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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dGear 님의 서재입니다.

포인트로 종말을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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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dGear
작품등록일 :
2020.05.11 22:47
최근연재일 :
2020.05.28 00:48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4,588
추천수 :
283
글자수 :
78,460

작성
20.05.20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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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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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 10화. >

DUMMY

< 10화. >






오늘은 여러모로 다사다난한 하루였다.

전생기록의 활용법과 사용법. 그리고 생전 처음 보는 괴수들과 변종 인간들까지···.


변종이긴 했지만, 사람을 내손으로 직접 죽였다.

싫은 소리 한마디 못하던 나였는데 말이다. 더 소름 끼치는 건 별 감흥이 없었다는 것이다.


전생기록의 영향인지 내 자아는 조금씩 바뀌어가고 있었다. 알 수 없는 위화감이 들었다.


처음엔 상상 이상으로 격변한 세상이 무서웠지만, 마음 한편으론 격변한 지구 덕분에 목숨을 구했으니 다행이다 싶었다.


지금은 육체적으로나, 심적으로나 피곤에 절어있는 상태였다. 눈꺼풀이 천근만근처럼 무겁게 느껴진다.


‘후우. 피곤하다.’


전투 이후 핏물을 뒤집어썼기에 온몸이 불쾌하게 끈적인다. 여름이 아니라 다행이었다.


사체들이 가지고 있던 물품 중 쓸 만한 게 있나 봤더니, 전부 찢어지고 불타고···. 재활용할만한 게 도저히 없었기에 입맛만 다셨다.


근방에 있던 마수들도 모두 처리한 상황이었기에, 근처에 있는 적당한 건물로 들어갔다.


공용화장실이었는지 암모니아 냄새와 대변 냄새가 진동하는 화장실이었다. 관리가 한참 되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


‘더럽더라도 일단 씻을 물이 필요하니까···.’


다행스럽게도 세면대에서 물은 잘나왔다. 물로 대충 핏물을 닦아낸 후 쉴 자리를 살피러 2층 계단으로 올라갔다.


운이 좋은 것 같았다. 2층에는 스포츠 마사지방을 운영했던 곳이었는지 침대와 이부자리가 남아있었다. 바깥도 바로 살필 수 있게 창문도 있었고 말이다.


비, 바람이나 피할 수 있으면 괜찮겠다 싶었는데, 뜻밖의 횡재를 한 기분이었다.


조금 아쉽다면 건물 전체를 뒤져봐도, 역시나 먹을거리는 보이지 않았다. 피곤하지만 않았다면 주위 건물을 더 뒤져봤겠지만, 정신력이 보충되지 않은 상태에서 돌아다니기에는 위험했다.


그래도 조용히 쉬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지금은 모든 것을 잊고 쉬어야 할 때였다. 체력과 정신력 보충을 위해서 말이다. 북련방 리더가 죽기 전 알려준 대로, 놈들의 본거지도 가야 했기 때문이다.


이제 눈을 좀 붙이나 싶었는데···. 무환이라는 존재는 나를 쉬게 하고 싶지 않았나보다.


[쉬기 전에 정비는 하고 쉬어야지?]


‘아오. 진짜! 무슨 정비 말입니까?’


피곤했지만 무환의 요구조건은 따를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알고 지낸 지 얼마 안 됐지만 나에게 이익을 줬으면 줬지, 손해를 끼친 적이 없었기에 무환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대로 눈을 붙이면 잠을 안 재울 것 같기도 했고 말이다. 말투에서부터 느꼈지만, 스타일 자체가 꼬장꼬장하다.


[그릇을 키워야지. 내가 물려준 전생기록을 잘 쓰려면 말이야. 지금 상태로는 위험하다. 자네가 각성한 다중인격은 그러라고 있는 것이야. 이제껏 살아오면서 내 정신을 온전하게 지켜온 것도 강인한 정신력 덕분이었지.]


‘정신력이고 뭐고, 그릇을 어떻게 키운답니까?’


그릇도 종류가 있다. 정신력의 그릇은 대체 어떻게 키우란 말인가? 당장 내가 먹던 밥그릇도 작았는데···.


[아까 회수한 포인트가 있지 않나? 화폐를 얻었으면 써줘야 인지상정이지. 놔뒀다가 국 끓여 먹을 것이 아니라면.]


그러고 보니 아까, 회수했던 포인트와 코인을 깜빡 잊고 있었다. 정신이 없던 터라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았었다.


포인트와 코인이 얼마나 모여 있는지, 투자 정보 시스템을 띄어 확인했다.


-보유 포인트 : 15,800 포인트. (상점 전용 공용 화폐)

-보유 코인 : 22,000 코인. (지구 주식 거래 전용 화폐)


그동안 확인하지 않고 회수하기만 바빴기에 어느 정도 쌓였는지 몰랐건만···. 백 단위에서 만 단위 수치가 찍혀있어 솔직히 놀라웠다.


그럴 만도 했던 게 전생기록의 영향으로, 내정신도 아닌 상태였기에 더 신경 쓰지 못했었다.


‘포인트가 꽤 많은데요? 그래서 상점에서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라는 겁니까?’


[일단 상점에서 ‘비약’ 품목을 확인해라. 포인트가 있으면 능력치도 충분히 구매할 수 있다.]


‘비약?’


태수는 ‘비약’ 품목을 보기 위해 상점을 띄었다.


<다차원 Lv1. 상점이 오픈됩니다.>


분류 : 음식, 무기, 비약, 아이템, 경매장(사용불가. 추후 업데이트를 통해 추가되는 기능입니다.)


<비약>


근력 강장제 ‘울루싸’ : 1,000포인트

민첩 강장제 ‘어질단’ : 1,000포인트

체력 활력제 ‘펄펄단’ : 1,000포인트

지능 활성제 ‘인텔리정’ : 1,000포인트

정신력 증폭제 ‘멘탈린’ : 1,000포인트

(능력치 +1 영구증가 or +10 능력치 상승 10분유지.)


‘비약’ 이름들의 상태가···. 참.


무환의 말이 맞았다. 능력치도 포인트로 구매할 수 있었다.

영구적으로 능력치를 +1 올리느냐, 아니면 10분간 +10 능력치를 빌려 쓰느냐의 선택지로 보였다.


다만, 끼니를 때우기 위해 먹었던 음식 가격들과는 비교도 안 되게 비싸다는 게, 흠이라면 흠이었다.


[일단 보유하고 있는 포인트 모두 정신력 증폭제 ‘멘탈린’을 사라. 다른 능력치들은 너에게 무용지물들이다. 오로지 정신력 증폭제만 있으면 된다.]


태수는 무환이 시키는 대로 정신력 증폭제 ‘멘탈린’ 15개를 구매했다.


<이용자 김태수 님의 15,000포인트가 차감됩니다.>


남아있는 800포인트 정도면 끼니는 당분간 해결할 수 있었다. 상점이 아니더라도 마트나 편의점에서 음식을 구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변종 생존자들의 식량을 뺏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겠다. 어차피 먹고 먹히는 세계가 아닌가.


구매한 정신력 증폭제 ‘멘탈린’은 하얀 알약 모양이었다. 뭔가 특별할 줄 알았지만 별거 없었다. 가격이 제법 있었기에 뭔가 특별하게 생긴 줄 알았는데···. 그것은 나만의 착각이었다.


[한개는 혹시나 있을 일을 대비해서 남겨두고, 나머지 14알 모두 먹어라. 정신력의 능력치를 상승 시켜야 전생기록의 효율이 좋아진다.]


한꺼번에 14개의 알약을 입속으로 털어 넣었다.


‘아차. 물을···.’


태수의 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솜사탕이 녹듯이 입안에서 순식간에 녹아들어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약이라서 씁쓸한 맛이 날줄 알았는데, 무취, 무향, 무맛이었다. 약이 넘어감과 동시에 투자 정보 시스템이 확인됐다.


<이용자 김태수 님의 정신력이 +14 상승합니다.>


-능력치 : 정신력 30. +14.


<전생기록 슬롯이 +1 추가 개방됩니다.>


‘음? 전생기록 슬롯 개방?’


[방대한 전생기록을 자격도 되지 않으면서, 모두 사용할 수 없지. 정신력이 높아질수록 유지시간과 사용할 수 있는 기록들이 많아진다. 물론 동기화가 더 높아지는 건 덤이지.]


그것과 별개로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다. 단순히 아이큐가 높아졌다는 의미가 아니라, 생각과 시야가 넓어진 느낌이다. 마치, 복잡했던 생각들이 단번에 정리된 효과 같았다.


‘다음 전생기록은 따로 정해진 인물이 있습니까?’


[지금 자네의 상태로는 따로 지정할 순 없는 상태네. 추후에 적당한 경지에 오르게 된다면, 그땐 가능하겠지.]


‘혹시···. 저번처럼 죽거나 죽을 정도의 고통을···.’


무환의 가차없는 답변이 돌아왔다.


[어허!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하지 않았나? 큰 힘에는 큰 대가가 따르는 법. 익숙해지다 보면 충분히 버틸 수 있다네.]


아니. 이 양반은 죽거나, 죽을 만큼의 고통을 ‘옆집 철수네 똥개가 똥 싸고 있어요.’ 라는 수준으로 말하는 게 어이없을 따름이었다.


‘그래도 따라야겠지···.’


풀이 죽은 표정으로 구시렁대는 태수였다. 그 모습을 지켜 본 무환이 기가 막힌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내 자랑 같아서 이런 말까지 하려 하지 않았는데 말이야. 내 전생기록을 손에 넣기 위해 달려든 놈들이 연병장 앉아 번호 만 단위는 가뿐히 넘었었지. 자네에겐 대단한 기연이라는 소리야!]


저게 자랑하는 거지, 자랑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 뭐, 솔직히 대단한 다는 건 인정한다.


상점이 아직 열려있기에 태수는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그러고 보니 코인도 포인트로 1:1 변환할 수 있지 않습니까? 이것도 마저 변환해서···.]


무환은 간단하다는 듯이 답했다.


[상장 거래일이 7일 남았다. 그 이전에는 교환이나 사용이 불가하다.]


‘······.’


‘이제 좀 쉬고 싶다.’ 생각한 순간, 이미 나는 곯아떨어져 버렸다.


무환은 ‘이 짓거리를 다시 해야 하나?’ 라는 표정으로 조용히 자리를 지켰다. 계약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꿈속에서도 편하진 않을 거라네. 자나 깨나 수련의 연장일뿐. 흐흐.]


무언가 꿍꿍이가 있는 의미심장한 말이었다.


*


*


*


태수는 방금 곯아떨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회색의 안개가 껴있는 공간. 왠지 모르게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회색의 안개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사람의 형체를 띄운 모습들이다. 점점 형체를 갖추고 있는 모습들이 하나, 둘에서 순식간에 수십, 수백 개의 형상들로 가득 채워졌다.


‘아. 설마. 저 모습들은···.’


처음 무환을 만나고 전생기록의 일생들을 잠깐 마주쳤을 때 보았던 인물들이었다.


이러는 와중에도 머릿수는 점점 더 많아지기 시작했다. 줄어들려는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수백의 인영중 하나가 나에게 달려들었다. 나도 모르게 손짓으로 막으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어디로 갔지? 어엇···.’


저 멀리서 무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익숙해져라. 그리고 또 익숙해져라.


지금 느끼고 있는 느낌은 그때와 흡사했다. ‘전생기록 역천마인 위지천’의 기록이 발동됐을 때의 그 느낌!


지금 들어온 기록은 누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뭘 해야 할지는 뻔했다.


전생기록을 처음 느꼈을 때는 1인칭 시점으로 구경하는 느낌이 강했다면, 지금의 상황은 역천마인 모드가 활성화된 것과 동일했다.


* * *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다. 수백 개의 전생기록이 지나쳤을 때부터 세는 숫자를 포기했다. 나를 지나치면서도 끈임 없이 흔적과 정보를 남기고 떠나갔다.


‘익숙해지라는 말이 이런 뜻이었나.’


내가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잘 때마다 오늘 같은 일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설마···. 매일 반복되는 건 아니겠지?


-왜 아니겠나? 끌끌.


그때 했던 내 선택이 제발 옳은 선택이었다고 믿고 싶다.

진짜 악마가 있다면···. 여기에 더한 악마가 있다고 말이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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