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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토끼 님의 서재입니다.

고기가 먹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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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토끼
작품등록일 :
2021.05.12 23:07
최근연재일 :
2021.05.23 18:17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880
추천수 :
24
글자수 :
76,521

작성
21.05.13 00:43
조회
50
추천
2
글자
7쪽

6. 이제는 떠날 시간

DUMMY

이제는 일개 영주인 바우겐 남작으로써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영지 인근 마을에서 몽베르크 후작 피살, 웨어울프 습격 사건으로 인해 졸지에 내가 데리고 있던 웨어울프는

위험종으로 분류되었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내 신원은 미상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몽베르크 후작이 데리고 오던 신종 몬스터 래빗토마저 웨어울프가 마을을 습격하는 동안 먹잇감으로 여겨 먹어치웠다는

소문이 퍼졌고, 자연스럽게 나에 대한 관심은 사그라들었다.



몇몇 헌터들이 내 시체를 찾아서 비싼 값에 팔아치울려는 목적으로 마을을 뒤지는 것 외에는 딱히 다른 소식은 없었다.


그것만은 다행스럽게만 여겼지만.



"떠날 게요."


이제 더는 영주성에 머물 수는 없었다. 조금 더 있고 싶었지만, 이유가 있었다.



"크르르르.."


침을 질질 흘리는 웨어울프가 내 뒷편에 선 채 기다리고 있었다.



말이 통하지 않더라도 그 날 이후 입은 은덕을 잊지 않았는지 도리를 다하기 위해서 나를 졸졸 따라온 것이다.



'결국 떠나려고는 했지만..'



너무 이른 감이 있었지만, 후작을 씹어 먹은 몬스터를 아무 관련도 없는 영주성에 데리고 있을 수 만은 없었다.


숨긴다고 해도 언젠가는 틀킨다.


그럴 바에는 그냥 떠나는 편이 나았다.



문제는 순순히 바우겐 남작이 풀어주느냐는 건데..



"조금만 더 있다 가지. 뭐하러 떠나니?"



오히려 붙잡는 남작. 사람이 좋아도 이렇게 좋을 수는 없었다.


중세 시대 온갖 모략이 판치는 세상에서 새삼 이런 영주를 또다시 찾아 볼 수 있을 지 의문이 들었다.



'아마, 못 찾을 거야.'



그럼에도 떠나야만 한다. 계속 영주성에 머물기는 내 몸도 비대해졌다.


얼마 안 가 영주성의 식량을 축낼 지도 몰랐다.



"소피아도 걱정하고 있어. 웨어울프 문제라면 걱정할 필요 없다. 좋은 곳에 방생해 줄께."



이미 남작은 내가 찾아온 이후, 내가 모든 것을 밝혔기 때문에 몽베르크 후작에 관련된 소문의 진실을 아는 자는 남작과 그의 가족들

, 그리고 나뿐이었다.



그러나 난 호의를 거절했다.



"괜찮아요. 잘못하면 영주님이 반역죄로 처벌될 수 있어요."



후작의 음모를 눈치채고 남작에게 말해 주자 한동안 그는 두려움에 떨었지만, 이내 진정하고 말했다.



"그렇지만 소피아는..? 그 애는 여전히 널 찾고 있단다."



의외로 소피아는 쉽게 날 놔주지 않았다. 웨어울프가 나 대신 역활을 맡아 영주성을 벗어났을 때도 펑펑 울었다고 했다.


아마 내가 정말로 영주성을 떠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 지 알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죠, 가끔씩 편지 쓴다고 전해 주세요."


"그럼.. 어쩔 수 없겠구나."



친절한 바우겐 남작은 곧 내게 엄청난 선물을 안겨주었다.



"우와.."



자그마치 10여일 치 분의 식량, 이것도 내 기준이다.


아마 평범한 사람이 아껴서 먹는다면 무려 100일을 버틸 수 있는 먹거리.


거기다 여분의 보석 상자까지 각종 재물이 담긴 재화도 수북히 주었다.


대략 1만 골드는 된다고 들었다.



"이거 영주성 거덜내는 거 아니죠?"


"허허, 그럴 리가 있나."



뒤늦게 알게 되었지만 바우겐 남작이 다스리는 영지는 국내에서 세 손가락 내에 들 정도의 부유한 곳이었다.


황족을 제외하고 귀족 내에서도 돈을 빌리려면 바우겐을 찾아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거대 상단과 무역선까지 갖추고 있다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영지는 번창했다.



"이 정도는 끄떡없단다."


"허.."



본래 영지가 부유하다면 그에 대한 대가로 영지민들이 고통받는다는 중세 상식을 완전히 벗어난 이를 꼽자면 단연코 바우겐 남작이라고

난 생각했다.



그렇게 나를 위한 짐을 실은 마차가 이내 마련되었고 다음 날, 영주성 앞에 나와 웨어울프가 서 있는 채로 남작이 반겼다.



"굳이 배웅까지 하실 필요는 없는데.."


"나 뿐만 아니라 소피아도 할 말이 있는 모양이라서 말이다."



소피아는 여전히 글썽이며 내 보드라운 털을 당기면서 말했다.



"안 가면 안 돼?"



보통 때라면 가지 않았겠지만, 이미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버렸다.


일개 귀족이 아닌 황실의 사람, 그것도 후작이 피살 사건이 벌어졌으니 웨어울프는 물론, 나까지 여기 있을 수는 없다.


바우겐 남작 일가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는 원인 제공을 한 내가 떠날 수 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안 돼. 이번만큼은."


"그래도 가지 마."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소피아를 다독이면서 난 무릎을 꿇고 팔을 털어서 솜털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 후 그것을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자, 이것 받아.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꼭 잡아."


"뭐야 이건?"



그러자 소녀가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털들을 바라봤다. 깃털이라고 부르기에는 다소 작았으며, 흰 털들은 이세계에는 결코

흔하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소녀의 주의를 끌기 충분했다.


"정 힘들면, 이거 보면서 참아. 편지도 가끔씩 써 줄께."


"정말로?"


"그럼. 내가 만들어준 '조세핀' 아직 갖고 있지?"



조세핀은 내 몸이 커지면서 더 이상 껴앉고 잘 수 없을 지경이 되자, 내가 임시방편으로 만들어준 재봉 인형이다.


나와 닮은 토끼 인형에, 솜씨는 어설펐지만, 두 눈 만큼은 제대로 붙어있는 틀림없는 인형이었다.



"가지고 있어!"


"그거 갖고 있으면, 내가 5년 내로 찾아올께."



5년이면 적지 않은 시간이다.


아마 그 때쯤이면 사건이 사그라들면서 자연스럽게 나에 대한 관심도 적어질 것이다.


또한 소피아가 크면서 나에 대한 존재를 잃어버리기도 충분했다.



"꼭이다! 약속!"


소녀는 고사리같은 손으로 새끼손가락을 들이밀었고, 나 역시 손을 내밀었다.



"알았어."



그렇게 난 지키지 못할 약속을 정해버렸다.


이후 남작가는 한참동안 내가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다 성으로 들어갔다.




"이제부터 시작이구나."



"크엉!"



웨어울프가 내 말에 장단을 맞추자 나도 모르게 코웃음이 났다.


고생길이 훤히 보이는데도 전혀 걱정되지 않았다.



오히려 '전생'이었던 때인 내가 이런 모습을 본다면 더 낫겠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나의 과거는 씁쓸했기 때문이다.



옛 생각을 하면서 말을 몰던 난 순간 웨어울프가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고개를 돌렸다.



"크르르.."


"왜 그래?"



내가 향하는 곳은 숲 근방이라 요즘의 궁핍한 시기에는 도적 때가 창궐한다는 소리를 집사 그레미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그럼에도 이리로 가는 이유는 마을 어귀로 가는 지름길이 많았기 때문이다.



"성가신 놈들이라도 붙었나?"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우려하던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웨어울프가 경계하던 이들은 내가 익히 잘 알고 신세를 졌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여! 코코!"


"꼴이 그게 뭐니?"



"다시 만나서 반갑다!"



내 존재를 알고 있는 기사단.



하운드 기사단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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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6. 방패를 든 기사 21.05.23 15 0 9쪽
16 15. 알베르트 형제 21.05.20 21 0 9쪽
15 14. 지하 감옥 내 래빗토 쟁탈전 21.05.20 27 0 7쪽
14 13. 드래곤 긴급 회의 21.05.18 37 2 15쪽
13 12. 원한은 없어. 21.05.17 41 2 12쪽
12 11. 용서할 수 없어. 21.05.16 42 2 9쪽
11 10. 몬스터도 생명이라고요. 21.05.15 39 0 7쪽
10 9. 제국의 용기사 21.05.15 40 1 9쪽
9 8. 레드 드래곤과 여행자 칸트 +1 21.05.14 44 1 16쪽
8 7. 재회 21.05.14 41 2 8쪽
» 6. 이제는 떠날 시간 21.05.13 50 2 7쪽
6 5. 대소동 21.05.13 51 2 15쪽
5 4. 후작의 음모 21.05.12 58 2 7쪽
4 3. 밝혀지는 래빗토의 능력 21.05.12 63 2 9쪽
3 2. 채소는 싫어요. 다이어트는 왜 하는 거죠? 21.05.12 85 2 13쪽
2 1. 심상치 않은 식욕 21.05.12 86 1 8쪽
1 프롤로그: 다시 태어났습니다. +1 21.05.12 140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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