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로 등급외 12지 전사요

강철길드(2)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내가 지금 김강호와 대화하는 것처럼.

“조금 남부끄럽지만 요즘 시대에는 살아남는 게 최고잖습니까. 그래서 길드 구호가 유치합니다. 하하.”

“유치하긴요? 살아남는 게 미덕인 시대인데요. 오히려 보기 좋습니다.”

“그렇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서 말인데···.”

“네. 부담 갖지 말고 말씀하셔도 됩니다.”

우진은 예상했다.

길드 가입 권유 말이다. 회귀 전에도 강철길드는 항상 국내에서 TOP3 안에 드는 최고 길드 중 하나였다.

강철 길드 가입으로 오히려 이득을 봤으면 이득을 봤지. 손해 볼일이 없다.

“그럼. 거두절미하고 말하겠습니다. 우진씨 저희 길드에 들어오는 게 어때요? 아라에게 이야기 들었는데 몬스터 대처법이나 용병술이 뛰어나다고 해서요. 뭐 각성 능력이야 길드에서 대여중인 장비빨로 커버 가능하니 각성 능력은 예외로 두고요.”

우진은 진중한 표정으로 고민했다.

원래 계획은 혼자 활동하면서 성장하는 게 목적이었는데 말이지. 강철길드 부마스터 이천상 에게 목숨을 구원 받은 것도 있으니, 겸사겸사 1년 정도 함께 활동한다 해도 성장에 무리는 없을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다.

잠시 뜸을 들인 후 김강호 에게 답했다.

“좋습니다. 강철길드는 아무나 가입하기 어렵다는데 저는 운이 좋았군요. 대신, 기간을 정하고 가입하고 싶은데 괜찮습니까? 저도 개인 사정이 있어서 지속적으로 길드 활동은 어려울 것 같아서요.”

김강호는 반색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하하. 걱정 마세요. 저희 길드원 들은 1년 단위로 길드 계약을 갱신 합니다. 실전 위주! 실력이 떨어지면 도태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우리 길드는 비록 규모가 작지만, 길드 랭킹이 상위권에 있는 이유가 바로 소수 정예를 지향하기 때문입니다.”

결론은 실력이 떨어지면 계약 갱신을 못한다는 소리다. 딱 내가 원하는 바다. 실력위주 말이다.

김강호는 길드 가입을 고민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어차피 실력이 떨어지면 계약 갱신을 못하니 말이다.

김강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큰 목소리로 말했다.

“다들 주목! 오늘부로 김우진씨는 강철길드 소속이 되었다. 다들 박수!”

아라는 길드장의 이야기가 기꺼웠는지 환한 웃음을 짓는다.

철강길드원 들은 눈앞에 음식을 두고 박수로 환영했다.

조금 불만이라면 내가 막내가 됐다는 것.

-드디어 막내가 들어왔다!

-유찬이가 드디어 막내에서 벗어났구먼! 하하하하.

철강길드는 실력 위주와 다르게 위계질서가 확실하다.

군대 계급처럼 길드가입 순서대로 막내가 정해지는 것. 난감하다.

우진은 아까 그 대령이 직업 군인으로 입대하는 게 더 좋은 거 아닌가 하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어쩌랴.

로마에 가면 로마법에 따라야지. 나는 자연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했다.

“반갑습니다. 김우진이라 합니다. 능력은 신체강화 특기는 용병술입니다. 특히 총기류나 화기는 자신 있게 다룹니다.”

우진의 특별하지 않지만, 특별한 자기소개.

불, 물, 원소, 방어, 염력 같은 특별한 능력이 없음에도 아라의 추천을 받고 길드에 입단해서 그런가. 무시하는 사람은 없었다.

아라도 한손 거들고 싶었는지 길드원 들에게 자세히 소개한다.

“저분 진짜 장난 아니야. 몬스터 약점도 그렇고 위기 대처 능력이 엄청 좋아. 전투 센스도 좋더라고.”

아라는 전생에 화염마녀라고 불릴 정도로 까다로운 능력을 가진 각성자다. 그런 사람이 인정하고 칭찬을 늘어놓을 정도면 길드원 들도 수긍할 수밖에 없다.

“신입 길드원도 왔겠다. 아라도 무사하게 복귀했다. 다들 배터지게 먹어보자!”

김강호 길드장은 나에게 귀띔했다.

“내일 우리 본사에서 계약서 작성하자고. 일단 막내기도 하지만 나이도 나보다 어릴 테니 말 놓을게.”

“네. 알겠습니다. 길드장.”

“좋아! 오늘은 코가 삐뚤어질 때까지 먹어보자!”

***

어제 얼마나 마셨는지 골이 지끈거린다.

환영회라서 많이 마시는 줄 알았더니, 아라가 말해주길 원래부터 항상 술판이 벌어지면 누구 하나 쓰러질 때까지 마신단다.

그래도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사람들과 어울리니 얼마나 좋은가. 그래. 1년만 같이 생활해보자.

우진은 간단하게 해장국을 먹은 후 강남역에 위치한 강철길드 사옥으로 이동했다.

소수 정예라고해서 규모가 작은 줄 알았더니 12층짜리 건물이 강철길드 소유란다.

하긴. 지금도 20대 길드에 당당히 한자리 차지하고 있으니, 벌어들이는 수익들도 많겠지. 시간이 지나면 TOP3 안에 드는 길드 아니던가.

1층 로비에 데스크 직원도 따로 있다.

하긴 12층 건물 전체를 사용하는데 관리하는 직원은 필수겠다.

로비 직원에게 다가가 말했다.

“김강호 길드장을 만나러 왔는데요.”

안내 데스크 직원은 사무적인 목소리로 답했다.

“따로 약속이나 미팅이 잡혀 있으신가요?”

“아뇨. 따로 약속 잡은 건 아니고 오늘 길드 가입 계약 하러 왔다고 하면 아실 거라고 해서요.”

안내 데스크 직원이 깜짝 놀라는 표정이다.

“아! 오늘 새로 오신다는 분이군요? 저기 오른쪽 엘리베이터 타시고 12층으로 올라가시면 되요.”

“네. 감사합니다.”

우진은 안내 데스크 오른쪽에 위치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곧장 12층으로 올라갔다.

12층 공간은 따로 파티션 없이 전체가 길드장의 공간인가 보다. 시원시원한 성격답게 공간도 통 크게 넓게 쓴다.

김강호 길드장은 나를 보자마자 웃으며 환영 했다.

“하하하. 일찍 왔군. 어서 오게. 어제 우리와 퍼마시고 고주망태가 돼서 늦게 올 줄 알았더니만. 성실하군. 더 마음에 들어!”

역시. 그럴 줄 알았다.

사람이 높은 위치에 있으면 은연중에 사람을 살펴본다. 실력이던지 성격이던지 말이다.

길드장의 응대에 나도 부드럽게 웃음 지으며 답했다.

“길드 입단 계약인데 늦을 수 있나요.”

김강호 길드장은 우진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기꺼워한다.

“그렇지! 그렇지! 아라가 사람 하나 기똥차게 물어왔구만!”

김강호의 뒤에서 비서로 보이는 사람이 다가와 우진에게 계약서를 건넸다.

계약서상에 적혀 있는 내용들이 독특하다.

-1. 길드를 배신하지 말 것. 만약 배신할 경우 즉결 처분함.

-2. 수익 배분은 본인7 : 3회사 비율로 배분한다.

-3. 사옥에 있는 길드 트레이닝 센터 및 무기 대여를 무료로 대여 할 수 있다.

-4. 1년 주기로 실력 평가 후 재계약 갱신을 한다.

난생처음이다.

길드 가입 정식 계약서가 200자도 안되다니.

아. 난생처음 맞지. 회귀 전에도 길드 가입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었다.

[이충호]

잘봤습니다

[EndGear]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