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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양

아이 엠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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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5.12 15:23
최근연재일 :
2021.12.21 18:20
연재수 :
187 회
조회수 :
38,215
추천수 :
506
글자수 :
979,887

작성
21.11.22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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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Episode 44. 공략 시작 (2)

DUMMY

악우(惡友)가 필요로 할 이야기는 전부 전했다.

남은 일은 저쪽(거울 세계)으로 넘어가서 할 일뿐이다.

신경 쓰이는 점은 한 가지.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는 점이지.’


이미 저쪽(거울 세계) 시간으로는 하루가 지난 시점이다.

그사이 어떤 변화가 있었을지는 나도 모른다.

일단, 붉은 노엘은 쓰러뜨렸다. 그것만으로 당장 위험은 피했다고 할 수 있다.

이곳(지구)으로 넘어온 몬스터는 십이사도의 양이 처리하니, 남은 건 정보만 처리하면 된다.


“그래서. 오늘은 보고 목적으로 방문한 건가?”


악우(惡友)의 집에서 돌아온 후. 입구를 넘어서자 자연스럽게 기다린 양을 보고 물었다.

자기 집인 듯 자연스럽게 식탁에 앉아 기다리는 모습은 어딘가 인간답기도 하다.

외형은 그렇지 않지만.


“예. 몇 가지 보고할 내용이 있습니다.”


양은 물음에 답하며, 고개를 숙였다.

아무리 봐도 사과하는 자세에 의문을 떠올린 것도 잠시.

곧장 이유를 떠올렸다.


“죄송합니다. 강신혁 씨. 이번 침공을 막던 중, 몇 마리의 몬스터를 놓쳤습니다.”

“아···. 그건 이미 들어서 알고 있어.”

“제 실책입니다. 그에 관해 사과드리겠습니다.”


몬스터가 지구로 넘어오지 않도록 막는 이가 양이다.

다른 십이사도는 제각각 거울 세계와 다른 차원을 막느라 지구를 막는 것은 양 혼자.

이번 일을 자신의 실책이라며 곧장 사과하는 모습에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딱히, 큰 문제는 아니었고.’


애초에 십이사도가 없으면 침공은 더욱 큰일이 된다는 건 이해하고 있다.

그렇기에 더욱, 나는 양의 실수를 책망할 생각은 없다.


“큰 문제가 되지 않았으니 상관없어. 이쪽에서 처리할 수 있는 일이고.”

“···그런가요.”


고개를 올린 양은 천천히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창조신인 오버로드는 고차원의 침입을 막는 중이며, 십이사도는 오버로드를 도와 차원 유지에 힘을 쏟는 중이다.

들어보니 지구가 있는 차원과 거울 세계가 있는 차원은 한 울타리에 있는 차원이다.

이번 침공은 그 울타리를 공격하는 외부의 소행이 원인이고.


‘스케일이 지나치게 커져서 이해하기도 힘드네.’


사실 알아도 별다른 대응을 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초월적인 이야기를 상대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기껏해야 거울 세계에서 몬스터를 잡으려는 게 전부다.


“강신혁 씨.”


본론을 이야기하려는 모습에 양을 바라봤다.

조금 전과는 다른 분위기. 어딘가 걱정과 두려움. 기대가 섞인 듯한 모습이다.


“남은 봉인은 둘. 그조차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두 개인가.”


일전, 양이 찾아왔을 때는 세 개.

지금은 두 개다.


‘붉은 노엘이 나타나면서 봉인이 부서진 건가.’


시간이 없다.

아직 봉인 도구조차 찾지 못한 상황이다.

거울 세계의 국가는 흩어져 있으며, 겨우 협력할 듯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지금보다 더 빨리 움직일 필요가 있다.


“봉인의 시간은 저희가 관여할 수 없습니다. ···카오스님을 부탁드립니다.”

“하아···.”


양의 진심 어린 목소리에 한숨을 내쉬었다.

눈앞의 십이사도보다 강력한 존재가 카오스다.

초월자의 시간에 비하면 어린 존재. 그러나 어린 상태로도 막강한 힘을 지녔다.

차원을 만들고,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 수 있는 존재가 카오스다. 그리고 눈앞의 십이사도가 내게 부탁한 존재다.


‘···쓰러뜨려달라는 부탁은 아닌 모양인데.’


그나마 불행 중 다행으로 쓰러뜨린다는 분위기는 아니다.

양의 분위기로 보아하면, 중요한 인물을 부탁한다는 분위기다.

다만, 초월자를 상대로 일개 인간에 불과한 나다.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있을까.


‘그렇다고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


세상이 멸망하는 것보다는 낫다.


“먼저 가보겠습니다.”


양의 인사에 고개를 끄덕이고, 잠시 자리에 앉았다.

식탁에 앉아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조금 휴식을 취하며 숨을 돌린다.


“후우.”


너무 많은 일이 덮치고 있다.

처음 시작은 단순히 게임을 즐기고 싶었던 것뿐인데.

지금은 세상을 구하라고 한다.


“···뭐, 게임 공략처럼 하면 되겠지.”


결국, 첫날이랑 다를 게 없다.

달라진 건 하나. 공략에 실패했을 때.

생각할 필요도 없는 문제다.


“그럼···. 가볼까.”


깔끔히 비운 잔을 적당히 정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돌아갈 곳은 정해져 있다.

내가 할 일을 하기 위해, 움직인다.


-+-


섀도우가 붉은 노엘을 쓰러뜨리고 하루가 지났다.

그 사이, 거울 세계는 많은 일이 일어났다.

우선.


“함대가 귀환합니다!!”


바운티 왕국과 에체르티 왕국은 함대가 귀환한 사실에 안도하며 축제를 열었다.

함선은 부서졌으나, 선원 중 사망자는 단 한 명도 없다.

중상자도 소수. 대부분 충격에 의한 경상이 전부다. 그 덕분에 두 국가는 축제 분위기로 접어들었다.

반면, 왕국의 상층부는 하나의 광경을 떠올렸다.


“그때 그 폭발. ···그건 몬스터의 것이 아니었다?”

“예. 문라이트의 수장. 섀도우 공이 일으킨 폭발입니다.”

“···자네가 본 것이라면, 사실이겠지.”


성대하게 일어난 폭발.

섀도우가 일으킨 마지막 폭발은 바운티 왕국과 에체르티 왕국. 양 국가의 왕도에서도 보일 정도로 성대히 피어올랐다.

함대에 올랐던 장군과 함장에게 보고를 전해 들은 바운티 왕국의 국왕은 얼굴을 찌푸렸다.

몬스터의 강함, 땅에 속박된 자의 강함, 그를 섭외한 듯한 호네스티 왕국의 움직임.

그리고 무엇보다.


“신화···. 인가.”

“예?”


오래전 잊힌 이야기를 찾아낸 탓이다.

지금으로부터 한참이나 오래전. 이미 각 국가의 원형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인간이 아닌 이들과 함께 지낸 시대. 그 시대의 이야기를 찾아낸 바운티 왕국은 축제인 거리와는 달리, 전쟁을 마주한 듯한 날카로운 분위기였다.

또한, 호네스티 왕국의 지원으로 인해 빚마저 생긴 상태다.


‘움직일 수밖에 없겠군.’


바운티 왕국의 국왕은 이미 세계의 흐름을 읽었다.

호네스티 왕국의 움직임뿐만 아니다. 최근에는 실피니아 왕국과 드라운트 왕국마저 미묘한 움직임을 보인다.

별을 건너는 자가 온 이후부터 더욱 기세가 강해진 몬스터. 그와 비슷하게 움직이기 시작한 각 국가.

오래된 신화의 이야기까지.


‘···늦지 않았으면 하네.’


바운티 국왕은 무엇보다 이번 사건의 중심으로 보이는 인물.

섀도우를 떠올리며, 대신을 향해 외쳤다.


“호네스티 왕국에 서신을 보내겠다!”


이번 사건을 짐작이라도 한 듯 재빨리 움직인 호네스티 왕국은 최소한 무언가가 있다.

무언가 직감을 하던, 정보를 지니고 있던. 호네스티 왕국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판단한 바운티 국왕은 대신을 불렀다.

그러나 나타난 것은 대신이 아닌.


“호네스티 왕국에 서신을 보내신다면, 제가 대신 받들겠습니다.”


호네스티 왕국의 지원으로 온 인물.

슬리벤 왕자가 지극히 자연스럽게 국왕을 향해 인사를 올렸다.


-+-


눈앞에 나타난 반투명한 창을 조작하기를 잠시.

내가 깨어난 곳은 에체르티 왕국의 한 장소. 일반적으로 플레이어가 부활하는 장소인, 시작의 분수다.


‘여기도 오랜만인가.’


내가 타고 있던 함선이 완전히 부서진 탓에 부활 장소가 변경된 듯하다.

나는 잠시 주변 분위기를 살폈다. 축제인 듯 기뻐하는 주민들의 모습이 보인다.

다행히, 로그대로 붉은 노엘은 쓰러뜨린 듯하다.


‘···잠깐.’


붉은 노엘을 쓰러뜨렸다.

특수 몬스터인 붉은 노엘.

그리고.


“보스 몬스터, 였지.”


보스 몬스터를 쓰러뜨린 보상.

뒤늦게 보상을 떠올리고 인벤토리를 확인했다.

내가 붉은 노엘을 쓰러뜨린 방법은 함께 폭사. 정상적인 방법이라고는 할 수 없다.

어쩌면 그 탓에 보상이 사라진 걸지도 모른다.


‘로그를 확인하지 못한 걸지도 모르지.’


일단, 확인하지 못하는 보상을 제쳐두기로 했다.

얼굴 부근에는 가면이 없다. 폭발하면서 인벤토리에 넣은 것까지는 적용된 모양이다.

차분히 주변을 둘러보는 동시에, 두 사람을 떠올렸다.

소니아와 릴리스. 두 사람의 위치는 마지막으로 확인한 게 바운티 왕국과 에체르티 왕국. 그 중간지역이다.


‘에체르티 왕국에 있겠다고 했던가.’


머릿속으로 차례대로 할 일을 정리한다.

우선, 공략의 확인. 이건 주변 모습을 확인한 걸로 충분하다.

다른 일은 플레이어의 접속 상태.


‘···당장 눈에 띄는 변화는 없나.’


몬스터 의혹을 직접 눈으로 본 플레이어가 있을지도 모른다.

저쪽(지구)에서 몬스터를 본 플레이어는 이곳(거울 세계)에서도 반응이 다르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가능하다면 그런 플레이어를 모아서 수족으로 삼고 싶다.


“···지금 당장 할 일은 하나인가.”


국가 연합.

가장 급한 일이다.

봉인이 두 개 남은 지금, 봉인 도구의 정보를 조금이라도 얻기 위해서 전 국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호네스티 왕국은 이미 협조 중이고, 드라운트 왕국은 협조할 수밖에 없다. 실피니아 왕국도 성지의 건으로 빚이 있으니, 어느 정도 협조는 가능하다.

나머지 두 국가는 이번 사건을 빌미로 호네스티 왕국이 언급한다면 충분히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국가 위험 정도가 아니니까.’


세계가 위험한 일이다.


“하아.”


돌아온 직후에 곧바로 일이라는 사실에 한숨이 치민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나는 인벤토리에서 익숙한 가면을 꺼내고, 망토를 둘렀다.

골목에서 가면과 망토를 두른 것만으로 어느새 문라이트의 수장. 섀도우가 완성이다.


“그럼, 가볼까.”


다행히 시작의 분수에서부터 왕성까지 그리 멀진 않다.

호네스티 왕국의 경우는 마차로 한참 나아가야 하지만, 지금 이곳. 에체르티 왕국은 겨우 옆 도시다.

붉은 노엘을 쓰러뜨린 덕분인지, 지난번보다 속도가 더 빠르다.


‘레벨도 오른 모양이네.’


상당히 만족스러운 속도로, 나는 한순간에 왕성으로 향했다.


-+-


“···야. 방금, 망토 쓴 사람. 플레이어지?”

“몰라. ···근데 플레이어도 저렇게 빠를 수가 있나?”


섀도우. 슬로우가 한 가지 간과한 사실이 있다.

본래 섀도우가 쓰러뜨린 붉은 노엘은 특수 몬스터이자, 보스 몬스터다.

즉. 혼자서 잡을 수 있는 몬스터가 아니다.


“버근가?”


게다가 분신 노엘마저 경험치를 일정량 전해준다.

그런 특수 몬스터를 상대로 섀도우는 단신으로 전선을 유지하고, 한참 싸웠다.

끝내는 붉은 노엘을 혼자서 쓰러뜨리기까지 했다.


“랭커일지도 모르겠는데.”


섀도우는 토벌증이 없기에 플레이어 랭킹에는 오르지 않는다.

그러나.

만일.


“어···?”

“왜.”

“랭커는 그대로인데?”

“뭐? ···그럼 저건 뭐였는데?”

“······그러게.”


섀도우가 랭킹에 들어섰다면.

그는 혼자서 보스 몬스터를 여럿 상대한 끝에, 압도적인 차이로 선두를 점했을지도 모른다.


“설마. 네임드 NPC인가?”

“···은둔 고수?”


에체르티 왕국의 델타 도시에서 왕성까지 달리는 섀도우. 그의 속도를 본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조용히, 그러나 상당한 속도로 섀도우의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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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 Episode 49. 카오스 (7) 21.12.17 78 1 12쪽
182 Episode 49. 카오스 (6) 21.12.16 8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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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 Episode 49. 카오스 (4) 21.12.14 82 1 12쪽
179 Episode 49. 카오스 (3) 21.12.13 83 1 11쪽
178 Episode 49. 카오스 (2) 21.12.12 8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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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 Episode 48. 마지막 봉인 (8) 21.12.08 81 1 12쪽
173 Episode 48. 마지막 봉인 (7) 21.12.07 88 1 13쪽
172 Episode 48. 마지막 봉인 (6) 21.12.06 8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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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 Episode 47. 겉과 속 (4) 21.11.30 86 1 12쪽
165 Episode 47. 겉과 속 (3) 21.11.29 86 1 12쪽
164 Episode 47. 겉과 속 (2) 21.11.28 92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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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Episode 46. 속전속결 (2) 21.11.26 95 1 12쪽
161 Episode 46. 속전속결 (1) 21.11.25 95 1 12쪽
160 Episode 45. 세계 연합 21.11.24 89 1 12쪽
159 Episode 44. 공략 시작 (3) 21.11.23 8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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