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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펜하임의 서재^^

Blizard Gu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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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penhime
작품등록일 :
2019.08.04 20:41
최근연재일 :
2020.06.28 16:38
연재수 :
97 회
조회수 :
38,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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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8
글자수 :
450,942

작성
19.11.26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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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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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글자
8쪽

ep12. 하얀 설인[5]

DUMMY

크륵 크륵


흉흉한 분위기를 풍기던 예티가 돌연 두 다리를 넓게 벌린 채 한손을 바닥에 짚고 상체를 앞으로 숙였다. 마치 인간이 달리기 전 최적의 자세를 취하는 것처럼.

단지 그러고선 우리가 있는 초소만을 노려보며 몇초간 정적이 흘렀다. 찰나였지만 너무도 긴 시간처럼 느껴졌다.


쿵 쿵 쿵!


내가 마른 침을 꼴깍 삼킬 무렵, 놈이 달리기 시작했다. 아까 실패했던, 기둥을 향한 돌진.


"난간대 꽉 잡아!"


라이오 상등병의 고함과 함께 또 다시 놈의 몸통박치기가 기둥에 작렬했다.


쩌저적


이번엔 성공인듯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까의 돌진으로 타라스만이 걸었던 방어마법이 거의다 소진된 모양이었나보다. 초소의 모두는 보이지도 않았지만, 귀에 생생하게 꽂힌 단 한 가지 소리에 온몸이 얼어붙었다.

그리고 패닉상태에 빠져들었다.


"쏴! 그냥 쏴버려!"


라이오 상등병이 안젤리카 일등병에게서 활과 화살까지 빼앗아 들며 초소 아래의 예티를 향해 미친듯이 화살을 쏘았다. 하지만 방패수를 하며 실력이 둔해져서였는지, 명중률은 형편없었다. 나와 베일 일등병이 뒤이어 놈에게 화살을 쏘아댔다.

하지만 그것은 부질없는 저항일 뿐이었다.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던 예티가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또 다른 하나의 기둥을 무너뜨리기 위해.

비록 하나가 부러졌지만 세개가 남아 지지하고 있었던 덕분에 초소는 아직 넘어가지 않았다. 하지만 하나가 더 부러진다면 무조건 넘어갈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7,8미터나 되는 높이에서 떨어지는 우리는 낙상으로 인해 저항도 못하고 놈에게 죽을 것이다.

미친듯이 뛰는 심장을 가다듬던 내가 어떻게든 살 방법을 모색했다. 그러던 중 주위를 둘러보던 내 시선에 4개의 선이 보였다.

그것은 로프였다. 난간대의 바닥에 시작해 건너편 언덕에 위치한 나무의 허리에 칭칭 묶여 있는 로프는 본래 바람이 심할 때 초소가 흔들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 고정대의 역할을 하기 위해 팽팽하게 묶여 있었다. 이 높은 2경5 초소가 아직까지 무너지지 않은 것에는 저 로프의 존재도 한몫하고 있었던 것이다.

유일하게 살아남을 방법이 떠올랐다.


"각자 로프를 하나씩 잡고 저쪽 언덕으로 넘어가죠!"

"뭐라고?"


내가 꺼내놓은 뜻밖의 발상에 놀란 세 고참들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금세 내 제안은 받아들여졌다. 이대로 있다간 다 예티 밥이 될 상황이었으니깐 말이다.


쿵!


예티의 몸통박치기가 또 다른 기둥을 두들겼다. 그 소리를 들은 우리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이미 기둥 하나가 날아가는 것을 보며 언제 초소가 무너질지 가늠이 되는 상황이었다. 다시 한번만 박히면 초소가 무너질 것이다.


"서둘러요!"


흥분한 내 외침과 함께 우리는 각자 하나의 로프 위에 올라타 그 줄을 잡고 기어가기 시작했다. 두꺼운 옷과 무기로 무장해 있던 탓에 로프를 잡고 있는 팔이 떨어져 나갈듯 아팠지만, 죽음 앞에선 그 아픔조차 사치였기에 우리는 필사적으로 로프를 잡고 기어나갔다.

하지만 우리가 로프를 잡고 언덕에 도달하는 것보단, 놈이 기둥을 부수는 타이밍이 조금 더 빨랐다.


콰앙! 끼이이익-


"꽉잡고 줄을 잘라요!"


간발의 차이로 로프를 타고 도달하는 데 성공한 내가 정신없이 뛰면서 소리쳤다. 높이 7미터가 넘는 거대한 초소가 우리쪽으로 넘어왔다. 그 덕분에 팽팽하게 수평을 그리고 있던 로프가 느슨해지면서 잡고 있던 고참들과 함께 비스듬한 언덕의 벽으로 곤두박질쳤다.


"으아아!"


비명을 지르는 고참들이었지만, 다행히도 줄은 꼭 잡고 있었기 때문에 떨어지진 않았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모두가 단검으로 로프를 자르기 시작했다.

달리면서 그것을 지켜보던 나는 제일 가까운 라이오 상등병 쪽을 향해 뛰었다.


"잡아 올릴 테니깐 꽉 잡으십시오!"


말을 마친 내가 라이오 상등병이 로프를 자르자마자 팔을 뻗어 정신없이 로프를 집어올리기 시작했다. 본인의 체중과 지닌 병장기의 무게로 인해 육중함이 온몸으로 느껴졌지만, 나는 쉴 틈도 없이 줄을 잡아당겼다. 내가 늦어질 수록 베일 일등병과 안젤리카 일등병이 위험했으니까.

겨울이었음에도 나는 땀에 흠뻑 젖어있었던 나는 라이오 상등병을 끌어올리는데 성공하자마자 베일 일등병 쪽을 향해 뛰어가 주저없이 로프를 잡아당겼다. 다행히도 라이오 상등병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참 가벼워 금방 끌어올릴 수 있었다. 손을 맞잡으며 그를 빠르게 끌어올린 나는 다시 안젤리카 일등병 쪽으로 뛰었다.

로프에 매달린 채 조금씩 올라오고 있는 그녀를 본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아까 내뿜은 예티의 피어 때문에 걱정이 많이 되었던 탓이다.

사실 언덕 위도 안전하다고 할 순 없었지만, 최소한 시간은 벌순 있다. 밀집된 숲 사이로 도망다니면 놈에게 잡히기 전에 사단의 지원병이 도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섰다.

이제 안젤리카 일등병만 끌어올리면 된다.


캬륵 캬륵.


예티의 미묘한 웃음소리에 불안감이 들었다. 달리면서 고개를 돌려 예티쪽을 보았다. 손에 가볍게 잡히는 돌을 쥐고 있었다. 놈의 관점에서 그것은 그저 돌멩이지만 우리 입장에선 바위였다.

놈의 시선은 안젤리카 일등병을 향하고 있었다. 젠장!


쇄애액- 쾅!


육중한 파공성을 내며 날아온 바위는 다행히도 안젤리카 일등병의 옆을 지나치며 부딪혀 박살이 났다.

하지만 안도의 한숨도 잠시, 깨지면서 튄 잔해가 그녀의 투구를 때렸다.


퍽.


파편일 뿐임에도 힘이 얼마나 강했는지 둔중한 소리와 함께 안젤리카 일등병의 몸이 거의 100도로 꺾이며 아래로 떨어졌다. 비탈진 언덕 아래로 그녀의 몸이 데굴데굴 굴러갔다.

하늘이 노랬다.


"안젤리카!!"


그 순간의 나는 이성적인 판단을 할 겨를도 없었다. 주저없이 언덕아래로 미끄러지듯 뛰어 내린 나는 가파른 경사로를 그야말로 날듯이 뛰어 들어 점점 예티 앞으로 굴러가고 있는 그녀를 향해 쇄도했다.

불과 10초도 채 되지 않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발바닥에서 느껴지는 불 같은 아픔도 잊고 뛰어들었다. 예티의 큼지막한 손가락이 코앞에서 쓰러져 있는 그녀를 집으려는 순간이었다.


데구르르


간발의 차이로 그녀의 몸을 껴안은 내가 한껏 감싸쥔 채 한참동안 같이 바닥을 굴렁쇠처럼 굴러갔다. 덕분에 예티의 손은 허공을 쥘 뿐이었다.

위험천만. 아찔한 상황이었다. 만약 놈에게 잡혔더라면... 정말 생각하기도 싫을 정도로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 것이다.


쿠랴랴랴.


기이한 괴성을 부르짖는 예티의 표정은 미묘했다. 약간 화난 것같으면서도, 흥미롭다는 표정이었다. 처음 보는 이 백색의 괴물은 인간보다도 풍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잠시동안의 정적. 놈과 마주보며 대치하고 있던 나는 품에 안고 있는 안젤리카를 곁눈질했다. 미동도 하지 않았는데 턱끈으로 꽉 조여매고 있는 투구 사이에서 약간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 암담해진 나는 목에 손가락을 대보고서야 안심했다. 맥박이 미약하게나마 뛰고 있었다.

금세 예티에게로 시선을 옮긴 내가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화살이 든 전통과 활은 그녀를 구하려는 과정에서 집어던졌었는데, 지금 놈의 발치에 떨어져 있었다. 허리춤에 달린 두 자루의 단검이 내가 가진 무기의 전부. 이것만으로는 놈의 피부에 생체기 내는 것조차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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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ep19. 예티의 땅[4] +2 20.06.28 122 6 9쪽
96 ep19. 예티의 땅[3] +2 20.06.05 108 5 12쪽
95 ep19. 예티의 땅[2] +4 20.05.26 109 7 10쪽
94 ep19. 예티의 땅[1] +1 20.04.30 148 6 9쪽
93 ep18. 뜻밖의 조우[4] +1 20.04.29 126 6 8쪽
92 ep18. 뜻밖의 조우[3] +2 20.04.22 137 6 10쪽
91 ep18. 뜻밖의 조우[2] +1 20.03.31 162 8 9쪽
90 ep18. 뜻밖의 조우[1] +3 20.03.23 171 12 9쪽
89 ep17. Vigilance Date[4] +2 20.03.10 181 10 13쪽
88 ep17. Vigilance Date[3] +2 20.03.01 181 8 8쪽
87 ep17. Vigilance Date[2] +3 20.02.20 204 11 8쪽
86 ep17. Vigilance Date[1] +1 20.02.10 231 10 9쪽
85 ep16. 장마전투[6] 20.02.05 213 11 9쪽
84 ep16. 장마전투[5] 20.01.28 224 9 10쪽
83 ep16. 장마전투[4] 20.01.20 232 10 10쪽
82 ep16. 장마전투[3] +1 20.01.14 234 9 8쪽
81 ep16. 장마전투[2] +2 20.01.08 232 9 11쪽
80 ep16. 장마전투[1] +1 20.01.08 246 11 11쪽
79 ep15. 0번 척살병[4] +1 20.01.06 248 10 11쪽
78 ep15. 0번 척살병[3] +1 20.01.01 265 12 13쪽
77 ep15. 0번 척살병[2] +1 19.12.30 245 9 7쪽
76 ep15. 0번 척살병[1] +3 19.12.27 282 11 9쪽
75 ep14. 싱그러운 봄의 급수장에서.[4] -1부 1막 완- +3 19.12.23 272 13 15쪽
74 ep14. 싱그러운 봄의 급수장에서.[3] +3 19.12.23 263 8 10쪽
73 ep14. 싱그러운 봄의 급수장에서.[2] +1 19.12.20 262 9 13쪽
72 ep14. 싱그러운 봄의 급수장에서.[1] +2 19.12.17 287 9 10쪽
71 ep13. 격전. 그 직후.[4] +2 19.12.16 296 13 9쪽
70 ep13. 격전. 그 직후.[3] +4 19.12.14 316 11 9쪽
69 ep13. 격전. 그 직후.[2] +3 19.12.10 289 12 11쪽
68 ep13. 격전. 그 직후.[1] +1 19.12.09 305 10 9쪽
67 ep12. 하얀 설인[8] +5 19.12.05 299 14 8쪽
66 ep12. 하얀 설인[7] +3 19.12.03 292 13 10쪽
65 ep12. 하얀 설인[6] +3 19.11.27 308 10 10쪽
» ep12. 하얀 설인[5] +2 19.11.26 286 11 8쪽
63 ep12. 하얀 설인[4] +2 19.11.19 280 9 11쪽
62 ep12. 하얀 설인[3] +1 19.11.13 277 12 9쪽
61 ep12. 하얀 설인[2] +1 19.11.11 294 10 8쪽
60 ep12. 하얀 설인[1] +1 19.11.06 306 10 9쪽
59 ep11. 혹한의 계절[7] +3 19.10.25 309 8 10쪽
58 ep11. 혹한의 계절[6] +1 19.10.25 286 8 9쪽
57 ep11. 혹한의 계절[5] +3 19.10.21 300 11 11쪽
56 ep11. 혹한의 계절[4] +2 19.10.16 296 12 10쪽
55 ep11. 혹한의 계절[3] +1 19.10.14 297 9 11쪽
54 ep11. 혹한의 계절[2] +1 19.10.12 296 10 10쪽
53 ep11. 혹한의 계절[1] +1 19.10.11 312 11 8쪽
52 ep10. 괴담 이야기[6] +3 19.10.10 310 13 12쪽
51 ep10. 괴담 이야기[5] +4 19.10.09 304 11 10쪽
50 ep10. 괴담 이야기[4] +2 19.09.27 354 15 8쪽
49 ep10. 괴담 이야기[3] +1 19.09.25 311 10 9쪽
48 ep10. 괴담 이야기[2] +1 19.09.24 334 12 8쪽
47 ep10. 괴담 이야기[1] +2 19.09.23 367 11 9쪽
46 ep9. 탈영병[4] +5 19.09.21 356 11 11쪽
45 ep9. 탈영병[3] +1 19.09.20 328 10 8쪽
44 ep9. 탈영병[2] +2 19.09.19 341 10 10쪽
43 ep9. 탈영병[1] +1 19.09.18 339 11 10쪽
42 ep8. Diary of Dead[4] +2 19.09.17 365 10 15쪽
41 ep8. Diary of Dead[3] +1 19.09.16 353 10 11쪽
40 ep8. Diary of Dead[2] +1 19.09.12 358 9 11쪽
39 ep8. Diary of Dead[1] +1 19.09.11 361 11 8쪽
38 ep7. 라마스칸 게이트[5] +1 19.09.10 352 10 10쪽
37 ep7. 라마스칸 게이트[4] +1 19.09.09 367 8 9쪽
36 ep7. 라마스칸 게이트[3] +3 19.09.08 371 10 10쪽
35 ep7. 라마스칸 게이트[2] +3 19.09.07 389 12 10쪽
34 ep7. 라마스칸 게이트[1] +1 19.09.06 408 10 10쪽
33 ep6. 종교행사[4] +3 19.09.05 411 10 13쪽
32 ep6. 종교행사[3] +1 19.09.04 393 10 10쪽
31 ep6. 종교행사[2] +1 19.09.03 388 10 12쪽
30 ep6. 종교행사[1] +1 19.09.02 417 12 15쪽
29 ep5. 한밤의 추격자[4] +1 19.09.01 422 11 13쪽
28 ep5. 한밤의 추격자[3] +1 19.08.31 422 13 12쪽
27 ep5. 한밤의 추격자[2] +1 19.08.30 442 12 12쪽
26 ep5. 한밤의 추격자[1] +1 19.08.29 465 11 9쪽
25 ep4. 실전[6] +1 19.08.28 456 11 12쪽
24 ep4. 실전[5] +3 19.08.27 453 11 8쪽
23 ep4. 실전[4] +1 19.08.26 478 10 11쪽
22 ep4. 실전[3] +3 19.08.25 477 13 14쪽
21 ep4. 실전[2] +3 19.08.24 506 13 10쪽
20 ep4. 실전[1] +1 19.08.23 484 13 10쪽
19 ep3. 경계[5] +2 19.08.22 472 16 10쪽
18 ep3. 경계[4] +1 19.08.21 476 11 12쪽
17 ep3. 경계[3] +1 19.08.20 482 14 11쪽
16 ep3. 경계[2] +1 19.08.19 553 13 12쪽
15 ep3. 경계[1] +2 19.08.18 551 15 13쪽
14 ep2. 첫눈, 그리고 제설[4] +6 19.08.17 554 15 9쪽
13 ep2. 첫눈, 그리고 제설[3] +3 19.08.16 555 14 11쪽
12 ep2. 첫눈, 그리고 제설[2] +3 19.08.15 583 16 12쪽
11 ep2. 첫눈, 그리고 제설[1] +1 19.08.14 592 16 10쪽
10 ep1. 훈련[5] +3 19.08.13 640 17 16쪽
9 ep1. 훈련[4] +1 19.08.12 622 15 11쪽
8 ep1. 훈련[3] +1 19.08.11 774 15 14쪽
7 ep1. 훈련[2] +1 19.08.10 740 18 11쪽
6 ep1. 훈련[1] +6 19.08.09 821 20 9쪽
5 ep0. 아르펜 헤임달, 입대하다[4] +5 19.08.08 922 25 18쪽
4 ep0. 아르펜 헤임달, 입대하다[3] +4 19.08.07 931 21 9쪽
3 ep0. 아르펜 헤임달, 입대하다[2] +3 19.08.06 979 25 8쪽
2 ep0. 아르펜 헤임달, 입대하다. +3 19.08.05 1,243 31 12쪽
1 1부 서장 : 눈보라가 쏟아지는 철책선 아래에서. +6 19.08.04 1,636 2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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