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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양

아이 엠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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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5.12 15:23
최근연재일 :
2021.12.21 18:20
연재수 :
187 회
조회수 :
38,250
추천수 :
506
글자수 :
979,887

작성
21.11.2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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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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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Episode 44. 공략 시작 (1)

DUMMY

사실을 전한 직후. 악우(惡友)는 욕을 내뱉었다.

단번에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다.


‘뭐···. 사실이긴 한데.’


이미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던 만큼, 악우(惡友)도 농담으로 치부하진 못한다.

휴대전화 너머에서 악우의 당황한 분위기가 전해진다.

한참 조용하던 악우는 깊게 한숨을 내뱉더니.


“···그래서. 시간은 있어?”

“있어. 회사로 갈까?”

“어. ···아니 집으로 와라. 할 이야기가 많다.”

“그래, 그래.”


뉴스를 몇 번이나 확인해도 몬스터의 소식은 없다.

악우(惡友)의 전화를 끊고, 마지막으로 인터넷을 둘러본다.


“악우(惡友) 덕분인가.”


십이사도의 개. 그의 말에 따르면 이미 이곳에도 몬스터가 출몰했다고 한다. 뒤늦게 양이 처리한 탓에 정보는 유출.

그렇게 강하지 않은 고블린의 경우는 일부 군대나 특수 경찰이 처리했다는 모양이다.


‘인터넷의 정보는 차단하더라도, 상층부는 이미 알고 있겠네.’


사회에 정보가 퍼지지 않더라도 국가의 상층부는 지난번 사태와 더불어 정보가 알려진 상황이다.

연구소나 군대. 몬스터와 관련해서 반응할 조직은 제각각의 반응을 보인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 조직 대부분이 정보 통제에 손을 들었다는 점이다.


“하아···.”


저쪽(거울 세계)에서도 한 차례 전투를 치르고 왔다.

그런데.


“여기서도 나서야 하는 건가.”


모습을 보아하니 편하게 쉴 수는 없는 모양이다.

적당히 한숨을 내쉬고 오랜만에 외출 준비를 마친다.

최근에 외출한 적은 별로 없기에 조금 귀찮으면서도 기대되긴 한다.

가능하면 이번 외출이 일이 아니었다면 더욱 좋았겠지.


“가볼까.”


적잖이 대충 차려입은 옷으로 집을 나선다.

향할 곳은 회사가 아닌 악우(惡友)의 집이다.

지금 상황은 몬스터가 나온 이상 사태. 본래라면 일상이 흔들리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평화롭네.”


주변 도로는 여전히 차량으로 가득하고, 걸어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여유롭게 걷는 사람과 어딘가 바삐 걷는 사람. 택시를 부르는 사람 등.

그야말로 평화로운 일상을 그린 듯한 도시 풍경이다.


‘이걸 보면 조금 전 대화가 거짓말 같다니까.’


주변 풍경을 보며 나아가길 한참.

어느새 악우(惡友)의 집에 도착했다.

넓은 마당을 지닌 악우의 집은 여럿 방문했다. 생체 인증까지 통과되는 악우의 집을 자연스럽게 들어서니.


“···?”


악우의 모습은 없다.

2층과 지하로 이루어진 악우의 집은 입구를 들어서면 거실로 나온다.

보통 악우가 나를 기다릴 때는 거실에서 기다리지만, 지금은 없다.

그렇다면.


‘작업실인가.’


2층에 마련된 작은 방.

작업실이라 명명한 악우의 방으로 올라간다.

계단을 올라 악우의 방에 가까워질수록 악우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조금 화난 듯 들리는 목소리다.


“그러니까! 일단 막아 두라고! ···뭐? 원인!? 그건 차차 알아보면 되잖아!”


열린 문 너머로 전화를 거칠게 내려놓는 모습을 봤다.

다만, 악우가 엮이는 건 지금부터다.

아직 겉 부분 밖에 모르는 악우는 문너머의 나를 보고 얼굴을 찌푸렸다.


“그래서, 이야기는 할 수 있고?”

“할 수 있지.”

“하아···.”


한숨을 내쉰 악우는 거실까지 향했다.

어딘가 잔뜩 지쳐 보이는 모습은 며칠째 잠도 제대로 못 잤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조금 미안하긴 하네.’


평소와 달리 초췌한 모습을 보니 미안하다.

식탁에 앉은 내 앞에 커피를 타 준 악우는 자리에 앉았다.


“···이거.”


악우의 품속에서 꺼낸 물건은 휴대전화.

그 화면에는 고블린의 시체가 정확히 찍혀있다.

총알 자국도 보이는 걸 보면, 군사 관계자가 쓰러뜨린 모양이다.

고블린의 모습에도 놀라지 않는 나를 보고 악우는 미묘한 짜증과 함께 입을 열었다.


“이게 고블린이라고?”

“그래.”

“···그 게임에 흔하게 나오는 녀석?”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악우는 한참 나를 바라보더니, 한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진짜. 이게 뭔 X소리냐···.”

“사실을 외면하지 마.”

“알고 있어.”


다시 한숨을 내뱉은 악우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이게 더 나온다는 거. 그 이야기나 좀 들어보자.”


현실을 직시하기로 했다.

악우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인 나는 처음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

거울 세계의 이야기와 지구. 차원의 이야기와 게임이 게임이 아니라는 이야기.


‘믿을지 말지, 그건 자유지.’


나는 사실만 전할 뿐이다.


-+-


강신혁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은 진준현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야기는 그리 길지 않았다. 【World of Reflector】라는 게임이 또 다른 세계라는 것. 그 세계의 사건으로 지구와 차원이 이어졌다는 것.

영화에서나 듣던 이야기의 나열에 진준현은 한 번 욕을 내뱉으려다.


‘···이게 문제란 말이지.’


책상에 올려둔 자신의 휴대전화를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를 한숨에 제 어깨가 무겁게만 느껴졌다.

자신의 휴대전화에 찍힌 사진은 진준현이 직접 눈으로 본 장면이다. 회사의 긴급 연락을 통해 확인한 내용. 괴물이 나타났다는 사실에 여러 장소를 발로 뛰고, 마주한 괴물.

그 괴물의 정체가 게임에 나오는 고블린이다.


“하아···.”


생각을 정리한 진준현은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었다.

정작 폭탄 정보를 가져온 인물. 강신혁은 멀쩡히 커피를 마시고 있다. 오히려 제 일이 아니라는 듯 여유로운 모습에 어이가 없기까지 하다.

진준현은 강신혁의 태도에 얼굴을 찌푸리고, 반쯤 포기한 기색으로 물었다.


“너.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

“응?”

“네 말이 사실이라고 하자. 그래. 그 판타지 소설 같은 이야기가 진짜라고 할 때, 넌 뭘 할 수 있는데?”


다른 차원의 생물이 공격한다.

이 이야기만 들었을 때, 진준현은 당황하는 동시에 자신이 할 수 있는 행동을 떠올렸다.

회사를 운영하는 것에 불과한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회사를 만든 것도, 키운 것도 눈앞의 강신혁이다. 자신은 운영밖에 할 수 없다.

그러나 강신혁은 다른 세계의 문제를 알고서도 멀리 퍼트리지 않았다.

되려 방법이 있다는 듯 무언가를 시도하고 있다.


‘그게 이상하단 말이지. ···나보다 똑똑한 새X가.’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있는 인물이다.

진준현은 강신혁에 대해 생각했다.


“···너 설마 마법 같은 거 쓰고 막 그러냐?”

“진심으로 묻는 거냐?”

“아니···. 그건 아니겠지.”


진준현은 눈앞의 강신혁을 의심쩍게 쳐다보았다.

평소의 모습과 다르다. 그렇기에, 깨달았다.


‘아직 말하지 않은 게 있구나.’


말하지 않은 것.

그게 무엇인지 진준현은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는 알리지 않은 내용을 굳이 캐내려 하지 않았다.


‘이 자식이 애매하게 알려줄 때는 알려준 걸로 만족하는 게 좋지···. 쯧.’


오랜 시간 다양한 업무를 처리하며 진준현은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강신혁. 그가 악우라 부르는 친우에게 알려주지 않은 점은 거울 세계의 침공. 그 침공이 신에 의해 일어난다는 점과 세계가 위험하다는 점.

고차원의 이야기를 전하지 않았다.


“그래서. 난 뭘 하라고.”

“앞으로 정보를 처리해주면 좋겠는데.”

“···넌 바쁘냐?”

“바빠질 거야. 아마도.”

“그러냐.”


강신혁은 의외로 침착하게 정보를 받아들인 진준현의 모습에 놀랐다.

더욱 의문을 보이거나, 의심을 보이는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준현은 최대한 침착하게 정보를 받아들였다.

그 모습에 안도한 강신혁은 지구의 정보 관리를 악우라 부르는 이에게 맡기기로 했다.


“정보는 어떻게. 전부 파기해?”

“어. 그리고, 의문을 보이는 상층부는 심해 생물이라고 적당히 얼버무려.”

“그게 되려나.”


이미 정보는 세계적으로 퍼졌다.

일반인은 몬스터의 정보를 접할 수 없다. 세계 각국의 정부, 소수의 조직 등. 지극히 일부의 기관이 철저히 정보를 감추고 있기 때문이다.

진준현은 정보를 얼버무리라는 말에 수긍하면서도 의문을 보였다. 아무리 보아도 심해 생물은 아니다.

그에 강신혁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럼 몬스터라고 하면 믿을까?”

“···아니, 더 못믿겠네.”

“그렇지?”


어차피 정보가 부족한 이들은 사실을 추측할 수밖에 없다.

정보가 충분할 정도가 된다면 그건 몬스터가 지구를 침공하기 시작할 무렵이다. 그리고 그 정도라면, 이미 거울 세계는 멸망한 후.

강신혁은 최악의 미래를 막기 위해 머릿속으로 몇 가지 계획을 떠올렸다.


“아.”


이미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나눴다.

진준현도, 강신혁도 서로 필요 이상의 대화를 나누지 않는 성격이다.

그에 돌아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던 강신혁은 한 가지. 잊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나중에 한 가지 뉴스를 흘려.”

“뭐?”


강신혁이 평소 악우라 부르는 진준현. 그가 운영하는 회사는 세계적인 기업이다.

어지간한 국가보다 영향이 강한 회사의 운영인. 그게 진준현이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제안을 쉽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번 강신혁의 제안은 못 한다기보다는 단순히 의문이 떠올랐다.


“공략할 이들은 검은 깃발을 찾아라.”


전혀 알 수 없는 이야기에 진준현은 고개를 기울였다.

그 모습을 본 강신혁은 웃음을 지어보이며, 정답을 밝혔다.


“게임의 이야기.”

“···그거 게임이 아니잖아.”

“그렇긴 하지.”

“하아···.”


게임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가벼운 태도를 보이는 강신혁의 모습에 진준현은 한숨을 내쉬었다.

동시에 강신혁이 하려는 일도 어느정도 이해했다.


‘저기서도 조직을 만들고 있었냐.’


깃발 아래에서 모여라.

그 말은 일찍이 진준현 자신이 눈앞의 인물에게서 들었던 말이다.

그때는 단순히 회사를 발전시키고,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들었던 말이다. 지금처럼 세계를 구하려는 말은 아니었다.


“일단···. 이번 일은 검열 처리 들어갈 거야. 눈치채지 못하게 조작도 하고, 실제로 마주한 사람들에겐 미확인 동물이라고 해야겠네.”

“그건 알아서 해.”

“그래, 그래. 내가 몇 년을 휘둘렸는데 이것도 못할 까봐.”


여전히 사람 다루는 게 험난한 강신혁의 명령에 진준현은 한숨을 내쉬면서도, 할 일을 적어나갔다.

모든 일이 끝난 강신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간다.”

“어.”


특별한 인사는 없다.

강신혁도 일이 있고, 진준현은 지금부터 일이 많다.

서로 할 일이 있으니 특별한 말은 필요 없었다.

그러니.


“야.”

“···어?”


강신혁의 한 마디는 극히 드문 호의에서 비롯된 한 마디다.


“필요하면 불러.”


드물게도 호의 어린 이야기에 진준현은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얼굴에 웃음을 머금은 진준현은 손을 들었다.


“지X. 필요할 일 없을 거다.”

“그래. 알아서 해.”


서로에게 덕담을 나눈 두 사람은 각자의 자리를 찾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구의 역할은 진준현이, 거울 세계는 강신혁이 움직인다.


‘덕분에 집중할 수 있겠네.’


강신혁이 거울 세계에 집중하는 동안, 진준현이 정보 조작과 은폐를 도맡아준다.

그 덕에 이번 사건이 마무리된 이후까지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강신혁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거울 세계로 향하는 길, 단말기기가 있는 자기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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