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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자 님의 서재입니다.

빌어먹을 링더오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냉장고1
작품등록일 :
2021.04.11 17:38
최근연재일 :
2021.04.11 17:38
연재수 :
1 회
조회수 :
2,202
추천수 :
33
글자수 :
4,537

작성
21.04.11 17:38
조회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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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1화

DUMMY

-너와 오크가 정신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말이더냐.

-그렇습니다.


드디어 ‘링크 더 오크’의 클라이막스다.


주인공이 이세계 신의 사도가 되어 지구에 종교를 퍼트려 장악하는 것부터 시작해 이세계와의 전쟁까지 이어지는, 게임 ‘링크 더 오크’


그다지 인기 있는 게임은 아니지만, 지구의 인간과 이세계의 오크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더블캐스팅이 참신하게 느껴져서 오랜만에 몰입해서 한 게임이다.


거의 열흘 동안 매일 5시간씩 플레이를 한 끝에 거의 엔딩까지 도달했고, 지금은 인간 주인공인 한상이 신에게 자신이 오크와 연결되어 서로를 볼 수 있다는 것과 둘 중 하나가 죽으면 하루가 리셋되어 다시 시작한다는 것 등을 고백하는 장면까지 왔다.


‘진작 말했어야지.’


자비로운 신 비텔은 자신을 유배지에서 구해준 한상에게 한없이 고마움을 느꼈다. 그런 그녀가 수십억 명의 인간을 신도로 받아들여 무한에 가까운 힘까지 얻은 상태이니, 진작 말했으면 그녀가 한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줬을 거다.

그런 생각을 하며 게임을 하니 신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하는 한상의 모습이 상당히 답답했다. 신과 직통으로 연결되어 있으면서 왜 도움을 요청 안 하는 거야.


-모르겠구나.

-네?

-모르겠어. 지금 네 탄생부터 지금까지의 기억 모두를 훑어봤다. 그런데 네가 말한 ‘오늘’의 반복이나 검은 구멍 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구나.


오. 2부 떡밥이 나오는 건가? 한상이 비텔에게 털어놓았을 때 비텔이 다 해결해줄 줄 알았는데 비텔도 잘 모르는 듯하다.

2부에서 저걸 가지고 한상과 비텔이 함께 풀어나가면 되겠네.


-진실이구나. 넌 정말로 둘 중 하나가 죽을 때, 검은 구멍으로 빨려 들어가며, 죽지 않고 살아날 때까지 ‘오늘’을 반복한다고 믿고 있어.

-그게 진실이니까요.

-그렇구나.

-쿨럭.


한상이 갑자기 피를 토했다.

... 이거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간다. 신과 한상 단둘이 있으니 누군가에게 공격 당했을 리 없는데 왜 한상이 피를 토하지? 신의 축복을 엄청나게 받아서 지병 같은 건 있으려야 있을 수가 없는데.


-흠... 어떤 정신 조작도 느껴지지 않는구나.

-컥. 커헉.

-한상 너는 진실을 말하고 있다. 누군가의 정신 조작이 가해진 흔적도 없어. 그런데 난 네 기억 속에서 네가 말한 그것을 볼 수 없구나. 흥미로워.


야이씨. 한상 피 토하잖아. 머리통 잡고 뭐 하는 거야! 멈춰!


-난 반복되는 ‘오늘’을 느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분명 너는 그것이 일어났다고 믿고 있어. 그렇다면 그렇게 믿게 된 어떤 이유가 있거나, 실제로 경험했을 텐데. 아무리 살펴도 그런 것들이 보이지 않아. 정말 흥미롭구나.


여전히 자애로운 목소리로 평화롭게 말하는데 한상은 바닥을 흥건히 적실 정도로 피를 토했고, 빌딩도 받치고 설 정도로 강인한 두 다리가 꺾여 무릎을 꿇을 정도로 상태가 나빠졌다.


“설마... 설마 아니지? 설마...”


점점 이상하게 흘러가는 분위기에 불안감이 커져만 간다.


-미안하구나. 호기심을 참을 수가 없어. 조금만 버티어라. ‘오늘’이 반복된다니. 너무 궁금하구나. 혹시 ‘그분’께서 힘을 쓰신 걸까?


‘걸까?’라는 말과 동시에 비텔이 강렬한 보라색 빛을 내뿜으며 힘을 사용했다.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다음 장면, 한상이 침대에서 눈을 떴다.

한상이 죽을 시 그날의 시작점에서 다시 살아난다. 즉, 비텔에게 죽어서 아침에 잠에서 깨어난 시점으로 돌아간 것.


“야이, 개새끼야!!!”


벌떡 일어나며 분노의 샤우팅을 내뱉었다.


“내가 이딴 엔딩 보려고 자는 시간 줄여가며 게임 한 줄 알아! 시발! 내가 회사에서 졸다가 조인트까지 까였어!!!”


화난다. 화나고 화나고 화나서 서럽기까지 하다. 내가 이딴 엔딩 보겠다고 50시간을 쓴 게 아닌데. 시발 이딴 엔딩 보여줄 거면 비텔을 사랑스럽고 자애롭게 표현하지나 말지. 자그마한 복선이라도 깔아뒀으면 내가 이 정도로 빡치진 않잖아.

영원히 주인공 편일 것 같았던, 조건 없는 아군이라 믿었던 캐릭터의 갑작스러운 배신이라니. 이딴 건 반전이 아니라 빡전이다. 보는 사람 빡돌게 만드는.


“2부 떡밥도 정도껏 해야지. 이따위로 엔딩내면 누가 2부하냐고. 아...”


힘없이 의자에 앉아 다시 마우스를 클릭했다. 혹시나 하는 희망을 품은 채.


-비텔이 날 배신했다. 힘이 필요하다. 비텔에게 받은 힘으로 비텔에게 반항할 수는 없을 테니 비텔이 아닌 내 스스로 키운 나만의 힘.

가닥은 잡았다. 염동력.

발전 속도가 느려서 150년을 더 수련해도 비텔에게 반항하는 건 말도 안 되지만 내겐 방법이 있다. ‘오늘’을 반복해가며 훈련하면 되니까. 마음만 먹는다면 영원히 ‘오늘’에서 훈련할 수도 있다. 그러면 언젠가는 비텔을 벗어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겠지.

시간은 내 편이니까.


“아... 아..... 아........”

한상이 비텔에게 복수를 다짐하며 게임이 끝나버렸다.


“정말... 정말 이게 엔딩이라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끝까지 지켜본 내 인생이 레전드다. 아까 비텔에게 한상이 죽었을 때 바로 게임 끄고 지워버렸어야 했는데.


“개 같은 놈들.”


게임 제작사에 욕을 퍼부으며 ‘링크 더 오크’ 커뮤니티에 들어갔다. 혹시나 스포일러를 볼까 봐 의식적으로 안 들어가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게시판에는 제작사 욕이 한가득이다.


“그걸 보고 안 열받으면 사람이 아니지. 리프리저레이터 빌어먹을 놈들.”


나도 동참하여 가슴에 쌓인 울분을 게시판에서 제작사 리프리저레이터를 욕하는 것으로 풀어냈다.


***


낯선 천장이다.


“시발. 왜 낯선 천장인데.”


조막만한 원룸에서 5년째 살고 있는데 어떻게 천장이 낯설 수가 있는데.


“당연히 내 원룸이 아니니까 낯설지. 써글.”


내 방이 아니다. 내 방은 한 번 구를 때마다 양쪽 벽 터치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좁다. 근데 이 방은 궁궐까진 아니어도 내 방의 4~5배는 커 보인다.


“침대가 내 방만하네.”


가만히 지난 밤을 생각해봤다. 내가 술을 마셨던가? 아니다. 그럼 갑자기 미쳐서 여행을 떠나 호텔에서 잤나? 그럴 리가 있나.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여행인데. 그럼 역시 납치? 는 개뿔. 가진 건 풍성한 머리털밖에 없는 날 납치해서 뭐 하게.


“그럼 도대체 여긴 뭐야?”


왜 내가 이 방에서 깨어난 거야? 분명 어제 팔벌려뛰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좁은 원룸에서 잠든 게 명확하게 기억나는데 왜 앞구르기를 5번 해도 될 정도로 큰 방에서 일어난 거야?

그런데 그 와중에,


“쿠션 미쳤네, 이거.”


침대 매트리스의 부드러움과 푹신함, 탄성이 미쳤다. 이게 고급이구나 하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 평소 3단매트리스 깔고 자던 나한테 뭐가 고급이 아니겠냐만은 지금 내가 느끼는 촉감은 돈 조금 쓰는 정도로는 나올 수 없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방 안 분위기도...’


고급스럽다. 비싼 거 여러 개가 모여 더 비싼 거가 된 느낌적인 느낌.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지만, 뭔가 크게 잘못된 건 알겠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이런 고급스러운 방에 있을 리 없으니까.

일단 침대에서 일어났다.


“어?”


알 수 없는 위화감이 든다.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지만, 평소와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 뭐지? 도대체 이 이상한 느낌은 뭐... 아. 알았다. 높다. 이상하게 시선이 높다. 갑자기 키가 커졌을 리는 없고 왜 이러지?


“잠깐. 손은 또 왜 이래?”


이제야 본 건데 손과 팔뚝이 이상하다. 사무직 3년에 얄팍해진 내 팔에 야성미 넘치는 근육이 탑재되어 있다.


“시바. 이거...”


순간 떠오른 어떤 생각에, 급히 화장실로 뛰어들어가 세면대 거울을 바라봤다.


“누구냐, 너.”


거울 속에는 지난 32년간 봐온 친숙한 얼굴이 아니라 어색하기 그지없는 처음 뵙는 분이 들어 있었다.


“꿈인가?”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다. 하루아침에 자는 곳과 몸이 바뀌었으면 당연히 꿈을 먼저 의심해봐야 할 것 아닌가.

그런데 꿈치고는 너무... 생생해. 꿈이 이정도로 리얼리티가 넘친다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방으로 가 글자를 찾아봤다.

예전에 봤던 영화에서 꿈을 꿀 때는 언어를 인식하는 뇌 기능이 비활성화되기 때문에 글을 읽지 못한다고 했다.


“존나 잘 읽히는데?”


몸만 좋아진 게 아니라 눈도 좋아졌는지 저 멀리 있는 탁상시계 아래에 적힌 ‘비텔님 오신 날. 15주년 기념’이라는 작은 글씨가 선명하게 읽힌다.


“그래. 영화 따위를 믿는 게 아니지.”


영화에 나오는 과학은 대부분 미신에 필적하는 비과학이라는 과학적 근거가 어딘가에 있다. 그러니 꿈에서 글 못 읽는다는 것도 거짓말일 거야. 암. 그렇고말고.

이럴 때는 역시 고전이다. 고전이 왜 고전이겠어. 확실하니까 예로부터 쭉 지금까지 내려온 거잖아.

꿈인지 생시인지 확인하는 믿음과 신뢰의 고전적인 방법. 꼬집기를 사용했다.


“아야. 시바!”


아프다. 아파도 너무 아프다. 꿈이라 굳게 믿고 너무 세게 꼬집었다.

그래도 덕분에 이제는 확실히 알겠다. 내가 제임스 카메론급의 상상력을 가진 게 아니라면 이건 꿈이 아니다.


“잠깐. 비텔님 오신 날?”


내가 잘못 읽었나?

황급히 침대 옆 협탁에 다가가 탁상시계를 들어 얼굴 바로 앞에 대고 적힌 글자를 확인했다.


“비텔님 오신 날. 15주년 기념. 망할! 진짜잖아!”


비텔. 너무나도 익숙한 이름이다.

게임 ‘링크 더 오크’에 나왔던 신의 이름.


“이거 설마 몰카...일 리가 없지.”


어느 능력자가 사람 몸까지 바꿔가면서 몰카를 찍을까. 내가 아는 한 지구의 그 누구도 불가능한 일이다.


“설마.”


설마의 설마의 설마의 설마...


“나 진짜 게임 속으로 들어온 거야?”


이게 말이 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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