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EndGear 님의 서재입니다.

포인트로 종말을 사는 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EndGear
작품등록일 :
2020.05.11 22:47
최근연재일 :
2020.05.28 00:48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4,581
추천수 :
283
글자수 :
78,460

작성
20.05.26 23:23
조회
78
추천
6
글자
9쪽

< 15화. >

DUMMY

< 15화. >






붉은빛이 감도는 붉은 거체 고릴라가 나를 바라봤다. 6층에서 올라온 게 놀라웠는지 당황한 표정이었다.


“어떻게 올라왔지?


역천마인의 자아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어떻게 올라오긴. 다 때려죽이고 올라왔지.”

“혼자서? 한 따까리 하나봐?”

“그 정도쯤이야 못할 것도 없지? 나 말고 뒤에 누가 더 있던가?”

“그럼···. 조금만 기다려봐. 내가 할 일이 좀 남아서. 순서는 지켜야지. 안 그래?”

“좋아. 기다려주지.”


둘의 대화는 의외로 오랜 친구가 대화를 나누는 듯, 편한 분위기의 대화였다. 태수 입장에서는 손해 볼게 전혀 없었다. 남아있는 잔반처리를 알아서 해준다 하니, 왕류의 대답에 흔쾌히 동의해준 것이다.


왕류는 본인의 힘을 과신하고 있는 것 같았다. ‘너 따위는 혼자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말이다.


‘그냥 내버려둘걸 그랬나?’


흐름이 깨진 것을 만회하기 위해 왕류는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남아있던 부하들을 어린아이 다루듯 패대기치고 던져댔다. 전투 자체가 육탄전이라 그런지 험악하기 그지없었다.


대략 5분정도의 시간이 흘렀을까. 순식간에 남아있던 부하들을 모두 정리한 홍방의 보스 왕류는 나를 향해 돌아봤다.


“이제 너 하나 남았다. 지금 제물이 딱 하나만 부족했는데, 그 하나 남은 제물이 내 눈앞에 있네? 큭큭.”

“내가 제물로 보였어? 흠···. 나는 아무하고나 말을 섞지 않는데···.”

“그게 무슨 소리지?”

“무슨 소리긴? 시체가 입을 여니까 말 섞기 싫다고 한 거지.”

“이게 미쳤나? 감히, 너 따위가 나를?”

“그래. 네 말이 맞아. 그러니까 나 따위가 너를 족친다고.”


말을 끝마친 역천마인의 자아가 먼저 몸을 움직였다. 놈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확인이 필요했다.


-월원검.


원반형 모양의 검들 수십 개가 왕류가 있던 방향으로 날아들었다. 덩치가 워낙 크다 보니 월원검의 공세가 쉽게 틀어박혔다. 하지만 가죽이 두껍고 질겼는지 깊게는 박히지 않은 모습이었다.


“으아아아아! 감히, 이 몸에 생채기를 내!”


왕류의 흉성이 터져 나왔다. 월원검의 공격이 놈의 분노를 자극한 것 같았다. 놈의 몸에 박혀있던 월원검들이 뽑혀져 나왔다. 손도 안대고 뽑히는 것이, 순수한 근육으로 칼날을 밀어내는 모습이었다.


상처도 순식간에 아물고 있었다.


“재생도 하···?”


태수는 ‘네’까지 말을 잊지 못했다. 왕류가 덩치에 맞지 않게 빠른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성난 코뿔소···. 아니지. 성난 고릴라가 콧김을 ‘쉭쉭’ 내뿜으며 몸을 띄었다.


-회피기동.


‘블랙코어’의 입자들이 태수의 다리에 들러붙었다. 다리 바깥으로 제 2의 근육이 생겨난 느낌이 들었다.


제2의 근육들이 다리를 통해, 본래의 힘보다 배는 더 실어주고 있었다. 수축 팽창 후 자리에서 3미터 거리를 순식간에 벌렸다.


왕류도 만만치 않았다. 근처에 널려있는 부하들의 시체 2구의 발을 잡고 내가 있는 쪽으로 던졌다. 머리통이 없던 시체라 그런지 피가 사방팔방 튀며 날아왔다.


날아오는 시체를 피해 옆으로 이동했다. 역천마인의 자아는 잠시 시간을 벌은 것으로 충분했다.


-흡착.


태수의 오른손엔 검은색으로 이루어진 가루들이 넘실대고 있었다. 준비된 검은색 가루들을 공중에 뿌렸다. 미세한 입자의 가루들은 기류를 타고 왕류의 콧구멍 사이로 파고들었다.


스르륵.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가루들로 이루어져 있어, 왕류는 그것을 미처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다. 코와 입으로 숨 쉬는 사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갔다.


눈치 채지 못한 왕류는, 그것과 별개로 분노가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놈과의 전투 이후 도망치기 바빴기 때문이다.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외쳤다.


“이익! 날파리 같은 놈이! 언제까지 도망만 다닐 거냐?”


분노의 외침에 태수는 이죽이며 답했다.


“그럼 피해야지. 그냥 죽어줄까?”

“이놈! 가죽을 벗겨 잘근잘근 씹어버리겠다!!!”


계속 생각대로 풀리지 않아 답답했는지, 극도로 흥분하기 시작했다. 태수의 말장난에 더 화가 난 모양이었다.


“이제 슬슬 반응이 올 때가 되었는데?”

“???”


역천마인의 자아가 떠나보낸 ‘흡착’은 말 그대로, 어디든지 붙어 흡착할 수 있는 기술이었다. 그곳이 살갗이던, 내장이던 구분을 하지 않았다.


태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상증세가 나타났다. 왕류는 갑자기, 뭐가 그리 고통스러웠는지 배를 움켜잡고 쓰러졌다. 고통에찬 비명은 덤이었다.


“으아아아악. 이게 뭐야! 아악!”


서걱. 서걱.

서걱. 서걱.


무엇인가 미세하게 갉아먹는 소리가 들려왔다. 갉아먹는 소리의 근원지는 왕류의 배 부분에서 나는 소리였다. 배를 움켜쥔 손가락 사이로 선혈이 꾸역꾸역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원인 제공자는 역천마인의 자아가 흩뿌린 ‘흡착’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블랙코어’가 만들어낸 검은색 입자들이 장기에 흡착하여 벌레인 것처럼, 내부 장기에 침투 후 장기들을 갉아먹고 있던 것이다.


왕류의 강력했던 재생력은 소용없었다. 재생되는 속도보다 갉아 먹히는 속도가 더 빨랐기 때문이다. 고통만 더 가중되고 있었다.


“크윽···. 이제 얼마 남지 않았는데···.”

“별수 있나? 뿌린 대로 거둬가는 거지.”


내부 장기들이 대부분 갉아 먹힌 상태였기에 전투 지속이 불가능했다. 왕류는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이뤄놨던 것들과 딱 하나 남은 제물···.


‘가만? 제물이 딱 하나만 남은 상황이었지?’


왕류는 손가락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배를 살펴봤다. 배 속 안은 이미 안과 밖이 같이 보일정도로 휑한 상태였다. 지금도 멈추지 않고 계속 갉아댄다.


장기가 많이 상했는지, 식도를 타고 핏물이 역류했다.


“쿨럭. 쿨럭.”


왕류는 정신 줄을 붙잡아야 했다. 어차피 회생 불능의 상황이니, 나를 포함해서 마지막 제물로 바치는 것으로 말이다.


역천마인의 자아가 마지막 마무리를 위해 다가왔다. 태수가 가까이 다가갔음에도, 왕류는 미동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내 기척을 느꼈는지 왕류가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크크···. 방금 이겼다고 생각했지? 결국···. 시간 차이일 뿐 너도 나처럼 뒤질 거다. 크크큭.”


왕류는 태수에게 의미심장하게 말하고선 마지막 힘을 짜내어, 심장이 있는 왼쪽 가슴을 오른손으로 찔러 넣었다. 고통이 심했는지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도 마지막까지 멈추지 않았다.


“커허헉.”


결국 왕류가 원하는 대로 왼쪽 가슴에서 본인의 펄떡이는 심장을 뽑아 올렸다. 살아있는 것처럼 심장이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고 있었다.


“마···. 마지막 제물···.”


왕류의 마지막은 조직과 함께 궤멸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들고 있던 심장만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며 생체 기능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상했다. 그러고 보니 주위에는 구체들이 보이지 않았다. 놈들이 죽고 나면 포인트와 코인의 구체들이 자동으로 떨어져 나오는 것이 룰이 아니었나?


그때 무환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기 공간 자체가 의식의 소환 장소다. 바닥을 봐라.]


무환의 말대로 바닥에는 기하학적인 문양들이 그려져 있었다. 알 수 없는 언어로 쓰여 있는 것 같은데 저 글자들은 해석할 수 없는 문자로 보였다.


‘무슨 인신공양 어쩌고저쩌고 하더니···. 준비한 것이 이것이었나?’


[대마계에서 사용하는 고대어군. 소환의식이 완성됐다. 준비해둬라.]


‘무슨 준비 말입니까? 상황 종료 아닙니까?’


[이런, 멍청한 놈. 저놈이 죽기 전에 지 심장을 마지막 제물로 내놓지 않았나! 소환의식에 연결된 누군가 오겠지.]


아니나 다를까, 무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상 징조가 포착됐다. 바닥에 그려져 있던 문양들이 검게 물들며, 건물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우르르르.

구구구궁.


불길하게 보이는 검은 물결들이 요동치며, 왕류가 쓰러져있던 시신 쪽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수만 마리의 애벌레들이 모이듯, 검은 물방울들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왕류의 몸이 들썩들썩 이기 시작했다.


‘저거 어떻게 못합니까?’


무환은 의미 없다는 듯이 ‘늦었다’라고 짧게 끊어 말했다.


검은 물결과 건물의 흔들림이 멈췄다. 왕류의 뻥 뚫려 있는 배속 안에서, 꾸물꾸물 거리며 무언가 나오려 하고 있었다.


조금씩 형체가 갖춰지고 있었다. 어떻게 나오고 있나 지켜보고 있던 태수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스톡디멘션 금융감독원 입니다. 전체 공지 사항입니다. 지구 최초로 소환의식이 성공했습니다.>


<소환의식에 성공한 지역은 대비해주십시오. 지금 인류의 무력으로는 당장 처치하기 어렵습니다. 협력과 협동이 필요합니다. 소환에 성공한 지역에는 따로 메시지가 발송됩니다.>


<단체로 파티를 이루어 레이드 진행이 필요로 하오니, 이점 유념 부탁드립니다. 이상입니다.>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독자님들.


5월 27일(수) 업로드 내용을 1시간 앞당겨서 5월 26일(화) 23시 25분에 올렸습니다.

이용하시는데 참고 부탁드리겠습니다.


항상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31 천종
    작성일
    20.05.27 13:44
    No. 1

    추천쾅~ 잘봤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2 EndGear
    작성일
    20.05.27 13:57
    No. 2

    오리겐님. 항상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금일 올라온 공지가 있습니다. 공지 내용 한번만 확인 부탁드릴게요. 독자님들께 좋은 모습 보여드리지 못하게 되었네요. ㅠㅠ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포인트로 종말을 사는 법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16화 조기완결 공지 입니다. 필독 부탁드립니다. +6 20.05.27 173 0 -
17 < 16화. -完- > +3 20.05.28 85 3 7쪽
» < 15화. > +2 20.05.26 79 6 9쪽
15 < 14화. > +3 20.05.25 104 6 10쪽
14 < 13화. > +5 20.05.25 132 8 10쪽
13 < 12화. > +10 20.05.22 153 8 11쪽
12 < 11화. > +12 20.05.20 167 9 11쪽
11 < 10화. > +9 20.05.20 169 10 11쪽
10 < 9화. > +9 20.05.19 187 9 12쪽
9 < 8화. > +6 20.05.18 223 11 12쪽
8 < 7화. > +5 20.05.16 242 18 9쪽
7 < 6화. > +2 20.05.15 279 20 10쪽
6 < 5화. > 20.05.14 301 20 12쪽
5 < 4화. > +2 20.05.13 353 18 13쪽
4 < 3화. > 20.05.12 405 15 12쪽
3 < 2화. > +2 20.05.11 484 25 12쪽
2 < 1화. > +2 20.05.11 521 23 11쪽
1 < 프롤로그. > +5 20.05.11 689 74 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