轉學生
시간은 빠르게 느리게 그러나 공평하게 흐르면서 당문호는 어느덧 3학년이 되었다.
새내기 담임이던 한설화는 어느새 인기담임이 되었다.반 학생들 평균점수가 2등을 한 반보다 10점이나 높았다.초등학교 그것도 저학년이라 크게 의미있지는 않지만,소위 문제반을 맡은 새내기 담임이 낸 성과라 더욱 크게 다가온다.
성과제일주의의 교장선생은 한설화 담임만 보면 우리 복덩이 한선생 이러면서 은근히 한설화가 학교에 뿌리내리기를 바라는 눈치다.매달 한번씩 오는 교장선생님의 소개팅 자리를 거절하는 것도 이젠 익숙해졌다.
그런 한설화의 눈에,진짜 복덩이 당문호가 보였다.체육시간을 2개 반이 같이 보기 때문에,하나는 체육선생의 인솔하에 정상적인 체육시간을 보고 남은 반은 선생의 지시로 운동장 반만 쓰는 축구를 하고 있었다.
그곳에는 높이 뜬 공을 헤딩으로 골인하고 자기 팀 선수들과 뒤엉켜 골세레모니를 하는 당문호가 있었다.입학당시 키가 제일 컸던 당문호였지만 이제는 반평균보다 조금 더 큰 정도였다.물론 또래들에 비하면 아직도 많이 큰 축에 속한다.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는 당문호는 전 학교를 통털어 최고의 인기인이다.시험을 보면 틀린문제 하나 없고 운동도 만점이다.거기에 탐구욕이 넘쳐서 학교 도서관에 책들을 완파하였고,어디서 구해왔는지 모를 책들을 항상 들여다본다.
반에서 가장 인기인인 당문호가 항상 책을 가까이하자,반에 다른 애들도 무작정 따라했다.당문호와 친해질려고 문제풀이를 물어보는 애들도 있고,집에 있는 책을 가져다 당문호에게 빌려주는 애들도 있다.전반적으로 책을 가까이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자,애들 성적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여기에 한설화 선생의 열정이 더해져서 4반은 전학교에서 가장 분위기가 밝고 진취적이었다.원래 4반이었다 인맥을 통해 아이를 다른 반으로 옮긴 학부모들이 땅을 치고 후회한다는 소문도 있었다.
오늘 한설화를 더욱 기쁘게 한 것은 교장선생님이 직접 불러다 그간의 공을 치하하고,서울에서 전학 온 전학생을 4반으로 보내줬다는 것이다.서울에 명문 사립 초등학교에서도 수재로 유명한 아이가 개인사정으로 전학을 왔는데,모든 담임이 눈독들이는 그 아이를 한설화에게 맡긴 것이다.
한설화가 나서서 가로챘으면 다른 담임들 눈밖에 나서 크게 경을 치를 일이었으나 교장선생이 직접 나섰으니 뒤에서 쉬쉬할 망정 대놓고 한설화에게 뭐라 할 선생은 없었다.
체육시간이 끝나고 애들은 수도장에서 간단히 씻은 뒤 교실로 들어와 다음 수업을 기다렸다.그러던 차에 담임이 키크고 곱상하게 생긴 전학생을 데리고 교실로 들어오자 4반 학생들의 흥분은 최고치에 달했다.
서울의 유명한 학교에서 전학생이 온다는 소문은 이미 퍼질대로 퍼졌다.그 전학생이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키크고 잘생겼다는 소문에 3학년 모든 학생들이 학수고대했다.특히 여학생들은 백마탄 왕자를 상상하며 기대치를 끌어올렸는데 베일을 벗은 전학생은 그 기대치를 완전히 충족시켜주었다.
큰 키,곱상한 얼굴,순종적인 듯 하면서도 고집이 있어보이는 눈매,잘 차려입은 옷차림,새것처럼 깨끗한 신발,일말의 헝클어짐이 없는 머릿결,여학생들이 상상했던 모습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자자,다들 알고 있었겠지만 서울에서 전학 온 전학생이예요.다들 오랜 친구처럼 잘 지낼 수 있죠?"
"네,선생님"
애들은 이구동성으로 외쳤다.특히 여자애들의 목소리가 컸다.대답이 끝나고 몇몇 여자애들은 깔깔거리며 웃기까지 했고,전학생은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혔다.
"자,전학생,자기소개 부탁해요."
"안녕하세요.저는 올해 열살된 강한성이라고 합니다.서울에서 전학와서 오늘부터 여러분의 학우가 되었습니다.잘 부탁드립니다."
자기소개가 끝나자 요란한 박수소리가 터졌다.장난기 많은 몇몇 여자애들은 "오,서울말투","오,서울남자" 이러면서 키득거렸고,강한성의 얼굴은 더욱더 빨개졌다.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을 그닥 꺼려하지는 않지만,완전 낯선 환경이라 드물게 부끄러움을 타게 되었다.
동일한 시각에 1학년 1반 교실에서 강찬성이라는 서울에서 온 전학생이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
모든 수업이 끝나 하교시간이 되자 애들은 제각각 집으로 향했다.3학년이 되자 부모가 마중나오는 애들이 아주 적어졌다.몇몇 활달한 애들은 강한성에게 다가가 집이 어디냐고 같이 가자고 했지만 강한성은 전부 예의바르게 거절했다.
그렇게 교실에 당문호와 강한성 둘만 남게 되자,둘은 서로를 마주 보면서 씨익 웃었다.당문호는 자기 이름이 장군이 아니라 당문호라고 강한성에게 알려주었고,강한성은 찬성이가 너를 기억못한다고 일러바쳤다.둘이 일학년 교실에 가서 울상을 하고 있는 강찬성을 만났을 때,강찬성은 당문호를 알아보지 못했다.
당문호와 강한성이 입을 모아 예전에 같이 3년이나 살았다는 것을 말해주자 강찬성은 어릴때 일을 어떻게 기억하냐며 입을 삐죽거렸다.하지만 낯선 환경에서 만난 처음 보지만 오래된 친구가 싫지는 않았다.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당문호와 자신이 같은날 생일인 것을 알고는,그럼 우리 쌍둥이 하자 라고 해서 당문호와 강한성의 배꼽을 뽑아버렸다.
당문호는 좀 더 강씨 형제와 오래하고 싶었으나 보육원 애들은 함께 모여서 등하교를 하기 때문에 혼자 빠질수는 없었다.그래서 훗날을 기약하고 헤어졌다.
그후 당문호는 쉬는 시간마다 강한성과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 어떻게 살아왔는지 서로에게 얘기를 했다.그리고 주말이 되자 당문호는 별장에 초대받게 되었다.
주말이 되자 당문호는 원장 할아버지한테 초대받은 사실을 이야기하고 별장에 놀러가겠다고 얘기했다.강원장은 재밌게 놀다 오라고 하면서,왜 서울에서 이쪽으로 이사왔는지는 물어보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당문호도 좋은 서울의 학교를 두고 여기로 오는것이 상식적인 일이 아님은 알고 있기에 알았다고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랜만에 찾은 별장에는 전영림씨와 고용된 도우미 아줌마와 두 아이밖에 없었다.당문호가 안녕하세요.장군입니다. 라고 꾸벅 인사를 하자 전영림씨는 당문호를 부둥켜 안고 잃어버린 아들은 찾은것 마냥 대성통곡 했다.당문호는 전영림씨가 오랜만에 본 자신이 반가워서 우는지,아니면 다른 슬픈 일이 있어서 우는건지 헷갈렸다.
도우미 아줌마가 차려준 밥을 맛있게 해치운 뒤,어머니의 허락을 받아낸 강한성은 두 동생을 데리고 뒷마당으로 향했다.거기에는 고운 모래로 된 마운드가 있었고,나무 받침대위에 표적판이 그려진 미트를 박아넣은,이동 가능한 표적판도 있었다.강철우 할아버지가 야구 좋아하는 손주를 위해서 직접 만든 훈련용품이라고 한다.
가방속에서 온갖 야구용품을 꺼낸 강한성은 당문호와 강찬성에게 보호구를 입혔다.당문호는 포수,강찬성은 타자였다.평소에도 강한성은 강찬성에게 포수를 보라고 시켰는데,겁이 많은 강찬성은 온갖 싫은 티를 다 내며,마지못해 했던 것이다.
당문호는 처음 접하는 놀이에 재미가 들렸다.강한성은 한참 투수놀이를 하다가,강찬성에게 투수를 시켰다.강찬성은 포수는 싫어하지만 투수하기는 엄청 좋아했다.하지만 강한성이 자신이 던진 공을 뻥뻥 쳐내자 곧 흥미를 잃었다.
그다음에는 당문호가 투수를 하였고,타자도 하였다.강찬성이 포수를 극구 안 한다고 버티는 바람에 강한성과 당문호가 바꿔바꿔 포수역할을 했다.투수만 좋아하는 강찬성과는 달리 강한성은 타자도 좋아했다.당문호는 처음 접하는 놀이라 모든 역할이 다 재밌었다.
그렇게 하루종일 야구로 시간을 보낸 뒤,기어이 저녁까지 먹고 나서야 당문호는 작별인사를 하고 보육원으로 돌아갔다.그렇게 당문호에게는 책과 축구를 제외한 또 하나의 취미가 생기게 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방학이 되자 강한성과 강찬성은 보육원으로 놀러갔다.약수터와 가까운 약간은 외진 곳의 보육원은 두 아이에게 꿈속에서나 보던 모험지였다.당문호는 두 형제를 호법으로 영입했고,순찰 나갈때마다 포함시켰다.두 형제를 데리고 뱀도 잡아보고 구운 뱀고기도 나눠먹었다.
보육원에서 실컷 놀고나면 원장 할아버지 허락을 받고 영식이와 성식이까지 데리고 별장에 가서 야구놀이를 했다.보육원 주변에는 평평한 땅이 드물어서 야구하기 적합하지 않았고,한성이를 제외하고 누구도 야구용품이 없기 때문이다.
마음씨 착한 성식이는 자원해서 포수를 전담했고,영식이는 타격에 재미를 붙였다.찬성이는 여전히 투수놀이에만 집중했고,당문호와 강한성은 투수와 타자를 번갈아 가면서 했다.셋이서 할때는 한명만 지쳐도 자주 쉬고 해야 했는데,다섯이서 하니 누구 하나 지쳐도 놀이를 계속할 수 있었다.
그렇게 두 형제는 별장과 보육원을 오가며 하루도 쉬지 않고 놀았다.당문호는 두 형제에게 독사를 구분하는 방법을 가르쳐 줬고 계곡에서 물막이로 고기 잡는 방법도 가르쳐 줬다.
물막이란 아래를 그물로 막은 뒤,위에 돌을 쌓고 진흙으로 구멍을 메워 물이 안 들어오게 하는것을 말한다.그렇게 되면 들어오는 물이 없고 밑으로 빠지기만 하는데,2시간 정도 기다리면 물이 전부 빠진다.물이 거의 빠질때면 물고기들이 팔딱팔딱 뛰는데 느긋하게 구경하다가 물이 다 빠진 뒤에 물고기를 주우면 된다.
물막이가 가능한 지형이 세곳밖에 없는 관계로 물막이는 한달에 세번밖에 못한다.한번 물막이로 잡고 나면,그곳에 다시 물고기가 살기까지 한달정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렇게 두 형제는 서울에서 지낼때보다 더욱 즐거운 생활을 이어나갔고,애들이 뿜어내는 밝은 에너지에 전영림씨도 점점 더 밝아져갔다.계곡에서 잡아온 물고기의 답례로 밑반찬들을 직접 만들어서 보육원에 보내주기도 하면서 나름 즐거운 생활을 영위해갔다.
이렇게 놀이에 푹 빠져있으면서도 당문호는 수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내공수련은 매일 새벽에 일찍 일어나 한시간동안 내공쌓기를 한다.내공쌓기가 끝난 뒤 권술수련을 반시간을 하고,그뒤에 곧바로 안법수련을 한다.
안법수련은 당문호가 예전에 직접 고안해 낸 방법으로 우선 알록달록한 색깔의 조약돌들을 모아서 주머니에 넣는다.그리고 각자 손을 주머니에 넣어서 조약돌을 최대한 잡은 뒤 공중에 휘뿌린다.다음 안법 수련에 참가한 모든 참가자들이 그 조약돌들을 공중에서 낚아챈다.낚아채고 난 뒤,누가 어떤 색의 돌을 잡았는지 전부 알아맞춰야 한다.
하지만 당문호는 혼자 수련해야 하기 때문에 저 방법을 사용할 수 없다.편리한 점은 조약돌을 찾을 필요가 없이 유리구슬로 수련하면 된다는 것이다.그래서 두손으로 최대한 많은 유리구슬을 허공에 던진후 큰 유리구슬 몇개,중간 크기 몇개,작은거 몇개,삼색이 몇개,오색이 몇개,투명이 몇개,이렇게 맞추는 것으로 수련방법을 수정했다.
처음에 유리구슬 열개로 시작했던 안법수련은 현재 열다섯개로 늘렸다.당문호의 예상에는 대충 30개 정도면 안법수련이 끝날 것 같았다.
내공이 쌓여감에 따라 육체에 대한 보다 정밀한 제어가 이뤄지고 있었다.그래서 반년이나 일년뒤면 쌍곤술 수련을 시작해도 될 것 같다.암기술은 무조건 신체비율이 정해진 뒤에 수련해야 한다.팔다리 길이와 허리 길이에 따라 수련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괜히 일찍 수련했다가 비율이 달라지면 안하니만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서 어느덧 당문호와 강한성이 중학교에 입학할 나이가 되었다.그간 특별한 일이라면 강한성이 겨울에 한달동안 미국으로 가서 개인코치한테 야구를 배워온 일이었다.강한성은 할아버지한테 졸라서 미국에 가서 한달동안 개인코치를 고용해서 특훈을 받고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당문호에게 유일한 문제점이라면 쌍곤술 이었다.당문에서 사용하는 쌍곤은 전부 흑철곤이다.길이는 손목부터 겨드랑이까지의 길이로 성장기의 무사들은 해마다 쌍곤을 한번씩 바꾸곤 한다.
문제는 당문호가 그럴만한 재력도 없고,설사 돈이 있더라도 어디에 의뢰할 곳이 없었다.돈 주고 쇠몽둥이 만들어 달라고 하면 아마 경찰서에 신고전화부터 날아갈 것 같았다.
그래서 당문호는 최대한 무거운 박달나무 가지를 다듬어서 수련을 하는데,무게가 기대치에 못 미쳐서 수련진도가 생각보다 느리게 나아갔다.일반초식이 많은 권술이나,내공없어도 수련 가능한 암기술과 달리,쌍곤술은 내공을 사용해야 하는 초식이 많은 관계로 당문호가 제일 취약한 부분이다.안법같은 경우 대체법을 생각해 냈지만 쌍곤술은 답답하기만 할 뿐이다.
미국에 다녀온 강한성의 투구를 제대로 쳐내지 못하는 것도 당문호가 조급해 하는 이유중 하나였다.예전에는 강한성의 공을 자주 맞췄었는데,강한성이 미국에 다녀온 이후로 공을 배트에 맞추기가 힘들었다.
그 이유는 강한성의 구속이 는 것도 있지만 공끝의 움직임이 좋아져서 타격포인트를 잡기가 더 어려워졌는데,야구를 체계적으로 배워본 적이 없는 당문호는 예전 경험대로 배트를 휘두르니 제대로 맞추기가 힘들어 진 것이다.경험이 쌓이고 공이 눈에 익으면 해결될 문제지만 야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당문호는 그저 답답하기만 했다.
그렇게 시간이 어영부영 흘러서 둘은 중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어차피 지역에 하나밖에 없는 중학교라 선택의 여지도 없었다.축구부와 야구부 사이에서 고민하던 당문호는 호승심을 못 이기고 야구부를 선택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십할타자의 전설이 시작되게 되었다.
- 작가의말
전생과 현생의 두가지 환경에 의해 주인공의 성격이 정해집니다.다소 지루할 수도 있으니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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