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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dGear 님의 서재입니다.

포인트로 종말을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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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dGear
작품등록일 :
2020.05.11 22:47
최근연재일 :
2020.05.28 00:48
연재수 :
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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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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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3
글자수 :
78,460

작성
20.05.13 00:46
조회
353
추천
18
글자
13쪽

< 4화. >

DUMMY

< 4화. >






*


*


*


조금 어지러워 정신을 못 차리는 사이, 어느새 나와 그림자 앞에 탁자와 찻잔이 놓여있었다.


[이 공간은 내가 아우르고 있는 영역이다. 간단히 말해 내 영지나 마찬가지인 공간이지. 예전과 비교하면 지금은 형편없이 쪼그라들었지만···.]


그림자는 어느새 자리에 앉아 찻잔을 홀짝홀짝 들이키고 있었다.

차를 천천히 음미하던 의문의 그림자는 내 앞에 누런색의 계약서를 내밀었다. 언제 준비한 것일까? 의문을 가지기도 전에 계약서의 내용들이 속속들이 읽혔다.


분명 계약서에 적힌 내용은 처음 보는 문자임에도 불구하고, 내용이 자연스레 거부감 없이 술술 읽힌다.


‘아까 언어 통합 어쩌고저쩌고 뭐라 하더니···. 진짜 읽히는구나.’


계약서의 내용은 길지 않았지만, 내용만큼은 강렬하기 그지없었다.


1) 맹세의 계약은 계약한 이상 절대 깨지지 않습니다.

2) ‘무환’의 요구에 따라 계약을 이행해야 합니다.

3) ‘무환’의 계약 요구에 응할시, 그에 상응하는 힘을 계약자에게 제공합니다.

4) ‘무환’의 잃어버린 조각을 찾아 모아야합니다.

5) ‘무환의 전생기록’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6) 계약이 종료되지 않는 한 1-5번까지 내용이 유지됩니다.


이 계약의 종료는 ‘무환’이 가진 저주의 고리가 종료될 때까지 상시 유지됩니다.


‘이 그림자의 이름이 ‘무환’인가?’


계약서의 내용은 길지 않고 단순했다.

다만, 계약 내용이 단순한 만큼, 계약자와의 관계가 중요한가보다.


[자. 도장이나 찍지 그래. 아까도 그랬지만, 내 요구조건은 간단하다. 내가 겪고 있는 저주의 고리를 끊기 위해 너의 도움이 절실하지. 물론 너 또한 나의 힘이 큰 도움이 될 거야. 그리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닐 거라 장담하지.]


눈만 떼굴떼굴 굴리는 나의 모습을 보며 무환은 이어 말했다.


[어차피 너의 상태도 마다할 상황은 아닌 걸로 아는데? 자세한 이유는 계약 완료 후 질문할 시간을 주도록 하지.]


내가 생각해도 시한부인 입장에서 더 좋아질 것 같지 않았다. 태수는 큰 고민 없이 바로 사인을 했다.


계약서는 내 사인과 동시에 반으로 갈라져, 절반은 무환에게 나머지 절반은 나에게로 돌아왔다.


반쪽의 계약서는 마치 스펀지처럼, 내 몸속으로 자연스레 흡수 되었다. 반쪽짜리 계약서가 흡수됨과 동시에 반투명한 상태창이 떠올랐다.


-각성 능력 : 다중인격.

-각성 타입 : 성장 진화형.

-각성 스킬 : 자아성찰.

자아를 컨트롤할 수 있습니다.

-특성 : 다양한 인격을 사용할 수 있다.

자아성찰을 통해 정신계 공격 방어에 강하다.

-단점 : 정신계 특성에 특화되었기 때문에

무력과 무관한 능력이다.

-패시브 : ‘무환’과의 계약으로 ‘무환의 전생기록’

패시브가 적용 됩니다.

‘무환의 전생기록’은 영구적으로 적용됩니다.

상황에 따라 전생기록이 발동됩니다.


위의 내용은 이전과 다를 게 없었지만, 바로 아랫부분에 “무환의 전생기록”이라는 패시브가 새롭게 생겼다.


‘무환의 전생기록 패시브?’


태수가 상태창을 보며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있는 사이 조용히 지켜보던 무환의 입이 열렸다.


[좋아. 맹세의 계약은 완료됐다. 이제 자네의 질문을 받아줄 차례인가? 궁금한 게 있다면 얼마든지 물어보게나.]


현재 상황이 똥인지 된장인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생각이 떠오르는 데로 질문했다.


“저와 계약한 이유가 뭡니까? 아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오래 살지 못합니다.”


무환은 가볍게 눈웃음을 치며 말했다.


[간단하지. 내가 가지고 있는 것으로 원상복구 시킬 수 있기 때문이지. 물론 과정은 간단하지 않겠지만 말이야.]


간단하다고?

간단하단 소리는···.

설마 내가 살 수 있다는 소리인가?

진짜 살 수 있어?


무환은 내 속마음을 훤히 들여다보았는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이미 네가 사는 세상이 바뀌지 않았나? 새로운 세계가 열린 만큼 기존의 상식은 잊어버리게나.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자네 속에 있는 혹 덩이는 내가 바로 해결해줄 수 있다네.]


무환이 말한 것처럼 살 수 있다는 말이, 마치 악마의 속삭임처럼 달콤한 말로 들려왔다.


새로운 가능성은 곧 희망이라는 소리다.

어차피 밑져야 본전 아닐까?


마음을 차분히 가다듬고 다음 질문을 이어갔다.


“대체 당신의 정체는 무엇입니까? ‘무환의 전생기록’이 뭔지도 모르겠습니다.”


찻잔을 들고 잠시 생각하던 무환은 조용히 답했다.


[내 정체라···. 하나이되 하나가 아닌 자. 라고 정의할 수 있겠군. 살아왔던 이름들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야. 그냥 무환이라 부르게. ‘무환의 전생기록’은 내 일생이 모두 담겨있는 정수 그 자체. 그동안 내가 겪어왔던 전생과 환생의 경험일지가 모두 녹아있지. 그래서 내 이름은 따로 정의할 수 없기에 ‘무환’이라 통일했지. 계약에 의미를 두자면 저주의 고리를 끊기 위해 자네와 계약을 맺은 거라 해두지. 이제 궁금증이 풀렸나?]


“그. 그렇다면, 그 저주는 저에게로 넘어오게 되는 겁니까?”


조용히 고개를 저으며 무환이 말했다.


[나중에. 먼 훗날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될 때 결정하면 된다네. 자네가 각성한 다중인격 능력과 내가 전이해준 전생기록의 궁합은 찰떡궁합이야. 그건 장담하지. 우연히 만난 것 치곤 대단히 만족스러운 거래라고 할 수 있지. 나나 자네나 말이야. 사용 방법은 차차 알려주도록 하지.]


지금은 막상 조용한 공간에 있지만, 내심 마음 한구석에 불안감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까?”


[간단하지. 길게 말하면 이해하지 못할 테니 짧고 굶게 이야기해주지. 지금 자네가 살고 있는 행성이 ‘스톡디멘션 차원’에 주식이 상장되었다는 거야. 지금 자네가 살고 있는 행성에도 회사 주식 채권의 개념은 있지 않나?]


주식시장은 자본주의의 꽃이라 했다.

태수는 설마 했다.


“코스피나 코스닥에 상장된 그 주식을 말하는 겁니까?”


무환은 아무렇지 않게 ‘맞아’라고 답했다.


[자본주의가 인간에게만 통용될 거라 생각하나? 인간들조차 금융 경제로 국가의 가치를 매기지 않나? 신들도 똑같다. 자본주의 논리. 자기 자신을 추종하는 세력과 자원이 많아질수록 강력해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는 것이지. 차원과 행성은 많아. 이계의 신들조차 힘을 늘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태수를 보며, 무환은 차분히 설명했다.


[지구에서 거주하고 있던 관리인이 지구 지분을 타차원의 그룹에게 양도했다는 것이지. 그 말인즉슨 지구의 관리자가 지구를 포기했다는 뜻이야. 누구나 그렇겠지만, 타 차원의 자본가들은 공짜를 아주 싫어해. 있는 것 없는 것 쥐어짜서 모두 뽑아 먹을 때까지 멈추지 않을 거야.]


무환의 말에 섬뜩한 생각이 들었다.

결국 지구는 타 차원의 침략으로 멸망의 기로에 섰다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해결 방법은 없는 겁니까?”


무환은 별거 아니라는 듯 무심히 말했다.


[왜 없겠나?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 타 차원의 침략자들에게 편입 되던가···. 아니면 지구의 지분을 최대한 모아 자력으로 구원하던가. 아니라면 타 차원 그룹의 주식을 매집하여 우회 지분을 늘리던가. 여러 가지 방안이 있지. 선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분들을 말해준거야. 물론 말로는 간단하다 하지만 무척 어려운 일이겠지.]


무환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이걸 알아야해. 타 차원의 그룹들도 여러 차원의 행성을 먹으려 애쓰는 이유는 한결같아. 본인들의 격을 높여 신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지. 결국 신들 조차 자본이 없으면 유명무실할 수밖에 없는 존재다. 이 말이야.]


뜬금없이 신?

이제껏 살면서 본적도, 느낀 적도 없는 신을?


대체 이걸 뭐라 해야 한단 말인가.

지금 이 시간에도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지 모르는데 말이다.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네. 내가 자네와 함께하는 이상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네. 원래 누구도 예상치 못한 변수는, 조커 패를 들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말이야.]


무환은 전혀 두려울 게 없다고 말한다.


그래.

새로운 세상이 열린 만큼, 내게도 새로운 기회가 왔다고 생각한다.


저 밑바닥 인생이었던 내가.

뒤바뀐 세상에서 달라질 수 있는 것 아니겠나.

살면서 3번의 기회가 온다 했다. 그 3번의 기회가 한꺼번에 몰려온 게 아닐까?


천천히.

하나씩 하나씩 바꿔나가겠다.

살 수 있다는 희망에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태수가 마음가짐을 하는 사이.

무환은 나를 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제 슬슬 일어나야지? 작업을 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네.]


응?

무슨 작업?


태수가 대답하려는 찰나에 무환의 손이 내 어깨에 살짝 닿았다.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무환의 표정이 즐거워 보인다. 눈매가 보름달처럼 반달로 휘는 게 보였다.


[조금 아파도 참게. 자네 몸속의 혹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 없어. 신성한 불꽃을 이용하여 태워 없애는 것. 자. 그럼 좋은 꿈꾸라고.]


내가 뭐라 말할 사이도 없이 순식간에 내 몸 안과 밖에서 하얀색의 불꽃들이 순식간에 타올랐다.


처음엔 아무런 통증이 없더니만···.

순식간에 하얀 불꽃이 번지며 내 몸을 타고 올라갔다.

불꽃이 너무 빠르게 타올라서일까?

10여초가 지난 후에야 극심한 고통이 느껴졌다.


외부와 내부 모두 불타오르는데 안 아프면 거짓말이다.

입과 목이 녹아내리고 있었기에 태수는 속으로 울부짖었다.


‘이런 X발! 너무 아프잖아!!!’


머리털 나고 이런 고통은 생전처음이었다.

췌장암으로 인해 받았던 고통은 지금 받고 있는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장담한다.


피부가 벗겨지고, 새로운 살들이 벗겨진 피부의 공백을 한 꺼풀씩 채우기 시작했다.


한편에서 태수가 하얀 불꽃에 타오르는 모습을 지켜보던 무환은 불을 줄이고 키우고를 반복했다.


[세상에 어디 공짜가 있던가? 새로운 몸으로 태어나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필요하기 마련이지. 내가 자네에게 알려주는 첫 번째 교훈이라네. 끌끌.]


혀를 차며 웃고 있었지만, 무환의 표정은 진지하기 그지없었다.


1분도 지나지 않았건만, 내게는 억겁과 같은 시간이었다.


모든 신경이 녹아서일까? 어느 순간부터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


의식의 저편에서 무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전해준 전생기록이 궁금했지? 그게 뭔지 직접 느껴 보거라.]


무환의 말이 끝나자마자, 내 시야에 특정 장면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가기 시작했다. 마치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직접 내려다보는 느낌이었다.


영화 필름처럼 보이는 가상의 영상들이 무언으로 내게 말하는 것 같다.


그제야 깨달았다.

지금 내가 보고 느끼는 것은 무환의 전생기록들이라고···.


무환의 전생기록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수 천 번의 전생과 환생을 통해 궁극을 바랐던 존재.’ 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불가해의 영역.


당시 무환이 느꼈던, 감정의 파편들이 해일처럼 밀려왔다.

과연 제정신으로 버텨낼 수 있을까?


차원, 종족, 인종.

모든 것이 달랐다.

심지어 인간 이외의 이계 종족까지도 넘나들었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인상 깊었던 몇몇 인물들이 기억났다. 주위에서 제3자들이 칭했던 호칭들이라 그런지, 기억이 더 선명하다.


<만마의 종주.>

<검을 숭상하는 자.>

<반인반마.>

<10개의 입을 가진 마법사.>

<망국의 황제.>

<철혈의 기사단장.>

<만년 독인.>


*


*


*


이외에도 더 많은 기억들이 스쳐지나갔다. 윤회의 고리, 전생과 환생을 넘나들었던 무환의 전생기록.

무환의 전생기록들은, 나에게 이렇게 외치는 것 같았다.


- ‘하나이되 하나가 아닌 자.’


무환이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느꼈다.


‘전생의 기억을 잃지 않고, 무한의 삶을 살아온 괴물.’


내가 각성한 다중인격과 무환의 ‘전생기록’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29 9도
    작성일
    20.05.20 07:57
    No. 1

    홍보글 보고 들어왔다가 딱 여기까지 봤어요. 재밌어요^^ 지구온난화, 환경파괴를 소재로 쓴 건지, 아니면 주제로 쓰려는 건지 모르겠지만, 이 설정 너무 좋습니다. 추천, 선작, 모두 남기고 갑니다.^^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2 EndGear
    작성일
    20.05.20 16:10
    No. 2

    재미있게 봐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지구온난화, 환경파괴의 소재가 아닙니다.
    지구온난와나 환경파괴는 지구 멸망의 단초를 제공한 사유로 짧막하게 넣은 부분입니다. 지구의 주인은 누구인가? 에서부터 시작한 소설이며, 타차원 및 행성들에도 자본주의적 회사들이 있지 않을까? 싶어 쓰게된 글입니다.
    그래서 다차원의 주식 상장을 통해 지구 침공 구실이 된다는 이야기 입니다.

    어느날 갑자기 지구가 망했다, 어느날 지구에 게이트가 열렸다. 라고 쓸까 했지만... 그럼 제 글만의 의미가 없어지는 것 같아서 이렇게 쓰게 됐네요. ^^;

    생소한 표현들도 있을것이고, 주식 용어들도 나오게됩니다.
    지구에 상장된 주식을 확보 못하면 지구는 멸망하는 것이요, 지구 지분을 50.01% 이상 얻어내면 지구 존속이 가능하게 되는 부분이지요.

    어쨌거나 주인공의 굴림은 확정이 ^^;;

    독자님들께서 좀더 쉽고 재미있게 즐기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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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1화. > +2 20.05.11 521 2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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