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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양

아이 엠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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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5.12 15:23
최근연재일 :
2021.12.2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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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1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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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42. 문라이트의 수장 (2)

DUMMY

뇌룡(雷龍)이 떨어진 후. 전장의 모습은 완전히 바뀌었다.

함대는 상당 부분 파손되었고, 살아남은 이가 적은 상황이다. 플레이어마저 살아나는 사람이 없다.

이미 함대의 전력의 절반 이상이 무너졌다. 멀쩡한 함선을 찾는 게 더욱 어려울 정도로 엉망이 된 전장은 전선을 유지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반면, 붉은 노엘은 멀쩡한 제 모습을 보이며 커다란 눈동자로 주변을 둘러봤다.


“···.”

“···.”


붉은 노엘이 둘러본 주변 전장은 무너질 대로 무너진 함대의 모습뿐이다.

한 차례 뇌룡(雷龍)이 떨어진 직후. 하늘을 메울 정도로 압도적인 수를 자랑한 낙뢰가 전장을 흔들었다.

벼락의 영향은 오로지 함대와 하얀 노엘에게만 미쳤다. 붉은 노엘에게는 조금의 영향도 없던 벼락은 전장을 넘어, 멀리까지 그 위력을 보였다.

압도적인 화력. 그 화력이 지난 자리에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붉은 노엘조차 그렇게 생각한 위력이다.

그러나, 전장에는 지금 붉은 노엘과 달리 하나의 보트가 떠 있다.


“아, 진짜···.”


보트는 작다. 주변 함선에 비교하더라도 한참이나 작은 보트는 많이 타더라도 두세 명이 최대로 보인다.

마도 보트에 오른 인물은 한 명. 붉은 노엘은 제 시선에 들어온 인간을 찬찬히 살폈다.

강력한 힘도 없다. 의욕도 보이지 않는다. 어딘가 귀찮다는 듯한 분위기가 가면 너머에서 전해질 뿐이다.

마도 보트를 한참 지켜본 붉은 노엘은 판단했다. 눈앞의 작은 보트와 보트에 탄 인간은 우연으로 살아남았다.

그렇게 판단하고, 다시 한번 벼락을 일으켰다.


“나 혼자 상대해야 하는 건가?”


한 차례 벼락이 떨어진 순간.

마도 보트에 오른 인간. 섀도우는 태연하게 벼락을 흘려보내며 붉은 노엘을 살폈다.

주변 상황은 둘러보지 않아도 위험한 상황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몇 초간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번쩍인 벼락. 하늘에서 내린 벼락의 비는 그야말로 천재지변이다.

이미 함대의 기능은 상실. 남은 전력조차 불명확한 상황에, 섀도우는 자신이 탄 마도 보트에서 붉은 노엘과 마주했다.

반면, 붉은 노엘은 그제야 눈앞의 인간이 평범하지 않다는 걸 알아차렸다.


“···적당히 쉬고 싶은데.”

“구우우우웅.”


섀도우의 푸념과 붉은 노엘의 울음소리가 동시에 울렸다.

그 순간. 섀도우의 배후에서 수많은 물보라가 일어났다. 바다에서 물보라를 일으키며 나타난 것은 폐함선의 일부.

섀도우가 조종하고 있는 폐함선은 속속히 그 모습을 드러내며, 지금은 빈 함대의 자리를 대신해 자리를 잡았다.

부서진 데다 선원 없는 함선은 심히 볼품없었으나. 열을 맞춰 자리를 잡은 지금은 어딘가 으스스한 분위기마저 풍기기 시작했다.

유령선으로 이루어진 함대를 앞둔 붉은 노엘. 특수 몬스터인 붉은 노엘을 앞둔 유령 함대는 단 한 명. 섀도우에 의해서 철저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단, 보스전부터 끝내야겠네.”


가볍게 내뱉은 말과 달리 눈앞에 있는 몬스터는 일반적인 보스 몬스터가 아니다.

특수 몬스터인 붉은 노엘은 이미 두 가지의 능력을 선보였다. 자신의 복제를 보이는 능력과 폭풍을 부르는 능력.

천재지변을 자유로이 다루는 몬스터 앞에서, 섀도우는 가볍게. 공연을 준비하는 지휘자와 같이 팔을 휘둘렀다.


“가라.”


흔들리는 팔에 맞춰 움직이는 것은 유령 함대.

섀도우가 지배한 함선은 폐함선이라고는 하나, 본래 능력이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사소한 부분마저 조종할 수 있는 지금. 함선은 인간이 조종하는 이상의 성능을 선보였다.

침몰하지 않는다. 자유로이 잠수할 수 있다. 소리 하나 없다. 게다가, 모든 함선이 하나의 명령으로 철저히 움직인다.

마치 하나의 군체인 듯 움직인 유령 함대를 상대로 붉은 노엘은 전력을 선보였다.


“구우우웅.”

“또 분신인가.”


붉은 노엘의 울음소리에 주변 바다에 하얀 거품이 생기기 시작했다.

하얀 거품은 여럿 생기더니, 이내 노엘과 같은 크기로 늘어났다. 색만 다를 뿐인 노엘. 그 모습에 섀도우는 가면 뒤에서 얼굴을 찌푸렸다.

분신은 본체와 생각을 달리한다. 즉, 분신마다 생각이 다르다.


“어느 쪽이 우위인가. 한 번 볼까.”


각 개체로 나뉜 분신 노엘과 섀도우의 생각으로 움직이는 군체의 유령 함대.

섀도우는 마도 보트의 뱃머리에 서서 전장을 내려다보듯 바라봤다.

유령 함대와 분신 노엘. 두 세력은 순식간에 맞부딪혔다.

거구를 살릴 뿐인 분신 노엘의 공격과 달리, 유령 함대는 함포를 사용한다. 내장된 마도구마저 함께 지배된 유령 함대의 전력은 섀도우의 예상보다 높다.

분신의 공격으로 인한 충격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유령 함대는 정확히 함포를 날리고, 마도구를 사용하는 등. 전황은 점차 유령 함대로 기울기 시작했다.


‘···그래도, 어뢰를 먼저 사용해버린 건 아쉽네.’


섀도우는 분신을 상대로 우위를 점한 유령 함대를 바라보며, 조금 전 상황을 떠올렸다.

최초로 뇌룡(雷龍)이 나타난 순간.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함대도, 붉은 노엘도 아니다. 섀도우가 반사적으로 움직인 덕분에 충격은 최소한으로 줄였다.

전장에서 시선을 돌린 섀도우는 멀리 날아간 함선들을 바라봤다. 반파에 가까운, 이미 침몰한 함선마저 많은 함대는 이미 전멸한 상태다.

반면, 전멸한 함대의 상태와는 달리 일부 함선에서 움직임이 엿보였다.


“아직 잔탄은 남았으니 상관없나.”


다시 전장으로 시선을 돌린 섀도우는 전황을 지켜보며 붉은 노엘의 낌새를 살폈다.

섀도우가 지배하는 유령 함대와 붉은 노엘이 만들어낸 분신 노엘. 두 세력의 힘은 유령 함대 쪽으로 기울었다.

전황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손발인 함대나 분신이 아니다.


‘본체가 움직이는 순간, 마무리에 들어서야지.’


전황을 유지한다면 승리는 확실하다. 다르게 말하자면, 붉은 노엘은 진다.

그렇기에 섀도우는 붉은 노엘이 무언가를 한다는 확신을 가졌다.


‘그전까지는 최대한 수를 줄여둘까.’


붉은 노엘이 움직이지 않는 지금 상황이 계속될수록 섀도우에게만 유리하다.

섀도우는 마도 보트에 탄 채, 전황을 둘러보며 분신의 수를 최대한 줄여나갔다.


-+-


붉은 노엘이 일시적으로 불러낸 폭풍으로 밀려난 함대는 뒤늦게나마 정비를 시작했다.

벼락을 직접 맞지 않은 함선이라도, 공기 중에 퍼진 강렬한 전류에 마도구가 멈췄다. 그 이외에도 직접 벼락을 맞은 함선은 반파가 가장 멀쩡한 상태다.

침몰 중인 함선이 대부분인 상황에, 겨우 정신을 차린 함장은 함대를 재편하기 위해 바삐 움직였다.


“···섀도우, 인가.”


함장이 탄 함선 또한, 벼락을 피하지는 못했다. 수천 갈래 이상 나눠진 벼락이 내렸다. 그중에서 두세 개를 맞았다.

주변을 정리하고 선원의 상태를 확인하던 함장은 그 원인을 떠올렸다. 벼락이 내리기 직전. 마지막으로 보았던 하늘. 그리고 그 하늘 아래에, 누구보다 붉은 노엘과 가까웠던 인물.

벼락이 내리기 직전 함장이 보았던 순간, 섀도우는 분명 무언가를 행했다.


“은인인가···.”


함장은 섀도우가 어떤 행동을 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섀도우의 행동으로 함대가 본래 피해보다 적은 피해를 보았다는 사실은 이해했다.

본래 수천 이상의 벼락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함대는 형체를 유지하지 못하고 사라져야 한다. 그러지 않은 것은 섀도우의 행동 때문이다.


벼락이 떨어지기 직전.


붉은 노엘이 움직이려는 단 한 순간. 섀도우는 폐함선과 함께 지배한 어뢰를 사용했다.

함대와 붉은 노엘의 사이에서 터진 열 개의 어뢰는 거대한 폭발과 함께, 일대를 충격으로 뒤덮었다.

벼락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붉은 노엘은 쫓을 수 있다. 그 짧은 시간을 노린 섀도우의 행동 덕분에 함대는 벼락을 맞기 이전에 해일로 밀려났다.

정작 벼락이 내린 곳은 함대가 밀려난 장소다.


“저자는 대체···.”


함대를 밀어낼 정도로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그러면서도, 정작 자기 자신은 조금의 충격도 받지 않았다.

게다가 지금은 분신 노엘을 상대로 혼자서 전선을 유지 중이다.


“섀도우 공이 그러더군.”

“전하!”


어느새 모습을 드러낸 슬리벤 왕자는 그 모습이 성하지 않았다.

부딪힌 것인지 머리 부근에는 찢어진 상처가, 다리는 절뚝거리며 나타난 슬리벤 왕자는 태연하게 어깨를 으쓱였다.

함장은 태연한 척하는 슬리벤 왕자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고, 제 역할을 다하기로 했다.


“자신과 그 수하는 세상의 위험을 상대하리라고.”

“세상의 위험···? 그런, 설마!”

“그래. 전승으로만 남은 존재, 카오스다.”


슬리벤 왕자는 처음 섀도우를 본 순간을 떠올렸다. 알현실에서 마주한 섀도우는 지금과 다를 게 없다.

정체를 숨기는 검은 가면과 망토. 가면 너머로 보이는 건 눈동자뿐이다.


“섀도우 공은 아무래도, 진심으로 세계와 싸울 모양이야.”


정체도, 실력도 모르는 인물. 그게 섀도우다.

슬리벤 왕자는 적당히 소매를 찢어 머리를 묶었다. 적당한 응급처치 후에 슬리벤 왕자의 시선이 향한 곳은 함대의 너머.

어느새 새로운 전장으로 바뀐 바다 위다.


‘단순한 허풍은 아닌가. ···제대로 지원해야 할 듯해.’


새로운 전장의 모습은 새하얀 고래와 사람 하나 없는 유령 함대의 싸움.

몸을 들이박는 단순한 공격의 분신과 달리 유령 함대는 철저한 계산으로 움직여, 분신을 효율적으로 쓰러뜨리고 있다.

무엇보다 슬리벤 왕자는 저 광경을 단 한 사람이 만들었다는 사실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이 세계를 구하기 위해서는 그가 필요하다.’


강력하다던 플레이어조차 혼자서 전선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이번 전투에서 플레이어는 예상과 달리 제대로 된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그렇기에 슬리벤 왕자는 더욱 섀도우를 믿기로 했다.


“···우선,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도록 할까.”


전장에서 시선을 돌린 슬리벤 왕자는 자신의 자리를 떠올리고, 주변 선원을 돕기 시작했다.


-+-


“아직도 움직임이 없나···?”


이미 분신을 여러 차례 쓰러뜨렸다.

분신으로 만든 전선도 차례로 밀려나는 중이다. 앞으로 1시간. 아니, 30분만 지나도 유령 함대가 본체에 닿는다.

그 정도로 붉은 노엘은 몰린 상황이다.

그런데.


“···다른 관측 방법이 없는 게 아쉽네.”


붉은 노엘은 분신을 내보내지도 않는다.

조금 전부터 분신이 나오던 거품도 사라졌다. 분신의 수가 확실히 줄어들고 있다. 이상함을 느낀 것도, 어느새 본체의 모습이 눈으로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함대가 멀쩡했다면 마력이나 체온으로 움직임을 알 수도 있다. 다만, 지금 상황을 보면 함대의 지원은 바랄 수 없을 듯하다.


“······불안하긴 하지만, 아무것도 안 한다면 그대로 쓰러져라.”


붉은 노엘의 모습을 끝까지 관찰한다.

하늘을 확인하는 것도 놓치지 않는다.

다시 한번 뇌룡(雷龍)이 떨어지면 그것만으로 상당한 손해니까.

지난번에는 폐함선과 인벤토리의 아이템으로 어떻게든 버텼지만, 지금은 아이템이 부족하다.


“우우우우웅.”

“쯧.”


붉은 노엘의 울음소리에 나도 모르게 혀를 차버렸다.

전투가 시작하고 계속 관찰한 덕분에, 울음소리를 낼 때를 깨달았다.

울음소리를 낼 때는 단순하다.


“움직이나.”


능력을 사용할 때다.

붉은 노엘은 점차 사라지는 분신을 바라보더니, 하늘을 향해 울었다.

저건, 뇌룡(雷龍)을 부르려는 동작이다.


‘그렇겐 안 되지.’


이미 예상한 움직임이다.

붉은 노엘의 움직임에 맞춰, 준비한 어뢰를 지배로 움직여.


“가라.”


날린다.

바닷속은 아무런 장애물도 없다.

그 덕에 간단히 날아간 어뢰는 순식간에 붉은 노엘에게 향해.


“구우웅.”


그보다 먼저.


“뭐···?”


붉은 노엘의 아래.

해수면이 솟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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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 Episode 48. 마지막 봉인 (3) 21.12.03 87 1 12쪽
168 Episode 48. 마지막 봉인 (2) 21.12.02 88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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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 Episode 47. 겉과 속 (4) 21.11.30 86 1 12쪽
165 Episode 47. 겉과 속 (3) 21.11.29 86 1 12쪽
164 Episode 47. 겉과 속 (2) 21.11.28 92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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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 Episode 44. 공략 시작 (3) 21.11.23 8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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