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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쇠의 서재입니다.

절세신응-絶世神鷹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완결

글쇠
작품등록일 :
2017.10.11 12:40
최근연재일 :
2017.11.08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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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4,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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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0.11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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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탐요동경

DUMMY

사람들의 시선이 음성이 들려온 곳으로 향했다. 말을 한 자는 죽립을 깊숙이 눌러쓴 흑의인 이었다. 가죽신발을 신을 걸 보니 흑의인 역시 일반신분은 아닌 듯 하다.


눈썰미가 좋은 자들은 죽립을 눌러쓴 흑의인이 검은색 복면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허리춤에 비껴맨 삼척장검의 검집은 화려한 장식은 없지만 상어가죽으로 만든 고급품이었다. 두손을 긴 소매에 감추고 있어 외부로 살결이 하나도 드러나지 않았다.


"투량환주라, 처음 들어보는 말이군. 자네는 어찌 내 수법이 화골면장이 아니라고 확신하는가?"


죽립인은 주사위판으로 다가가더니 손가락으로 탁자를 톡톡 두드렸다. 죽립인의 손가락에 따라 주사위가 움직였다. 다른 점이라면 청의인은 여러차례 두드려서 삼점홍이나 표자를 만들어냈지만 죽립인은 한번에 해냈다.


청의인은 세개의 주사위를 하나씩 돌려서 원하는 면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죽립인은 한번에 세개의 주사위를 움직였다. 누구의 수준이 더 높은지는 멍청이가 아닌 이상 단번에 알아볼 수 있다.


"이게 투량환주야. 약한 내공을 여러갈래로 내보낸 뒤 주사위 밑에서 부딪히게 하지. 내공들이 주사위 밑에서 부딪히며 충돌하면 힘의 방향이 바뀌어 주사위가 뒤집히지."

"한번에 세개를 뒤집어 원하는 면을 만들어내는 건 나같은 고수만 가능한거야."


죽립인은 나같은 고수라는 말을 천천히 또박또박 내뱉었다. 구경꾼들은 죽립인의 말에 수군거렸다. 아까 청의인이 자신을 고수라 칭한것에 대해 죽립인이 대놓고 비웃은 것이다. 청의인이 자신의 실력에 자부심이 있는 자라면 칼부림이 나고 유혈사태가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일이다.


하지만 구경꾼들의 예상 혹은 기대와는 어긋나게 청의인은 화를 내지 않았다. 다소 여유가 사라졌지만 여전히 자신만만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네가 사용한 수법이 투량환주라고 하자. 하지만 그렇다고 내 수법이 화골면장이 아니라는 증명이 되지는 못하지."


죽립인은 청의인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 죽립인이 처음부터 대놓고 시비를 걸었지만 청의인은 시종일관 예의를 갖추며 상대했다. 구경꾼들은 청의인이 예의가 바른건지 아니면 진짜 뒤가 구린 놈이라 참는건지 헷갈렸다.


"이 사기꾼놈아, 사기 칠려면 제대로 쳐야지. 청의에 장피혜(獐皮鞋 - 노루가죽신)가 웬말이냐. 장피혜에는 자의(紫衣)를 입었어야지."


당나라는 사람들의 의복예절에 대해 엄격한 규정이 있다. 일반백성들이 입는 옷은 황토색에 무늬를 넣지 못한다. 품계가 높아질 수록 옷의 색이 화려해지고 무늬도 다양해진다.


장피혜는 신발중에서 최고급으로 친다. 그러면 당연히 삼품이상의 고관들이 입는 자의를 입어야 한다. 당나라가 멸망한지 사십년이 넘지만 높은 신분의 권문귀족들은 아직도 당나라의 복식제도를 엄격히 따르고 있었다.


"그리고 화골면장은 주사위를 뒤집는 그런 무공이 아니다. 네 개눈을 똑바로 뜨고 화골면장이 어떤건지 자세히 확인해 보거라."


죽립인은 손바닥을 주사위판에 살짝 내리쳤다. 그러자 주사위 세개가 부서져서 가루가 되었다. 절구통에 넣고 반나절 빻아낸 것처럼 가루가 고왔다.


자신이 속은 것을 안 흑야차의 얼굴이 더 검어졌다. 동시에 죽립인에 대한 원망도 생겨났다. 청의인이 사기꾼임이 드러났으니 흑야차 입장에서는 그냥 두면 안된다. 하지만 내공을 능숙하게 사용하는 자라 건드리기 두렵다.


"투량환주는 내공을 연마하지 않아도 몇년 연습하면 가능한 수법이오. 물론 천명중에 한둘이나 성공할 수 있지. 팔천문(八千門)의 제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수법이오."


팔천문은 정식문파가 아니다. 도박꾼들은 자신을 천문의 제자라 칭한다. 도박꾼은 여덟개 분야로 나뉘는데 이들을 통칭하여 팔천문이라 한다.


흑야차가 눈짓을 하자 뒤에 서있던 부하들이 청의인의 목덜미를 잡았다. 두손을 뒤로 포박할 때까지 청의인은 반항다운 반항을 하지 못했다. 투량환주의 수법만 연마한 팔천문의 제자가 틀림없었다.


"오른손잡이면 왼손을 자르고 왼손잡이면 오른손을 잘라라."


흑야차는 구경꾼들에게 잘 들으라는 듯 큰 소리로 외쳤다. 당분간 흑야차의 도박장에서 장난치는 놈은 없을 것이다. 위세를 보인 흑야차는 곧바로 죽립인에게 포권을 했다.

"대협 덕분에 사기꾼을 징벌할 수 있었습니다. 안에 들어가 곡주 한잔 드시지요."


죽립인은 사양도 하지 않고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들어갔다. 흑야차는 귀한 손님이 왔을때만 내놓는 석화주(石花酒)를 꺼내들었다.


죽립인은 술을 마실때도 죽립을 벗지 않았다. 검은 복면의 밑을 살짝 들고 술을 넘겼다. 안주에는 손도 대지 않고 석잔을 연속 넘긴 죽립인은 술의 맛을 음미라도 하듯 가만히 앉아 있었다.


흑야차는 죽립인에게 말을 걸며 이것저것 질문을 던졌으나 죽립인은 말을 아꼈다. 청의인을 끌고 나갔던 수하가 돌아오자 흑야차는 죽립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보고를 받으러 밖으로 나갔다. 수하의 손에는 청의와 노루가죽으로 만든 신이 들려있었다.


청의인은 도박과 사기를 주업으로 하는 사기꾼이다. 흑야차가 은밀히 화골면장이 가능한 고수를 찾는다는 소문을 듣고 사기극을 벌인 것이다. 흑야차가 아까 오른손 왼손 운운한 것은 온전히 잘 가둬두라는 밀어(密語)였다. 큰도시의 도박장에 돈을 받고 팔아넘길 작정이다.


수하에게 형주에서 도박장을 하는 흑룡회에 연락하라 이른 뒤 흑야차는 방으로 돌아왔다. 죽립인과의 어색한 시간을 보내던 중 기다리던 손님이 도착했다.


흑야차가 기다리던 손님은 천가장의 장주 천금보이다. 천가장은 원래 평범한 지역유지 집안이었다. 하지만 몇년전 천금보의 딸이 남평왕의 왕비가 되었다. 그 뒤로 천가장의 가세는 하루가 다르게 장대해졌다.


"천가장의 가주 천금보라 하오. 대협이 화골면장을 사용한다는 말을 듣고 찾아왔소. 소자가 석림(石淋 - 결석)을 앓고 있는데 혹시 치료가 가능하시오?"


"당연히 가능하오. 내가 화골면장을 배운게 바로 석림을 치료하기 위해서였소. 이미 여러차례 치료한 적도 있소."


"하늘이 천가장을 굽어 살피는군. 대협이 소자의 석림을 치료만 해주신다면 사례를 톡톡히 해드리겠소."


천금보는 슬하에 딸만 넷이었다. 그러다 불혹을 넘긴후에 어렵게 첩으로부터 아들을 얻었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석림을 앓아 하루에 두세시진씩 고통에 뒹군다. 늦은 나이에 얻은 자식의 고통 어린 비명은 천금보의 가슴을 갈기갈기 찢었다.


천금보는 사람을 사귀기 좋아해서 찾아오는 손님을 거절한 적이 없다. 천금보의 사정을 들은 식객 한명이 화골면장으로 석림의 치료가 가능하다고 귀띔을 했다. 천금보는 아는 사람들에게 화골면장이 가능한 자를 찾아달라 부탁했다.


흑야차도 천금보에게 은혜를 여러번 입었다. 어려울 때 자금도 융통해주고 억울한 죄로 관아에 끌려갔을 때 천금보가 변호해 주기도 했다. 그래서 수하들을 시켜 화골면장이 가능한 사람을 찾아다녔다.


죽립인은 숨을 크게 들이쉰 후 잠깐 숨을 참았다. 그리고 다시 숨을 길게 뱉었는데 그 숨에는 술냄새가 진하게 났다. 술기운을 배출한 죽립인은 곧바로 일어서서 천금보의 마차를 타고 천가장으로 향했다.


천가장에 도착한 뒤 천금보는 한시도 지체하지 않고 아들의 방으로 죽립인을 안내했다. 방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하인은 공자가 반시진동안 통증을 호소하고 방금 잠들었다고 천금보에게 일렀다. 천금보는 두눈에 눈물이 글썽해서 죽립인을 바라봤다.


죽립인은 방으로 들어간 후 손을 소년의 몸에 대고 한참동안 침묵했다. 소년의 몸에서 손을 뗀 죽립인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열다섯개 발견했소. 소피가 여의치 않아 고생이 많았을 거요. 물을 큰사발로 세사발 끓여오라 시키시오."


천금보는 곁에서 대기하고 있던 하인에게 눈짓했다. 하인은 부랴부랴 달려가서 물을 끓여오라 전했다. 물을 끓여오자 죽립인은 물이 식기를 기다렸다.


물이 식자 죽립인은 소년을 깨워 물 세사발을 다 마시라 명했다. 소년은 자신을 치료해 줄 의원이라는 말에 물 세사발을 억지로 들이켰다. 불시에 찾아오는 통증에 오랫동안 시달린 소년은 안색이 창백했다.


반각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 죽립인은 소년의 옆구리에 오른손을 가져다 댔다. 손을 대고 아무것도 안 하는 듯 했지만 죽립인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천금보는 죽립인의 어깨가 땀에 젖어드는 것을 확인했다.


일각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죽립인이 손을 뗐다. 곧바로 철대야를 가져다가 소년에게 소피를 보게 했다. 한참의 시간이 흘러 철대야의 밑에 돌가루와 비슷한 가루들이 가라앉자 천금보는 아들을 그러안고 울먹였다.


"천가장에 청동경 하나 있다고 들었소. 사례는 받지 않겠으니 그 동경을 빌려주시오."


은자 이백냥으로 사례를 하려는 천금보에게 죽립인이 말했다. 탐요경 혹은 탐요동경이라 불리는 청동경이 죽립인의 목적이었던 것이다. 천금보는 애첩이 애지중지하는 청동경으로 죽립인에게 사례했다.


작가의말

석림은 요로결석입니다. 옛날에는 참 절망적인 병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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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근묵자흑 +10 17.10.12 9,776 226 9쪽
6 흑풍대신 +14 17.10.12 10,485 241 10쪽
5 소응출롱 +9 17.10.12 11,293 251 10쪽
4 복면소년 +13 17.10.11 12,014 248 9쪽
3 패왕공자 +15 17.10.11 13,420 262 10쪽
» 탐요동경 +20 17.10.11 15,303 260 9쪽
1 화골면장 +14 17.10.11 25,119 27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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