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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쇠의 서재입니다.

운명의 협주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글쇠
작품등록일 :
2019.07.28 08:54
최근연재일 :
2019.10.18 18:00
연재수 :
1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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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965
추천수 :
5,727
글자수 :
618,615

작성
19.10.05 18:00
조회
630
추천
37
글자
12쪽

다시 만난 톰슨

DUMMY

놈돔 외에도 마나 주는 물고기를 몇 종류 더 발견했다. 하나같이 깊은 바다에 살아서 잡기 어려운 상대였다. 다행히 대부분 물고기는 바칸이 잡는 법을 알았고 본드도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려서 바칸이 모르는 물고기도 잡아냈다.


"리차드 음흉한 놈. 이 좋은 걸 혼자 알고 있었다니."

지렁이를 닮은 물고기를 산채로 삼키며 본드가 투덜댔다. 몸통 양쪽 모두에 머리 하나씩 달린 이상한 놈이었다.


그때 그리핀이 물장구를 치면서 달려왔다. 처음에 두려워하던 것과 달리, 요즘은 엘리사가 질투할 정도로 바칸과 친하게 지냈다.

바칸에게 다가온 그리핀은 날갯죽지에 머리를 숨기고 오들오들 떨었다.


"와이번이 살기엔 너무 추운데. 혹시 섬에 드레이크 살아? 몬스터 드레이크 말이야."

"와이번은 뭔지 모르겠고 드레이크는 남쪽에 하나 사는데 수면기야. 오십 년 후에나 깨어날 거라고 그랬어."


바칸은 손으로 그리핀 목을 쓰다듬어줬다. 금속 장갑을 통해 억센 깃털을 만지는 감각이 미세하게 전해왔다.


"저기. 저기 이상한 게 있어."

본드는 바칸보다 시력이 좋았다. 와이번과 드레이크를 언급하자 하늘을 주시했고 멀리서 날아오는 점을 발견했다.


"저 미친놈."

눈으로 알아보진 못했지만, 반가운 마음이 먼저 전해져서 상대 정체를 바로 알아챘다. 흰머리수리의 발에 매달려 빠른 속도로 접근하는 미친놈은 톰슨이었다.


"대장, 보고 싶었어."

착지하자마자 톰슨이 달려와 바칸을 와락 껴안았고 강부리도 머리를 바칸 몸 여기저기에 비볐다.


"배는?"

"사흘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어. 나랑 강부리가 먼저 왔어."

"여긴 본드야. 우리랑 함께 영지로 돌아갈 거야."


###


흰머리수리와 그리핀이 서로 부리를 비비며 친분을 쌓았다. 슴새는 여전히 흰머리수리가 두려운지 천장에 있는 자기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어머, 무라자르카르의 화신. 너무 귀여워. 만져도 돼?"

엘리사가 발을 동동 굴렀다.

"만져도 돼. 우리 앤 안 물어."

엘리사가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강부리의 부리를 만졌다.


무라자르카르는 생명과 살육의 여신이다. 흰머리수리는 무라자르카르의 화신으로 알려졌다. 이는 흰머리수리의 습성과 큰 관련이 있다.


흰머리수리는 영역 욕심이 어마어마하다. 와이번처럼 떼를 지어 살거나 그리핀처럼 가족 단위로 사는 비행 몬스터도 흰머리수리보다 영역이 작다.

그런 주제에 흰머리수리는 보름에 한 번 식사할 정도로 적게 먹는다. 그리고 자기 영역의 맹수와 몬스터는 최대한 처리한다.


흰머리수리의 영역에 사는 롱가바르를 비롯한 부족들은 보름에 한 번씩 제사를 올린다. 제사에 차려진 고기를 배불리 먹은 흰머리수리는 사냥을 하지 않는다. 이들에겐 흰머리수리는 몬스터와 맹수한테서 가축을 보호해주는 생명의 수호신이었다.


그러나 알을 낳고 새끼가 성장하기까지 흰머리수리는 돌변한다. 자기 영역에 있는 모든 살아있는 것을 죽이고 쫓아낸다. 이때는 모든 것을 죽이는 살육의 화신이다.

새끼가 독립하면 다시 온화하게 돌아가기에 롱가바르를 비롯한 십수 개 부족은 흰머리수리를 생명과 살육의 여신 무라자르카르의 화신으로 여겨 떠받든다.


"대장, 여기서 사고 친 거 있어?"

엘리사와 즐겁게 대화하던 톰슨이 갑자기 얼굴을 굳혔다.

"여기선 조용히 지냈어."

"남쪽과 서북쪽에서 두 무리가 여길 노리고 달려오고 있는데, 둘 다 기세가 대단해."


"엘리사. 뭔가 짚이는 거 없어?"

"리차드나 엘리자베스가 날 죽이고 싶어 하긴 해. 내가 마녀의 오두막 계승자니까. 원래 엘리자베스가 계승자였는데 리차드랑 약혼하면서 우리 어머니로 바뀌었거든."

"리차드는 왜?"

"리차드가 엘리자베스와 파혼한 것도 오두막 때문이었어. 리차드가 마녀의 오두막이 탐나서 엘리자베스랑 약혼했는데 계승자가 바뀌니까 차버린 거야."


"마녀의 오두막으로 뭘 할 수 있지?"

"너희가 날 찾아올 때 내린 눈보라. 그거 내가 오두막을 통해 펼친 거야. 비도 오게 할 수 있고 바람도 불게 할 수 있어."

"지금은 안돼?"

"오늘이 11월 1일이야. 마녀에겐 마법의 달이 있거든. 난 11월에 마법 못 써."


엘리사가 중얼중얼 주문을 외우자 오두막이 조금씩 줄어들었다. 지붕에 숨어있던 슴새가 창문으로 뛰쳐나왔다.

엘리사는 주먹 크기로 변한 오두막을 품에 넣었다.

"강부리, 엘리사를 들고 배로 도망쳐."

톰슨은 자기 가죽 갑옷을 벗어 엘리사에게 입혔다. 톰슨의 가죽 갑옷은 강부리가 잡기 편하게 매듭이 여럿 있었다.


강부리가 엘리사를 들고 핀핀과 슴슴이와 함께 떠났다.


"대장. 나처럼 마음 읽는 놈 있어."

"아마 해적왕일 거야."

"내게 맡겨. 쉽게 해치우는 방법이 있거든."

톰슨이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석궁에 화살을 장전했다. 예전과 달리 한꺼번에 화살 세 개를 장전했다.


먼저 도착한 건 푸른 늑대 등에 탄 미녀였다. 하얀 피부 때문에 얼굴에 눈과 콧구멍만 보였다. 키는 바칸만큼 컸고 등에 활과 화살집을 멨다.

군데군데 금속을 댄 가죽 갑옷을 입었고 머리에는 크기와 모양이 제각각인 송곳니를 꿰어 만든 이상한 모자를 썼다.


"네가 엘리자베스인가?"

바칸의 질문에 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엘리사에게 맡긴 내 물건 가지러 왔다. 어디에 숨겼는지 빨리 말해."

"저 사자는 해적섬 북부에서 데려온 건가?"


엘리자베스가 탄 늑대도 웬만한 말보다 더 컸다. 그런 늑대를 한입에 삼킬 정도로 큰 사자가 무리 가장 뒤에 있었다.


"헛소리 말고 빨리 엘리사 내놔."


그때 리차드와 해적왕도 도착했다. 해적왕은 갑옷으로 온몸을 감싼 바칸을 알아보지 못했다. 본드는 바칸이 알려준 방법대로 마나를 마구 움직여서 해적왕이 마음 읽는 걸 방해했다.


리차드는 덩치가 존보다 더 컸다. 해적왕도 작은 덩치가 아닌데 리차드 곁에 서니 평범해 보였다. 등에 커다란 양손검을 삐뚤게 멨는데 검 길이가 2미터는 되었다.

보통 덩치가 크면 흉폭하기 마련인데, 리차드의 우묵한 눈은 차갑게 빛났다.


엘리자베스가 먼저 도착한 걸 보고 리차드와 해적왕은 말을 버리고 먼저 달려왔다. 조금 먼 곳에 백 기가 넘은 기병이 먼지를 자욱하게 일구며 뛰어오고 있었다.

맹수에 대한 두려움이 전혀 없는지 달리는 속도가 조금도 느려지지 않았다.


"본드. 무슨 상황인지 궁금하구나."

"리차드. 오랜만에 만났으면 안부부터 묻는 게 순서 아닌가?"

"대화하기 좋은 날씨는 아닌 거 같아."

"네 얼굴 보니 나도 기분이 별로야."


"엘리자베스. 오두막을 얻었으니 엘리사는 그냥 풀어주는 게 어때?"

바칸의 말에 엘리자베스는 입을 앙다물었다. 뻔히 보이는 수작이지만, 걸려들 수밖에 없는 수작이기도 하다.

엘리자베스가 마녀의 오두막을 차지하면 브릭섬을 통일하고 여왕이 될 것이다. 마법의 달을 제외하면 남은 11개월 동안 폭우나 눈보라가 휘몰아치게 해서 따르지 않는 영지를 모두 망하게 할 수 있다.


"다 죽여."


거대한 사자가 리차드를 덮치고 표범 떼가 해적왕을 노렸다. 회색 늑대 무리는 바칸 일행에게 겁 없이 덤볐다.

톰슨이 석궁으로 화살 세 대를 연속 날려 늑대 세 마리를 죽였다. 하나는 눈을 통해 뇌를 헤집었고 둘은 심장에 박혔다.


길이가 1미터 되는 나무 화살이 톰슨을 견줬다. 톰슨은 작은 금속 방패로 화살을 막았다. 방패에 막힌 화살이 펑 소리를 내며 터졌다.

엘리자베스는 고운 이마를 흉하게 찌푸렸다. 상대는 화살을 시위에 견줄 때부터 방패를 매단 왼팔을 움직였다. 그리고 시종 엘리자베스나 화살에 눈길도 주지 않았다. 바다에 떠다니는 얼음산처럼 차가운 눈으로 아무도 없는 곳을 멍하니 바라봤다.


'절대감각?'

엘리자베스가 시각이나 청각 혹은 후각만으로 모든 상황을 파악하는 절대감각을 떠올리자 차가운 눈을 한 남자가 피식 웃었다.

자신을 비웃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빴지만, 엘리자베스는 목표를 바꿔 애꾸눈에게 화살을 날렸다. 그런데 눈이 차가운 남자가 또 미리 움직여 화살을 막았다.


바칸은 겁 없이 달려드는 늑대 가슴을 슬쩍 때렸다. 숨이 막힌 늑대는 눈알이 뱅글뱅글 돌아갔다. 본드가 기회를 안 놓치고 휜 칼로 늑대 멱을 땄다. 뜨거운 피가 뿜어져 나와 바닥에 쌓인 흰 눈을 녹였다.


두 번째 늑대는 귀를 때렸다. 본드는 비칠거리는 늑대 귀에 휜 칼을 박았다. 휜 칼은 대부분 베기 공격만 하지만, 고수들은 찌르기도 잘 펼친다. 칼이 눈썹달처럼 크게 휘어서 위협적이지 않은 곳을 찔러도 가끔 치명상을 입힌다.

본드의 찌르기 역시 귀로 들어가 뇌를 헤집었다.


엘리자베스는 바칸 일행이 쉽게 볼 상대가 아님을 알고 늑대들에게 포위만 해 두라고 지시했다. 늑대 무리는 처음처럼 마구 덤비지 않고 조심스럽게 기회를 엿보았다.


해적왕은 새 검이 손에 안 익었다. 빠른 몸놀림 덕분에 표범 떼의 공격은 잘 피했지만, 공격은 빗나갔다. 정확히 휘두르지 못하거나 속도가 좀 느려서 표범에게 작은 상처는 입혀도 치명상은 전혀 주지 못했다.


엘리자베스가 쏜 화살을 빠른 몸놀림으로 피해버린 해적왕은 검을 버리고 휜 칼을 뽑았다. 휜 칼을 든 해적왕은 조금 더 빠르게 움직이며 표범들 몸에 핏자국을 늘려갔다.


'만만한 놈 하나 없구나.'

엘리자베스는 화살 하나 손에 들고 누굴 쏠지 고민했다. 톰슨이나 본드는 이미 실패했고 해적왕 역시 빠르게 움직이며 조준할 틈조차 주지 않았다. 푸른 광택의 갑옷은 굳이 해보지 않아도 화살로 아무 피해를 못 줄 것 같았고 리차드 역시 엘리자베스의 화살로는 어림도 없다.


"본드. 엘리자베스가 원래 무모한 성격이야?"

"아니. 교활하기가 곰 같은 년이라고 소문이 자자해."

"그런데 왜 도망칠 궁리를 안 하지?"

지금 팽팽한 상태는 백이 넘은 기병이 도착하는 즉시 깨질 것이다. 철갑을 두른 말들은 이마에 뿔 하나씩 달아 유니콘이 생각나게 했다.


덩치는 맹수들보다 조금 작아도 달리는 속도가 어마어마하여 충돌했을 때 선뜻 어느 한쪽에 손들어주기 힘들다.


"드레이크!"

답을 먼저 찾아낸 건 리차드였다. 리차드의 목걸이가 부르르 떨리더니 검은 보석 하나가 깨졌다.


"영주성이 공격받았다는 뜻이야. 근데 영주성은 엄청 튼튼해서 드레이크가 아무리 용써도 쉽게 무너지지 않을 텐데?"

잘 지은 석조 건물은 충격을 사방으로 분산한다. 그래서 어설프게 만든 금속 구조물보다 잘 설계한 석조 건물이 훨씬 든든하다.

더구나 마음 놓고 때릴 수 있었던 금속 문과 달리 성벽은 지키는 병사가 활을 쏘고 돌을 던지고 기름을 부을 것이니 편하게 때릴 수 없다.


"곰이 있다면?"

"곰?"

"저 사자만큼 큰 곰이 있다면 어떨 거 같아?"


곰은 맹수 중에서도 힘이 세기로 유명하다. 만약 사자처럼 큰 곰이 타격이 아니라 힘으로 건물을 계속 흔든다면 무너뜨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떻게 해야 해?"

"리차드는 엘리자베스를 빨리 죽이고 싶을 거야. 오두막이 엘리자베스 손에 들어가면 어차피 왕 자리는 가망이 없으니까."

"그럼 이상한데. 엘리자베스가 오두막 얻으면 드레이크 역시 왕이 못 되잖아."

"어쩌면 드레이크는 왕이 될 생각이 없을지도 몰라. 황금 모으고 함대 만든 걸 보면 브릭섬을 떠날 생각일 수도 있어."


바칸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둘 다 해치운다."


작가의말

비행 몬스터 순위.


드레이크 > 와이번 떼 > 흰머리수리 > 와이번 > 그리핀 >>>>>>> 슴새.


트롤이 판 함정에 빠져서 허무하게 죽어서 그렇지 흰머리수리는 꽤 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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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라이언 하티드 +6 19.10.06 663 3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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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버서커 +12 19.09.29 698 47 12쪽
69 지상 최강 +7 19.09.29 719 44 12쪽
68 격변하는 정세 +8 19.09.28 784 43 12쪽
67 항구 면세점 +6 19.09.28 733 45 12쪽
66 보나르 대목장 +12 19.09.27 783 49 12쪽
65 내전 발발 +8 19.09.27 812 43 12쪽
64 이상한 영지 +11 19.09.26 811 50 12쪽
63 몬스터 소탕 +8 19.09.25 837 50 12쪽
62 아틀란티스 공국 +14 19.09.24 907 5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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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얽히고 설키고 +6 19.08.20 1,233 55 12쪽
24 담판을 짓다 +12 19.08.19 1,239 54 12쪽
23 각자의 꿍꿍이 +6 19.08.18 1,244 58 12쪽
22 복병이 나타나다 +4 19.08.17 1,264 60 12쪽
21 귀족가의 사정 19.08.17 1,327 55 12쪽
20 사람인가 19.08.16 1,320 60 12쪽
19 베르크의 자작 +8 19.08.15 1,328 59 12쪽
18 추격과 도주 +7 19.08.14 1,359 59 12쪽
17 사냥이 끝나면 +6 19.08.13 1,376 68 12쪽
16 마을 건설 +2 19.08.12 1,397 62 12쪽
15 기사의 출현 +6 19.08.11 1,425 65 12쪽
14 신의 은총 +2 19.08.10 1,473 61 12쪽
13 작전 성공 19.08.09 1,498 64 12쪽
12 분리 작전 +2 19.08.08 1,535 64 12쪽
11 톰슨과 미클 19.08.07 1,583 76 12쪽
10 용병 조합 +4 19.08.06 1,671 64 12쪽
9 떠버리 합류 +6 19.08.05 1,725 67 12쪽
8 검은 노예 +5 19.08.04 1,846 67 12쪽
7 길드와 거래 +9 19.08.03 1,832 81 12쪽
6 오크 타투 +4 19.08.02 1,916 70 12쪽
5 세븐 브레이크 +17 19.08.01 2,032 78 12쪽
4 오크 사냥 +8 19.07.31 2,201 80 12쪽
3 돈이 필요해 +8 19.07.30 2,515 75 12쪽
2 고블린 마을 +7 19.07.29 2,983 94 12쪽
1 운명 강탈 +32 19.07.28 4,875 1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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