完美結
"D,우선 퍼펙트게임을 축하드립니다."
"우선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드리겠습니다.제가 급히 가야할 곳이 있어서요."
"저희 이웃집에 몇달전에 꼬마팬 한명이 이사왔습니다.그 아이는 오늘 생명을 장담하기 힘든 수술을 합니다.수술이 성공할 가능성이 아주 낮다고 합니다."
"오전에 그 아이를 만나서 약속을 했습니다.오늘 제가 퍼펙트 게임을 하면,그 아이는 수술을 퍼펙트하게 끝내기로요."
"저는 이 약속을 그 아이와 한 것이 아니라 신과 했습니다.만약 신이 우리를 지켜본다면 저와의 약속을 지키리라 믿습니다."
"저는 지금 당장 병원으로 가서 수술이 어떻게 되었는지 확인할 예정입니다."
"여러분,당신이 신을 믿건 말건,어떤 신을 믿건,저를 도와 신에게 기도해 주십시요.저와의 약속을 지켜달라고."
다시 한번 죄송하다고 인사를 한 당문호는 빠르게 몸에 물기를 닦아내고 젖은 옷을 갈아입었다.비에리에게서 마지막에 던진 공을 받아든 뒤,구단직원이 준비해둔 차에 올라타고 병원으로 출발하며,잭키에게 전화를 걸었다.
"잭키,어떻게 되었습니까.저는 죠스가 약속을 지켰다고 믿고 싶습니다."
"하늘이 도와서 두번의 고비를 넘겼습니다.아직은 수술중입니다."
빠르게 병원에 도착한 당문호는 수술을 지켜볼 수 있는 참관실로 들어갔다.참관실에는
몇몇 의사와 잭키가 있었다.화면 너머로 보이는 죠스의 어린 몸에는 수많은 바늘이 꽂혀있었고 몸 곳곳에 기계들과 연결된 센서들이 부착되어 있었다.참관실에 있던 병원 원장이 당문호에게 수술상황을 간략히 설명했다.
이미 두번의 고비가 있었지만 의사들의 재빠른 대처와 환자의 강렬한 의지로 위기상황을 넘겼다고 한다.하지만 환자의 체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고 수술은 아직도 시간이 많이 남았기에 여전히 방심할 수 없다.
당문호는 퍼펙트를 기록한 공에 사인을 해서 가져왔다.혹시 이게 죠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원장에게 물어보자,원장은 할 수 있는 모든것을 해보자고 말했다.
곧 야구공을 랩 비슷한걸로 감싼 뒤,소독처리를 하고 수술실에 들여보냈다.야구공은 마취되어 감각이 없는 죠스의 손에 쥐어주었다.공이 자꾸 손에서 떨어져서 간호사 한명이 테이프로 죠스의 손에 공을 감아줬다.
잠시 뒤 잭키가 다가와서 당문호에게 무전기처럼 생긴 물건을 건넸다.거기에 대고 말하면 죠스의 귀에 꽂혀있는 이어폰에 소리가 전달된다는 것이다.두번째 위기상황 때 이걸 통해 죠스가 평소에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줬다는 것이다.실제로 그것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는게 지금 상황이다.
"죠스,안녕.너 지금 자고 있는걸 알아.하지만 넌 자고 있어도 내 말이 들릴거야."
"혹시 오늘 아침 우리가 한 약속이 기억나?내가 퍼펙트 게임을 하면 너도 오늘 수술을 끝내고 퍼펙트하게 건강해져서 내 야구경기를 관람하러 오기로 약속했잖아."
"나 지금 약속을 지켰어.믿기 어렵겠지만 나 오늘 퍼펙트 게임을 했어."
"이제는 네가 약속을 지켜야 할 차례야.오늘 수술은 어렵지 않아."
"최소한 타자가 퍼펙트게임 하는 것보다는 쉬울거야."
"우리가 처음 만났던 날 내가 99번째 홈런공을 너한테 줬잖아.그게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라는 의미야."
"네가 그 공의 주인이 되는 순간 너는 그 공의 기운을 몸안에 받아들였어.수술만 끝나면 넌 건강해 질거야."
"네가 건강해지면 내가 야구 가르쳐줄게.100홈런 때리고 싶어 아님 퍼펙트 하고 싶어?내가 어떻게 하는지 다 가르쳐줄게."
"그리고 수술 끝나면 내가 백홈런 때린 배트를 너한테 선물해 줄수도 있어.왜냐고?난 이번시즌 백홈런 기록을 깰 예정이거든.올해는 아마 130개 정도 때릴 계획이야"
"더 때릴수도 있지만,그러면 다음 시즌에 다시 기록을 깨기 힘들어지잖아."
당문호가 도착한지 2시간 여,죠스가 수술에 들어간지 8시간째 되었다.당문호는 죠스의 두번의 심정지를 지켜보면서 자신의 심장이 멎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그래서 2시간여 동안 말을 하는 것을 멈출수가 없었다.
"지금 전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네가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건강해지라고 기도해주고 있대."
"내가 오늘 너 한사람을 위해 퍼펙트 게임을 한 거거든.다른 애들이 질투 많이 할거야."
"사람들이 나보고 네 수호천사라고 해.사실은 네가 내 수호천사야.네 덕분에 오늘 퍼펙트 게임을 할 수 있었어."
"방금전 생각난건데,네가 건강해지면 홈경기에 와서 시구를 하는게 어때?내가 포수 봐줄게."
"나 낚시도 엄청 잘해.시즌 끝나면 같이 낚시하러 가자."
"방금 테일러가 문자 왔어.나를 보고 나쁜자식이래.사실 테일러가 퍼펙트 엄청 하고 싶어했는데 내가 먼저 해버렸어."
"방금 원장님한테 들었는데,수술 곧 끝난대.얼마 남지 않았으니 너도 힘을 내."
저녁 9시가 되자 10시간에 걸친 긴 수술이 끝났다.수술자체는 성공적으로 끝났다.며칠 더 회복과정을 지켜봐야 확답을 내릴 수 있다.수술이 끝났다는 소리에 한숨을 돌린 당문호는 그제야 물에 입을 댈 수 있었다.
"의사선생님들 존경스럽네요.만약 야구를 했으면 매 게임 퍼펙트 했을 것 같아요."
죠스가 마취에서 깨어나려면 아직 2시간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그리고 죠스가 의식을 차리기만 하면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했다.수술이 죠스의 질병을 다 치료했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병원에서 나온 당문호는 병원앞에 진을 치고 있는 취재진들을 보고 깜작 놀랐다.집이 여기서 멀지 않아 시간이 넉넉했는지라 당문호는 취재에 응했다.
수술이 끝났고 죠스가 무사하다는 소식에 사람들은 가볍게 환성을 질렀다.경기후 인터뷰에서 못한 질문들을 리포터가 물어왔고 당문호는 성실히 대답했다.20여분간 취재에 응한 뒤 당문호는 저녁식사를 하러 가야 한다며 작별인사를 했다.
집에 도착해서 간단히 끼니를 때운 뒤 당문호는 100홈런 배트와 공을 들고 다시 병원으로 갔다.중환자 관찰실에 누워있는 죠스는 몸에 몇개 의료기계를 연결했고 산소호흡기도 달고 있었다.
밤 11시가 가까워오자 의료진들이 관찰실에 와서 지켜보기 시작했다.마취에서 깨어나면 일단 생명의 지장은 없다.하지만 여기에서 못 깨어나면 영영 눈을 못 뜰 수도 있다.모두가 조마조마하게 지켜보는 가운데 시간은 무정하게 흘렀다.
11시 5분쯤 되어 죠스의 눈꺼풀이 움직이자 사람들은 나직히 탄성을 지었다.몇번 뒤 눈을 움직인 휘,죠스는 힘겹게 눈을 뜨고 주위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링겔이 연결되지 않은 왼손을 움직여 산소호흡기를 살짝 든 죠스는 당문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내 배트는?"
사람들의 웃음소리에 죠스는 왜 웃냐는 듯 주위를 둘러보았다.당문호는 가져온 배트와 공을 죠스에게 건넸다.
밤 11시 5분경,당문호의 퍼펙트 게임이 완성되었다.
그후 죠스는 점점 더 건강해졌고 자이언츠 홈경기에 시구자로 나서기까지 했다.당문호는 포수가 아닌 시타자로 나서서 죠스의 공에 헛스윙을 했다.헛스윙을 한 뒤 무릎을 꿇고 두손으로 바닥을 치는 시늉을 해서 사람들의 폭소를 일으켰다.
퍼펙트 게임 경기후 1류의 경지에 어설프게나마 한다리 걸치게 된 당문호는 자신이 원하는 때에 내공을 움직이는 것에 점점 익숙해졌다.하지만 하루에 기껏해야 두세번 움직일 수 있고 어떤 날에는 한번도 움직이지 못했다.
월드시리즈 경기에서 5경기 10홈런으로 2년 연속 우승을 견인한 당문호는 몸값이 부쩍 뛰었다.광고계약 요청이 여기저기서 날아와 제니퍼가 눈코뜰새 없었다.
당문호는 맥과 함께 캠핑카를 타고 낚시여행을 떠났다.낚시하기 좋은 곳을 찾아서 낚시를 하고 잠은 캠핑카에서 잤다.그러던 어느날 아침을 먹으면서 당문호는 맥에게 자신이 갑자기 사라진다면 자신의 돈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라고 말했다.
어제 밤 꿈에 흑룡이 나와서 歸時近善後事 라고 말했다.귀시근은 돌아갈 때가 되었다는 뜻이고 선후사는 마무리를 잘하라는 뜻이다.문제는 선후(善後)가 죽은사람의 장례식과 제사를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낚시하기에 편리한 장소를 찾은 둘은 내기를 했다.가장 큰 고기를 낚은 사람이 이기는 걸로 하고 진 사람이 하루동안 음식을 책임진다.둘은 서로 200미터쯤 떨어져서 각자 낚시를 했다.
낚시가 시작한지 반시간도 안되어 당문호의 낚싯대에는 거물이 걸려들었다.요동치는 힘이나 낚싯대의 휘는 각으로 봐서 작아도 1미터는 넘을 것 같았다.혹시 줄을 끊고 도망갈까봐 당문호는 온 정신을 집중해서 물고기와 힘겨루기를 했다.
맥은 낚시에 집중하다가 갑자기 탕 하는 소리에 놀라서 당문호쪽을 바라보았다.당문호가 바다에 빠지는 모습을 보고 깜작 놀란 맥은 낚싯대를 팽개치고 당문호쪽으로 달려갔다.그런 맥에게 허겁지겁 도망가는 수상한 두 사람이 눈에 띄었다.
당문호가 있던 자리에 가서 핏자국을 확인한 맥은 급히 경찰에 신고했다.경찰은 재빨리 수색을 시작했고 동시에 두명의 용의자를 추적했다.
탕 하는 소리와 함께 당문호는 몸을 돌렸다.자신에게 총을 겨누고 있는 두 사람이 보였다.누가 총을 쐈는지는 모르겠지만 소리로는 한발만 맞은 것 같았다.당문호의 내공이 심맥으로 움직였다.심장근처에 총을 맞은 것이다.
두 사람의 얼굴을 확인하자 당문호는 고개를 끄덕였다.남은 두사람이다.고등학교 감독과 토론토의 털보포수,두 사람만 만나서 찝찝했는데 남은 둘을 이렇게 만났다.당문호는 똑바로 서려고 했지만 몸은 말을 듣지 않았고 곧바로 바다에 떨어졌다.
맥이 달려오자 두 사람은 허겁지겁 도망을 갔다.그래서 바다에 떨어진 당문호의 배에서 환한 빛이 나오는 것을 확인하지 못했다.
경찰들은 당문호의 시신이나 흔적을 찾는데 실패했지만 용의자 두명은 바로 잡아냈다.다저스의 팬이라고 고백한 두 사람은 일시적인 충동으로 총을 쐈다고 자백했다.하지만 당문호를 며칠간 쫓아다닌 정황들이 속속 발견되어 계획살인으로 기소되었다.
자이언츠 팬 세명이 모여서 유서를 쓴 뒤,함께 자살을 해서 사건은 더욱 불거졌다.셋은 천당에 가서 당문호가 야구하는 모습을 계속 지켜보겠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LA에서는 하루에도 몇건씩 자이언츠 팬이 다저스 팬을 폭행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여론은 총기의 관제를 더욱 엄격히 해야 한다며 연일 정부를 비난했다.총기규제를 공약으로 삼은 정치인들의 인기가 급상승했다.
당문호를 살해한 것으로 의심되는 두 사람은 당문호가 돌아오지 않아 실종에서 사망으로 바뀌자 살인죄로 형을 받았다.직접 발포한 자는 230년 형을 받고 옆에서 방조한 자는 80년 형을 받았다.
메이저리그 전 구단은 당문호의 등번호를 영구결번으로 지정했다.월드시리즈가 끝난 후 자이언츠 구단은 당문호의 실종일에 자선시합을 열었다.자이언츠의 초대를 받은 팀과 홈에서 경기를 벌이는 것이다.모든 선수들이 당문호의 등번호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임했다.
자이언츠 구단은 해당 경기의 경기규칙에 다저스는 초청하지 못한다라고 명확히 규정했다.그후 매년 두팀의 경기에서 팬들의 싸움이 빈번하게 일어나 경찰들을 골치아프게 만들었다.
한국의 야구팬들은 국가대표로 한번도 출전하지 못한 당문호를 위해 국가대표 유니폼을 만들었다.일부 과격한 팬들은 야구협회를 찾아가 돌멩이를 던져 유리창을 깨고 경찰서에 끌려가기도 했다.
당문호가 다녔던 학교에는 당문호의 동상이 세워졌다.한국근대사에 당문호가 실렸고,장장 3페이지를 차지했다.
일본 구단들은 당문호의 등번호를 지정번호로 해서,매해 데뷔시즌을 보내는 유망주 중 가장 기대가 되는 유망주에게 입혀주었다.유망주가 당문호처럼 훌륭하게 자라길 바라는 일종의 의식이었다.
해마다 메이저리그가 시작될 때면 인터넷에는 무인도에서 마구를 완성한 당문호가 다시 나타날 거라는 루머가 돌았다.당문호가 실종한 근처의 섬에서 120마일짜리 공을 던지는 괴인을 봤다는 목격담도 심심치 않게 나돌았다.
당문호의 일대기는 소설로,영화로 제작되었다.한국에서도 당문호를 주인공으로 드라마를 제작했는데 욕을 바가지로 처먹었다.드라마속에서 묘사한 주인공의 실력이 현실의 당문호보다도 못했기 때문이다.주인공에게 항상 고난과 역경을 안겨줘야 하는 스포츠 드라마의 한계였다.하지만 시청율만은 잘 나왔다.
당문호의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것에 대해 여러가지 음모론이 나왔다.그중에 가장 지지도가 높은 것은 나사에서 당문호의 시신을 가져다가 연구를 한다는 것이었다.음모론자들은 이소룡의 시신도 나사에서 보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아마 멀지 않은 미래에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신인류가 등장할 거라 장담했다.
한국에서는 당문호의 실종소식 후 당문호의 친부모라고 유전자확인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잔뜩 늘어서 비난을 샀다.혹시나 우연으로 높은 일치도가 나오지 않을까 하고 로또사는 기분으로 들이대는 사람들이 많았다.
산체스는 빅리그에 안착해서 2선발 자리를 10년간 지켰다.빌렌츠는 소원대로 자이언츠 왕조를 건설했다.당문호가 실종된 후 10년동안 4번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더 했다.12년간 6번의 우승을 한 후 빌렌츠는 단장직을 사임했다.
당문호는 긴 시간동안 사람들의 추억속에 남았다.사람들은 당문호의 타격과 피칭을 게임속에서나 확인할 수 있었다.당문호의 타격폼은 모든 타자들이 반드시 참고해야 할 타격폼이 되었고 당문호의 109마일 직구의 투구폼도 수많은 사람들의 연구대상이 되었다.
그렇게 큰 파문을 남겨놓고 떠난 당문호는 다른 세상에서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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