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아이슬란드.
D는 감각을 넓게 펼쳐 어디에 마나가 충만한 먹이가 생기는지 탐지했다. 이미 해골용의 영지가 되어버린 지역에 직접 침입하려면 DPP가 소모된다. 그리고 심장 조각을 회수하지 못해도 상관이 없다. 마나만 충분하면 심장을 완전하게 회복시킬 수 있는데, 시간이 좀 오래 걸릴 뿐이다.
대부분 초월자는 복잡한 계책을 꾸미지 않는다. 그저 상황이 변할 때마다 그에 합당한 조치를 할 뿐이다. 수많은 초월자의 집합체인 D는 이러한 성향이 훨씬 두드러졌다. 심장을 전부 회복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상황이 되자 태세를 바꿨다. 이미 심장 조각을 회수하라고 명령을 내리고 보낸 두 무리는 어쩔 수 없지만, 다음 부하들부터는 괴물이 많은 지역에 가서 밀도를 낮추라고 할 생각이다.
인간의 시간으로 몇 년 전에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DPP가 모였을 때, D는 격을 높이는 것과 구멍을 다시 여는 데 투자하여 더 많은 DPP를 얻어내는 둘 중에서 후자를 택했다. 분노와 짜증 등 부정적인 감정들만 남아서 인내를 갖추고 느긋하게 기다리기 힘들었다. 시간의 흐름에 무감각한 초월자지만, 지금 지구를 뒤덮은 저급 생명체가 멸망한 후 이런 기회가 또 온다는 보장이 없다.
그런데 구멍이 뚫린 후, 예전과 다르게 다른 세상의 존재들이 건너오지 않았다. 오히려 마나가 이쪽 세상으로 향하는 것을 억지로 막았다. 사태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맥을 통해서 인류의 힘을 더 키우려 노력했다.
선택한 저급 생명체는 D의 의지를 무시했다. DPP가 넉넉하다면 저급 생명체의 운명에 간섭하여 D의 뜻에 따르게 했을 것이다. 그러나 적은 양의 DPP만 남았기에 그저 간섭은 할 수 있지만, D가 원하는 방향으로 운명을 바꾸는 건 불가능하다. D는 무시당했다고 생각하지만, 맥으로서는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것뿐이다.
다른 세상의 초월자들이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아 계획이 비틀어졌는데, 한국이라는 곳에서 이상한 미꾸라지 하나가 나타나 연못이 아닌 바닷물까지 다 흐려버렸다. 그래서 지금 이 지경에 이른 것이다.
마나가 충분하다면 이미 보낸 천만에 가까운 두 무리를 다시 불러들이겠으나, 세상의 마나 밀도가 아직 너무 낮아 D의 의지를 먼 거리까지 전달하는 데 많은 마나가 소모된다. 그리고 천만이나 되는 부하에게 주입한 의지를 다른 것으로 바꾸는 것 역시 많은 마나를 소모한다. 이래저래 가늠해보면, 그저 버리는 셈 치는 게 낫다.
'팰러딘, 우연일까 필연일까?'
D의 가장 큰 고민은, 자신이 격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양의 DPP를 소모하여 억지로 구멍을 뚫은 부작용으로, 신기의 운명이 자신에게 적대적으로 바뀐 게 아닌지다. 만약 그렇다면 D와 신기의 운명 관계가 약해지기 전까지는 신기를 직접 제거할 수 없다.
'멍청한 맥과 더 멍청한 에릭.'
처음에는 신기를 죽일 생각이 없었지만, 중간에 생각을 바꿔 신기를 죽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둘 다 D의 의지를 전달받지 못했다. 그리고 둘의 생각과 달리, 맥이 에릭보다 D의 의도를 더 정확하게 알아챘다. 물론 그런 맥도 전혀 D의 성에 차지 않지만.
D의 계획은 간단했다. 구멍을 뚫어 다른 세상의 존재를 불러서 인류의 멸망을 부추긴다. 헌터 시스템을 만든 이유는, 일방적으로 D가 불러온 괴물들이 인류를 학살하면 DPP의 생성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사태의 원인이 되는 D에게 많은 DPP가 모이지 않는다.
'공평'하게 인류에게도 힘을 주면 더 많은 DPP가 생성된다. D는 예전에 구멍을 처음 열었을 때를 기준으로 인류에게 힘을 부여했다. 십여 년을 버티다가 결국 한 곳에서 파탄이 일어 인류의 운명이 멸망으로 변하면, 그때부터 더 강한 힘을 인류에게 줄 생각이다.
물론 그 반대급부로 D는 부하들을 만들어 인류를 적대하게 할 생각이었다. 힘을 주는 만큼 더 어려운 환경으로 만들어 보다 많은 DPP를 얻어낼 생각이다. 첫 단계의 DPP만 해도 투자를 훨씬 초과하기에, 두 번째 단계에서 인류가 불리하면 인류의 편에 서서 침입자들에 대항할 생각도 있다.
그런데 신기의 분탕질에 괴물의 침입이 가속되었고, 여덟 종족의 초월자가 힘을 합치면 D까지 위험한 상황이 되었다. 서로 사이가 좋지 않은 자들이 손잡을 가능성이 작지만, 만약에라도 연합하면 D를 억지로 지구에 끄집어내서 소멸시킬 수 있다.
그래서 D는 현신하기로 했다. 그러나 D는 현신한 순간 세상의 흐름에 벗어나지 못한다. 즉 2단계는 물 건너갔다. 2단계에서 인류가 생존할 수 있는 운명이 되려면, D까지 죽여야 한다. D는 최대한 1단계를 성공시킨 다음, 인류와 괴물을 한꺼번에 소멸할 생각이다. 최악의 상황은 1단계조차 실패하고 DPP만 날린 채 인류와 괴물을 전부 소멸하는 것이다.
물론, D가 죽는다는 결말도 있다. D는 전혀 그런 결말을 상상하고 있지 않지만.
아프리카에서 엘프를 먹고 엘프를 낳는 '걷는 나무집'이 나타난 것을 감지한 D는 곧바로 이동했다. 하늘을 나는 건 마나의 소모가 커서 바다로 헤엄쳤다. D는 평소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고 만져지지도 않는다. 다만 삼두사와 같이 이 세상에 미리 흔적을 남겨 배척을 덜 받는 괴물을 처리하려면 사람들의 눈에 보일 정도로 존재감을 드러내야 한다.
### DUAL SYSTEM ###
후지산.
세상에 마나가 적어 해골용은 단순한 사고만 할 수 있게 제한되었다. 마치 물을 떠난 물고기가 다시 물로 돌아갈 생각밖에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물론, 해골용을 물고기에 비유하는 건 적절하지 못한 경솔한 언사다. 격이 낮고 세상에 붙들려 있지만, 어쨌든 해골용은 초월자다.
마나를 빨리 회복한다는 목표를 제일 명제로 삼고 있는 해골용은, 효천을 처리하기 너무 어려워 보이자 다시 공룡을 목표로 바꾸었다. 몸이 점점 작아지는 효천을 산 채로 잡아 삼키기가 너무 힘들다. 마나가 적으면 죽이고 흡수하는 것도 괜찮은데, 효천이 품은 마나가 하도 거대하여 죽이면 대부분 마나는 세상으로 흩어진다.
효천 뿐이면 아주 어려울 것도 없지만, 특별팀에서 효천을 도울 사람이 적지 않다. 박철은 이미 기력을 소진하고 정신적으로 탈진했고, 박영광은 박철과 같은 과여서 아직 아껴두고 있다. 박철이 회복하면 다음에는 박영광이 나서기로 이미 계획이 잡혀있다.
최영웅과 아즈미는 해골용의 공격을 대신 막아주는 것으로 효천을 보호했고, 스킬 레벨과 각성자 등급이 최영웅에 비교해 부족한 가가와는 공격하는 해골용의 발톱을 공격하는 것으로 효천을 도왔다. 해골용이 효천을 죽일 목적이라면 가가와의 도움은 전혀 쓸모가 없었을 테지만, 해골용이 효천을 살린 채 삼킬 생각이기에 실수로 효천이 죽을까 봐 공격을 쉽게 거뒀다.
해골용이 느긋할 수 있는 건, 효천이 심장 조각을 소화해도 해골용에게는 큰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D의 심장 조각이 품은 마나가 해골용에게 적대적이기에, 직접 심장 조각을 삼켜도 소화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효천이 심장 조각을 다 소화하기도 힘들고, 소화해봤자 시간이 조금 더 길어질 뿐이다.
"해골용과 조금씩 멀어지며 공룡들을 잡는다."
신기의 지시에 모두가 따랐다. D의 부하들은 다른 괴물보다 '경험치'를 훨씬 많이 줬다. 잠깐 사이에 레벨이 오른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팰러딘, 당신은 F급으로 시작했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레벨을 그렇게 빠르게 올릴 수 있었습니까?"
에릭의 질문에 신기가 잠깐 고민하다가 정보를 조금 풀기로 했다. 제이크는 경영자 스타일이어서 그 원인을 따지기보다는 어떻게 써먹을지에 더 집중한다. 에릭과 같은 연구자 유형은 정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가공하는지 궁금했다.
"각성자 등급은 사실 호환성 등급입니다. 호환성이 확실히 한 단계 높아졌을 때 레벨이 100이 되고 등급이 올라갑니다. 그래서 각성자마다 레벨업 경험치가 다르고 90레벨 이후에는 많은 경험치가 필요한 겁니다. 레벨이라는 게 어떤 절대적인 수치가 아니라, 그저 대충 가늠하는 기준일 뿐이지요. 등급은 각성자 시스템에 얼마나 적응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라고 보면 됩니다. 그래서 개인에 따라 레벨업 속도가 다릅니다."
적당한 속도로 움직이며 신기가 말했다. 공룡들은 해골용의 공격을 무시하고 전부 효천을 향해 덮쳐오고 있다. 심장 조각이 소화되어도 상관없는 해골용과 달리, 공룡들은 효천이 심장 조각을 소화하는 것에 본능적인 거부감을 느꼈다.
"그렇군요. 저 공룡들은 D가 만든 거니까, 호환성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거군요. 헌터 시스템의 창조자는 D니까요."
특별팀의 다른 사람들이 놀라는 표정을 하자 에릭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역시, 팰러딘이 이들에게 정보를 공유하지는 않았군. 파티 기능을 감춘 것도 다 깊은 생각이 있어서였다. 각성자 수준이 빠르게 높아지면 화산의 봉인이 빨라진다. 그러면 괴물의 수준도 빠르게 높아지고, 그러다 갑자기 고등급 괴물이 나타나면 각성자 숫자와 수준이 부족한 인류는 대처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정확하게 D의 의도대로 흘러간다. 팰러딘은 D의 반대편에 선 자가 틀림없어.'
에릭의 망상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멕시코에서 D와 싸우지 않은 것도 무슨 의도가 있을 것이다. 그게 뭘까?'
깊은 고민에 빠진 에릭은 제자리에 멈추어 섰다.
"그렇군요. 만약 D가 죽으면 헌터 시스템이 사라집니다. 헌터를 잃은 인류는 괴물에게 속수무책으로 밀리겠죠. 그러니까 D를 죽이지 않고 인류에 대한 위협만 '거세'해야 하는 거군요."
에릭의 말에 신기도 깜짝 놀랐다. D를 죽일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D가 시스템의 창조자여서 죽이면 각성자들이 전부 능력을 잃을 수 있다.
"에릭 씨는 혹시 D를 무력화시킬 방법을 알고 있습니까?"
"헌터 시스템을 운영하는 원천이 D의 심장입니다. 현재 D는 심장에 강대한 마나를 품고 있지만, 시스템을 창조하면서 세상의 법칙과 얽혀 대부분 마나가 동결되어 있습니다. D의 심장만 온전하게 보존하면 됩니다."
굳이 공룡들이 많은 곳을 찾아갈 필요가 없이, 해골용과 적당한 거리에 멈추니 괴물이 알아서 찾아왔다. 특별팀의 모든 사람이 공룡 덕분에 레벨업 했다. A급인 사람들도 레벨이 두세 개씩 올랐으니 남은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다. 심지어 구슬 각성자인 아즈미는 구슬을 먹지도 않고 등급이 올랐다.
'팰러딘의 심계는 정말 깊구나. 이미 이 상황을 예상하고 구슬 각성자를 백만이나 만들어 냈다니. 이후 D를 상대하면서 구슬 각성자와 자연 각성자의 구분이 사라진다. 그러나 자연 각성자들과 달리 구슬 각성자들은 팰러딘에게 절대 충성하고 있다. 이자는 세계의 지배자가 되는 게 목적인가?'
사실 신기가 각성시킨 사람은 백만이 되지 않는다. 몇 달 더 시간이 흘러야 백만에 이를 것이고, 신기와 계약을 맺지 않고 각성시켜준 자들까지 합쳐도 백만에 조금 미치지 못한다. 구슬 각성자가 D의 부하로부터 경험치를 얻으면 구슬이 없어도 등급이 오른다는 사실을 신기가 미리 알지도 못했다.
공룡들의 전투력은 좀비와 구울 정도이지만, 공격 패턴이 다양하고 좀비나 구울보다 덜 멍청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지구에 침공한 괴물들보다 더 생명체 같은 반응을 보여주었다. 지구에 마나가 충만해지면 좀비나 구울은 물론 해골도 지금보다 훨씬 뛰어난 모습을 보여줄 것이니, 그런 일이 생기기 전에 빨리 D와 침입한 괴물들을 해결해야 한다. 마나가 많아질수록 괴물과 D는 강해지고, 지금도 힘이 부족한 인류는 상대적으로 더 약해진다.
"D를 공격할 겁니까?"
"먼저 D가 있는 곳과 그곳에 갈 방법을 찾아내야죠."
신기와 해골용은 적당한 거리를 두고 공룡들을 소멸했다. 다른 점이라면 신기의 성휘 범위에 들어와서 죽은 공룡들은 시체를 남기지 않고, 해골용에게 죽은 공룡들은 마나를 다 빨리고 약간의 찌꺼기를 남기고 죽는다.
'내 가설이 맞는구나.'
충분한 근거가 되는 건 아니지만, 신기는 자신의 가설이 맞는다고 자신했다. 지구는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에 속해있고, 그 시스템은 자신의 법칙이 있다. 각성자들의 스킬이 일반인에게 잘 먹히지 않는 건, 각성자의 스킬이 지구의 법칙이 아닌 각성자 시스템의 법칙에 따르기 때문이다. 지구의 법칙에 부합하지 않기에, 지구의 시스템에만 속한 일반인에게 제대로 먹히지 않는다.
대부분 사람은 지구 시스템에만 속해있고, 각성자들은 지구 시스템과 각성자 시스템에 속해있다. 마치 이중국적을 가진 것과 같은데, 어떤 때에는 지구의 법률이 적용되고 어떤 때에는 각성자 시스템의 법이 적용되는 것이다. 그리고 국제법과 같은, 두 시스템에 공동으로 포함되는 법칙도 있다.
'나는 삼중 국적자이고, 괴물은 불법체류?'
마치 어떤 작은 국가에서 원주민과 칩입자 그리고 새로운 사상으로 무장한 원주민이 세력 다툼을 하고 있고, 거기에 특별한 사상을 가진 신기라는 사람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D의 목적은, 자신의 시스템으로 지구가 속한 시스템을 교체하려는 것인가?'
비약이 섞이긴 했지만, 신기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D는 세상의 법칙을 자신에게 편리하게 바꾸려는 것이 아닐까, 초월자라는 존재는 지구의 시스템을 초월해서 존재하는 자가 아닐까.
지구인을 화성에 그냥 던지면 바로 죽는다. 생존 환경, 크게 말하면 지구랑 화성의 시스템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월자는 이런 시스템에 구애받지 않고 지구에서도 살고 화성에서도 사는 존재라고 판단된다.
'그래도 결국 시스템의 제한을 받겠지. 그래서 신이 아닌 초월자라 하는 것이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존재가 되려고 세상을 자신에게 알맞게 고치려는 거야. 마나가 세상의 법칙을 비틀거나 바꾸는 힘이고.'
신기는 D가 각성자 시스템으로 지구 시스템을 교체하려 한다고 판단했다. 이후 지구의 법칙 자체가 바뀌어 버릴지도 모른다. 불이 차가워지고 얼음이 뜨거워지는 이상한 법칙이 생길 수도 있다.
'마나가 힘이고, DPP가 법칙을 비틀 수 있는 도구인가?'
힘이 아무리 세도 의자에 앉은 후 의자와 자신을 들어 올리지 못한다. 그러나 DPP가 있으면 그게 가능해질 수도 있다. DPP라는 도구를 이용해 마나라는 힘을 휘둘러 세상을 D에게 알맞게 바꾸려 하는 것일 수 있다.
예전에 규슈를 처음 찾았을 때 미국 각성자가 괴물들이 지구를 테라포밍한다며 호들갑을 떨었던 적이 있다. 침입한 괴물은 모르지만, 신기는 D가 지금 그 시도를 하고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해골용부터 잡는다.'
아까 해골용과 경쟁해야 할 때와 달리, 성휘를 펼치고 정화만 활성화하고 있다. 효천을 노린 공룡들이 미친놈처럼 뛰어오고 있기에 검술과 마법까지 사용할 필요가 없다. D의 부하들을 다 처리한 후, 바로 해골용과 싸우려면 기력을 비축해야 한다.
'해골용 다음은 D다.'
D를 빨리 제거하지 않으면 큰일이 터질 것 같은 불안감이 신기를 엄습했다. 그러나 그저 죽이는 건 안 되고, 그 심장을 강탈해야 한다. 원래부터 막막한 목표였는데, 몇 배는 더 어려워진 것 같은 느낌이다.
- 작가의말
이번 편은 해석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D는 구멍을 뚫고 괴물을 불러오는 동시에, 인류에게 대항할 힘을 줍니다. 그래야 DPP를 더 얻기 때문이죠. 그리고 2단계에서 인류에게 더 큰 힘을 주어 괴물을 물리칠 수 있도록 도우려 합니다. 더 많은 DPP를 얻으려면 부하를 만들어서 적당히 인류에게 적대하게 하여, 인류가 아슬아슬하게 승리하도록 상황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괴물이 지난번처럼 바로 이쪽 세상으로 오지 않았습니다. 저쪽 세상 초월자들이 구멍을 막고 마나가 새지 않게 최대한 막아선 것이죠. 그러다 수많은 저급 괴물을 한꺼번에 토해냈습니다.
D는 괴물들이 건너오지 않자 저쪽에서 수작을 부린다는 걸 알아채고, 맥을 통해 영국이 힘을 기르도록 돕습니다. A급 각성자가 한 명밖에 없거든요.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신기가 나타난 겁니다. 이상한 놈이 몇 년 뒤에나 알아내야 할 파티 기능을 알아차리고 힘을 쑥쑥 키웁니다. 그리고 화산을 봉인해서 고등급 괴물이 빨리 나오게 합니다. 물론, 이 부분에서 중국이 지대한 공헌을 했죠. 신기에게 향하는 포커스가 시샘이 났나 봅니다.
시체 조종사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나타났고, D는 오판합니다. 시체 조종사가 날뛰면 해골용이 더 빨리 나올 수 있거든요. 그래서 짜증이 난 D는 몸을 드러냅니다. 자칫하면 자기 목숨도 위험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몸을 드러낸 순간, 2단계는 끝입니다. 인류의 적은 괴물뿐 아니라 D도 포함됩니다. D가 죽어야만 D가 원하는 2단계가 완성되는 모순이 생기죠. 그래서 고등급 괴물을 처리하며 1단계라도 완성할 생각입니다. 물론 99.99%의 승산을 100%로 높이기 위해 자신의 심장 조각을 찾으려 합니다. 그걸 위해 부하를 만들었죠.
그러나 심장 조각을 찾기 힘들다는 걸 인정하고, 이제부터는 인류의 편에 설 생각입니다. 그래야만 인류가 멸망했을 때 DPP를 하나라도 더 얻거든요. 인류 멸망이 결정되는 순간 깡그리 다 죽여버리고 새 생명체의 탄생을 기다리자는 게 D의 생각입니다.
신기는 이 모든 사실을 알지 못합니다. 그저 D가 헌터 시스템으로 세계의 법칙을 대체하여 신 같은 존재가 되려는 것인가보다 생각하고 있죠. 아는 것만큼 보인다고, 신기의 수준에서는 저 정도 예측이 합리적입니다. 에릭이라는 놈은 신기가 모든 걸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 적극적으로 정보를 풀지도 않습니다.
D의 파트는 전부 진실이고, 신기의 추측은 일부 진실과 일부 비약이 섞여 있습니다.
혹시 이해가 어려운 부분이 있으면 댓글로 질문해주십시오. 성실하게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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