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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dGear 님의 서재입니다.

포인트로 종말을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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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dGear
작품등록일 :
2020.05.11 22:47
최근연재일 :
2020.05.28 00:48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4,585
추천수 :
283
글자수 :
78,460

작성
20.05.14 00:11
조회
301
추천
20
글자
12쪽

< 5화. >

DUMMY

< 5화. >






*


*


*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르겠다.

얼마나 많은 인물들이 지나쳤는지 셀 수도 없었다.


지구가 상장한 이유도 대략적으로 알게 되었다.


‘행성의 자원을 놓고 벌이는 이권전쟁’


우리가 알던 국가적 기업들과 유사했다. 다만, 지금의 상황은 국가의 규모를 뛰어 넘어, 행성과 차원을 아우르는 기업들이라는 게 다를 뿐.


[깨어났나? 생각보다 시간을 너무 많이 소비했어. 그래도 너의 신체는 깨끗하게 정화됐다. 다른 동내에서는 벌모세수(伐毛洗髓)라고도 하지. 흐흐]


무환의 전생기록은 무림에서 활동하던 전적도 있었기에 자연스레 받아들였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습니까?”


[흠···. 대략 3일 정도?]


무환의 과거 속 편린을 엿본 것 치고는 오래 걸리지 않은 것 같다.


‘저 빈약한 상태도 육신이 조각나, 뿔뿔이 흩어졌기 때문이겠지.’


무환의 정체를 어렴풋이 알게 된 지금, 이전과는 사뭇 다르게 느껴졌다. 존재감 자체가 무거워 보였다.


특히나 마지막 기억 속에서 무환의 사지육신이 수백 조각으로 뜯겨 나가는 걸 봤다. 뒤를 믿고 맡기던, 부하들에게 배신당한 채로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계약서 내용에 육체의 조각을 모아야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나보다.


“이제 돌아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당신과의 계약 이행을 위해서 말입니다.”


[그렇지.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야지. 그나저나 내 과거의 기억을 엿봤을 텐데 말이지. 본 소감이 어떤가?]


온전한 기억을 가진 채로, 수백 수천 번의 전생과 환생을 반복한 무환이 어떻게 버텨낸 것인지 궁금했다. 정상인이라면 미쳐버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을 테니 말이다.


전생기록을 보면서 간접적으로 느낀 바로는, 매번 반복되는 저주와 같았다.


“어떻게···. 어떻게 그 오랜 시간을 버텨내셨습니까? 수천 년이 넘는 시간을요.”


[나도 처음에 적응하기가 무척 어려웠지. 새로운 세상, 새로운 육체에 적응하기위해 무던히도 노력할 수밖에. 어느 순간 깨달음을 얻어, 기억을 봉인하고 새로운 삶을 받아 드렸다. 사실 나도 얼마나 많은 삶을 살아왔는지, 모두 기억하지 못해.]


무환은 목을 가다듬고 이어 말했다.


[기억을 봉인하는 대신 잊지 않기 위해 ‘만백총서’에 기록해두었지. 너에게 전해준 ‘전생기록’이 바로 그것이다.]


‘만백총서’ 말 그대로 모든 것을 기록하고 보관할 수 있는 책이다. 무환의 기억을 타고 올라가보니, 상제(上帝)의 일기장과 같은 역할을 하는 기물이었다.


물론 단순한 기물이었다면, 무환의 전생기록을 담지 못했을 것이지만 말이다. 어떻게 구했는지는 무환의 기억에 남아있지 않았다.


“무환. 당신이 말한 계약을 마무리 지으려면, 찢겨진 육체를 모아야 합니까?”


무환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맞아. 내 육신의 조각들. 그것을 모아야 윤환의 저주를 끝낼 수 있다. 보시다시피 알겠지만, 마지막 생에 배신당하고 봉인을 당하는 바람에···. 내 모든 계획이 어그러졌지. 마지막 마무리만 잘됐으면 이렇게 고생할일도 없었겠지. 흐흐]


그 누구라도 믿고 있는 이들에게 한순간에 배신을 당한다면, 당해낼 재간이 없을 터다.


“저도 무환과 계약한 만큼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제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주었으니까요.”


[기브 & 테이크,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는 법. 항상 말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을 명심하게. 그리고 자네의 몸을 새롭게 재구성하기 위해 하나밖에 없는 귀한 재료를 썼지.]


‘어차피 계약 때문에 썼으면서 생색내기는···.’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여기서 계속 이야기를 해야 합니까?”


[아니지. 아니야. 자네가 있던 세상으로 다시 돌아가야지. 전생기록 사용법은 몸으로 직접 겪어야 할 테니 넘어가지.]


뭔가 의미심장한 말을 하는 무환 이었다.


‘몸으로 직접 겪으라고? 좀 불안한데···.’


[육체도 손봤겠다. 이제 본게임으로 들어가야지?]


태수와 무환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무환의 공간으로 들어올 때처럼 말이다.


그렇게 내가 원래 있던, 고시원 옥상으로 돌아왔다.


*


*


*


하늘은 이전과 같이 붉게 물들어 있는 상태였다.

주위를 둘러볼 겨를도 없이, 새로운 메시지가 확인되었다.


<스타팅 포인트 지역 선택이 필요합니다.>


1.한국.

2.미국.

3.러시아.

4.중국.

5.인도.

6.일본.

7. 기타 지역 직접 선택.

- 국가 선택 후 해당 국가의 무작위 지역으로 이동합니다.

.

.

.


‘음? 스타팅 포인트를 선택하라고?’


원래 있던 자리로 복귀하자마자, 황당한 문구가 눈앞에 보였다.


조용히 상황을 살펴보던 무환이 나섰다.


[간단하군. 인구가 제일 많은 곳으로 선택해라. 인간도 자원에 해당되기 때문이지. 빠른 성장과 지분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인구가 많은 곳이 최적의 선택지다.]


세계 1위 인구 밀집 국가는 중국이다.

확인된 인구만 14억 4천만. 집계되지 않은 무호적자 인구까지 합하면 16억 가까이 되는 국가가 중국이다.


[제일먼저 처리하는 것이 살아있는 생명체다. 그 다음으로 행성의 주요 자원들을 채취해서 지분으로 변환하지.]


무환이 설명하는 내용은 간단했다.

살아있는 생명체 => 인간 => 지구의 자원 => 지구의 지분 전환 => 행성(지구)의 주요 자원 채취 순으로 말이다.


[다차원 증권시장 스톡디멘션은 공평해야해. 새로운 체계를 받아들이는 대신, 인간 모두에게 각성의 기회를 주는 게 바로 그 이유지. 안 그러면 저치들도 제약을 받게 되거든. 흐흐.]


무환의 조언은 나름대로 신빙성이 있어보였다.

아무래도 경험이 많은 만큼, 내게 조언해주는 것일 터다.


태수는 무환의 조언을 받아드리기로 마음을 정했다.


“스타팅 포인트는 중국으로 선택한다.”


<이용자 김태수 님의 스타팅 포인트 지역은 ‘중국’입니다.>

<도착지는 시스템에 따라 무작위로 선택됩니다.>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저번에 각성할 때처럼 슬롯머신이 나타났다.


‘뭐 할 때마다 슬롯머신이야?’


-드르륵. 드르륵. 드르륵.


<김태수 님의 최종 목적지는 중국 ‘충칭시’입니다.>

<3초 후 전송이 진행됩니다.>


시스템 메시지의 목소리와 함께, 몸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이용자 김태수 님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


*


*


- ‘극한자본주의’ 패치 3일차.


충칭시.

한국 표기로 중경, 중국 남서부에 있는 중앙 직할시다.

3,000만 명 이상의 인구와 21개의 구, 13개의 현, 4개의 자치현 으로 구분되는 대도시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인영이 툭하고 떨어졌다.

떨어진 인영은 방금 전, 시스템에 의해 이동한 태수였다.


“커헉. 이런 X발. 우웨엑.”


시스템은 태수에게 친절하지 않았다.

태수는 허리를 수그린 채, 연신 구토하기 바빴다.


‘이런 부작용이 있었으면 설명해줘도 괜찮았을 거 아냐!’


무환은 내게 신경도 쓰지 않고, 주위를 둘러보기 바빴다.


[흐음~ 이게 얼마만의 바깥공기인가. 순간이동을 하면 다 그렇지. 처음이라면 더더욱 적응하기 어려울밖에. 다 토해냈으면 움직여야지.]


태수에게 재촉하던 무환이 갑자기 코로 ‘킁킁’ 거리기 시작했다.


[역겨운 냄새가 나는 것을 보니, 이 구역은 마굴이 장악했구먼. 누가 관리하는 권역인지 알면 좋겠건만.]


‘마굴? 권역?’


토악질이 진정된 태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충칭시가 어디인지 모르겠지만, 높은 빌딩과 건물들이 빼곡하게 차있는 것을 보니 꽤나 큰 대도시인가보다.


다만, 죄다 반파되어 정상적인 건물들이 별로 없다는 게 걸렸다.


도시의 고아가된 느낌이다.

넓은 공간에 덩그러니, 나와 무환 단 둘의 존재만 있으니 더 적막하게 느껴졌다.


일단 중국을 선택하라 해서 하긴 했는데···. 앞뒤 생각 없이 넘어왔더니 막막한 상황이다.


‘무환.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


무환과 대화를 나눌 때 굳이, 육성으로 말하지 않아도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저번 경험을 통해 알아냈다.


[어쩌긴? 보이는 족족 쳐 죽이는 게 자네가 할 일이야. 적을 죽이고 뺏는다. 그리고 성장한다. 성장하지 못하면 나와의 계약을 이행할 수 없을 테니까 말이야. 끌끌. ]


아니. 대체 뭘 쳐 죽여?

전생기록이고 나발이고 당장 무기하나 없는 상황에 뭘 어떻게 하라는 거지?


왠지 모르게 사기당한 기분이 들었다.

‘아니···. 제가···. 하. 진짜 너무한 거 아닙니까!’


[너무하긴 뭐가 너무해? 분명 말하지만, 나와 계약한 것은 그 무엇과 비교할 수 없는 기연이라는 것만 알아두게.]


기연은 개뿔!

보여준 것도 없으면서, 무협지에서나 나오는 기연타령이냐.


[다 들린다. 어리석은 애송아. 입 아프게 또 말하지만 내가 전해준 전생기록은 때가 되면 자연스레 알게 될 것이야.]


무환에게 궁시렁대는 사이, 쿵! 하고 저 멀리서 소리가 들려왔다.


‘음?’


도로에 폐차처럼 서있는 차들 사이로 쿵. 쿵.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안개 너머 희끄무레한 인영을 살펴보니 이족보행을 하고 있다. 거리가 있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인간의 체격보다 더 커보였다.


[오! 저기 보이는구먼. 여기 지역은 마수족 출신들의 권역인가 보군. 잘됐구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며 상대가 자세히 보이기 시작했다. 사자머리에 하체는 인간의 체형과 흡사했다. 불끈불끈 한 근육질 체형은 보기만 해도 위압감이 느껴졌다.


‘하나가 아니었어?’


사자 머리를 한 이족보행 몬스터들은 하나가 아닌 총 3마리였다. 가까이서보니 크기도 2미터 가까이 되는 것 같다.


‘미친. 저걸 어떻게 상대하라고?’


놈들의 시야에 보이지 않기 위해, 폐차된 트렁크 뒤에 있던 나는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었다.


지척까지 다가온 놈들의 목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왔다.

과연 종족과 상관없이 언어 대통합이 돼서 그런지, 사자대가리 마수들의 대화가 그대로 전달됐다.


“크릉. 오늘은 재수가 없군. 크릉.”


옆에 있던 사자머리가 답했다.


“벌써 인간들의 씨가 마르고 있답니다. 저 옆 동 내에서도 정리가 되가는 모양입니다. 크릉.”

“겨우 3일 만에···. 역시 인간들은 나약하기 그지없군. 크릉”

“저희야 편하지 않습니까. 인신공양의 재단도 모두 준비했으니 남작님께서 강림만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도마뱀 일족들이 말하기로, 3일이면 강림할 수 있다고 전해왔습니다. 크릉.”


사자대가리들이 대화하는 내용을 듣던 중 불안이 엄습해왔다. 아까 전에 분명 의미심장하게 말했던, 무환이 조용히 있는 게 이상하다.


‘설마.’


그때 무환이 대답했다.


[그 설마가 사람 잡는 법이지. 흐흐. 직접 느껴보려무나.]


무환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등 뒤에서 벌침에 쏘인 것처럼 따끔한 통증이 느껴졌다.

갑작스러운 통증에 나도 모르게 악! 소리가 나왔다.

구석에 조용히 숨어있던 태수의 계획은 모두 물거품이 됐다.


태수의 비명소리를 듣고선, 사자대가리 무리가 곧장 반응해왔다.


“크릉! 저기에 인간 있다. 간만에 포식 좀 하겠군.”


동물의 탈을 써서 그런지 몰라도, 청력이 좋은 것 같다.

탈이 아니지. 진짜 사자대가리였지.


두려움에 몸이 뻣뻣하게 굳었는지, 태수는 도망칠 생각도 못했다. 현실적인 위협이 빠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X됐다.’


작가의말

다음화부터는 익사이팅한 장면들이 자주 나올 것 같습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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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 11화. > +12 20.05.20 168 9 11쪽
11 < 10화. > +9 20.05.20 169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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