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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쇠의 서재입니다.

운명의 협주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글쇠
작품등록일 :
2019.07.28 08:54
최근연재일 :
2019.10.18 18: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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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0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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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분리 작전

DUMMY

"그냥 죽여!"

바칸의 외침과 함께 존이 폭주했다. 오크 한 마리를 번쩍 들어 바닥에 머리부터 꽂아버렸다. 목이 부러진 오크는 즉사했다.

혹시나 하여 발로 오크 목을 콱 밟은 존은 훌쩍 뛰어 어느 애송이 용병 몸 위에 올라탄 오크 머리를 걷어찼다. 오크의 날카로운 손톱에 목숨을 잃을뻔한 애송이는 안도함과 동시에 눈물과 콧물을 한가득 쏟아냈다.


바칸은 빨간 머리와 힘겨루기하는 오크 어깨에 올라탔다. 다리 사이에 오크 머리를 낀 다음 상체를 비틀었다. 바칸의 몸과 함께 오크 머리도 돌아갔다.

"몇 번 더 찔러."

오크 가슴을 벌집 만들고 몸을 일으키는 용병에게 조언도 건넸다. 용병이 바칸의 조언에 따라 다시 오크 가슴에 칼을 꽂아 넣을 때, 바칸의 몸은 허공을 날고 있었다.


4미터나 되는 거리를 점프한 바칸은 팔꿈치로 오크 인중을 때렸다. 브레이크 센스에 속하는 기술로 머리를 띵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었다.

오크가 휘두른 무기도 바칸의 방해로 쓰러진 용병이 아닌 맨땅을 때렸다.


바칸은 착지하자마자 오크 가랑이 사이를 힘껏 걷어찼다. 말 못할 고통으로 몸을 쪼그리는 오크 등을 깍지 낀 손으로 내려쳤다.

그냥 힘으로 내려친 게 아니라 기술을 섞었다. 척추 몇 마디 부서진 오크는 행동능력을 상실하고 바닥에 엎어졌다.


"숙여!"

검은 머리 용병의 외침에 대부분 용병이 목을 움츠렸다. 화살 하나가 빨간 머리 용병의 머리를 2센티 정도 간격으로 스쳐 지나갔다. 빨간 머리 용병을 덮치던 오크가 눈알에 화살을 맞고 새된 비명을 질렀다.


'버서커다.'

검은 머리는 살피기 좋은 위치를 잡기도 했고 원래부터 시야가 넓은 편이었다. 한 손에 오크 한 마리씩 잡고 둘의 머리를 충돌시키는 존의 모습에 크게 감탄했다.

연속 세 번 부딪힌 머리 중 하나가 깨졌고, 남은 하나는 곧바로 존의 주먹에 맞아 더 처참하게 터졌다.


'저자는 지치지도 않는가?'

존이나 바칸이라는 자도 오크 한두 마리 죽이면 잠시 숨을 골랐다. 그런데 톰슨이라는 자는 딱히 오크를 죽이진 못해도 여기저기 쉬지도 않고 뛰어다니며 많은 사람을 위험에서 구해냈다.


'타고난 전사다.'

스물이 넘은 용병과 서른에 가까운 오크가 목숨을 걸고 난잡하게 섞여 싸우는 중에도 톰슨의 눈은 냉정을 유지했다. 검은 머리 용병은 이들이 대형 용병단에서 전략적으로 키우는 정예가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제길, 한 마리 놓쳤다."

존이 던진 철퇴도, 검은 머리가 쏜 화살도 오크를 쓰러뜨리지 못했다.

"피가 묻어 미끄러지는 바람에."

존이 피와 뇌수 범벅인 손을 번쩍 들며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 그러나 누구도 존을 비난하지 않았다. 존 덕분에 목숨을 건진 사람만 열은 되었다.


"오늘은 사냥 접자."

문신 몇 개를 뜯어내고 황급히 움직였다. 존과 바칸의 활약 그리고 톰슨의 적절한 움직임 덕분에 목숨 잃은 자는 없지만, 다리가 부러진 자가 세 명이나 있고 팔이 오크에게 물린 자도 다섯이나 되었다.


###


검은 머리와 빨간 머리는 깊은 밤 몰래 만났다. 물론, 그간 상대가 보여준 멋진 모습에 반해 연모의 정이 생긴 건 절대 아니었다.


"무슨 수작일까?"

내일이면 상인이 오기로 한 날이다. 그간 싸우고 또 싸우느라 걱정할 시간도 부족했는데 끝이 보이니 마음이 좀 복잡했다.

"모르겠어. 오크가 많이 몰려올지도 모르니까 거기에 대비한 게 아닐까? 오늘처럼 말이지."

열흘 동안 거의 모든 일은 바칸 일행이 했다. 바칸과 존 그리고 톰슨 셋이 대부분 오크를 잡았다. 위치를 선택한 것도 바칸이 다 했고 도축하고 지방 빼는 일은 미클이라는 마스터가 했다.


"일단 지금까지 거짓말은 없었어."

바칸 일행은 전투력이 뛰어났고 도축하는 자도 마스터가 틀림없었다. 오크를 유혹하는 음식도 효과가 무척 좋았다.


"내일 상인이 오면 거짓말 하나도 없다는 건데. 근데 왜 굳이 우리랑 연합했을까?"

빨간 머리는 왕국 서부 출신이다. 순박한 나머지 멍청한 동부 출신들보다 영리하고 의심이 많았다.

"우리가 연합하자고 찾아온 거잖아."

검은 머리의 말에 빨간 머리는 고개를 저었다.

"그랬지. 그런데 우리가 연합하자고 했을 때 크게 반대하지 않았어. 특히 분배 문제는 미리 생각해 둔 것처럼 느껴졌어."


검은 머리가 무릎을 탁 쳤다.

"그러고 보니 그러네? 분배 비율도 그렇고 그 이유도 미리 준비한 게 틀림없어. 그런데 무슨 꿍꿍일까?"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용하고 죽이려 했다기엔 지금까지 우리가 한 게 너무 없어."


두 무리의 도움이 없었다면 얻은 문신이 1할 정도는 줄었을 것이다. 도망가는 오크를 죽일 때 가끔 문신이 망가지기도 한다. 그리고 오늘 낮과 같은 상황이라면 바칸 일행이 위험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모든 걸 고려해도 두 무리에 4할 나눠주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


"이렇게 하자. 내일 특별히 조심하는 거야. 그리고 무슨 변고가 일어나면 우리 무조건 연합이다."

빨간 머리의 제안에 검은 머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간 지내며 바칸 일행에게 호감이 생겼지만, 지금 벌어지는 일이 너무 이상하여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날이 밝자마자 두 리더는 의심이고 뭐고 다 멀리 팽개쳤다. 어떻게 알고 찾아왔는지 오크들이 일행이 있는 언덕을 포위했다.


"숫자 얼마야?"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활을 주 무기로 사용하는 검은 머리가 손가락 꼽으며 숫자를 셌다.

"백 마리 넘어."

백 마리까지 센 검은 머리는 더 세는 걸 포기했다. 백을 넘으면 숫자 세는 게 너무 힘들다. 그리고 백이나 백하나나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했다.


"120마리 정도야."

"너희 대장은?"

"밤에 오크들이 포위하는 걸 발견하고 원군 부르러 갔어."

톰슨의 말에 빨간 머리가 검을 뽑았다.


"왜 우리한테 알려주지 않은 거야?"

"알려주려고 찾아갔는데 둘 다 없었다던데? 오크가 오는 걸 알아채고 둘만 도망친 줄 알고 지원군 부르러 갔어. 상인이 오전에 오기로 했잖아. 용병 서른 정도 데리고 온다고 했으니 우린 막기만 하면 돼."


밤에 몰래 만났던 빨간 머리와 검은 머리는 속이 뜨끔했다. 여긴 증거를 제출하고 증인을 출석시켜야 하는 교단 법정이 아니다. 상대는 의심만으로도 둘을 서슴없이 죽일 수 있다.

'저 헤드 브레이커의 철퇴가 내 머리를 박살 내겠지.'

찔리는 게 있는 둘은 황급히 입을 다물고 항의를 멈췄다.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닌 데도 캐물을 수 없었다.


"어떻게 하면 돼?"

"그간 모은 무기를 줄게. 자루 쪽은 적당히 깎아뒀으니 불편하지 않을 거야."

오크 무기는 조잡하기 그지없고 휘두르기엔 너무 굵고 무거웠다. 그걸 미클이 비수로 조금씩 깎아 힘만 세면 다룰 수 있게 바꿨다.


미리 안 것처럼 준비가 너무 착실하단 의심이 생겼지만, 120마리에 달하는 오크의 위협은 의심의 싹이 움트기 전에 싹둑 잘라버렸다. 머리가 복잡하면 손발이 어지러워진다. 일단은 살아남을 궁리만 해야 한다.


"무리하지 마. 원군이 와서 우릴 구할 때까지 버티면 돼. 오크가 활 쏠 줄은 모르지만, 가끔 돌멩이 잘 던지는 놈이 있으니까 경각심을 늦추지 말고."


다행히 일행이 캠프로 삼은 언덕은 방어에 무척이나 유리한 지형을 갖췄다.


###


"서둘러."

바칸의 주먹이 오크 턱을 스쳤다. '브레이크 센스'에 당한 오크는 눈앞이 캄캄해지며 그대로 기절했다.


"이 악마의 종자야."

새끼 오크 머리를 부순 철퇴는 겔트 왕국 것보다 길이가 길었다. 철이 상대적으로 흔한 제국에서 만든 무기가 틀림없었다. 제국의 내전 때문에 가족을 데리고 주변 왕국으로 피난한 자들이 적지 않다.

일부는 도적이나 용병으로 윤락했지만, 대부분은 호위와 같은 조금이라도 정당한 직업에 종사했다.

그리고 겔트 왕국 사람이라면 몬스터를 악마의 종자라고 욕하지 않는다. 가장 좋은 땅을 차지한 덕분에 몬스터와 가장 치열하게 싸운 제국에서만 그런 식으로 교육한다.


바칸과 서른 명 용병은 오크 부락을 폭풍처럼 휩쓸었다. 늙고 어린 수컷은 낙엽처럼 폭풍에 휘말렸고, 건장한 암컷들만 무기를 들고 저항했다.

대규모 출정에서 배제된 수컷은 전투력이 아예 없다고 여기면 된다. 그리고 발톱이 수컷보다 뭉툭한 암컷은 무기를 들지 않으면 별로 위협적이지 않다.

고로, 바칸과 용병들은 무기를 든 오크만 조심하면 되었다.


휙 소리와 함께 바칸의 왼손에서 짱돌이 날아갔다. 재수 없게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용병 뒤통수를 노리던 암컷 오크의 관자놀이를 짱돌이 방문했다.

방문 시간은 무척이나 짧았지만, 방문 목적은 착실하게 완수했다. 짱돌에 실린 힘이 오크의 머리에 충실히 전달되었다.


자기 몸 위에 쓰러진 암컷을 밀치고 일어난 용병은 칼을 꼭 잡고 주변부터 살폈다. 안전하다는 확신이 들자 품에서 돈주머니 세 개를 꺼내 무게를 가늠했다. 그러고는 가장 무거운 돈주머니를 바칸에게 던졌다.

바칸은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돈주머니를 받아 품에 넣었다. 일곱 번째 돈주머니가 먼저 바칸의 품을 차지한 돈주머니들하고 부딪히며 자리싸움을 했다.


바칸과 용병들 뒤에는 날이 넓은 도끼와 두꺼운 칼을 든 자들이 뒤따랐다. 이들은 문신이 있는 부위만 잘라냈다.

그 뒤는 상인과 노예들이 따라오면서 수레에 문신이 있는 부위를 차곡차곡 실었다.


"자, 빨리 기름 뿌리고 불을 붙여."

부락에 남겨진 80마리 정도의 오크를 전부 죽였다.


###


존은 손에 든 물건을 힘껏 던졌다. 다소 긴 비행을 한 머리통 크기의 물건은 퍽 소리를 내며 바닥과 부딪혔다.

음식을 감쌌던 나뭇잎이 터지면서 향이 마음껏 발산됐다. 오크들이 우르르 몰려가 허겁지겁 음식을 입에 넣었다.

어렵게 언덕을 올라와 용병들과 무기를 섞던 오크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심지어 이들을 지휘해야 할 족장과 주술사마저 음식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했다.


덕분에 지금까지 오크 손에 죽은 사람은 없었다.


"됐다."

멀리 살피던 톰슨이 소리 질렀다. 대낮이어서 불빛은 좀 덜 선명하지만, 검은 연기는 잘 보였다.

오크들도 늦지 않게 불길을 발견했다. 일반 오크들은 모르지만, 족장과 주술사는 불이 난 곳이 자기들 부락임을 알아차렸다.


"크롹. 케루루. 코코로."

아프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목을 강하게 긁어 세 단어 연거푸 외친 족장이 가장 먼저 몸을 돌려 뛰었다. 그리고 문신 하나 없는 오크 주술사가 뒤를 따랐다. 남은 오크들도 명령에 따라 몸을 돌렸다.


"음식을 던져라."

톰슨의 명령에 스물에 가까운 사람이 나뭇잎으로 잘 감싼 음식 덩이를 던졌다. 멀리 던진 사람도 있고 가까이 던진 사람도 있어 음식이 사방으로 널렸다. 한곳에 모이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풍기는 향은 무척이나 강렬했다.


"오크를 해치우자."

조금 전까지 두려움에 떨던 새내기들이 사기가 충천하여 아래로 달려갔다. 무기를 든 베테랑들은 좌충우돌하는 새내기들과 달리 목표를 정하고 하나하나 확실히 해치웠다.


오크들은 음식 향에 홀려 제정신이 아니었다. 오직 족장과 주술사만 유혹을 이겨내고 부락으로 달렸다.

부락에서 가장 강한 전사인 족장은 차츰 주술사와 거리가 벌어졌다. 주술사는 여전히 음식에 홀려 족장의 명령을 무시하는 일반 오크들을 돌아보며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혔다.


작가의말

원래 이번 글 소제목을 조호이산 위위구조로 하려다가 바꿨습니다. 가끔 서술에서 사자성어 쓰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소제목에 사자성어 넣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표현의 제한이 없도록 다음 글은 만유기처럼 근본 없는 소재로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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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지상 최강 +7 19.09.29 719 44 12쪽
68 격변하는 정세 +8 19.09.28 784 43 12쪽
67 항구 면세점 +6 19.09.28 732 45 12쪽
66 보나르 대목장 +12 19.09.27 783 4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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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베르크의 자작 +8 19.08.15 1,328 59 12쪽
18 추격과 도주 +7 19.08.14 1,359 5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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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마을 건설 +2 19.08.12 1,397 62 12쪽
15 기사의 출현 +6 19.08.11 1,425 65 12쪽
14 신의 은총 +2 19.08.10 1,473 6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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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길드와 거래 +9 19.08.03 1,831 81 12쪽
6 오크 타투 +4 19.08.02 1,916 70 12쪽
5 세븐 브레이크 +17 19.08.01 2,032 78 12쪽
4 오크 사냥 +8 19.07.31 2,201 80 12쪽
3 돈이 필요해 +8 19.07.30 2,515 75 12쪽
2 고블린 마을 +7 19.07.29 2,983 94 12쪽
1 운명 강탈 +32 19.07.28 4,875 1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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