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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쇠의 서재입니다.

운명의 협주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글쇠
작품등록일 :
2019.07.28 08:54
최근연재일 :
2019.10.18 18:00
연재수 :
1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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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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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버서커

DUMMY

오우거는 존이 휘두른 낭아봉을 무시했다. 길이가 2미터 넘은 양팔로 바칸 머리와 존 어깨를 각각 노렸다.

바칸은 위험을 무릅쓰고 앞으로 굴렀다. 공격도 피하고 타격 거리까지 접근할 수 있는, 성공만 하면 이득이 이만저만이 아닌 선택이었다.


운 좋게 성공한 바칸은 브레이크 메탈로 오우거 정강이를 두드린 후 상대 반응을 기다리지 않고 잽싸게 도망쳤다.


"존, 돌아가서 치료해."

오우거 발톱에 할퀸 존 어깨에서 피가 배어 나왔다.


"괜찮아. 안 아파."

존은 앞으로 한 발 크게 내디뎌 낭아봉을 낮게 휘둘렀다. 가랑이 사이로 빠져나간 바칸을 공격하려고 몸을 돌리던 오우거의 뒤꿈치를 정확히 타격했다.

오우거는 통증이 심한지 제자리에서 펄쩍 뛰었다. 그러나 여전히 존을 무시하고 바칸에게 향했다.


"톰슨, 무슨 상황이야?"

"새끼 잃었어. 대장을 범인이라고 생각하는 거 같아."


그러고 보니 처음부터 바칸만 공격하거나 바칸과 존을 동시에 공격했다. 존을 따로 공격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바칸은 빠르게 옆으로 달리며 투구를 벗었다. 흰머리수리도 갑옷과 투구 때문에 바칸을 보나비치로 오해한 적 있었다. 얼굴을 보여주면 오우거가 이성을 찾고 대화하지 않을까 기대하며 상대와 눈을 마주쳤다.


"대장."

존이 고함을 지르며 낭아봉을 마구 휘둘렀다. 얼굴을 보여줬는데도 오우거는 전혀 주저 없이 바칸을 전력으로 후려쳤다.

용케 막아냈지만, 손에 들었던 투구가 날아가고 양팔이 부러졌다.


'난 생각이 많아서 탈이야.'

찌그러져서 살을 아프게 찌르는 완갑을 벗어던졌다. 부러진 팔이 가려우면서도 뜨거운 느낌이 들며 천천히 회복했다.

'그냥 싸우자. 이기면 되는 거야.'


바칸의 검은 눈동자가 흐릿하게 변했다. 오우거와 존 그리고 주변 지형만 남기고 남은 시각 정보를 모두 지웠다.

귀로 들리는 여전히 세찬 강물 소리도 지웠다. 싸움에 별 영향을 못 주는 바람을 비롯해 쓸모없는 감각 정보를 지우며 오우거에게 집중했다.


검푸른 피부의 오우거가 기다란 팔을 휘둘러 바칸은 공격했다. 바칸은 상체를 조금씩 흔들며 뒷걸음질 쳤다. 오우거는 바칸이 어디로 피할지 몰라 전력으로 공격하지 못했다.

"존, 발목 하나만 때려. 너무 가까이 가진 말고."

바칸의 말이 바칸의 귀에 울렸다. 마치 꿈처럼, 바칸은 바칸이 말하고 바칸이 듣는 걸 지켜봤다.


존에게 발목을 공격받은 오우거가 잠깐 멈칫하는 사이 바칸은 전진했다. 오우거의 사정거리에 아슬아슬하게 닿을 정도까지 나간 바칸은 상체를 흔들며 오우거를 도발했다.

오우거는 고민도 없이 팔을 휘둘렀다. 지금까지 바칸은 정강이 한 대 때린 것뿐이고 존은 오우거를 여러 번 공격했다. 그런데도 오우거는 바칸만 노렸다.


바칸이 뒤로 물러나자 오우거가 허리를 숙였다. 상대가 거구이다 보니 공격 거리가 갑자기 늘어났다. 바칸은 피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몸을 날려 오우거의 손을 마중 나갔다.

오우거의 커다란 손바닥에 몸통을 얻어맞은 바칸이 허공을 날았다.


"존, 물러나."

존은 바칸 말을 무시한 채 낭아봉을 짧게 잡고 오우거 발목을 연신 두드렸다. 오우거는 팔로 땅을 짚은 후 빠르게 몸을 돌려 존을 공격했다.

존은 낭아봉을 들어 오우거의 공격을 막았다. 낭아봉이 휘었고 존 역시 바칸과 마찬가지로 멀리 날아갔다.


바칸은 감각을 확장했다. 성루에서 미클과 톰슨이 뛰어내리는 걸 확인한 후 다시 감각을 오우거에게로 좁혔다.

오우거는 네발로 뛰다가 몸을 허공에 날렸다. 높이 든 양팔은 투석기가 날린 바위처럼 느껴졌다. 갑옷이고 뭐고 저 팔에 맞으면 다 박살 날 것 같았다.


바칸은 양 팔꿈치로 바닥을 찍었다. 보나비치를 해치울 때 써먹었던 방식인데, 그때보다 훨씬 자연스러웠다.

오우거는 누운 자세에서 갑자기 허공으로 튀어 오르는 바칸의 대처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보나비치와 마찬가지로 상상을 벗어난 행동을 보고 잠깐 사고를 멈췄다.


채 아물지 않은 팔로 바닥을 치느라 강한 통증이 몰려왔다. 힘이 풀린 다리는 물론이고 허리와 목도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바칸은 몸이 전하는 통증 정보를 무시했다. 깍지를 끼고 오우거의 어깨에 있는 흉터를 강하게 때렸다.


'이대로 죽는 건가?'


힘이 진했고 마나도 다 썼고 감각마저 사라졌다. 바칸은 통증으로 흰자를 뒤집는 오우거의 얼굴을 바라봤다.

오우거의 회색 눈동자가 여럿이 되었다. 바칸의 시야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라, 실제로 오우거 눈알이 여럿으로 나뉘었다.


몸이 바닥에 떨어졌지만, 쿵 소리도 못 듣고 바닥과 충돌한 느낌도 없었다. 바칸은 눈만 멀쩡했다.


'톰슨?'

12.8센티의 금속 화살이 천천히 날아갔다. 화살 꼬리 쪽이 바르르 떨리는 게 보였다. 그러나 촉은 흔들림 없이 곧게 나갔다.

'역시 드워프 솜씨야.'

꼬리를 요란하게 떨며 날아간 화살은 오우거 눈에 박혔다. 여러 개로 갈라진 회색 눈동자 중 하나가 화살에 박살 났다.


갑자기 세상이 빨라졌다. 하늘이 보였다. 기름에 넣고 튀기는 듯한 몸과 나무망치로 연신 두드리는 것 같은 머리가 느껴졌다.

울퉁불퉁한 바닥이 바칸의 몸을 아프게 때렸다. 오우거의 화가 잔뜩 섞인 비명이 귀청을 쨌다.


"대장, 죽지 마."

톰슨이 바칸을 질질 끌고 달렸다. 급한 나머지 둘러업을 생각도 못 한 것 같았다. 아픔을 꾹 참고 고개를 왼쪽으로 살짝 돌려보니 미클의 치료를 받은 존이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오우거는?'


바칸을 질질 끌고 성루까지 달려간 톰슨은 사다리를 세우려 애썼다. 그러나 힘이 풀렸는지 사다리를 일으키지 못했다.

그때 존과 미클이 합류했다. 셋이 힘을 합쳐서 겨우 사다리를 세웠다. 톰슨이 바칸을 업고 사다리로 올랐다. 존은 사다리를 잡고 미클은 톰슨 뒤에 바싹 붙어 바칸 등을 손으로 눌렀다.


"존, 어, 어서···"

회색 눈동자가 수십 개 된 오우거는 눈에 박힌 화살을 뽑아 던졌다. 검푸르던 피부도 어느새 회색 바위와 비슷한 색으로 바뀌었다.

오우거는 통증으로 감았던 눈을 뜨고 수십 개 눈알을 요란하게 굴렸다. 통증이 금세 사라졌는지 곧바로 어깨를 세워 성루로 달렸다. 두 발로 달리는 데도 아까 네발일 때보다 훨씬 빨랐다.


"내가 막는다."

존은 7미터나 되는 나무 사다리 한끝을 잡았다. 미클이 새된 비명을 질렀다. 톰슨은 속으로 자책했다. 존 마음을 읽었지만, 그걸 말리고 더 나은 대책을 알려줄 능력이 없었다.


"날 치료해."

미클이 허둥거리며 바칸 얼굴에 엑타르를 발랐다. 바칸은 빠르게 접근하는 오우거와 나무 사다리를 들고 기다리는 존을 보며 이 상황을 깰만한 대책을 고민했다.


그러나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사정거리에 들어선 오우거를 향해 존이 사다리를 휘둘렀다. 오우거 몸을 때린 나무 사다리가 처참하게 부서졌다.

곧이어 쿵 소리와 함께 성루가 흔들렸다. 성루는 높이가 5미터밖에 안 되었다. 다행히 드워프가 만든 거여서 6미터짜리 거구가 전력으로 부딪혀와도 멀쩡하게 버텨냈다.


바칸 일행은 충격에 성루 안으로 추락했다.


"존!"

"안 죽었어."

오우거와 부딪힌 충격으로 피를 연신 게워냈지만, 목숨은 보전했다.


예상과 달리 성루가 무너지지 않자 오우거는 팔을 안으로 넣고 벽을 넘으려 했다. 키가 6미터 넘은 오우거에게 5미터 높이의 벽은 큰 장애가 아니었다. 존은 감각이 사라지는 몸을 억지로 움직여 오우거를 향해 달렸다. 채 올리지 못한 남은 다리를 양팔로 꽉 잡은 다음 힘껏 당겼다.


오우거를 이길 정도의 힘은 아니지만, 성루의 벽을 못 넘도록 방해하는 건 어렵게나마 해냈다. 오우거는 오기가 치밀었는지 양팔과 벽에 걸친 다리 하나로 버티며 존이 잡은 다리를 마구 흔들었다.

존은 얼굴이 시뻘게서 오우거 발목을 감은 팔에 힘줬다.


"공격하지 마. 오우거 공격하지 마."

바칸의 외침에 톰슨은 석궁 장전을 멈췄다.

"이대로가 좋아. 괜히 떨어져 나가면 존이 위험해."

오우거가 오기로 버티는 지금이 나았다. 벽을 넘는 걸 포기하면 존은 도망칠 길도 없다.


바칸은 조급한 마음을 억지로 누르며 대책을 찾으려 애썼다.


상처는 거의 나았으나 마나가 돌아오지 않았다.

'소모한 게 아니야. 마나가 굳었어.'

피와 별도로 몸을 순환하던 마나가 굳어버렸다. 바칸이 아무리 애써도 움직이지 않았다. 마나를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할 때도 브레이크 소울을 펼친 적 있다. 그러나 그때는 마나가 굳지 않아서 운 좋게 움직여줬다. 지금은 마나가 완전히 굳어버려서 운으로 펼쳐낼 가능성마저 사라졌다.


"이놈은 왜 우릴 노릴까?"

바칸을 치료하느라 탈진한 마클이 퀭한 눈으로 오우거를 바라보며 말했다.

"모, 모르겠어."

톰슨은 오우거의 광포한 기세에 눌려 말도 제대로 못 했다. 오우거의 뇌와 심장 그리고 몸 전체에서 발산하는 살의가 톰슨을 강하게 짓눌렀다.


"함정이야. 누군가 저 오우거에게 나를 원수로 각인시켰어. 치밀하게 버서커에 가까운 상태로 만들어서 보냈고."

"누가 저 괴물을 다룬다는 말이야?"

"주술사 혹은 비슷한 존재가 오우거를 속인 거야."


"톰슨, 저 오우거에게 대장 아니라고 얘기해 줘."

미클의 말에 톰슨이 정신을 모았다.


"늦었어. 저놈은 버서커 상태야. 정신 독립체가 되어서 외부 영향을 안 받아."

정신 독립체가 되면 외부 영향력을 최소한도로 받고 외부에 행사하는 영향력은 최대한도가 된다.

쉽게 말하면 어떠한 공격이든 쉽게 막아내고 본인 공격은 평소 몇 배 위력을 보인다.


"내 탓이야. 내가 쓰러지지만 않았어도."

톰슨이 자책했다. 아예 희망을 버려서인지 말을 더듬지 않았다.

"네 탓이 아니야. 말이 통하는 종족이라고 쉽게 생각한 내 잘못이 커."


바칸의 말에 미클은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대장. 이상한 생각 하는 건 아니지?"

"나랑 존이 맹수와 싸운다. 미클이 가죽을 벗긴다. 톰슨은 음."

톰슨은 숨어있는 역할이었다. 맹수랑 싸우러 가기 전에 말리는 역할도 있었는데, 한 번도 성공한 적 없었다.


그때, 오우거가 존을 뿌리치고 벽을 넘었다. 바칸은 미클과 톰슨이 반응할 새도 없이 성루 밖으로 뛰어나갔다.

어렵게 들어왔던 오우거는 곧바로 바칸을 따라 성루 밖으로 나갔다.

톰슨이 빠르게 장전하고 쏴낸 화살이 목덜미에 꽂혔지만, 고작 13센티도 안 되는 화살은 오우거에게 가렵지도 않았다.


"괴물을 물리쳐라!"

6백 명 정도로 보이는 병사가 나타났다. 말들이 마차를 끌지 않아 달려오느라 땀범벅이었지만, 바칸이 위험한 듯 보이자 오우거를 향해 겁 없이 덤벼들었다.


"후앙!"

미클은 눈과 귀와 코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톰슨은 오줌을 지린 채 기절했다. 용감하게 오우거를 향해 달리던 병사들 역시 쓰러졌다. 선두에 섰던 자들은 미클과 마찬가지로 피를 쏟았다.


미클은 억지로 몸을 일으켜 계단을 기면서 바칸과 존이 제발 무사하기를 수많은 신에게 기도했다.

간신히 벽에 오르니 바닥에 주저앉아 돌멩이로 자기 다리를 두드리는 바칸이 보였다. 다리가 풀려 못 일어서는 것 같았다.


'존?'

트롤의 재생 문신을 얻은 후 미클은 육체 통제 능력이 아주 뛰어나게 변했다. 청각이나 후각도 예민해졌고 시력이 유독 좋아졌다.

그래서인지 먼 거리에서도 존 눈에 굴러다니는 수십 개 갈색 눈동자를 볼 수 있었다.


작가의말

존도 드디어 스킬을 각성했습니다. 이젠 게이트로 들어가서 던전을 공략할 때가 되었군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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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황금섬 +4 19.10.01 697 35 12쪽
72 해적왕 +8 19.09.30 712 42 12쪽
71 검붉은 집행관 +8 19.09.30 671 36 12쪽
» 버서커 +12 19.09.29 697 47 12쪽
69 지상 최강 +7 19.09.29 719 44 12쪽
68 격변하는 정세 +8 19.09.28 784 43 12쪽
67 항구 면세점 +6 19.09.28 732 45 12쪽
66 보나르 대목장 +12 19.09.27 783 49 12쪽
65 내전 발발 +8 19.09.27 812 4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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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각자의 꿍꿍이 +6 19.08.18 1,243 58 12쪽
22 복병이 나타나다 +4 19.08.17 1,264 60 12쪽
21 귀족가의 사정 19.08.17 1,327 55 12쪽
20 사람인가 19.08.16 1,320 60 12쪽
19 베르크의 자작 +8 19.08.15 1,328 59 12쪽
18 추격과 도주 +7 19.08.14 1,359 59 12쪽
17 사냥이 끝나면 +6 19.08.13 1,375 68 12쪽
16 마을 건설 +2 19.08.12 1,397 62 12쪽
15 기사의 출현 +6 19.08.11 1,425 65 12쪽
14 신의 은총 +2 19.08.10 1,473 61 12쪽
13 작전 성공 19.08.09 1,498 64 12쪽
12 분리 작전 +2 19.08.08 1,534 6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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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떠버리 합류 +6 19.08.05 1,725 67 12쪽
8 검은 노예 +5 19.08.04 1,846 67 12쪽
7 길드와 거래 +9 19.08.03 1,831 81 12쪽
6 오크 타투 +4 19.08.02 1,916 70 12쪽
5 세븐 브레이크 +17 19.08.01 2,032 78 12쪽
4 오크 사냥 +8 19.07.31 2,201 80 12쪽
3 돈이 필요해 +8 19.07.30 2,515 75 12쪽
2 고블린 마을 +7 19.07.29 2,983 94 12쪽
1 운명 강탈 +32 19.07.28 4,875 1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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