장주는 몸을 돌려 동굴밖으로 나왔다.


밖에 나온 장주는 먼곳에 엉성하게 몸을 숨긴 신형들을 보고 코웃음을 쳤다. 신룡의 승천에 가장 공이 큰 것은 장주 일족이다. 승천할 때 우선 장주 일족을 데려갈 것이 뻔하다. 다만 변수를 줄이기 위해 일부러 비밀로 했는데 천한 것들이 눈치는 빨랐다.


당장 가서 쫓아버리고 싶었지만 더 중요한 일이 있다. 대사불구소절(大事不拘小節 - 큰일을 함에 있어 작은 흠을 꺼리지 않는다) 이라고 지금은 저 하찮은 자들을 신경쓸 때가 아니다.


장주의 주도하에 기천제가 다시 시작되었다. 이번에는 기한이 정해지지 않은 기천제이다. 신룡의 존재가 밖으로 전해지면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 것이다. 그중에는 강한 힘을 가진 자들이 있어 일족이 여직껏 이루어 온 것을 빼앗을 것이다. 그러니 배수진을 친 심정으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


기천제에 모든 정성을 다 기울이느라 장주는 거뭇한 인영이 동굴로 들어가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비천등운의 신법으로 동굴속에 들어간 항응은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다. 동굴끝에 다다르자 작은 분지내의 상황이 일목요연하게 들어왔다.


묵염목을 타고 오른 팔족흑사는 내단을 몸밖으로 꺼내어 달의 정기를 받고 있었다. 붉은색의 내단은 밝은 빛을 내뿜어 실제보다 훨씬 크게 보였다. 마치 허공에서 불타는 구슬을 보는 듯 했다.


내단을 보는 순간 항응은 모든 것을 잊었다. 눈에는 오직 붉은 내단만 보였다.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항응은 비천등운을 펼쳤다. 아마 항응 평생동안 이정도로 완벽한 비천등운을 다시 펼치기는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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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불패신응 +6 17.11.06 5,119 144 10쪽
87 진교병변 +13 17.11.06 5,076 155 10쪽
86 정도마도 +12 17.11.06 5,177 147 11쪽
85 점검천자 +13 17.11.05 5,165 155 11쪽
84 단정절의 +15 17.11.05 5,086 159 12쪽
83 패왕성주 +10 17.11.05 5,294 145 10쪽
82 소림개혁 +20 17.11.04 4,980 154 10쪽
81 지호방장 +12 17.11.04 4,960 149 11쪽
80 타심영통 +14 17.11.04 5,230 15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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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사계풍권 +7 17.11.03 5,207 137 10쪽
77 음모궤계 +13 17.11.03 5,239 142 11쪽
76 비무대회 +9 17.11.02 5,509 163 10쪽
75 영웅대회 +9 17.11.02 5,371 145 11쪽
74 공동탈출 +21 17.11.02 5,167 165 10쪽
73 음양조화 +11 17.11.01 5,269 176 11쪽
72 화엽신공 +20 17.11.01 5,353 15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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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복마혼전 +14 17.11.01 5,325 156 13쪽
69 숭산소림 +9 17.10.31 5,358 15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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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흑풍혈로 +5 17.10.31 5,409 151 12쪽
65 고평지전 +11 17.10.30 5,587 16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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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해납백천 +15 17.10.22 7,256 181 13쪽
33 천의막측 +8 17.10.21 7,235 183 11쪽
32 순환불식 +14 17.10.21 7,346 18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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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조동지쟁 +8 17.10.20 7,481 18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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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철혈단심 +6 17.10.19 7,328 19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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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명경대사 +14 17.10.19 7,403 18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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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소월소검 +8 17.10.16 8,309 23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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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비천등운 +8 17.10.14 8,744 21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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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잔족노인 +6 17.10.13 9,339 216 10쪽
8 무릉도원 +8 17.10.13 9,750 220 9쪽
7 근묵자흑 +10 17.10.12 9,770 226 9쪽
6 흑풍대신 +14 17.10.12 10,476 241 10쪽
5 소응출롱 +9 17.10.12 11,285 251 10쪽
4 복면소년 +13 17.10.11 12,005 248 9쪽
3 패왕공자 +15 17.10.11 13,406 262 10쪽
2 탐요동경 +20 17.10.11 15,291 260 9쪽
1 화골면장 +14 17.10.11 25,102 27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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