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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토끼 님의 서재입니다.

고기가 먹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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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토끼
작품등록일 :
2021.05.12 23:07
최근연재일 :
2021.05.23 18:17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884
추천수 :
24
글자수 :
76,521

작성
21.05.12 23:13
조회
140
추천
3
글자
13쪽

프롤로그: 다시 태어났습니다.

DUMMY

먹고 또 먹는다.



내 배를 보면 이미 충분한 영양분을 섭취한 것보다 더 많은 양을 먹어치운 것 같지만 그래도 먹는다.


성에 차지 않았기 때문이다.



뱃 속에 거지가 들어찼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남산보다도 더 커진 배는 이미 바닥에 축 쳐져 있었다.


으적으적.


찌익!



양념에 재우고 잘 익힌 고기 한 점이 내 입가에서 잘 찢겨 녹아들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행복하듯이 바라보는 소녀.



"잘 먹는다! 코코! 꼭꼭 씹어먹어야 해."



분홍빛 프릴 드레스를 단 앳된 소녀가 내가 식사를 하는 동안 계속 바라만 보고 있었다.



마치 동물원 원숭이가 바나나를 받아 먹는 모습이 신기한 것처럼.



사실 계속 주시하는 눈빛이 처음에는 부담스러웠지만 이내 적응됐다.



'전생'에는 이런 관심도 못 받았다고.



아! 내 소개를 안 했다. 참고로 사람은 아닌 동물이다.



여기 세계관으로 치면 '몬스터'라고 불리는 종족이라는데 이 곳 사람들은 몬스터라는 시선을 매우 불쾌해 한다.


고블린이라는 종족은 사람을 해치고 여자를 겁탈하면서 겨울나기를 위한 양식들을 털어가는 나쁜 종족이라고 하고,

그보다 더한 놈으로 오크라는 놈도 존재했다.


그 놈들은 무리지어서는 떼로 몰려다니면서 촌락 단위로 마을 곳곳을 파괴한다고 한다.



세상에는 착한 몬스터도 많은 데 말야. 나처럼 말이지.



자기 소개를 하는데 딴데로 새어버렸다. 그 점에 대해서는 양해를 구한다.



여튼 내 소개를 한다.


기다란 귀가 머리 양쪽에 달려 있고, 하얀 털북숭한 동물로 불리는 게 뭐가 있을까?


여러가지 있을 수 있겠지만, 아마 동물원을 한 번이라도 가본 인간이라면 공통적으로 말하는 답은 하나다.


바로 토끼다.



물론 몸 색깔이 다른 잿빛 토끼인 경우도 있겠지만, 아직까지 이 곳 세계로 넘어온 뒤로 나랑 다른 색깔을

가진 '토끼' 몬스터는 보지 못했다.


아니, 아예 나랑 같은 종족을 본 적이 없다.




이 곳 세계에 발을 들인지도 어언 한 달.



처음 세계에 들어온 뒤로 전생의 삶이 떠올랐다.



매일같이 다람쥐 챗바퀴마냥 회사에 찌든 채 집에 가지 못한 채 야근만 무려 열흘 가까이 했다.


회사도 그닥 잘 나가지 않는 중소기업.


집에 간 기억도 드문 채 그저 열심히 하다 간 흔하디 흔한 회사원.


그 끝은 과로사였다.



눈을 뜨고 정신을 차려보니 죽은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난데없이 일어난 곳은 숲 속이었다.


죽은 기억은 선명한 데 처음에는 사후 세계로 착각했었다.


그러다 주변에 있던 물가에 내 모습을 비춰보고 기겁했다.



과로에 몸져누운 채 다크서클이 충만한 회사원의 모습이 아니었다.


사람이 아닌 동물, 그것도 토끼.



약육강식인 숲에서 가장 낮은 먹이사슬 부류인 초식동물의 대표.



'하필이면..'


되살아난 것까지는 좋았지만 느닷없이 숲 한 가운데에서 신세 한탄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설마가 사람... 아니 토끼 잡는다고.



예상을 빗나가지 않고 날 노리는 포식자가 나타났다.



"취이이.."



그런데 처음 본 포식자의 모습이 내 예상과는 천지차이였다.


지구상 어디에서도 본 적 없었던 괴물의 형상.



상상 속 판타지에서나 등장할 법한 괴물. 오크.




족히 3미터는 되어 보일 법한 자기 몸집에 버금가는 둔기를 든 채로 날 먹음직스러운 먹이로 보고 있었다.




"저기, 난 먹어도 맛이 없다고."


맛이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부정하고 싶었다.


설사 잡아 먹힌다 할지라도 간에 기별도 안 가 또다른 사냥감을 찾을 것이다.



원래 배가 고프면 뭐든 맛있는 법이고, 맛있는 것을 먹고 나면 더 배가 고픈 것이 본능이다.



하여튼 지금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하나뿐이었다.


'도망치자!'



되살아난 내가 지금의 몸으로 할 수 있는 건 도망뿐이었다.


저항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선택지였고, 겨우 되살아난 내가 또 죽는 선택은 하고 싶지 않았다.


'다행히 몸이 가벼워.'



놀랍게도 내 몸 상태는 방금 되살아난 것 같지 않고 오히려 평온한 느낌이었다.


마치 원래 내 몸인 것처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다리가 짧아진 게 흠이지만, 상관없겠지."



전생에도 그렇게 큰 키는 아니었다.



그렇게 익숙치 않은 네 다리로 전력 질주하는 동안 오크도 눈을 부릅뜨고 쫓아왔다.


"취이이익! 먹을 거!"



"난 맛이 없다고! 왜 나만 쫓는 거야!"



내가 도망가는 동안에도 주변에는 크고 작은 동물들이 즐비했다.



오크의 출현과 동시에 발등에 불이 날 정도로 그들도 도망쳤겠지만, 오크의 매서운 눈빛에 보이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



상식적으로 덩치가 큰 만큼 더 큰 먹잇감을 쫓는 게 맞다.


하지만 나를 쫓는 오크는 그런 상식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전속력으로 쫓아오고 있었다.


"으아아! 토끼 살려!"


"취이이익!"



얼만큼이나 달렸을까.


지루한 추격전이 끝날 무렵, 종착지가 보였다.


그건 바로....



"으아아아!"



낭떠리지. 절벽이었다.



이야기에서 볼 법한 엔딩이 나에게 찾아올 줄은 몰랐다.


"취이이.. 취익!"



오크도 달려오느라 지쳤는지 숨을 헐떡였다.


이 와중에 난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뛰어내리면... 살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는 곧바로 생각을 고쳐 먹었다. 그건 현실에서도 일어나기 힘든 기적이었다.



사람이든 뭐든 어떤 생명체가 절벽에서 뛰어내려 멀쩡히 살 수 있을까.



현실과 이상은 다르다.



설령 살아남는다 쳐도 곤두박질치는 건 또다른 숲 속.


상처를 어루만지는 동안 다른 포식자가 따라와 잡아먹는 건 예상되는 시나리오였다.



'생각하자! 이대로 죽을 수는 없어!'



뛰어내리는 건 최후의 판단이었다. 그런데도 그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결단을 내릴 때는 정말로 그 길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더욱 절망적인 것은 물 속으로 뛰어내린다면 망설임없이 뛰어내렸겠지만 온 통 풀밭에 강 가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난 점점 절벽 아래로 발 길이 가까워졌다.



"으으..."



"취이이이!"



먹잇감을 몰아세운 오크가 쿵쿵거리며 뛰어오려는 순간이었다.



"발사!"


쉬아아아!


갑자기 수십 발의 화살들이 날아들더니 정확히 오크의 급소를 하나 둘 노렸다.


퍼퍽!



"취이익!"


오크가 비명을 지르자마자 십 수명의 젊은이들이 허리춤에 찬 검을 뽑아들었다.



"가라!"


"몰아세워!"



그들은 뽑은 검은 하나같이 푸른 빛이 났고, 검은 춤을 추며 오크의 팔 다리를 베었다.



"해치웠다!"


"영주님이 매우 기뻐할 실 겁니다!"



난 두려움에 떨다 오크가 죽은 것을 알고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 그들은 본 순간 한눈에 그들이 기사라는 것을 인지했다.



"저게.. 검을 사용하는 기사들."


"어?"



기사들 중 감이 좋은 이가 날 먼저 발견하고 검을 든 채 다가왔다.


두 번째 위기가 찾아올 법한 순간에 구원한 자가 있었으니 금발의 기사였다.



"프리드. 뭐 하는 거야?"


"아니, 여기 다른 몬스터가 있길래."


"어차피 오늘 할당량은 채웠잖아. 그만 가자."


"잠깐만. 그런데 난 한 번도 이런 몬스터를 본 적이 없어서 말야."



프리드라는 기사는 내가 제일 싫어하는 자세로 날 포박했다.


한 손으로 양쪽 두 귀를 잡아 올린 것이다.



"이이!!"


난 일부러 말하지 않고 바둥거렸다.


짧은 앞발은 전혀 기사에게 저항의 의미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는지 그는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제법 귀여운데!"


"그러게. 나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금발의 기사도 잡혀온 나를 보고 본 경험이 없다고 하자, 동료들이 점차 모여들었다.



그 중에는 여기사도 한 명 섞여있었다.



어떻게든 빠져나가려는 난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그들의 동정심을 자극했다.


"뀨우우.."



내가 말을 하더라도 그들에게 사람 말이 통하는지는 의문이다. 그럴 바에는 다를 방법을 선택한다.


회사 다니던 시절에도 사장이 시켜도 결단코 하지 않던 애교를 마구마구 부렸다.


옛날 같았으면 바로 혀 깨물고 죽었을 것이다.



"꺄아아! 귀엽다!"


"로자리나. 이건 몬스터야. 암만 잘해도 사람에게 무익한 존재라고."



좋아. 한 명은 넘어왔다.



"그래도.. 죽이기는 아깝잖아."


"우리가 한 번도 본 적도 없는 몬스터니 희소종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점점 죽이자는 의견보다 살려두자는 의견으로 여론이 넘어왔다.



난 그런 와중에도 최대한 바둥거려 날 붙잡은 기사의 손을 벗어나려고 했다.



프리드는 그런 내가 점점 마음에 들어했다.



"하하! 진짜 웃긴다. 이 몬스터."


그러더니 날 들어올리더니 자기가 몰던 말에게 가서는 커다란 가죽 주머니를 꺼냈다.



"뭐하려고! 프리드!"


"우리가 본 적도 없는 몬스터니까. 영주님이 값을 많이 쳐 줄지도 모르잖아."



그는 주머니를 펼쳐 날 그 안에 집어넣었다.



"좀만 참아라. 곧 좋은 데로 데려다 줄께."



냄새가 좀 심하게 났지만, 죽는 것보다는 나았다.



프리드의 행동이 좀 별나긴 했지만, 아무도 반박하지는 않았다.


영주에게 바칠 몬스터로 오크를 잡았고, 이제 와서 조그만 몬스터를 살육할 필요도 없었기 때문이다.



기적같이 살아남은 나였지만, 나 자신도 모르는 정체를 알게 되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저희들이 왔습니다!"


"왔는가?"



기사들을 반긴 이는 단연 영주였다.


그 동안 영주가 다스리는 영지는 몬스터들의 천국이었다.


그러자 새로 부임한 영주는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여 용병들을 고용하고 영지 변두리에 자리잡은 기사들을 불러들여

육성시켰다.


그 결과, 반년 안에 주변 영지의 몬스터들은 씨가 말라버렸다.



"영주님을 뵙습니다!"


"어서 오게. 베오른."



날 처음 구원해준 금발의 기사 이름은 베오른이었다. 주머니 밖으로 간신히 고개만 뺀 나는 빼꼼히 영주가 그를

반기는 모습을 목격했다.


"오늘도 수확이 크군. 값은 두둑히 쳐 주겠네."


"감사합니다."



그 말에 정중히 인사를 하는 베오른과 예상 월급이 올라 기뻐하는 프리드의 모습이 대비되는 것은 작은 웃음거리였다.


동료들도 철썩거리는 그의 모습은 웃을 수 밖에 없었다.



"헌데 저 주머니는 뭔가?"


영주는 프리드의 가죽 주머니 중 유난히 흔들리는 것을 가리켰다.



"아! 이건 영주님께 바치는 하사품입니다!"


프리드는 따로 챙겨둔 주머니를 보았다.



내가 고개만 내든 채 몸부림치는 것이 보이자 그는 또 한 번 내 귀를 잡아당겼다.


"요 녀석! 어딜 가려고!"



점점 이 자세에 노이로제에 걸린 것 같은 난 모든 것을 내려놓은 모습으로 저항을 포기했다.



영주는 턱을 짚은 채 유심히 나를 보았다.



"흠.. 처음 보는 몬스터인데."


"그렇죠? 희소종일지도 모릅니다."


"그런가? 그래도.."



몬스터는 본래 악한 존재로 여기는 인간들에게는 아무리 귀여운 모습이라 해도 위협이었다.



방생하자니 몬스터라는 의미가 컸고, 그렇다고 잡아 키우자니 비용도 많많치 않았다.


그 때- 날 두 번째로 구원한 이가 등장했다.



"영주님, 급히 결정해 주셔야 할 의제가.."



작은 돋보기 안경을 낀 집사복을 입은 자가 영주를 찾아왔다.


학식이 있어보이는 연륜을 가진 그가 날 보더니 그 순간 놀라 자빠졌다.



"으헉!"



날 보고 놀라는 모습을 처음 접한 난 아리송했다.



그 후 바닥에 떨어진 안경을 집어든 그는 곧장 일어나더니 나를 향해 다가와 유심히 보기 시작했다.



"여, 영주님. 이 몬스터! 대체 어디서 발견한 것입니까?"


"저 기사가 내게 준 것일세."



영주가 프리드를 가리키더니 집사는 다음으로 그의 손을 붙잡았다.



"이보게! 자네 대체 어디서 저 몬스터를 잡은 건가!"


"그, 그게 오크를 잡다 보니 덤으로 잡은 것입니다!"


"덤이라고!"



집사는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이었다.


대체 어디가 잘못된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집사는 이내 진정하고는 영주에게 다가가 귓속말로 말했다.



"영주님.. 긴히 드릴 말씀이."


"뭔가?"


"저 몬스터. 무조건 잡아두십시오. 무조건."


"왜 그런가?"



집사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흘깃 날 쳐다보고 말했다.



"저 몬스터. 제가 서적에서 찾아 본 기억이 있습니다. 헌데 그건 이미 멸종된 몬스터의 문헌이었습니다."


"뭐라?"



난 놀랍게도 그 말을 들을 수 있었다.


귀가 좋아져서 인지는 몰라도 그 말에 난 충격받았다.



'멸종?'



되살아난 나. 새로운 세계. 마주친 거대 괴물.


그리고 듣고 알게 된 종족 멸망.


이 모든 것을 하루만에 접하게 된 나는 영주성에 갇혀 무려 사흘 동안이나 음식을 거부하게 된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31 날여우
    작성일
    21.05.13 21:13
    No. 1

    안티오크의 성스러운 수류탄이 직빵인 토끼일려나요?

    재미있는 소재, 완결까지 힘내세요~!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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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가 먹고 싶어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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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6. 방패를 든 기사 21.05.23 15 0 9쪽
16 15. 알베르트 형제 21.05.20 21 0 9쪽
15 14. 지하 감옥 내 래빗토 쟁탈전 21.05.20 28 0 7쪽
14 13. 드래곤 긴급 회의 21.05.18 38 2 15쪽
13 12. 원한은 없어. 21.05.17 41 2 12쪽
12 11. 용서할 수 없어. 21.05.16 42 2 9쪽
11 10. 몬스터도 생명이라고요. 21.05.15 40 0 7쪽
10 9. 제국의 용기사 21.05.15 40 1 9쪽
9 8. 레드 드래곤과 여행자 칸트 +1 21.05.14 44 1 16쪽
8 7. 재회 21.05.14 41 2 8쪽
7 6. 이제는 떠날 시간 21.05.13 51 2 7쪽
6 5. 대소동 21.05.13 51 2 15쪽
5 4. 후작의 음모 21.05.12 58 2 7쪽
4 3. 밝혀지는 래빗토의 능력 21.05.12 63 2 9쪽
3 2. 채소는 싫어요. 다이어트는 왜 하는 거죠? 21.05.12 85 2 13쪽
2 1. 심상치 않은 식욕 21.05.12 86 1 8쪽
» 프롤로그: 다시 태어났습니다. +1 21.05.12 141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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