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알펜하임의 서재^^

Blizard Guard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Alpenhime
작품등록일 :
2019.08.04 20:41
최근연재일 :
2020.06.28 16:38
연재수 :
97 회
조회수 :
38,058
추천수 :
1,148
글자수 :
450,942

작성
19.08.04 20:48
조회
1,635
추천
28
글자
7쪽

1부 서장 : 눈보라가 쏟아지는 철책선 아래에서.

DUMMY

휘이이잉


새하얀 눈보라가 사선으로 떨어지는 산속, 한 치 앞도 보기 힘든 설원은 달빛만이 그 자취를 드러내주고 있었다.


눈이 깊게 쌓인 산은 가파른 능선을 따라 높은 철책선이 늘어세워져 올라가고 있다. 능선의 정점에는 눈을 뒤집어 쓴 망루가 있었으며 그 안에는 하얀 털옷을 입고 검과 활로 무장한 이들이 있었다.

그 둘 중 한명이 나다.

아르펜 헤임달.

방년 20세. 산악국가 아르고니아 제2군 까마귀사단 213부대 소속의 병사이다.

그리고 내 주임무는... 경계다.


"이놈에 눈보라는 그칠 줄을 모르네."


나는 망루 밖으로 빗발치는 눈보라를 바라보며 짧게 탄식했다. 12월의 한겨울이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말이지만 쏟아지는 눈을 보면서 음울한 분위기의 하얀 설원을 보고 있자면 정신이 아늑해질 것만 같다.

시선을 돌려 망루의 반대편 구석을 보았다. 나보다 한참 작은 덩치의 병사 하나가 몸을 웅크린 채 무릎에 고개를 파묻고 있었다. 손을 뻗어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더 자면 얼어죽는다. 일어나 라나."

"우웅...아르펜 일등병님."


앳된 소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털모자를 쓴 머리를 매만지던 라나는 졸린 눈을 비비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애교 섞인 목소리에 나는 한숨을 쉬었지만 마음을 다 잡았다. 이제 들어온지 일주일 된 신병이기 때문이다.

이곳 최전방 경계지대에서의 신병은 귀하다. 물론 어느정도의 길들이기는 필요하지만 신병이 적응할 정도의 여유는 줘야 한다.

그리고 우리, 아르고니아의 블리저드 가드(Blizzard Guard)는 하는 일이 워낙 고되기 때문에 선후임간에 작은 배려는 반드시 필요했다.


'그리고 이 녀석은 관심병사라고 했지.'


신병을 소초에 데려다주는 인솔장교가 한 말을 곱씹으며, 나는 라나를 향해 시계를 가리키며 말했다.


"근무자 온다. 슬슬 소초로 돌아가자."

"진짜요? 그럼 가서 푹 잘 수 있겠네요?"


꿈속을 헤메고 있더니 금세 정신이 확 들어 해맑아지는 모습을 보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교대근무자와 인수인계절차를 거친 우리는 천천히 사다리를 타고 망루를 내려온 뒤, 철책선 뒤로 이어져 있는 계단을 타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매번 말하지만 조심해라. 정신줄 놓고 있다가 넘어져서 다치는 신병 애들 태반이다."

"넵 알겠습니다~"


씩씩하게 대답한 라나가 내 뒤를 따랐다.

말은 이렇게 했어도 으레 하는 말일 뿐, 별 걱정은 없었다. 관심병사이긴 했지만 라나는 이번에 온 신병 중에서 운동신경이 가장 뛰어나다고 들었으니깐 말이다.


"눈보라가 아까보다는 잠잠해져서 다행이네요."

"그러게. 근무시간 다 되도 눈보라가 심해서 초소 안에 몇 시간 동안 갇혀 있는 경우도 많거든."

"진짜요? 그러면 엄청 무섭겠네요. 좁은 초소 안에서 나오지도 못하고..."

"처음이야 무섭지 나중에 가면 그냥 지겹고 그래."

"춥고 배고프고 말이죠..."


말이 많은 걸 보니 살짝 겁이 나는가보다. 아마 들은 게 있어서 그럴 것이다. 이 철책선 바깥은 무법지대니까. 아이스 고블린, 아이스 트롤과 예티족이 먹잇감을 끊임없이 찾아다니는 동네다.

물론 신병인 녀석은 운좋게도 아직까지 만난 적은 없다. 그게 좋은건지 나쁜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신병은 언젠가는 '신고식'을 치뤄야 한다.


"쉿."


그게 오늘인가보다. 나는 계속 말을 붙이던 라나에게 다급히 손을 올려보이며 멈추라는 수신호를 보냈다. 라나는 눈이 동그래진 채 입을 다물었다. 나는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등에 멘 활을 꺼내들 고 전통에서 화살을 꺼내어 시위에 가져갔다.

순간적으로 하늘을 보았다가 미간을 좁히며 전방으로 활시위를 당긴 채 천천히 소리가 난 부분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키에에에엑."


가까이 다가가니 어둠속에서 인영의 정체가 드러났다. 1m 살짝 넘을 것 같은 작은 키에 연두빛이 감도는 하얀 몸뚱이. 그리고 찢어진 눈과 들창코가 인상적인 흉측한 얼굴.


"아이스 고블린이네."


면밀히 살펴본 나는 팽팽하던 시위에서 힘을 거둬들였다. 생김새를 보아하니 덜 자란 녀석 같았다. 전사등급도 아니고. 아마 굶주려서 먹이를 찾다가 여기까지 온 것 같은데, 철조망에 몸이 들러붙어 꼼짝달싹을 못하고 있었다.

난 고개를 돌려 라나를 응시했다.


"고, 고, 고블린이네요?"

"응."


라나는 말을 더듬으며 몸을 사시나무 떨듯 부르르 떨고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난 허리춤에서 단검을 꺼낸 뒤 거꾸로 쥐어 라나에게 내밀었다. 그리고 내 울대 밑을 검지로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를 밑에서 위로 살짝 비스듬하게 찌르면 한방이야. 마침 잘 됬네. 살아있는 과녁이니깐."

"...나, 나중에 하, 하면 안되겠어요...?"

"지금 당장 죽여."


내 말투는 냉랭했고 표정은 험했다.


"블리저드 가드라면 누구나 다 하는 신고식이다. 라나 그레이스 이등병."


길을 터주었다. 주춤주춤 거리던 라나는 동공에 지진을 일으킨 채 한참을 서 있다가, 이내 길게 심호흡을 하며 고블린 앞으로 다가갔다.


"키엑, 키에에엑!"


의사소통 안되는 고블린이지만 감정은 느낀다. 라나의 손에 들린 날붙이를 보고선 난리발광을 떨어댄다. 하지만 철망에 피부전면이 들러붙어 있는 녀석에겐, 애초에 살아남을 수 있다는 선택지 따윈 없었다.

긴장한 채 고블린을 바라보던 라나는 잠깐 망설이다가, 내가 준 단검을 두 손으로 쥔 채 힘껏 찔렀다.


푸욱.

"키아아아아아!!"

"힘 제대로 안주냐? 눈 똑바로 뜨고 네가 죽이려는 상대를 마주봐!"


눈을 질끈 감고 있던 라나는 내가 소리치자 다시 눈을 떴다. 이를 악 문채 왼손바닥으로 자루끝을 밀며 칼날을 더 쑤셔박았다. 고블린의 보라색 피가 뿜어져 사방을 적셨다.

소란이 잠잠해지는 건 금방이었다. 목을 찔려 가래끓는 소리를 내던 고블린은 이내 축 늘어져 최후를 맞이했다. 단검을 뽑아낸 라나는 숨을 헐떡이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난 그제서야 표정을 풀고 라나에게 다가갔다.


"왜 거기서 주저앉아. 니 옷에 피묻어 임마."

"으헝엉... 아르펜 일등병님."


긴장이 풀리자 감정이 북받치는 모양이다. 다가가자마자 내 품에 얼굴을 묻었다. 살짝 난처했지만, 이내 라나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내 옷에 피묻어 임마..."


귀환시간이 조금 늦어지는 게 뻔히 보이지만, 한동안 녀석을 진정시켜주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한숨을 쉬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공기는 추웠지만 수놓아진 별은 아름다웠다.


"3년 동안 자주 겪을 일이니까 익숙해져야 돼."

"네..."


난 앞이 깜깜한 이 어린 소녀병사를 토닥여주며 전역날짜가 언제인지를 세아려 보았다.

2년 하고도 6일이 남았다.


"난 또 언제 전역하냐..."


문득 신병으로 처음 입대하던 때가 떠오른다.


작가의말

문피아에는 정말 오랜만에 올려보네요.(고무림 시절에 올렸었으니...)

사실 친목사이트에서 쓰기 시작했는데, 완결시켜 보겠다고 마음먹고 연재 시작하려고 합니다.

하는 일이 있어 성실연재는 보장 못해드리지만  최대한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Blizard Guard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제 인생 두번째 완결을 향해 달려보겠습니다. 19.08.07 721 0 -
97 ep19. 예티의 땅[4] +2 20.06.28 122 6 9쪽
96 ep19. 예티의 땅[3] +2 20.06.05 108 5 12쪽
95 ep19. 예티의 땅[2] +4 20.05.26 109 7 10쪽
94 ep19. 예티의 땅[1] +1 20.04.30 148 6 9쪽
93 ep18. 뜻밖의 조우[4] +1 20.04.29 126 6 8쪽
92 ep18. 뜻밖의 조우[3] +2 20.04.22 137 6 10쪽
91 ep18. 뜻밖의 조우[2] +1 20.03.31 162 8 9쪽
90 ep18. 뜻밖의 조우[1] +3 20.03.23 171 12 9쪽
89 ep17. Vigilance Date[4] +2 20.03.10 181 10 13쪽
88 ep17. Vigilance Date[3] +2 20.03.01 181 8 8쪽
87 ep17. Vigilance Date[2] +3 20.02.20 204 11 8쪽
86 ep17. Vigilance Date[1] +1 20.02.10 231 10 9쪽
85 ep16. 장마전투[6] 20.02.05 213 11 9쪽
84 ep16. 장마전투[5] 20.01.28 224 9 10쪽
83 ep16. 장마전투[4] 20.01.20 232 10 10쪽
82 ep16. 장마전투[3] +1 20.01.14 234 9 8쪽
81 ep16. 장마전투[2] +2 20.01.08 232 9 11쪽
80 ep16. 장마전투[1] +1 20.01.08 246 11 11쪽
79 ep15. 0번 척살병[4] +1 20.01.06 248 10 11쪽
78 ep15. 0번 척살병[3] +1 20.01.01 265 12 13쪽
77 ep15. 0번 척살병[2] +1 19.12.30 245 9 7쪽
76 ep15. 0번 척살병[1] +3 19.12.27 282 11 9쪽
75 ep14. 싱그러운 봄의 급수장에서.[4] -1부 1막 완- +3 19.12.23 272 13 15쪽
74 ep14. 싱그러운 봄의 급수장에서.[3] +3 19.12.23 263 8 10쪽
73 ep14. 싱그러운 봄의 급수장에서.[2] +1 19.12.20 262 9 13쪽
72 ep14. 싱그러운 봄의 급수장에서.[1] +2 19.12.17 287 9 10쪽
71 ep13. 격전. 그 직후.[4] +2 19.12.16 296 13 9쪽
70 ep13. 격전. 그 직후.[3] +4 19.12.14 316 11 9쪽
69 ep13. 격전. 그 직후.[2] +3 19.12.10 289 12 11쪽
68 ep13. 격전. 그 직후.[1] +1 19.12.09 305 10 9쪽
67 ep12. 하얀 설인[8] +5 19.12.05 299 14 8쪽
66 ep12. 하얀 설인[7] +3 19.12.03 292 13 10쪽
65 ep12. 하얀 설인[6] +3 19.11.27 308 10 10쪽
64 ep12. 하얀 설인[5] +2 19.11.26 285 11 8쪽
63 ep12. 하얀 설인[4] +2 19.11.19 280 9 11쪽
62 ep12. 하얀 설인[3] +1 19.11.13 277 12 9쪽
61 ep12. 하얀 설인[2] +1 19.11.11 294 10 8쪽
60 ep12. 하얀 설인[1] +1 19.11.06 306 10 9쪽
59 ep11. 혹한의 계절[7] +3 19.10.25 309 8 10쪽
58 ep11. 혹한의 계절[6] +1 19.10.25 286 8 9쪽
57 ep11. 혹한의 계절[5] +3 19.10.21 300 11 11쪽
56 ep11. 혹한의 계절[4] +2 19.10.16 296 12 10쪽
55 ep11. 혹한의 계절[3] +1 19.10.14 297 9 11쪽
54 ep11. 혹한의 계절[2] +1 19.10.12 296 10 10쪽
53 ep11. 혹한의 계절[1] +1 19.10.11 312 11 8쪽
52 ep10. 괴담 이야기[6] +3 19.10.10 310 13 12쪽
51 ep10. 괴담 이야기[5] +4 19.10.09 304 11 10쪽
50 ep10. 괴담 이야기[4] +2 19.09.27 354 15 8쪽
49 ep10. 괴담 이야기[3] +1 19.09.25 311 10 9쪽
48 ep10. 괴담 이야기[2] +1 19.09.24 334 12 8쪽
47 ep10. 괴담 이야기[1] +2 19.09.23 367 11 9쪽
46 ep9. 탈영병[4] +5 19.09.21 356 11 11쪽
45 ep9. 탈영병[3] +1 19.09.20 328 10 8쪽
44 ep9. 탈영병[2] +2 19.09.19 341 10 10쪽
43 ep9. 탈영병[1] +1 19.09.18 339 11 10쪽
42 ep8. Diary of Dead[4] +2 19.09.17 365 10 15쪽
41 ep8. Diary of Dead[3] +1 19.09.16 353 10 11쪽
40 ep8. Diary of Dead[2] +1 19.09.12 358 9 11쪽
39 ep8. Diary of Dead[1] +1 19.09.11 361 11 8쪽
38 ep7. 라마스칸 게이트[5] +1 19.09.10 352 10 10쪽
37 ep7. 라마스칸 게이트[4] +1 19.09.09 367 8 9쪽
36 ep7. 라마스칸 게이트[3] +3 19.09.08 371 10 10쪽
35 ep7. 라마스칸 게이트[2] +3 19.09.07 389 12 10쪽
34 ep7. 라마스칸 게이트[1] +1 19.09.06 408 10 10쪽
33 ep6. 종교행사[4] +3 19.09.05 411 10 13쪽
32 ep6. 종교행사[3] +1 19.09.04 393 10 10쪽
31 ep6. 종교행사[2] +1 19.09.03 388 10 12쪽
30 ep6. 종교행사[1] +1 19.09.02 417 12 15쪽
29 ep5. 한밤의 추격자[4] +1 19.09.01 421 11 13쪽
28 ep5. 한밤의 추격자[3] +1 19.08.31 422 13 12쪽
27 ep5. 한밤의 추격자[2] +1 19.08.30 442 12 12쪽
26 ep5. 한밤의 추격자[1] +1 19.08.29 465 11 9쪽
25 ep4. 실전[6] +1 19.08.28 456 11 12쪽
24 ep4. 실전[5] +3 19.08.27 453 11 8쪽
23 ep4. 실전[4] +1 19.08.26 478 10 11쪽
22 ep4. 실전[3] +3 19.08.25 477 13 14쪽
21 ep4. 실전[2] +3 19.08.24 506 13 10쪽
20 ep4. 실전[1] +1 19.08.23 484 13 10쪽
19 ep3. 경계[5] +2 19.08.22 472 16 10쪽
18 ep3. 경계[4] +1 19.08.21 476 11 12쪽
17 ep3. 경계[3] +1 19.08.20 482 14 11쪽
16 ep3. 경계[2] +1 19.08.19 552 13 12쪽
15 ep3. 경계[1] +2 19.08.18 551 15 13쪽
14 ep2. 첫눈, 그리고 제설[4] +6 19.08.17 554 15 9쪽
13 ep2. 첫눈, 그리고 제설[3] +3 19.08.16 555 14 11쪽
12 ep2. 첫눈, 그리고 제설[2] +3 19.08.15 583 16 12쪽
11 ep2. 첫눈, 그리고 제설[1] +1 19.08.14 592 16 10쪽
10 ep1. 훈련[5] +3 19.08.13 640 17 16쪽
9 ep1. 훈련[4] +1 19.08.12 622 15 11쪽
8 ep1. 훈련[3] +1 19.08.11 774 15 14쪽
7 ep1. 훈련[2] +1 19.08.10 740 18 11쪽
6 ep1. 훈련[1] +6 19.08.09 821 20 9쪽
5 ep0. 아르펜 헤임달, 입대하다[4] +5 19.08.08 922 25 18쪽
4 ep0. 아르펜 헤임달, 입대하다[3] +4 19.08.07 931 21 9쪽
3 ep0. 아르펜 헤임달, 입대하다[2] +3 19.08.06 979 25 8쪽
2 ep0. 아르펜 헤임달, 입대하다. +3 19.08.05 1,243 31 12쪽
» 1부 서장 : 눈보라가 쏟아지는 철책선 아래에서. +6 19.08.04 1,636 28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