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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운무정 님의 서재입니다.

탐나도다 노병사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풍운무정
작품등록일 :
2021.07.30 09:55
최근연재일 :
2021.12.11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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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16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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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탐나도다노병사세498

DUMMY

아내를 업은 중년 남자와 아들도 다리를 건너 거대한 주목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세 사람을 주목 아래 기다리게 한 안내자는 마을에서 제일 큰 한옥 안으로 사라졌다.


세 사람은 조금 긴장한 모습을 한 채 거대한 주목 아래 앉아 휴식하면서도 신기한 풍경에 주변을 살피는 중이다.

아내는 노천 스파에 몸을 담근 사람들을 관심 있게 보더니, 자신의 다리를 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당신도 완치되어 혼자 여기서 걸어 나가게 될 테니 걱정하지 마.”

“나도 들은 말이 있어요. 반반이라고. 중증은 확률이 더 낮다고 했어요. 전 그냥 이런 좋은 곳에 당신과 아들이 데려다준 것만으로 고마워요.”

“엄마, 그런 말씀 마세요. 꼭 나을 테니까요. 여긴 공기부터 다른 것 같아요.”

“그렇지? 예비 의사인 도윤이가 저렇게 말하면 좋은 거야. 믿고 치료해야 효과도 좋다잖아.”


남편도 아내가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아들의 말이 맞는다면서 거들었다.

그런 남편과 아들의 모습에 아내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당신도 참, 알았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열심히 해볼 테니까. 당신과 아들 등에 업혀 여기까지 오면서 많이 생각했어요. 난 지금도 행복해요.”

“아빠는 내일 돌아가세요. 제가 엄마와 함께 여기에 있을게요.”

“그렇게 해요. 국민의 노후 자금을 책임지는 사람이 자리를 오래 비우면 그렇잖아요.”


아들과 아내의 말에 남편이 잠시 두 사람을 번갈아 보더니 말했다.


“난 당신이 먼저야. 내가 무슨 애국자라고 그 일을 반대만 하지 않았어도 당신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거야. 모두 내 탓이지.”

“당신 그런 말 하지 않기로 약속했잖아요. 그건 그냥 사고였어요.”

“아빠, 엄마 말이 맞아요. 그건 엄마를 더 힘들게 하시는 거 아시죠? 지금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시는 아빠를 항상 응원하신 분이 엄마예요.”

“그래, 내가 당신과 아들에게 졌다. 나도 최선을 다할 테니까, 당신도 마음 편하게 이곳에서 치료에 전념하도록 해. 더는 내 걱정하지 말고. 아들 부탁할게.”

“네. 그렇게 할게요.”

“오랜만에 엄마와 함께하는 여행이라 저도 좋아요.”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아내의 사고에 남편이 어느 정도 책임이 있는 것 같았다.


‘남편이 운전한 건가?’


교통사고에서 자주 발생하는 일이기도 하다.

운전은 정말 조심해야 한다.

교통사고로 가정이 풍비박산 나는 경우를 보면 백번 천번을 말해도 부족하지 않은 일이다.


아내의 말에서 국민의 노후 자금을 책임지는 사람이라는 것과 나이를 생각하면 남편은 국민연금에서 상당히 높은 직책을 가진 사람으로 보였다.


‘국민연금이라···. 신중화···.’


천지그룹 임시 주총에서 국민연금공단의 변심으로 신중화와 관련된 자들과의 표 대결에서 패배했기 때문에 국민연금 경영진에 대한 인상이 좋지 않았다.

중년 남자에 대한 호의적인 마음이 반감되었다.


차 한 잔 마실 시간이 지날 즈음 큰 한옥으로 들어갔던 안내자가 신선이라고 해도 될 정도의 사람과 함께 나왔다.

허리까지 오는 흰 머리카락에 한 자는 될 것 같은 흰 수염, 그리고 흰색의 한복까지 모든 것이 흰색이었다.


하지만, 주름 하나 없는 피부는 젊은 사람 부럽지 않을 정도로 깨끗하고 윤이 나는 것이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웠다.


신선이 있다면 저런 모습이 아닐까 할 정도로 신비로운 사람이었다.


‘초인 1단계 상급 마스터···. 수명이···.’


초인 1단계 상급 마스터였지만 선천지기가 빠르게 소모되고 있었다.

이런 경우는 한가지 뿐이다.

육체적 수명을 다한 경우로 선천지기로 생명을 이어가는 것이다.

길어야 6개월 정도였다.


선천지기를 각성한 초인의 경우 사고가 아니라면 개인적으로 편차는 있지만 250년 정도가 육체 수명이니 현재 급격하게 소진되고 있는 선천지기 상태를 고려하면 250살 전후의 나이일 것이다.


“신목마을의 큰 어른이자 촌장님입니다.”


젊은 안내자가 깍듯한 자세로 백발노인을 소개했다.


“신목마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소원하는 것이 이루어지도록 함께 기도하겠습니다.”


촌장의 말에 따라 젊은 안내자는 물론 오늘 처음 온 세 사람도 당연한 듯이 두 손을 합장하고 눈을 감았다.

젊은 안내자가 오면서 미리 설명한 모양이다.


“신목의 기운이 세상을 이롭게 하기를 원하오니 허락하여 주시기를 바라옵니다.”


‘이래서 사이비 종교라고 하는 건가? 거대한 주목을 신목이라고 하나 보네.’


신목을 향해 두 손을 들고 진중한 목소리로 짧게 기도를 한 후, 신목으로부터 자연지기를 흡수했다.

그리고, 바닥에 앉아있는 여자를 향해 돌아서더니 오른손을 여자의 머리 위에 가볍게 올렸다.


“머무시는 동안 생명의 근원인 신목의 기운이 당신을 이롭게 할 것입니다. 진정한 마음으로 기운을 받아들이십시오. 믿음이 당신의 병을 고칠 것입니다.”


말을 끝낸 촌장이 신목으로부터 흡수한 자연지기를 앉아있는 여자의 머릿속으로 밀어 넣었다.

몸 전체에 자연지기가 퍼지자 머리에서 손을 떼었다.


자연지기가 몸속으로 들어오자 앉아있던 여자의 몸이 가늘게 떨리기 시작하더니 놀란 표정을 한 채 두 손을 합장하고 눈을 감았다.

여자의 두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표정을 보면 나쁜 의미의 눈물은 아닌 것 같았다.


‘음···. 이거 뭐라고 해야 하나? 사이비라고 하기에는 어설프고, 아니라고 하기에도 좀 그렇네.’


하는 행동을 보면 사이비 종교의 교주 같지만, 자연지기를 채워주는 것은 여자에게 도움이 되면 되었지, 나쁘지 않은 것이다.

촌장이 하는 말 중에 약간 과장된 표현은 있어도 거짓은 아니었다.


여자도 처음 접하는 자연지기에 몸과 마음이 저절로 반응한 것이다.

생명의 근원인 자연지기가 몸속으로 들어오자 희열을 느낀 것이다.

단순히 두 사람의 겉모습만을 보면 사이비 종교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선천지기를 각성하고, 자연지기를 아는 능력자들이 결계 안에서 마을을 이루고 산다?’


이건 더 생각해 볼 것도 없이 묵령석림의 축소판이다.

기원이 어떻게 되는지는 당장 알 수 없지만, 필살무도에 을나호흡법까지 수련한 것을 보면 부을나 시조와 관련이 있거나 삼을나의 친구 아들과 관련된 것이 틀림없다.


환웅의 후손이라고 했으니 삼을나의 친구 아들과 관련이 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약속대로 금제하도록 하겠습니다. 오직 신목마을의 비밀을 지키기 위함이니 당신들에게 해는 없을 것입니다. 동의하십니까?”

“네, 충분히 설명을 들었고, 동의합니다.”


남편과 아들도 여자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았고, 세 사람의 머리 위에 조금 전 여자에게 자연지기를 넣어줄 때처럼 오른손을 올렸다.


화~악!


촌장의 오른손 약지에서 빛이 나오더니 여자의 머리를 덮었다.


‘하하하. 어이없네. 저런 기능도 있었어? 그냥 닮은 거겠지. 흔한 구리반지...는 아니지.’’


나는 목걸이로 만들어 가지고 다니는 계승자 인장을 꺼내어 촌장의 약지에 끼워져 있는 구리반지와 비교했다.

흔한 구리반지라 구분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나는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그것은 내 계승자 인장이 빛을 내며 반짝거렸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촌장의 반지에서도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는 거다.

금제를 진행하고 있던 촌장도 당황했는지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나와 계승자 인장을 발견할 수는 없었다.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하지? 계승자 인장은 그분이 남기신 거라고 했는데?’


그분이 이 세상을 멸망시키기 전에 다른 세상으로 탈출시킨 후인들도 계승자 인장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결론은 계승자의 인장은 한 쌍이라는 거다.

하나는 이 세상에 다른 하나는 다른 세상에 있어야 하는데 지금 나타난 것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만장굴 결계와 유토피아에서 이미 검증되었으니 당연히 그분이 이 세상에 남긴 계승자 인장이다.


저것이 진짜 그분이 남긴 계승자 인장이라면 다른 세상으로 넘어간 것이 돌아왔다는 말이다.


‘뭐야? 삼을나 시조의 친구 아들이 그분이 다른 세상으로 보낸 후인들의 자손이야? 고을나 시조께서는 그런 말씀 없으셨는데?’


내가 계승자 인장 때문에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금제는 모두 끝나고 안내자가 세 사람을 데리고 호수 밖 마을로 가고 있었다.


신목 아래에는 여전히 촌장이 남아 있었다.

촌장의 약지에 있는 구리반지도 계속 빛을 내면서 반짝거렸다.


“허허, 어떻게 이런 일이···.”


촌장의 구리반지에서 나는 빛이 점점 강해지고 있었고, 조금씩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건 내가 가지고 있는 계승자 인장도 마찬가지였다.

빛은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지더니 지금은 폭사하는 중이다.

마치 반쪽을 찾기라도 한 것처럼 옷을 뚫고 나올 기세로 진동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 계승자 인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선천지기를 주입했다.


화~악!


선천지기를 주입하는 것과 동시에 진정은커녕 계승자 인장에서 레이저 같은 강력한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촌장의 구리반지를 향해 쏘아지며 진스텔스가 강제로 해제되었다.


찰나의 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레이저와 같은 빛이 두 개의 계승자 인장을 연결하면서 목걸이에 달려 있던 계승자 인장이 줄을 끊고 천천히 구리반지 쪽으로 움직였다.


그건 촌장의 구리반지도 마찬가지.

두 개의 계승자 인장이 견우와 직녀가 된 것처럼 서로를 향해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나도 그렇고, 촌장도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범접할 수 없는 힘이 계승자 인장에서 흘러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계승자 인장이 내 몸에서 떠나자 나는 다시 진스텔스를 펼친 상태로 계승자 인장의 시공을 초월한 재회를 지켜보고 있었다.

어쨌든 지금 나는 몰래 신목마을에 들어온 사람이다.

한마디로 불청객이었다.


촌장은 내가 사라지는 것도 모른 채 두 개의 계승자 인장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고, 신목 주변 한옥 마을에서 사람들이 하나둘 나오고 있었다.

심지어 호수 밖 마을에 있던 사람들도 빛에 이끌려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두 개의 계승자 인장은 빛으로 연결된 후로 엄청난 빛을 뿜으면서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었다.

지켜보는 나도 솔직히 당황스러웠다.

계승자 인장을 잃는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수천 년을 계승해 온 을나비전이 사라지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마음은 어떻게든 하고 싶은데 내가 저항할 힘이 아니었다.

그분이 안배한 힘이 분명했다.


‘그래, 그분이 하시는 일이다. 기다리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상황이라 편하게 마음먹기로 했다.

신목마을에 있는 모든 사람이 호수 안쪽 섬으로 모여든 상태였다.

두 개의 계승자 인장을 중앙에 두고 에워싼 모습이다.

신목 주변에는 빈틈이 없을 정도였다.


모두 촌장과 두 개의 계승자 인장을 중심으로 무릎을 꿇은 채 합장을 한 채로 기도를 하고 있었다.

진스텔스로 모습을 감춘 상태지만 그 사람들 중심에 있는 내가 마치 사이비 종교의 교주가 된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그만큼 모인 사람들의 모습은 열망과 광기가 혼재된 모습으로 두 개의 계승자 인장이 뿜어내는 빛 속에서 더욱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무섭다!’


내가 사람들을 보고 느낀 감정이었다.

촌장도 나의 존재를 잊었는지 지금은 무릎을 꿇은 채 기도를 하는 중이다.

나는 두 개의 계승자 인장과 조금 떨어진, 신목의 높은 가지에 걸터앉아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계승자 인장이 점점 가까워져 거의 붙을 즈음에는 신목마을 전체가 울릴 정도로 격하게 진동했다.

두 개의 계승자 인장에서 나오는 빛이 신목마을 전체를 덮어버렸고, 사람들의 열망과 광기도 극에 달했다.


화아~악!


거대한 빛줄기가 하늘을 향해 솟구치더니 결계의 경계까지 퍼져나갔고, 다시 땅속으로 스며들었다.

동시에 죽었던 신목의 가지에서 싹이 나오더니 푸른 잎들로 가득해졌다.

결국 두 개의 계승자 인장이 하나로 합체가 되었다.


‘이제 어떻게 되는 거야?’


죽어가던 신목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생명력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결계 안은 어디서 나온 것인지 모르겠지만, 고밀도의 자연지기로 가득 찬 상태가 되었다.


‘합체 과정 중 계승자 인장에서 흘러나온 빛이 무슨 일을 한 것 같은데···땅속으로 스며든 것 때문인가?’


지금 상황이 조금 불안했다.

갑자기 미약하던 자연지기가 풍부한 것을 넘어 고밀도가 된 것이다.


하나로 합쳐진 계승자 인장은 더는 구리반지가 아니었다.

거대한 빛의 덩어리로 보였다.

하지만 나의 눈에는 빛의 덩어리 중심에 눈이 시릴 정도로 맑고 투명한 반지가 또렷하게 보였다.


‘저것이 진짜 계승자 인장이었어!’


그때 빛의 덩어리가 빛의 속도로 나를 향해 날아왔다.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속도였다.

인지하는 순간 벌써 빛의 덩어리가 나의 가슴을 뚫어버렸다.


팡!


마치 폭죽이 터지는 듯한 소리가 나의 가슴에서 들렸다.

진스텔스가 다시 깨지면서 나의 육체는 빛의 덩어리로 덮여버렸다.


우두둑우두둑!


거대한 빛의 덩어리 속에서 육체의 환골탈태가 시작되었다.

지난 깨달음에서 진가령의 난입으로 무산된 2단계 중급의 벽을 넘어 상급의 턱밑까지 단숨에 성장했다.


환골탈태하는 와중에도 계승자의 인장은 나의 심장 속에서 빛을 뿜어내고 있었고, 더욱 커진 빛의 덩어리를 향해 수많은 사람이 기도하고 있었다.


‘내가 사이비 종교의 교주도 아니고. 미친···.’


환골탈태가 끝나갈 즈음 빛의 덩어리에서 뿜어지는 빛도 조금씩 작아지기 시작했다.

환골탈태가 끝나자 나의 몸을 덮고 있던 빛의 덩어리도 거의 사라졌다.


‘진스텔스!’


환골탈태가 끝나자 나는 바로 진스텔스를 펼쳐 사람들의 모든 감각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여전히 빛은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이게 뭐야. 진스텔스가 역효과잖아.’


오히려 더 신비롭게 느껴졌다.

그 영향인지 기도를 하던 촌장의 몸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환골탈태를 시작으로 도미노처럼 원주민들에게서 빛이 솟구쳤다.


시간이 좀 더 흐르자 외부 방문객들도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여보, 나 감각이 돌아온 것 같아요!‘


오늘 신목마을에 온 하반신이 마비된 여자도 그 중 한 명이었다.

나는 본의 아니게 사이비 종교의 교주가 되었다.


’미치겠네! 이 상황에서 도망칠 수도 없고.‘




행복한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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