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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토끼 님의 서재입니다.

고기가 먹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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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토끼
작품등록일 :
2021.05.12 23:07
최근연재일 :
2021.05.23 18:17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876
추천수 :
24
글자수 :
76,521

작성
21.05.12 23:21
조회
57
추천
2
글자
7쪽

4. 후작의 음모

DUMMY

"어서오십시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험험."



한 영주가 고개를 90도까지 숙이는 일은 흔치 않다. 그것도 변방의 영주는 더더욱 그렇다.


그가 이렇게까지 비굴한 자세를 취하는 이유는 단연 한 가지였다.


"촌구석치고는 나름 잘 갖춰진 영지구먼."


"과찬이십니다."


대놓고 남작을 깔보는 콧대 높고 특이한 콧수염을 가진 귀족은 황실에서 보낸 시찰관이었다.



감찰을 명목으로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나, 이번만큼은 달랐다.


애초에 기한이 달랐고, 목적은 뚜렷햇다.



"헌데.. 그건 어디있나?"


"곧 대령하겠습니다."



바우겐 남작의 곁에는 다른 식솔들도 같이 머물고 있었다.


그 와중에 막내 소피아만큼은 보이지 않았는데 이후 모습을 드러냈다.


바짝 긴장한 소녀가 고사리같은 손으로 날 데리고 천천히 남작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호오, 저것이 래빗토인가."


"그렇습니다."



거만한 귀족이 날 보더니 생전 처음 보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문헌으로만 봐선 내가 아는 외견과는 많이 다르군. 일단 크기부터가."


"그 동안 머물면서 중량이 커진 겁니다."



바우겐 남작이 말하자 귀족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결국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세계에 몇 안 되는 희소종 몬스터 한 마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서

일이 이지경이 되었다는 변명거리로 보였다.



귀족은 내심 기대를 했지만, 나름 실망스러운 기색을 표했다.



"바우겐 남작. 그걸 지금 변명이라고 하는가."


"네?"


"지금 세상에 단 하나뿐인 몬스터를 관리를 소홀히 하였다는 뜻 아닌가!"


시찰단으로 파견된 귀족, 몽베르크 후작은 대노했다.



듣던 것과는 다르다. 이것은 치명적인 문제다.


기록 문헌은 대부분 래빗토라는 몬스터는 작고 먹성이 좋은 대식가이다.


그런데 크기는 매우 중요한 요소였다.


생김새부터가 다르다면 커다란 오우거를 녹빛으로 물들이고 오크라고 우기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몬스터의 중량을 속여서 종족 자체를 다르게 표기해서 보상 액수를 속여 받는 용병들도 비일비재했다.


그만큼 이 문제는 매우 중요했고, 그 부분이 후작이 화를 낸 이유였다.



"지금 우리 시찰단원들을 속이는 게 아니고 뭔가?"



후작이 소리치자 곁에 있던 소피아가 벌벌 떨었다.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점을 눈치챈 난 몸소 나섰다.



애초에 그들이 뭔 죄가 있다고.


그저 내게 따뜻한 잠자리와 먹거리를 제공해 줬을 뿐이었다.


"야."


짧고 굵직한 메아리가 내 입에서 울려퍼졌다.


그 말에 후작이 깜짝 놀라며 날 쳐다봤고 난 계속 이어 말했다.



"나 래빗토 맞으니까 독촉은 그만해라. 콧수염."


"으헉!"



설마 말까지 할 줄은 몰랐는지 후작은 기겁하여 넘어졌다.



처음부터 말을 한다는 점은 그들이 가진 몬스터들의 사상에서 배제된 듯 보였다.



"마, 말을.."


"그래. 나 말할 줄 알아. 내가 벙어리로 보이든?"



난 그 와중에도 게걸스럽게 닭다리 하나를 집어 뜯어먹고 있었다.


소금이 잘 쳐져서 간이 맞았고 맛 또한 기가막혀 난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난 이제 어떻게 되는데?"



잠시 후, 몽베르크 후작은 정신을 차리고 바우겐 남작에 사과했다.



자신의 거만함과 무지함에 대해서.



"미안하게 되었군."


"아닙니다."



후작의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사실 이 소식을 접해들었을 때, 자신들을 속이는 짓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젠 어쩐다?'



래빗토가 맞든 아니든 상관없다. 아니, 말을 한다는 전제부터가 희소성은 커진다.



'어차피 황실은 이 사실을 모른다. 그렇다면..'


후작이 다른 꿍꿍이가 있다는 사실은 순진한 바우겐 남작은 알지 못했다.


하지만 고기를 뜯고 있던 나는 그의 복잡한 셈법을 모조리 눈여겨 보고 있었다.



'다 보인다. 인석아.'



뻔했다. 자신이 이런 횡재를 걷어찰 리가 없다. 이 나라가 얼마나 부패했는지는 몰라도

중세 시대에 귀족들의 자기 멋대로인 사상을 들여다 보면 부패지수는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썩을 대로 썩어 있을 것이 분명했다.



"아마 빼돌려서 비싼 값에 팔아치울 생각이시겠지."



난 속으로 이 사실을 대놓고 후작에게 얘기해 볼까 생각도 했다.


아마 내가 이토록 지능적이라고는 생각도 못할 것이다.



"멍청한 놈, 순순히 잡혀 줄 것 같냐?"



후작의 음모를 만천하에 알려야 했다. 무엇보다 아직은 영주성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았다.


이만큼이나 좋은 영주와 사람들을 만나기 쉽지 않을 것이기에.


때가 되면 떠나야 하는 게 맞지만,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는 말이 내 머릿속에 맴돌고 있었다.



"무리해서 떠날 이유도 없고."



그러다 난 체했는지 고기를 먹는 속도를 늦췄다. 최근에는 식욕도 저하되었는지 먹는 양도 줄어들었지만,

오히려 운동량은 늘었다.


덕분에 난 근육량이 미친 듯이 불어나 이제는 예전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이거야 말로 만렙 토끼다."



난 전생에서도 얻지 못한 우람한 몸에 보디빌더도 울고 갈 근육 토끼가 되어 있었다.




그 사이 난 후작을 어떻게 하면 골탕 먹일지 궁리하고 있었다.




"옳지! 그러면 되겠다!"



아마도 조사를 명목으로 후작은 날 황궁으로 데려가려고 할 것이였다.


소피아는 울며불며 달려들테고, 물론 난 그의 생각대로 따라갈 마음이 1도 없다.



"간단하지 뭐."



난 우선적으로 내 대역을 구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이들의 협조가 필요했다.




"엥? 뭐라고?"


"몬스터를 잡아달라고?"



날 제일 처음 발견한 하운드 기사단들에게 내가 먼저 다가가 부탁했다.



"물론 보수도 줄께."


"이젠 하다하다 몬스터한테도 의뢰를 받네."



프리드는 이제는 자신의 키와 비슷한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만족함을 드러냈다.


여기사 로자리나도 자라난 내 귀가 맘에 드는지 다듬고 있었다.


"덤으로 내 털도 만져도 되니까 그만 건드려라."


내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자 그들도 헛기침하며 행동을 멈췄다.



내가 부탁하자 기사단장인 베오른이 말했다.



"보수를 준다면 상관없지만. 갑자기 왜?"


"황실 시찰단으로 온 몽베르크 후작 알지?"


"알고말고. 널 데리러 온 거잖아?"


"그래. 그 콧대 높은 인간. 뭔가 꿍꿍이가 있어."



난 신중하게 그들에게 내가 따로 조사한 후작의 면모를 밝혔다.



"와, 보기보다 쓰레기 같은 놈이네."


"이 와중에 네가 후작이라면 이런 기회를 놓칠 리가 있겠냐?"


"그럴 리는 없겠지. 아마도."



어느샌가 그들은 모두 내 말에 현혹되어 있었다.


몬스터의 말에 의심을 품을 법도 했지만, 내 털뭉치가 좋았는지 아무도 내 말을 의심하는 이는 없었다.



"알았어. 네 말대로 할께. 너와 비슷한 신체 조건의 몬스터를 잡아오면 되는 거지?"


"그래."


"대신 네 털 좀 더 만져봐도 되지?"


"나도나도! 만져 볼래!"


"....."



난 어쩔 수 없이 그들 말대로 내 귀중한 털들을 내주어야만 했다.


그렇게 사흘간 내 계획은 천천히 진행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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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6. 방패를 든 기사 21.05.23 14 0 9쪽
16 15. 알베르트 형제 21.05.20 21 0 9쪽
15 14. 지하 감옥 내 래빗토 쟁탈전 21.05.20 27 0 7쪽
14 13. 드래곤 긴급 회의 21.05.18 37 2 15쪽
13 12. 원한은 없어. 21.05.17 41 2 12쪽
12 11. 용서할 수 없어. 21.05.16 41 2 9쪽
11 10. 몬스터도 생명이라고요. 21.05.15 39 0 7쪽
10 9. 제국의 용기사 21.05.15 39 1 9쪽
9 8. 레드 드래곤과 여행자 칸트 +1 21.05.14 44 1 16쪽
8 7. 재회 21.05.14 41 2 8쪽
7 6. 이제는 떠날 시간 21.05.13 50 2 7쪽
6 5. 대소동 21.05.13 51 2 15쪽
» 4. 후작의 음모 21.05.12 58 2 7쪽
4 3. 밝혀지는 래빗토의 능력 21.05.12 63 2 9쪽
3 2. 채소는 싫어요. 다이어트는 왜 하는 거죠? 21.05.12 85 2 13쪽
2 1. 심상치 않은 식욕 21.05.12 86 1 8쪽
1 프롤로그: 다시 태어났습니다. +1 21.05.12 140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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