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고추되기 싫다, 하나 뿐인 길로 나아가기로 결정했다.
아바타의 권리는 유저에게 있지 게임회사에게 있지 않아.
이미 사례가 나온 이상 위험성이 낮지 않은 게임이다. 그런데 고작 그런 마음가짐으로 플레이한다는 건 미쳐도 단단히 미친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너무 이상하다. 유저는 그렇다 치고 제작사는 무슨 생각인건가.]
“개발자들은 원래 다 그래.”
유저들이 얼마나 자신들을 개돼지로 봐도 자기에게 매달 현질해주고 불만을 가질지언정 빠져나가지 않는다. 사람 목숨을 파리로 보고 돈을 쫓는 이들에게 FFVR게임 시장은 딱 맞는 먹잇감이었다.
[그럼 일단 뒤로 가서 AFT에 대한 정보를 좀 검색하는 게 어떤가. ALO 문서를 보니 머리가 아프군.]
‘위키트리는 정확하지 않은데...’
하지만 지금 제일 빠른 방법은 그뿐이었다. 세이가 Alt + ← 로 페이지를 되돌리자 AFT 문서로 돌아갔다.
[다시 보니까 느끼는 건데, 문서 참 제대로 정리해 놨네.]
‘그건 그래.’
천천히 스크롤을 내리며 문서를 읽다가 원하는 문단을 발견했다.
“찾았다.”
[그래? 어디보자... AFT의 플레이어를 인질로 삼은 기능은 바로 ‘기기의 배터리’다?]
“기기의 배터리? 진짜 그러네. 기기에 장착된 대용량 배터리를 이용한 강력한 고출력 폭발로 사용자는 물론 주변까지 전부 날려버린다...”
‘허미, 진짜 클리어 못하면 근처까지 죽을 뻔 했네. 이러면 테러랑 뭐가 달라?’
이후 기기에 대한 접근 시도 시 곧바로 폭발하는 기능으로 배터리 해체를 무력화 한다던가, 자동 충전되는 시스템으로 배터리의 전력을 소모시키는 작전을 못하게 한다는 글이 적혀있었다.
[정부든 해외든 AFT 플레이어를 탈출시키는 시도는 쉽지 않네. 왜 가만히 있었는지 알겠다.]
‘...정말 그럴까.’
[응?]
“아무것도 아니야.”
세이는 렌의 질문을 얼버무렸다.
‘모정일이 그렇게 단순한 방법으로 AFT 플레이어들을 인질로 삼았다고?’
그의 방식은 효과적이다. 하지만 어떤 정부든 간에 자국민, 혹은 힘 있는 자를 꺼내기 위해 브레인 기어에 손을 댈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다른 플레이어들은 전부 뇌가 구워져 사망할 테고, 추격자들은 거리낌 없이 추격할 수 있다. 세이는 정일이 그런 요소 하나만을 믿고 AFT를 데스게임으로 만들었다는 것에 이질감이 들었다.
‘가능성은 세 가지. 이 글이 누군가가 잘못된 지식을 가지고 만들었거나, 진짜로 이것 외에 다른 인질 구속 방법이 있거나, 아니면 일반인은 또 다른 방법을 모르거나.’
셋 다 충분한 현실성이 있기에 명확히 특정할 수는 없다. 세이는 일단 모른 척 하고 다른 내용을 읽었다. 하지만 의미있는 정보는 찾지 못했다.
[다 읽었는데, 어쩔 거야?]
“ALO를 다시 한 번만 더 검색하게.”
[왜?]
세이는 렌의 말을 무시하고서 Alt + →A로 ALO 문서를 불러와 다시 읽기 시작했다. 얼마 뒤, 걸려 있는 하이퍼링크 몇 개에 ALO의 개발사에 대한 문서와 시스템에 대한 문서를 읽고 말했다.
“그 ALO인가를 해봐야지.”
[정말로?]
“아닐지도 몰라. 하지만 더 이상 찾을 건덕지가 없어.”
정부와 언론은 협조는커녕 적이나 안 되면 다행인 수준. 게임사는 파산. 서버와 시스템에 대한 권한은 다른 게임사에서 가져갔다. 그리고 AFT가 서버를 이전하면서까지 서비스 중이고, 게임사가 파산한 와중 나타난 FFVRMMORPG가 하나 있다. 나아갈 길은 단 하나뿐.
“여기서 멈추거나, 아니면 나아가거나. 선택지는 두 가지야.”
[...세이.]
“연관점이 있는 건 ALO 뿐이다. 나아가려면 방법은 하나뿐이야.”
AFT의 서비스 기간 도중 생긴 FFVRMMORPG. 그게 사실이라면 어떻게든 AFT와 연관이 있다. 현재 FFVRMMORPG 제작 프로그램은 모정일이 만든 것뿐이니까. 그리고 약 3년이 지난 지금, 세이의 생각대로 새로운 FFVR에 관련된 툴은 세상에 나오지 않았다.
[난 조금 더 근거를 알고 싶은데.]
“아까 링크 되어 있던 블로그에서 ALO 팩의 규격은 AFT 팩과 동일하다고 나와 있어.”
[그것만으로?]
“그건 즉, 브레인 기어로도 구동이 된단 뜻이지.”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세이로서는 나쁘지 않았다. 길이 하나밖에 없는 상황에서 초기 투자가 많이 필요하다는 건 좋지 않았다.
[그건 그런데...]
“왜 이리 말이 많아?”
[너, 손 떨고 있다고!]
그 말에 세이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부들부들.
두 손은 떨고 있었다. 마약 따위와는 다른, 순수한 공포.
“...큭.”
애써 진정하려고 하지만 손은 주인의 말을 듣지 않았다. 마치 정신적 장애가 생겨 손이 떨리는 것 같은 상황.
─난 고문 같은 건 잘 모르지만, 우선 반항할 건수를 없애려면 손부터 없애라더군.
손이 꿰뚫리는 것 같은 통증과 함께 손등에서 뜨거움이 느껴진다. 피가 떨어지는 게 보인다.
‘아니야, 이건... 환상이야!’
환상을 깨기 위해 애쓴다. 하지만 한 번 고문당한 이미지가 떨쳐지지 않는다. 아프다. 피가 흐른다. 비릿한 냄새가 난다.
“으아아아아!!!!”
“뭐야, 무슨 일이야?!”
심상치 않은 소리가 들리자 밖에 있던 남자가 방 안으로 달려왔다. 그는 멀쩡한 손을 가지고 생 난리를 치는 세이를 보고 ‘AFT 하더니 병신이 됐나?’싶었지만, 일단 비명소리가 엄청났기에 말리기로 했다.
“그만해! 정신과 가면 안 돼! 인생 고추 되고 싶어?!”
“이 새끼 부하냐! 놔!”
한참이나 실랑이 끝에 세이는 정신을 차렸고, 남자에게 사과했다.
“너 AFT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거야.”
“...관리자에게 고문당했어.”
[정말?!]
“리얼?! 모정일 그 새끼 완전 18새끼잖아!”
세이는 남자와 렌에게 대략적으로 이야기했다. 그 말을 들은 남자는 “혼자 있게 해줄게.”라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갔다.
[세이. 무리하지 마. 난 누군지 몰라도 괜찮아.]
“아니, 괜찮지 않아.”
세이는 떨리는 손을 애써 진정시키면서 말했다.
“사람은 자신이 누군지 확실히 알아야 해. 자아정체성을 가지고 있어야 자신에 대한 것에 망설임이 없다고.”
유명한 명언 중에 ‘나 자신을 알라’라는 말도 있다. 그 만큼 자신에 대해 아는 건 중요하다.
“내가 이름을 지어준 것도 그런 이유에서고.”
[그래서 지어준 거야?]
“사실 ‘렌’이란 것도 널 지칭하기 위해서 정한 임시 이름이나 마찬가지니까. 나중에 돈을 모으면 제대로 호(號)라도 지어줄게.”
[호? 그게 뭐야?]
“별명이나 닉네임 같은 거지. 기원을 말하려면 저 먼 중국 당나라 시절까지 가야하니까 그건 나중에 말해줄게.”
호는 자신이 만들어 부를 수도 있지만 친구나 주변 사람들이 지어줄 수 있다.
[그런데, ALO 접속할 수 있겠어?]
“해봐야지. 남은 길이 이것뿐인데 별 수 있나.”
세이는 컴퓨터를 종료한 뒤 밖으로 나왔다. 카운터에 도착하자 남자는 세이에게 약간의 돈과 함께 팩 하나를 넘겼다.
“이게 뭐야?”
“얼터너티브 라이브 온라인.”
“이걸 왜...”
“모정일을 찾을 생각이지?”
세이는 고개를 조용히 끄덕였다.
“모정일이 연관되어 있는 몇 안 되는 것들 중에서 너나 내가 접근 가능한 건 ALO뿐이니까. 브로커에게 말해서 급하게 공수했다.”
브로커를 이용한다면 수수료가 붙는다. 남자는 그걸 알면서도 세이를 위해 선택을 했다.
“...고마워.”
“고맙긴 뭘. 나중에 그 녀석을 한 방 먹여주라.”
“알았어! 그럼 갔다올게!”
“그래!”
힘찬 외침과 함게 세이는 건물 밖으로 나갔다.
“전력승부로 가자!”
※현실 법률에선 게임 캐릭터를 비롯한 걔정 이런 것들 전부 게임회사측에 있습니다. 만약 유저에게 있다면 서비스 종료할 때 어마어마한 배상금을 물어야하니까요.
- 작가의말
굳이 영어 써야 하는 ‘X되고 싶어’보단 ‘고추되고 싶어’가 낫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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