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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dGear 님의 서재입니다.

포인트로 종말을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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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dGear
작품등록일 :
2020.05.11 22:47
최근연재일 :
2020.05.28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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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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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8,460

작성
20.05.11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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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 1화. >

DUMMY

< 1화. >






고시원의 협소한 골방 안.


덩그러니 놓여 있는, 작은 TV 화면에서 뉴스 속보가 나오고 있다.


[뉴스 속보입니다. 현재 지속적인 기상이변으로 전 세계는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폭염이, 인도에는 북풍 한파와 폭설이 내리고 있으며, 멕시코 등지에서는 우박이 쉼 없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데요. 주말에 이어 지금까지 6일간 개기 일식 현상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 각지에서 많은 혼란이 있는 와중에 생태계와 기후 전문가들의 의견은 ‘지구에서 발생한 오염과 자연 파괴로 인해 기후의 불안정이 발생, 온난화 현상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라고 발표하였습니다.]


[현재 시각에도 전 세계 각지에서 기상이변 현상이 지속해서 제보되고 있습니다. 인명 피해도 점점 늘어나고 있어, 이른 시일 내에 각국 정상들의 대책이 시급해 보입니다. 여기까지 TVU 뉴스데스크 이아현 이었습니다.]


TV에서는 세계적으로 기상이변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고 방방 떠들지만, 1.5평짜리 골방 안에 있던 내게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그 이유는 태수가 손에 들고 있는 흰색 용지에 답이 적혀있었기에.


“췌장암 3기라니...”


췌장암 3기, 그것도 4기에 준하는 말기 수준이란다. TV에 뉴스 앵커가 기상이변으로 시끄럽게 떠들든 말든 나와는 동떨어진 이야기로밖에 안 들린다.


췌장암 3기 ~ 4기 생존율은 8.5% ~ 2.5% 사이.

저 생존율 수치도 최상의 수술과 항암치료가 병행되었을 때의 이야기다.


지금의 내 경제적 능력으로는, 꿈도 못 꿀 머나먼 이야기였다.


돈을 차곡차곡 모아 퀴퀴한 골방 월세가 아닌, 전세라도 구하나 싶었는데···. 결국 현실은 좁디좁은 고시원 단칸방 신세도 벗어나지 못했다.


오만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살아왔는데···.’


일가친척도 없는 천애 고아가 비빌 언덕이나 있었을까?

나이가 차고 만18세 보육원을 나오게 되면서, 500만 원의 국가 보조금이 끝인 마당에 말이다.


보육원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현실의 냉혹함을 맛봤다.

찜질방을 전전하며 겨우겨우 입에 풀칠만 하던 나날들이었다.


당시에는 따뜻한 보금자리가 절실했다.

반복되는 생활고에 신용도 없는 고아가 어디서 돈을 구하겠나? 결국 사채 일수에 손을 댈 수밖에 없었다.


닥치는 대로 미친 듯이 일했다. 일용직부터 시작해서 배달, 대리운전, PC방, 편의점, 야채상까지 돈만 벌 수 있다면 모든 걸 다했다. 개처럼 일해서 이제야 빚을 다 갚았는데, 결국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졌다.


“X발! 열심히 살았던 보상이 췌장암이라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터지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볼을 타고 닭똥 같은 눈물이 쉼 없이 흘렀다. 그동안 악과 깡으로 버티었던 마음의 댐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비록 가난했지만, 공구리질로 다져진 건강했던 내 육체는 장기기증도 못 하는 쓸모없는 몸뚱어리로 변해버렸다.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아직도 의사가 했던 말이 내 귓가에 맴돈다.


[김태수 환자분께서는 보호자가 없으신 관계로 검사 결과를 환자 본인께 알려드리겠습니다. 이런 말씀드리기 조금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췌장암 4기에 준하는 말기 암 상태입니다. 주변 장기까지 전이된 상황이라 수술을 하더라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겠습니다. 길어야 6개월입니다.]


시한부 선고.

그래. 진짜 시한부 선고였다.

내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이다.


수술을 받거나 항암 치료를 받으면 조금이나마 목숨을 연장할 수 있겠지만, 나는 그마저도 포기했다.


‘돈이 없잖아.’


아니. 더 살고 싶지 않다는 건 거짓말이다. 살 기회만 있다면, 더 살고 싶은 게 인지상정 아닌가? 다만, 수술과 항암치료 하는데 드는 비용 감당이 안 될 뿐이다.


결국은 돈이 문제였다.

지금 내가 사는 세상은 자본주의 세상이다.


돈이 있으면 삶을 연명할 수 있고,

돈이 없다면 삶을 이어나갈 수 없는 거다.

애초에 더 좋은 환경에서 자랐다면, 1년에 한 번 건강검진으로 미리 예방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치료받고, 케어 받기에는 이미 늦은 것 같다.


만약 돈이 있다 한들, 지금 상황에서 항암치료를 받아봤자 결국 약간의 생명연장이 전부 아닌가? 비용도 무시하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고통이 점점 심해졌기에 강력한 진통제만 처방받았을 뿐이다.


그리고 독한 항암제 치료를 받으면 탈모가 오지 않나.

어차피 가망 없는 상황이라면, 머리카락이라도 지키고 싶었다.


갈 때 가더라도 마지막 마무리는 깔끔했으면 좋겠다.


얼마 남지 않은 인생, 남길 거 없이 모든 것을 정리하고 여행이나 떠나볼까 고민된다.


당장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릿속은 뒤죽박죽이다.


나는 복잡한 마음을 달래고자, 항상 마음을 다독였던 고시원 옥상으로 올라갔다. 힘들거나 어려울 때, 옥상에 올라 야경을 보며 꿈을 키웠던 나의 작은 습관이다.


옥상에 올라오니 마음이 절로 가벼워진다.

작고 초라하지만, 처음 자리 잡았던 이곳.


마음을 비우고 정리하기에는 이만한 곳도 없었다.


뉴스에서 떠들었던 대로 개기일식의 영향인지 낮임에도 불구하고 저녁처럼 어둡다. 그래서인지 유난히 밝아 보이는 별빛들이 더욱 반짝인다.


그동안 돈이 아까워서 항상 싸구려 소주만 사 먹었지만, 오늘만큼은 큰마음 먹고 편의점에서 맥주를 샀다.


‘잠깐. 이 정도 가지고 사치라고 할 수 있나?’


내가 생각해도 어이없었는지, 나도 모르게 자조적인 미소가 지어졌다.


건강 생각해서 뭐하나, 어차피 시한부 인생인걸.

그동안 비싸서 자주 먹지 못했던 맥주나 실컷 먹어야겠다.


이 흔한 맥주 한잔 사먹는 게 아까워서, 쪼들려 살았던 내 모습이 참 궁상맞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후회 없이 있는 대로 먹고 쓸 걸.’


씁쓸한 마음을 뒤로한 채, 야경을 안주 삼아 맥주를 마시니 오늘따라 더 맛있는 것 같다.


톡 쏘는 탄산, 알싸한 알코올, 시원한 목 넘김.

맥주 한 캔을 쉬지 않고 한 번에 다 마셨다.


“크으~ 좋다. 그래. 이 맛이지.”


맥주를 오랜만에 먹어서일까.

오늘따라 유난스레 맥주 맛이 더 좋다. 웬일인지 통증도 별로 없는 게 기분이 절로 좋아졌다. 몸 상태도 내 기분을 알았는지, 최상의 컨디션으로 보답하나 보다.


‘오늘만큼은 마음 놓고 편하게 잘 수 있지 않을까?’


제발 오늘만큼은 고통스럽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어서 맥주를 마시려 할 때, 고막을 두드리는 문제의 고주파 소리가 울렸다.


‘뭐지? 어디서 불이 났나?’


갑작스럽게 울리는 괴음은 태수의 고막을 뚫고, 달팽이관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삐이이이이이이이잉~


-삐-삐-우-웅-삐-삐-우-웅


-삐이이이이이이이잉~


-삐-삐-우-웅-삐-삐-우-웅


생전 처음 듣는 소리다.


구조 신호나 사이렌 소리도 이런 소리를 내지 못한다.

마치 고막이 큰 충격을 받았을 때, 웅웅 울리는 이명처럼 불쾌했다.


대략 1분이나 지났을까?

고막을 괴롭히던 불쾌한 소음이 드디어 멈췄다.


알 수 없는 이명 소리가 멈춘 후,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


지구로부터 전송된 의문의 메시지.


일반적으로 눈으로 보이거나 귀로 들리는 메시지가 아니었다. 마치 머리에 각인되는 느낌이 이러할까?


[안녕하세요. 지구인 여러분. 저는 U-071차원 지구 관리자 ‘푸루니’입니다. 이제야 메시지를 전달하게 되었군요. 여러분은 잘 모르겠지만 저는 매우 곤란한 상황입니다. 당신들에게 자연재해로 충분히 경고를 했는데도 말이죠.]


[제가 막을 수 있는 오염의 한계치를 넘었어요. 저는 지금도 고통받고 있습니다. 방사능, 프레온가스, 각종 폐기물의 오염, 바다와 녹지의 오염을 막기 위해 특단의 조처를 하려 합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인간들의 욕심과 이기심 때문이란 걸 잊지 마세요.]


[그래서 저는 중대한 결심을 했습니다. 제가 보유한 지구의 지분을 넘기기로요. 오늘부로 제가 보유한 지구의 지분을, 제3자에게 양도하기로 했습니다. 양도받는 ‘집단’들은 지금으로부터 10분 뒤, 지구로 방문 예정입니다.]


[지구의 지분이 감소함에 따라, 오늘부로 ‘관리자’의 신분에서 ‘주시자’의 신분으로 격하됩니다. 지금부터 제가 가지고 있는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겠습니다. 지구인 여러분도 정당하게 자력 구원을 하시기 바랍니다.]


[다차원 증권시장 ‘스톡 디멘션’에 지구가 정식 상장됩니다.]


[10분 뒤 <극한자본주의> 패치가 진행됩니다. 추후에 있을 공지 사항은 방문 예정 중인 ‘집단’들을 통해 안내될 예정입니다. 지구인 여러분. 모쪼록 행운을 빌겠습니다. good luck!]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하겠습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그동안 지구에서 누려왔던 모든 것이 무료였겠지만, 이제부터는 무료가 아닌 유료입니다.]


지구 관리자였던 ‘푸루니’의 메시지가 종료함과 동시에, 하늘에 거대한 숫자판이 생겼다.


마치 알람시계처럼.


-600초.

-599초.

-598초.


*


*


*


태수가 있던 고시원 옥상.


‘이거. 실화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고시원 옥상에 있던 태수는,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황당해 하는 나와 상관없이, 하늘에 떠 있던 숫자는 1초씩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었다.


‘지구 관리자라니? 지구가 지분을 양도한다니? ‘집단’이 방문한다니? 혹시 방송국에서 나온 몰래카메라나 그런 건가?‘


누군가는 장난 같은 메시지라 생각했다.

누군가는 웃어넘겼다.

누군가는 미친놈의 헛소리로 치부했다.

누군가는 조작이라 말했다.


정확히 10분 뒤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것도 모르면서···.


지구 종말의 방아쇠가 당겨졌다는 것을 말이다.


*


*


*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확인차 핸드폰을 열어봤지만, 핸드폰도 불통인 상황이었다.


태수의 머릿속에서 정리되지 않은 채, 복잡한 생각을 이어가는 사이 600이라는 숫자는 어느새 10초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10초.

-9초.

-8초.

-7초.

-6초.

-5초.

-4초.

-3초.

-2초.

-1초.

-땡.


600초 타이머가 끝나는 동시에, 태수의 눈앞에서 이상한 메시지들이 정신없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마치 게임 시스템의 상태창이나 튜토리얼처럼 말이다.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이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되지 않아 내 뺨을 후려쳤다.


-짝!


‘씨X! 아프잖아!’


정신이 번쩍 나는 것을 보니 진짜 현실인가보다.

순간 내 눈앞에 업데이트 메시지가 나타났다.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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