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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양

아이 엠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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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5.12 15:23
최근연재일 :
2021.12.21 18:20
연재수 :
187 회
조회수 :
38,245
추천수 :
506
글자수 :
979,887

작성
21.11.1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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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Episode 42. 문라이트의 수장 (1)

DUMMY

노엘이 함선에 부딪히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수준의 충격이 일어난다.

단순한 행동이 공격일 정도로 거대한 크기인 노엘은 아직 제대로 된 공격을 하지 않았다.

제 몸을 살려서 부딪힐 뿐인 움직임은 공격이 아니다. 몬스터는 강할수록 지성이 높아진다. 그 지성을 한껏 살리지 않은 지금의 돌진은 단순한 움직임일 뿐이다.

그 사실까지 생각이 미치지 않은 함대의 면면들과 플레이어는 어떻게든 노엘을 쓰러뜨리기 위해 몰려오는 고래를 공격했다.


“끝이 없어···!!”

“길드장이랑 연락되는 사람 없냐!?”


다만, 끝없이 몰려오는 수를 상대로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지원 없이, 플레이어의 수조차 줄어드는 상황에 소모전으로 바뀌었다.

함대와 원활한 통신조차 되지 않는 상황에 플레이어들은 지금 상황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지금 상황이 제대로 된 이벤트인가.

또는.


“이거, 클리어할 수 있는 건 맞아···?”


게임 속 세상은 플레이어가 승리하는 게 확실한 장소다.

만들어지길, 플레이어의 승리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세계. 그곳이 게임 속 세상이다.

그러나 이곳. 거울 세계는 게임 속 세상이 아니다. 플레이어들은 게임이라 착각하고 즐기고 있으나, 실상은 또 하나의 세상일 뿐이다.

지나칠 정도로 현실적인 광경을 여럿 지켜본 플레이어들은 점차 현 상황에 의문과 의심하기 시작했다.


“누구 먼저 죽었던 애들이랑 연락되는 사람!!”

“연락은 나중에 해! 이벤트부터 마무리한다!”

“이쪽에 뚫린다!!”

“여기 도움! 도움! 아, 좀 와라!”


이미 한 차례 죽은 플레이어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점차 전력이 줄어드는 상황에, 특수 몬스터인 노엘은 그 수를 유지하고 있다.

쓰러뜨려도 늘어나는 듯 보이는 수에 플레이어는 주변 분위기에 휩쓸려 어쩔 수 없이 움직이는 게 전부다.

반면, 플레이어와 한배를 탄 선원들은 말 한마디 할 기력조차 없다. 신체 능력부터 플레이어와 차이 나는 선원들은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든 몸을 움직이고 있다.


“1열 재장전!”

“2열 준비 끝!”

“3열 발사!”


목숨을 내건 선원과 플레이어 사이의 틈. 자그마한 틈이 전장에서 결정적인 차이를 만들었다.

전우라는 생각 이전에 그들은 죽지 않는다는 판단. 모습이 보이지 않는 플레이어가 도망갔다는 착각.

사소한 생각이 쌓이기 시작한 즈음에는 이미 플레이어와 선원 사이에 불신이 생긴 후다.


“별을 건너는 자(플레이어)! 제 위치를 벗어나지 마라!”

“NPC가 뭐래. 빨리 이벤트 끝내고 쉬자!”

“위치를 벗어나지 마라!”


불신과 불안은 순식간에 전장을 타고 흘렀다.

전장에서 전우를 믿지 못하는 상황. 등을 맡겨야 할 인물에게 등을 맡기지 못한다는 상황에 전장은 더욱 악화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플레이어는 죽으면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런 점들까지 더해지자, 함대의 패배는 확실해졌다.

이미 선원들마저 포기하기 시작할 무렵.


“···저건.”


다가오는 노엘을 상대로 함포를 날리던 선원이 묘한 물살을 알아차렸다.

이미 전선은 적군과 아군을 구분하기 힘든 상황이다. 특수 몬스터인 노엘은 함선에 몸을 부딪치며 싸우고, 일부 플레이어 또한 노엘의 등을 타고 전장을 돌아다니는 중이다.

전선이 한참 뒤엉킨 가운데. 함포를 조작하던 선원은 함대의 측면에서 흐르는 물살로 시선을 향했다.

그리고.


“함대···?”


작은 마도 보트가 이끄는 수많은 폐선 함대를 발견했다.


-+-


지배가 미치는 거리는 멀지 않다.

일단, 아무리 멀어도 눈에 보여야 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은 확실하게 지배할 수 있지만, 떨어진 물건은 눈에 보여야 스킬 창에 뜬다.

지배를 한 번 사용한 후에는 눈에 보이지 않아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 지금은 조종할 수 있는 거리가 상당히 길어졌다.


‘지난번 한계는 500m 정도였는데. 지금의 한계는 어느 정도지?’


부서진 함선을 지배한 상태로 수면 아래에 뒀는데도 지배는 유지되고 있다.

게다가, 부서지긴 했어도 함선이라는 특징 덕분에 바다를 나아가는 특성이 있다.

마도 보트의 속도 정도는 아니다. 다만, 확실한 속도로 나아가는 폐함선 덕분에 준비한 어뢰를 더욱더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듯하다.


“드디어 왔네.”


폐함선의 속도는 한참이나 느리다.

평범히 걷는 정도의 속도. 그보다 조금 빠른 폐함선은 조각조각 난 유령선이나 다름없다.

유령선을 이끌고 오느라 전선에 도착하는 시간이 조금 늦어졌다. 그러나 돌아온 전선의 모습은 이전과 비슷하다.

조금 다른 점이라면 함선의 위치가 더욱 밀려났다.


‘〈노엘〉의 공격은 지금까지 돌진 하나뿐인가.’


새하얀 고래의 모습은 지구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말 그대로 고래. 그 이상 특이한 신체 기관이 보이지 않는 노엘은 돌진 이외의 공격을 하지 않았다.

하지 않는 것인지, 할 수 없는 건지는 모른다.


“뭐···. 해볼까.”


내가 할 일은 하나.

노엘을 쓰러뜨리는 것뿐이다.


“일단 한번.”


지배 중인 폐함선의 수는 대략 백여 개.

조각으로 나뉜 것도 있고, 제 모습을 반절 정도 유지하고 있는 것들도 있다.

지배로 움직이는 폐함선의 모든 움직임은 내가 조종할 수 있다. 작은 흔들림 하나마저 조종할 수 있기에, 지배를 조금 신경을 써서 조종한다면 이런 것도 가능하다.

무너진 폐함선은 함대의 것. 즉, 함포와 탄환도 준비되어 있다.


“쏴야겠지?”


이미 조각조각 난 폐함선을 뭉치듯 움직여, 탄환을 조종한다.

하나의 폐함선으로 포함된 함포는 유령이 조종하듯 혼자서 조준과 장전을 끝내더니.


“빵.”


내가 내린 신호와 동시에 함포의 불이 빛난다.

이곳(거울 세계)의 함포는 마법을 이용한 마도구다. 그 덕분에 물에 젖어도, 바다에 빠지더라도 정상 작동이 된다.

부서지지 않은 함포의 수는 전체 폐함선의 7할. 70개가량의 함포에서 일제히 뿜어진 형형색색의 빛은 전장의 하늘을 날았다.

하늘을 난 탄환이 도착하는 곳은 정확하게도, 내가 목표로 한 지점.


“공략법이 보이지 않는다면, 기믹 보스일 가능성이 크지.”


가장 큰 노엘이 있었던 자리.

지금은 아무런 노엘도 없는 자리를 향해 날아간 70개의 마법은 일제히 수면에 처박혔다.

일제 장관이라 부를 정도로 성대히 피어오른 물보라와 해일에 함대는 성대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물론, 작은 마도 보트는 흔들리는 정도로 끝나지 않았다.


“대체 뭐 하는 거야!?”

“저거 플레이어냐? 아니면 NPC!?”


갑작스레 훼방에 가까운 행동을 한 내게 일부 플레이어가 불만을 내뱉기도 하는 등.

한참 해일에 휩쓸리는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다.

반면, 해일이 완전히 가라앉은 후에는 플레이어의 소란이 멈췄다.

이유는 간단하게도.


“역시, 기믹 보스인가.”


함포를 날린 자리.

그 자리에 아래에서 색이 다른 노엘이 나타났다.


‘아무리 죽여도 줄어들지 않는 수. 어디선가 증식한다는 거니까.’


단순한 이야기다.

보스는 여러 마리가 아니다.

지금처럼, 바다를 뒤덮을 기세로 나타나는 것들이 전부 보스 몬스터라면. 그 힘의 근원에 대해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하물며 봉인된 카오스가 아직 제힘을 되찾기도 전에 몬스터에 많은 힘을 전했을 것 같지는 않다.


“저게 진짜인가!”

“함대! 진형을 고친다!”


플레이어의 의욕 넘치는 환성과 희망을 되찾은 듯한 선원의 목소리가 뒤엉킨다.

다시 열기를 되찾은 함대의 움직임에 시선을 보내는 것도 잠시.

나는 눈앞에 떠오른 고래. 붉은빛을 띤 노엘의 행동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이미 제 정체를 들킨 상황이다. 도망가기에도 힘든 상황이고, 분신을 내보내는 것도 크게 의미는 없다.

본체를 내세운 상황에서 진짜 특수 몬스터인 노엘은 과연 어떤 행동을 하는가.


‘보스니까.’


패턴 하나하나가 중요한 상황이다.

플레이어와 선원. 그리고 내 행동이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문제의 노엘은 단순한 행동을 보였다.


“구우우우우우웅.”


울었다.

수많은 노엘이 나타난 이후로 단 한 번도 울지 않았던 노엘이 울었다.

대기가 울리는 듯한 착각마저 드는 울음소리다.


“움직이는 건가.”


첫 울음소리가 울린 후, 노엘은 제 모습을 드러냈다.

두 번째 울음소리 때는 제 분신을 이용해 싸움을 이끌어나갔다.

그리고 지금. 세 번째 울음소리에 일어날 일중 가장 가능성이 큰 건.


“증식과 폭풍의 고래. ···폭풍인가.”


떠오른 순간 하늘을 향한 시선에는 이미 수많은 먹구름을 머금은 하늘이 보였다.

당장이라도 땅으로 떨어질 듯, 소용돌이치며 움직이는 그 모습은 아무리 봐도 용이다. 그것도 뇌룡(雷龍).

폭풍의 고래라 불리기 합당한 모습이라는 생각과 동시에.


“우우우웅.”


뇌룡(雷龍)의 입이 바다를 향해 떨어졌다.


-+-


섀도우가 움직이고, 붉은 노엘이 울음소리를 낸 순간. 함장과 슬리벤 또한 이상 현상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수많은 노엘은 쓰러뜨려도 사라지지 않고 늘어날 뿐. 그 원인을 생각조차 못한 자신들의 판단력에 얼굴을 찌푸렸다.

그러나 이내.


“함장! 상공의 하늘이 이상합니다!”

“상공에서 고밀도의 마력 포착!”


관측반의 보고와 일반 선원의 이야기에 제정신을 되찾은 두 사람은 어딘가 홀린 듯 창으로 시선을 향했다.

푸른 하늘. 전장이 하늘은 피로 얼룩진 붉은 바다와는 달리 새하얀, 본래의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잔잔한 구름의 모습과 자그마한 비구름 하나 없던 맑은 하늘.

그 하늘은 지금. 용(龍)을 머금었다.


“···전, 함선. 충격에 대비하라.”


상식을 초월하는 모습에 함장의 입에서 나온 것은 정석적인 대응. 다만, 하늘을 수놓듯 노란 번개가 반짝이는 용(龍)에겐 통할 듯하진 않다.

함선은 튼튼하다. 어지간한 몬스터의 공격으로는 무너지지 않는다. 그렇다고는 하나 천재지변(天災地變)을 이겨낼 정도는 아니다.

함장 또한 그 사실을 이해하고 있다. 아니, 본능으로 알아버렸다.


‘저 공격으로 전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함장과 슬리벤 왕자. 함대에 있는 선원 모두가 하늘의 이상을 알아차린 무렵.

특수 몬스터. 붉은 노엘은 조금의 자비도 없이, 다시 한번 울었다.


“우우우웅.”


그와 동시에 하늘의 뇌룡(雷龍)은 움직였다.

번개가 치는 짧은 순간. 소리가 울리는 것보다 먼저. 지극히 짧은 찰나에 움직인 뇌룡(雷龍)은 단 한 차례 해수면을 쓸고 지나갔다.


그저 그것만으로 뇌룡(雷龍)의 역할은 끝났다.


전격 그 자체인 뇌룡이 움직인 후, 해수면을 훑은 전류는 이윽고 하늘의 먹구름에서 천둥을 이끌었다.

피뢰침에 벼락이 떨어지듯. 뇌룡이 만든 전류가 벼락을 유도했다.

그 영향력은 전장을 뒤덮고도 한참 나아간 위치까지. 주변 해안가에서마저 미약한 전류를 느낄 정도로 강력한 벼락이 전장을 뒤덮었다.

수십, 수백, 어쩌면 수천 번 떨어진 벼락이 사라진 후.


“···이거, 나 혼자 해야 하는 건가.”


전장에 제 형체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두 가지.

붉은 노엘과 작은 마도 보트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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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 Episode 49. 카오스 (8) 21.12.18 82 1 12쪽
183 Episode 49. 카오스 (7) 21.12.17 78 1 12쪽
182 Episode 49. 카오스 (6) 21.12.16 80 1 12쪽
181 Episode 49. 카오스 (5) 21.12.15 88 1 11쪽
180 Episode 49. 카오스 (4) 21.12.14 82 1 12쪽
179 Episode 49. 카오스 (3) 21.12.13 83 1 11쪽
178 Episode 49. 카오스 (2) 21.12.12 8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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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 Episode 48. 마지막 봉인 (8) 21.12.08 81 1 12쪽
173 Episode 48. 마지막 봉인 (7) 21.12.07 88 1 13쪽
172 Episode 48. 마지막 봉인 (6) 21.12.06 88 1 12쪽
171 Episode 48. 마지막 봉인 (5) 21.12.05 84 1 12쪽
170 Episode 48. 마지막 봉인 (4) 21.12.04 80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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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 Episode 48. 마지막 봉인 (2) 21.12.02 89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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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 Episode 47. 겉과 속 (4) 21.11.30 86 1 12쪽
165 Episode 47. 겉과 속 (3) 21.11.29 86 1 12쪽
164 Episode 47. 겉과 속 (2) 21.11.28 92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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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 Episode 44. 공략 시작 (3) 21.11.23 8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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