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人敵
파드리스와의 첫 경기에서 테일러가 등판했다.테일러는 초반에 제구가 잘 안 되어 고생했지만 점차 안정을 찾아가며 7이닝 4실점의 성적표를 제출했다.
당문호는 첫 타석에서 솔로홈런을 때렸다.4회에 토머스가 2루타로 출루한 뒤,보나비치가 투런 홈런으로 2점 추가했다.그후 마틴과 라이언은 안타와 볼넷으로 출루,당문호의 희생타로 2점 추가했다.
5회초에 1실점밖에 안 했지만 3명의 타자를 출루시키며 투구수가 120개에 육박한 파드리스 선발은 강판되었다.6회에 당문호는 볼넷으로 출루했다.고의사구나 다름없을 정도로 투수의 공이 스트라이크존과 멀었다.
7회초에 2점을 추가한 뒤 감독은 당문호와 비에리를 햄리슨과 하웰로 교체하였다.
개막 후 다섯 투수가 나란히 1승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하지만 카알은 그런 행운을 얻지 못했다.1회초가 무실점으로 끝난 뒤,1회말에 카알은 4실점을 했다.첫 타자를 몸맞는공으로 내보낸 뒤,제구가 흔들렸다.연속 안타와 홈런으로 실점도 많았지만 투구수도 적지 않았다.
파드리스 투수는 토머스,보나비치,당문호 등 장타력이 있는 타자들과 어려운 승부를 하며 볼넷으로 출루시켰다.그리고 미니나 라이언,비에리 등 타자를 상대할 때 병살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4회초까지 무실점으로 경기를 이끌었다.4회말 카알은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쳤지만 투구수가 많은 관계로 마운드를 불펜에 넘겼다.
5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당문호는 스트라이크존과 공 세개는 차이가 나는 볼을 때려 솔로홈런을 만들었다.홈을 밟은 뒤 벤치로 돌아간 당문호는 동료들과 격정적인 하이파이브를 나눴다.당문호의 솔로홈런으로 자이언츠 더그아웃의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랐다.
비에리는 번트로 출루했다.투수타석에는 대타 에릭이 2루타를 때렸다.무사 2,3루 상황에서 람이 희생플라이로 비에리를 홈으로 불렀다.에릭은 3루코치의 만류로 홈승부를 포기했다.
1사 3루 상황에 타석에 선 미니는 번트를 3루쪽으로 보냈다.에릭이 홈으로 달리고 미니가 1루로 달리는 상황에서 파드리스 포수는 1루를 가리켰다.미니의 희생번트로 1점을 추가한 뒤 토머스가 볼넷으로 출루하고 보나비치도 볼넷으로 출루했다.
3번 4번 타자를 거르고 자신과 승부하는 타자에게 화가 난 마틴은 투수가 던지는 낮은 공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3볼 1스트라이크 상황에 투수의 존으로 들어오는 공을 때려 2타점 2루타를 때렸다.
파드리스 감독이 마운드로 올라와 투수의 공을 건네받았다.마운드를 이어받은 투수는 라이언을 유격수 플라이로 처리하고 이닝을 마쳤다.
5회말 등판한 페드로프는 6회말까지 무실점으로 막고 마운드를 내렸다.6회초에 선두타자로 나선 당문호는 또 하나의 솔로홈런을 때려냈다.
7,8회 양측 다 점수가 나지 않았고 9회초에 등판한 파드리스 투수가 2실점을 했다.5점 앞선 상황에서 베인스가 등판해 경기를 마무리하였다.
경기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간 당문호는 배트를 들고 호텔 트레이닝실에 가서 스윙훈련을 했다.경기에서 홈런을 때리느라 무리하는 바람에 타격폼이 약간 흔들렸다.마지막 타석에서 내야땅볼로 물러섰다.
이튿날 오전에도 스윙훈련을 하며 타격밸런스를 다시 잡아보려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오후 하인리히의 등판경기에서 당문호는 1볼넷 2삼진으로 7회초까지 등판하고 햄리슨으로 교체되었다.
하인리히가 7이닝 무실점으로 막은 덕분에 팀은 6연승의 좋은 성적을 이루었다.
엔조의 등판경기에서 당문호는 겨우 타격밸런스를 다시 잡았다.웬만한 경우가 아니라면 무리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어제 정면승부를 피하는 투수에게 화가 난 나머지 무리를 했다.
엔조는 지난경기보다 컨디션이 안 좋았지만 6이닝 3실점으로 무난한 결과를 냈다.당문호는 4타석 3안타 1삼진으로 타점 하나 챙겼다.7연승의 성과를 안고 홈으로 돌아가는 길이지만 선수들의 얼굴이 결코 밝지만은 않았다.휴식없이 홈에서 7연전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몇몇 선수들은 일정을 짠 책임자를 저주하기까지 했다.
홈에서 로키스를 맞이해 4연전을 벌이게 된 자이언츠는 여러가지 이벤트를 기획했다.특히 어린팬들을 위한 이벤트를 많이 준비했다.개막 7연승의 여파로 첫 경기부터 홈구장이 꽉 들어찼다.
홈팬들 앞에서 처음으로 등판한 가린차는 투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선발투수로 출전해 7이닝 2실점으로 좋은 모습을 보였고 타자로 타석에 3번 서서 2타점을 올렸다.당문호는 타점을 올리지 못했지만 4번의 타석에서 3번은 안타로 한번은 볼넷으로 출루했다.
8연승은 팬들을 미치게 만들었다.성적에 비해 팬들의 지지도가 기이하게 높은 테일러의 경기에서 팬들은 '테일러,퍼펙트 게임 언제 할래?'라는 표어를 들고 나왔다.작년 인터뷰에서 테일러가 다음 시즌에는 퍼펙트 게임을 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팬들이 그걸 기억한 것이다.
테일러는 1회초에 1실점을 하면서 팬들을 웃게 만들었다.피켓을 만들어 들고 나온 팬들은 테일러가 1실점을 한 순간 피켓을 슬그머니 치웠고,그 장면이 대형화면에 잡혀 큰 폭소를 일으켰다.
3회말에 타석에 선 당문호는 솔로홈런으로 동점상황을 만들었다.홈런을 치고 돌아온 당문호와 힘차게 하이파이브를 한 테일러는 투수타석에서 병살타를 쳤다.
오늘 경기에서 홈팬들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건 마틴과 라이언 두명의 외야 신입들이다.테일러 덕분에 두 외야수는 자신들의 수비 능력을 홈팬들 앞에 마음껏 뽐낼 수 있었다.
경기는 4회의 토머스의 투런홈런과 6회의 보나비치의 쓰리런 홈런으로 빠르게 기울었다.경기후 인터뷰에서 테일러는 '오늘 나는 퍼펙트 게임을 했다.실점을 제외하면' 이라고 말해 홈팬들을 한번 더 웃게 만들었다.
카알은 홈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가지는 것 같았다.작년에도 승수의 대부분을 홈에서 챙겼다.6이닝 4실점으로 카알은 승리투수가 될 수 있었다.로키스의 5선발은 메이저리그 선발이라고 봐줄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인 공을 던졌다.
당문호는 5번의 타석에서 홈런을 때리지는 못했지만 2번은 볼넷으로 출루했고 3개 안타로 각각 2,2,1의 타점을 올렸다.
10연승을 하자 슬슬 기록얘기가 나왔다.로키스와의 4연전이 끝나면 다저스의 3연전이다.만약 다저스와의 3연전에 전부 승리하면 신기록이다.다저스를 스윕하고 신기록을 세울 생각에 자이언츠 팬들은 무척 들떠 있었다.다저스전의 암표가 2천불까지 가격이 솟았다는 소문도 있었다.
로키스와의 4경기에서 자이언츠는 로키스의 처절한 저항에 부딪혔다.로키스의 1선발 투수는 신들린 듯이 자이언츠 타자들을 잡아나갔다.당문호도 두 타석에서 연속 삼진을 당했다.투수의 컨디션이 좋아 투구폼이 너무 부드러웠다.그래서 당문호는 구종을 판단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하인리히도 홈팬들의 성원을 등에 업고 무결점의 피칭을 해나갔다.5회까지 퍼펙트 페이스였는데 안타깝게 6회초에 단타 하나를 맞았다.수비 시프트를 펼친 상황에서 빈공간으로 땅볼이 흘렀는데,토머스가 신속히 잡아서 1루로 던졌지만 세이프 판정을 받았다.
7회에 타석에 선 당문호는 처음으로 게스히팅을 했다.예전부터 투수의 볼배합을 알아맞추는 걸 취미로 삼았지만 게스히팅은 한번도 해본적이 없었다.당문호는 앞선 두 타석에서 배트를 한번도 휘두르지 않고 루킹삼진을 당했다.투수가 당문호를 상대로 던진 코스는 볼 아니면 스트라이크존에 걸치는 코스였다.
그리고 당문호의 분석자료를 봤으면 당문호가 헛스윙을 잘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것이다.다시 말하면 게스히팅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이런 상황에서 투수는 어떤 공을 던질 것인지 당문호는 두번째 타석이 끝난뒤 계속 고민했다.
투수가 볼로 던진 첫 공을 당문호는 참아냈다.아주 잘 던진 공으로 포수의 프레이밍이 훌륭했다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았을지도 모른다.두번째로 던진 바깥쪽 높은 코스로 존에 들어오는 공을 당문호는 그저 지켜봤다.세번째로 바깥쪽 낮은 코스로 볼을 던졌고 당문호는 역시 참아냈다.
네번째 공이 투수의 손을 떠나는 순간 당문호는 스윙을 했다.몸쪽 높은 코스,볼로 던진 공을 때려 3루타를 만들어낸 당문호는 희열을 느꼈다.남들에게 없는 자신만의 특별한 능력으로 만들어낸 안타가 아니라,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방법으로 얻어낸 첫 안타였다.
비에리가 희생플라이를 날려 당문호는 홈을 밟았고 자이언츠는 1점 앞서게 되었다.그리고 이 1점이 이번 경기의 유일한 점수였다.
다저스와의 삼연전 첫경기에서 자이언츠 홈팬들은 몹시 분노한 상태였다.다저스가 로테이션을 꼬아 첫경기에서 1선발이 등판하게 된 것이다.원래 예전에도 가끔 이런 일들이 서로 있었는데 기록이 걸린 문제라 더 큰 분노를 느끼는 것이다.
1회초 홈에서의 첫 등판에서 엔조는 훌륭한 첫인상을 남겼다.1회에 3타자 연속 삼진을 잡아냈다.홈팬들은 흥분해서 엔조의 이름을 연호했다.하지만 1회말 다저스의 에이스 투수 역시 똑같이 3타자 연속 삼진으로 이닝을 끝냈다.
2회초 엔조는 3타자 연속 범타로 처리했다.일부러 맞춰잡는 피칭을 한 것이다.그러자 다저스 투수도 똑같이 3타자 연속 범타로 2회말을 끝냈다.다른 점은 엔조는 변화구로 범타를 이끌어 내고 다저스 투수는 직구로 범타를 이끌어낸 것이다.
3회초에 엔조는 직구를 결정구로 3타자를 잡아냈다.3회말 다저스 투수는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3타자를 잡아냈다.당문호는 투수에게 11개의 공을 던지도록 강요했지만 잘 때렸다고 생각한 슬라이더가 외야수에게 잡혔다.
4회에 엔조는 첫 안타를 맞았지만 실점을 하지 않았다.변화구가 약간 가운데쪽으로 몰리는 바람에 안타를 얻어맞았다.다저스 투수는 여전히 한명의 타자도 출루시키지 않고 이닝을 종료했다.
5회가 되자 앞서서 다소 무리했는지 엔조의 구위가 떨어졌다.하지만 타자에 따라 볼배합을 달리 하며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쳤다.
감독은 엔조의 의견을 묻고는 안타를 맞으면 내리는 조건으로 엔조를 계속 올렸다.두명의 타자를 어렵게 잡아낸 엔조는 세번째 타자한테 2루타를 맞고 마운드를 내렸다.엔조의 뒤를 이은 투수는 밀러였다.밀러는 외야 플라이로 다저스 타자를 처리하고 이닝을 종료했다.
6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당문호는 게스히팅을 시도했다.다양한 구종을 던지는 투수라 구종판단이 힘들었다.특히 투심과 싱커를 함께 던지는 투수라 생각이 많아지면서 구종 판단이 느려지고 타격 타이밍을 잃는다.
지난 시즌에도 느꼈고 이번 시즌에 와서도 몇번 느꼈지만,당문호의 타격 알고리즘은 컨디션이 특별히 좋거나 투수가 많은 구종을 수준급으로 던질 때에는 제대로 먹히지 않는다.더 확실한 알고리즘에 대한 깨달음을 간직하고 있는데,그걸 끌어낼 실마리를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당문호는 상대 투수가 바깥쪽 낮은 코스를 애용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자신을 상대할 때 그 코스로 홈런을 몇번 맞았기 때문에 스트라이크가 아닌 볼로 던졌다.당문호에게만 먹히는 유인구인 것이다.
하지만 노골적으로 그 코스를 던지지는 않을 것이다.아마 투볼 상황에서,스트라이크 잡는 척 하면서 그 코스로 던질 것이다.1스트라이크 2볼 상황에서 당문호는 타석에서 물러서서 심호흡을 했다.하마트면 어깨를 돌릴뻔 했다.이번 시즌 처음으로 내공이 움직였다.
다시 타석에 선 당문호의 눈에는 투수의 동작이 느릿하게 보였다.공이 투수의 손을 떠나는 순간 구종과 코스가 머릿속에 새겨졌다.한박자 쉬고 휘두른 배트에 투수가 오늘 처음으로 던진 체인지업이 배트에 맞아 멀리멀리 날아갔다.
아마 일류의 경지에 이르면 원하는 때에 내공을 움직여 지금과 같이 공을 쳐낼 수 있으리라.하지만 그건 단순히 내공에 의지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내공만 쌓아서 무공의 경지를 올릴 수 없듯이,내공의 도움이 없더라도 지금보다 더 확실하게 타격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관객석은 삽시간에 들끓어 올랐다.팬들은 일제히 그레이트D를 외쳤다.당문호는 가끔 팬들이 줄여서 자신을 GD라고 부를까봐 걱정이 되었다.GD는 강한성이 굉장히 좋아하는 한국가수이다.
7회에 마운드에 오른 선수는 베인스였다.플라밍고와 베인스사이에서 고민했지만 베인스가 조금 더 안정적이다.플라밍고가 지금 타이밍에 실점을 한다면 팀의 사기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다.
베인스는 감독의 기대에 알맞게 안정적으로 다저스의 타선을 상대했다.비록 텍사스성 안타 하나를 맞았지만 그 이상의 위기는 없었다.다저스의 선발투수는 7회를 무실점으로 마치고 아이싱을 시작했다.
8회초 플라밍고가 마운드에 올라 안타 2개를 맞았지만 실점을 하지 않았다.두명의 타자를 잘 처리한 뒤 2연속 안타를 맞았지만 다행히 단타라 실점하지 않았다.다섯번째 타자를 상대로 결정구로 체인지업을 던졌는데 뒤에서 보는 당문호의 솜털이 쭈뼛할 정도였다.플라밍고가 던지는 순간 당문호는 체인지업인 것을 알아챘다.
8회말 타석에 오른 당문호는 2루타로 타점 하나 추가했다.2:0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벨은 무실점으로 이닝을 끝냈다.볼배합이 들켜 아주 잘 맞은 공을 미니가 펜스까지 달려가서 부상의 위험을 무릅쓰고 잡아냈다.
가린차와 다저스의 2선발의 경기는 당문호에게 악몽이었다.당문호는 3개의 타석에서 볼넷 3개로 출루한 뒤,햄리슨에게 교체가 되었다.당문호는 다저스 2선발이 타율을 다 깍아먹는다고 툴툴거렸다.첫 대면부터 당문호에게 볼넷을 잘 주는 투수였다.
이번 경기의 영웅은 가린차였다.7이닝 3실점으로 훌륭한 투구내용을 보여줬고 첫타석에서 2루타를 때려 상대투수의 멘탈을 흔들었다.가린차의 2루타 덕분에 당문호가 3루로 진출하였고,람의 안타로 홈을 밟았다.그뒤 미니와 토머스도 연속 안타로 득점을 했다.그래도 다저스 투수는 이닝이터의 면목을 보여주며 7이닝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타이기록을 이룬후 다저스 팬들은 구단과 선수들에 대해 강도높은 비판을 했다.작년에도 월드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해 팬들의 불만이 최대치에 달했다.양키스와 레드삭스와 함께 사치세를 내는 3개의 구단 중 하나로 지출에 부합되는 품격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자이언츠와 다저스의 삼차전은 전운이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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