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 지호자야之乎者也
치우가 귀음팔황공을 수련하며 깊은 잠에 빠진 사이, 승천문이 열렸다.
이번 승천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퍼지다 보니 천교와 절교 그리고 인도 모두 책장을 빼앗는 데 혈안이 되었다.
그리고 승천문이 열린 사이 수많은 강자가 함께 천계로 올라갔다. 봉신책에 이름을 적고 승천한 자들과 달리 대부분 힘을 잃기에 약자가 될 처지지만,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출처가 불분명한 소문 때문에 다들 위험을 감수했다.
덕분에 강자가 사라진 하계는 큰 변혁이 일어났다. 홀로 넓은 영역을 차지하던 강자들이 사라지며 인간과 요괴 모두 번성했다. 그러나 요괴는 인간의 번성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고, 조직적인 인간의 끊임없는 공격과 견제를 버티지 못하고 죽거나 도망쳤다.
바야흐로 인간의 세상이 열린 것이다.
"좋은 냄새다."
왕 하기 싫다고 가출한 치우는 소소를 찾아 돌아다니는 중이다.
서왕모와 백초거는 물론, 능소궁까지 승천한 바람에 서부는 졸지에 모든 지역 중 가장 낙후한 곳이 되어버렸다.
관리하는 사람이 사라지며 도산의 복숭아나무가 하나둘 말라 죽었다. 부족한 식량을 대신하던 복숭아가 사라지니 서부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중부와 남부로 대거 이주했다.
치우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천하를 돌며 소소의 행방을 아는 서부 출신이 있는지 탐문했다.
중부와 남부를 돌다가 동부로 발길을 돌렸는데, 향긋한 술 냄새가 치우의 소매를 끌었다.
"주인, 여기 술 오십 근에 고기 이십 근 줘."
"선불입니다."
덩치가 크고 얼굴이 험상궂은 사내가 말했다. 의외로 목소리는 맑았다.
치우는 은 부스러기로 술값을 치렀다. 술은 금방 나왔고 안주는 일각 정도 지나서 나왔다. 푹 삶은 고기를 안주 삼아 술을 마시니 마음이 조금이나마 편해졌다.
채 반 시진도 안 되어 술과 고기를 다 해치운 치우는 배를 어루만지며 좀 더 먹을지 고민했다. 고작 술 오십 근에 고기 이십 근으로 근처 사람들이 소문을 듣고 구경하러 올 정도인데, 더 시키면 크게 소문날 것 같아서 식탐을 어렵게 눌렀다.
치우가 술집을 떠나자 구경하러 몰려온 자들이 치우가 남기고 간 빈 접시와 술 항아리 숫자를 세며 난리를 피웠다.
"사부, 절 제자로 받아주십시오."
성문을 나서고 치우한테 들러붙는 놈이 있었다. 자세히 살피니 술집 주인을 닮은 젊은 청년이었다.
"내가 왜?"
청년은 소매에서 술병을 꺼냈다.
"저를 제자로 받아 데리고 다니면 매일 술 한 병씩 바치겠습니다."
"좋다."
청년은 넙죽 바닥에 무릎을 꿇고 절을 올렸다.
"이름이 뭐냐?"
"공구孔丘라고 합니다."
"그래. 지금부터 가르침을 내리겠다."
"무공이나 법술은 비인부전이라서 남이 안 보는 곳에서 몰래 가르치는 것 아니었습니까?"
"괜찮다. 좋은 것은 널리 알려 세상을 이롭게 해야지."
치우의 말에 공구는 감격한 얼굴을 하고 혼자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치우가 한 말을 외우는 듯했다.
"저기 세 사람이 가는 거 보이지?"
"네."
"가서 저 세 사람한테서 네가 모르는 재주 하나 배우고 오거라."
"네?"
공구는 치우가 말한 세 사람을 보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하나는 콧물을 질질 흘리는 아이고 하나는 옷차림이 남루한 늙은 거지였고 마지막은 무지한 아낙이었다.
"왜?"
"하나는 똥오줌 가릴지 모르는 코흘리개고 하나는 무지한 아낙입니다. 그리고 저 노인도 제게 가르칠 만한 재주가 있다면 거지가 되지 않았겠죠."
"삼인행 필유아사."
"가르침을 바랍니다."
"세 사람이 있으면 그 중 반드시 내 스승이 한 명 있다. 천지 만물이 조화를 이뤄 세상이 되었다. 인간은 천지 만물의 총애를 받아 다양하다. 저 셋 중에 네가 모르는 재주를 아는 자가 반드시 있을 테니 어서 가서 고개를 숙여 가르침을 청하거라."
공구가 우물쭈물하며 마지못해 떠나자 치우는 손으로 얼굴을 문질렀다. 오작과 형천의 말투를 흉내 내다보니 얼굴이 굳는 느낌이었다.
조금 지나 공구가 돌아왔다.
"어떠하냐?"
"노인은 제가 날씨를 맞히는 법을 가르쳤습니다. 아낙은 재로 옷에 묻은 얼룩이 쉽게 지워진다고 했습니다. 아이는 저한테 성벽에 난 개구멍 위치를 알려줬습니다."
"가자."
치우는 공구를 데리고 걸었다. 한참 걷다가 길가의 풀숲에서 큰일을 보는 사람을 만났다.
"이놈. 저기 측간이 있는데 어찌하여 길가에서 냄새를 풍기는 것이냐!"
치우의 호통에 큰일을 보던 사내가 고개를 푹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네 모습을 애들이 보고 배울까 두렵구나. 다음부터는 꼭 측간에서 해결해라."
"스승님. 길가에서 일 본다고 문제 되는 건 아니잖습니까."
"큰일을 보는 게 문제가 아니라 부끄러움을 모르는 게 문제다. 무리를 지어 살려면 마음이 맞거나 이해관계가 맞아야 한다. 그리고 큰 무리를 이루려면 그 규모를 유지하는 규칙이 필요하다. 대변은 측간에서 보는 게 그러한 규칙 중 하나다."
공구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고개를 끄덕여 수긍했다.
"스승님. 저기 길 복판에서 똥 싸는 놈이 있습니다. 제가 가서 훈계하겠습니다."
"아니다. 저기로 돌아가자."
공구는 치우를 따라 크게 에돌았다.
"왜 아까는 꾸짖으시고 지금은 놔두는 겁니까?"
"아까 그놈은 그나마 부끄러움을 아니까. 지금 저놈은 아예 부끄러움이라는 걸 모르기에 백번 말해도 소용이 없느니라."
그렇게 공구는 치우를 따라 세상을 떠돌았다. 그리고 치우는 오작이 고치에서 나왔음을 감지했다.
"우리 인연이 다했구나."
"스승님. 부족한 제자입니다. 더 많은 가르침을 주십시오."
"학이시습지 불역열호. 지금까지 배운 것을 잘 곱씹고 제자를 받아 네가 가르치거라. 가르치다 보면 깨닫는 것이 있겠지."
공구는 눈물을 흘리며 이별을 슬퍼했다. 치우 덕분에 글자도 수만 자 익혔고 인생에 도움이 되는 말을 가득 들었다.
"하나 당부할 게 있다. 어디에서도 나한테 가르침을 받았다는 얘기하지 말아라."
"이유가 궁금합니다."
"날 쫓는 자들이 있다. 내 행적을 노출하고 싶지 않구나."
오작이 자신을 찾으러 다닐 것을 안 치우는 공구한테 신신당부했다.
"스승님, 꼭 여쭙고 싶은 게 있습니다."
"뭐가?"
"왜 저를 내치지 않으셨습니까? 사실 제가 들고 온 술병은 두 개밖에 없었는데 말입니다. 신의를 저버리는 걸 가장 싫어하시는 분이 왜 제 거짓말은 용인했는지 궁금합니다."
"공주보가 네 조상이지?"
"그렇습니다. 청제의 주보까지 지낸 훌륭한 분이시죠."
"나 주보랑 친해. 공짜 술도 많이 얻어먹었거든. 그 보답이라고 생각해라."
말을 마친 치우는 은신술을 펼쳐 사라졌다.
한편.
고치에서 나온 오작은 바로 경공을 펼쳐 서부로 향했다. 막무가내인 치우와 달리 오작은 사람이 살 만한 곳을 콕 집어서 찾아다녔다.
덕분에 치우와 달리 고작 보름도 안 되어 서부에 치우가 없음을 확인했다.
'여기서 기다리는 게 좋을까? 아니면 남부로 갈까?'
치우로 추정하는 자가 남부로 향했다는 소문을 들었다. 오작은 어느 쪽이 나을지 거듭 고민했다.
"벽력문 문주. 소호문 장로가 비무를 청하오."
갑자기 들려온 소리에 오작은 감각을 넓혔다. 고치를 나온 지 얼마 안 되어 감각이 곤두섰다. 의도적으로 감각 범위를 좁히고 있었기에 고작 십수 장 밖에서 벌어진 일을 모르고 있었다.
소호문 장로라고 자처한 자는 서른 정도로 보이는 장년이었고 벽력문 문주로 불린 자는 채 스물도 안 된 애송이였다.
"거절하겠소."
"비무는 거절하지 않는 게 벽력문의 문규 아니오?"
소호문 장로라는 자가 비웃었다. 소년은 빨갛게 물든 얼굴로 아무 대꾸도 하지 못했다.
"그 비무 내가 하지."
머리를 두 갈래로 땋고 붉은 궁장을 입은 소녀가 나타나자 소년을 비웃던 자들이 황급히 줄행랑을 놓았다.
"사제. 벽력문 문주로서 위엄을 갖추세요."
"사저. 문주는 사저가 맡는 게 어떻습니까? 소제는 아직 벼락도 소환하지 못합니다."
"사제의 재능은 벽력문에 있은 적 없다고 했어요. 벽력혼원수의 비급만 찾으면 바로 천하를 울릴 고수가 될 거예요."
"소협이 진정 벽력문 문주신가?"
아무런 기척도 없이 접근한 오작이 입을 열자 대화를 나누던 둘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사문에 횡변이 생겨 어쩔 수 없이 자리에 앉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대협은 누구십니까?"
오작은 품에서 뇌공패를 꺼냈다.
"승천하신 뇌공 조사와 어떤 관계십니까?"
"벽력혼원수를 배웠지."
"그럼 구결도 다 아시겠네요?"
"구결뿐인가. 수련 방법도 알고 있소."
"가르쳐 주십시오."
"사제. 문주로서 체통을 지키세요. 먼저 안으로 모시고 손님 대접을 하고 나서 청하세요."
소녀의 말에 소년은 얼굴을 붉히고 오작한테 사과했다.
"마음이 급해 실례했습니다. 안으로 드시지요."
오작은 소년을 따라 벽력문 문턱을 넘었다. 오랜 문파답게 건물이 고풍스럽고 굵고 높은 나무도 많았다.
다만 연무장으로 보이는 곳에 갓 생긴 거로 보이는 수십 개 무덤이 눈에 거슬렸다.
"사정을 알려줄 수 있소?"
"우선 벽력혼원수를 확실히 아는지부터 증명하세요."
소녀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벽력진이라. 이걸로 날 묶을 순 없소."
가장 뒤에 남았던 소녀는 오작이 대문을 들어온 다음 벽력진을 발동했다. 외관상으론 큰 변화가 없지만, 오작이 담장을 넘어 밖으로 나가려고 하면 굵은 벼락이 떨어진다.
"잘 보시게. 이건 오행뢰라고 하오."
오작은 오뢰굉을 펼친 후 하나로 합쳐 오행뢰를 만들었다. 소년은 물론 조금 적대적이던 소녀도 넋을 잃고 오작의 손에서 팔딱이는 둥근 번개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건 오뢰야. 천뢰, 지뢰, 수뢰, 신뢰, 사뢰로 나뉘지."
오작의 손짓에 따라 벼락이 생겼다가 사라졌다.
"부디 가르침을 내려주십시오."
소녀가 무릎을 꿇고 이마를 땅에 박았다. 소년도 눈치가 아예 없지는 않아 곧바로 소녀처럼 무릎을 꿇었다.
"벽력문이 왜 이렇게 됐는지 알려주는 게 순서요."
"외부에 발설하기 부끄러운 일입니다. 비밀을 지켜주실 겁니까?"
"입이 가벼운 사람이 아니오."
고개를 푹 숙인 소녀 대신 벽력문 문주가 된 소년이 설명했다.
벽력문은 뇌공이 승천한 후 명성이 나날이 커졌다. 천교와 절교에 이어 서왕모와 백초거 등도 모조리 승천하는 바람에 권력의 공백이 생겼고, 벽력문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영원한 성세를 누릴 듯 보였으나 삼십만이나 되는 황제의 군대가 밀고 들어오자 벽력문은 속절없이 밀렸고, 결국엔 투항했다.
시간이 흐르며 사람들이 황폐한 서부를 떠나고 황제 역시 군대를 철수했다. 그러나 벽력문은 서부를 떠날 수 없었다. 벽력문 어딘가에 숨긴 벽력혼원수의 비급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갑자기 죽어버린 문주가 숨긴 비급은 누구도 찾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은 속절없이 흘렀고, 벽력문은 점점 몰락했다.
그리고 약 석 달 전. 소년이 벽력문 제자가 되었다. 뇌공도 능가하는 재능을 갖춘 소년의 영입으로 벽력문엔 전에 없는 활력이 생겼다.
그리고 문제의 사건이 터졌다.
"사부. 사제를 엄벌해 주십시오."
소녀가 말했다.
"사부. 제자는 억울합니다."
벽력문의 유일한 여제자인 소녀가 갓 벽력문 제자가 된 소년의 덜미를 잡고 벽력문의 전체 회의를 소집했다.
"제가 목욕을 하는데 누군가가 엿봤습니다. 바로 옷을 차려입고 나가니 사제가 보였습니다. 법술을 펼쳐 확인한 결과 주변에 아무도 없고 오직 사제뿐이었습니다."
"아닙니다. 전 그저 거기를 지나가던 중이었습니다. 전 아무것도 모릅니다."
소녀와 소년 모두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타고난 재능에 비해 소심한 소년이지만, 말도 안 되는 억울한 누명 앞에서 필사적으로 변론했다.
"사부. 뇌형雷刑을 열어주십시오."
소녀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
"뇌형을 받겠습니다."
격동한 소년이 고민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
"그래. 확실히 털고 가지 않으면 두고두고 문제가 되겠구나. 뇌형을 열어라."
전대 문주의 명에 뇌형이 열렸다. 제단을 쌓고 인뢰침引雷針을 꽂은 후 소년을 인뢰침에 묶었다.
"뇌형문을 읊거라."
벽력문 제자라면 누구나 아는 뇌형문이다. 갓 입문한 소년도 뇌형문만큼은 능숙하게 읊었다.
"제자의 말에 한 치의 거짓이라도 있다면 하늘에서 오뢰를 내려 벌하여 주시옵소서."
뇌형문을 읊은 소년은 자신이 사저가 목욕하는 걸 훔쳐본 적이 없다고 말하고, 거짓일 경우 벼락을 내려 벌하라고 했다.
천계의 뇌공이 화답했다.
굵은 벼락이 번쩍 떨어졌다. 인뢰침을 때린 벼락은 넓게 퍼져 벽력문 제자들을 덮쳤다. 소년과 소녀를 뺀 모든 제자가 벼락에 맞아 쓰러졌다.
번쩍!
또 내린 벼락이 벽력문 문주를 때렸다.
번쩍!
벼락이 벽력문 문주를 때렸다.
번쩍!
벽력문 문주를 때렸다.
번쩍!
문주를 때렸다.
번쩍!
때렸다.
"그렇게 벽력문은 멸문하였습니다. 저와 사제만 남았는데, 제가 호법을 하고 사제가 문주를 맡기로 했습니다."
외부 무력을 책임지는 호법은 소녀가 하고 아직 입문도 제대로 못 한 소년이 문주가 되었다.
"좋소. 뇌공이 일면부지의 나한테 벽력혼원수를 선뜻 가르친 게 오늘을 대비해서라고 생각하오. 우선 구결부터 읊어주겠소."
오작은 벽력혼원수의 구결을 둘한테 읊어줬다. 소녀는 기초가 튼튼하여 빠르게 이해했고, 소년은 재능이 뛰어나 단번에 알아들었다.
오작은 창녕산에서 봤던 벼락과 우레에 관한 이론들도 간략히 설명해줬다.
"벼락은 음과 양을 태극의 상태로 만드는 과정에 생긴 힘이라는 말씀입니까? 우레는 넘치는 힘이 소리의 형태로 표현된 거고요?"
"내 말이 진실이 아닐 수 있소. 그러나 어차피 모든 무공과 법술은 이러한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는 과정에 파생된 거요. 세상에 맞지 않는 이론이면 그 이론에 알맞은 환경을 조성하면 되오."
"장작이 없어도 불이 생기는 게 그런 이치였군요."
무공이든 법술이든 세상의 법칙을 따르기만 하지 않는다. 때론 법칙을 비틀어 맞지 않는 이치가 세상에 구현되게도 한다. 높은 경지로 오르려면 세상의 법칙을 따라야 하지만, 강한 힘을 얻으려면 법칙을 비틀고 거슬러야 한다.
"힘에 빠지면 승천이 어렵고, 승천하려면 힘이 약해 쉽게 죽임을 당할 수 있군요."
두 총명한 소년 소녀를 가르치며 오작도 얻는 바가 많았다. 아들 왕검은 총명이 오작을 뛰어넘어 하나를 알려주면 열을 깨닫고 스물을 탐구했다.
그래서 가르치는 재미가 하나도 없었는데, 벽력문의 두 제자를 가르치며 오작 자신도 꽤 많이 배웠다.
"이만하면 나도 더 가르칠 게 없소. 그나저나 부탁 하나만 하겠소."
"부탁이라니 당치 않습니다. 분부하시면 따르겠습니다."
"이렇게 생긴 자가 서부에 나타나면 나한테 편익조를 날리시오."
오작은 치우를 그림으로 그려 둘한테 보여줬다.
아쉬운 작별을 한 오작은 남부로 향했다.
"오작, 오랜만이야."
그간 또 강해졌는지 한발은 영지 밖으로 마중 나왔다. 법술이라곤 적지천리밖에 제대로 익힌 게 없고 수련법이라곤 법력 모으는 것밖에 모르는데 빠르게 강해지는 모습이 참으로 수상쩍었다.
"그간 거듭 고민하고 얻은 결론입니다. 한발 당신은 아무래도 청룡의 자식 같습니다."
"내가 용이라고?"
오작은 청룡과 홍영창 사이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줬다.
"주인인 제 숙부도 홍영창과 의지로만 대화했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홍영창의 '말'을 알아듣고 대화까지 나눴습니다."
처음엔 응룡을 의심했지만, 여의주를 만든 걸 보고 배제했다. 청룡의 자식이 환생한 것이라면 새로 여의주를 만들 수 없다.
"그래서 말하고자 하는 게 뭐야?"
"여의주를 당신한테 주기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오판하면 한발이 위험한 상황이다. 그래서 오작은 거듭 고민하고 고민하여 겨우 결론을 얻었다.
"내 여의주 맞아."
한발이 멍하니 풀어진 얼굴로 오작이 꺼낸 여의주를 보며 말했다.
"그럼 주인한테 돌려드리겠습니다."
"싫어. 거부할래."
한발이 단호하게 말했다.
"네가 그랬잖아. 어떻게 살지 뭘 하고 살지 생각하며 살라고. 정해진 운명대로 여의주를 얻어 하늘로 가라고? 난 이미 신성을 얻었어. 내 힘으로도 천계로 가거나 하계에서 신선이 될 수 있어. 난 여의주를 거부하고 내 의지대로 살 거야."
말은 조금 어수선했지만, 의미는 명확했다.
"그럼 이 여의주는 어쩔까요?"
"봉인해. 안에 든 독이 세상에 풀리면 큰 해악을 끼칠 거야. 난 그 여의주를 만지기도 싫고 감당할 능력도 안 되니까 네게 부탁할게."
오작은 독이 가득 든 여의주를 봉인해 자신만 아는 곳에 숨겼다.
- 작가의말
공구는 공자의 이름입니다. 지금 중국에서 공자 후손들이 공부가주와 공부연주 등 브랜드를 만들어 술장사를 하죠. 그래서 탄생한 인물이 공주보입니다.
공공이 무턱대고 벽력혼원수를 가르친 떡밥이랑 청룡의 자식 떡밥을 회수했습니다. 남은 게 있는지 모르겠네요.다음 화에서 끝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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