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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양

아이 엠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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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5.12 15:23
최근연재일 :
2021.12.21 18:20
연재수 :
187 회
조회수 :
38,246
추천수 :
506
글자수 :
979,887

작성
21.11.16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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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Episode 41. 증식과 폭풍의 고래 (4)

DUMMY

눈앞에 나타난 반투명한 창은 플레이어가 볼 수 있는 창이다.

상황에 따라서 나타나는 이 창은 보통 다양한 정보를 알려준다. 이곳(거울 세계)을 게임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가 이 반투명한 창이기도 하다.


《특수 몬스터 : [개체명 – 증식과 폭풍의 고래 : 노엘]이 본 모습을 드러냅니다.》


눈앞에 나타난 반투명한 창은 단 한 줄의 내용뿐이다.

특수 몬스터의 본 모습이 드러난다는 문장.


“···지금부터 본격적인 시작인가.”


특수 몬스터와의 본격적인 전투를 알리는 문장이다.

나도 모르게 흘린 혼잣말에 반응하는 사람은 없다. 이미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전부 비상사태를 파악하고, 재빨리 움직이는 중이다.

함장실에 선 이들 중 그 누구도 멈추지 않는다.


‘갑작스레 목표 개체가 늘어났으니까.’


특수 몬스터는 거대한 섬과도 같이 큰 몸을 보였다.

플레이어 수백이 오를 정도로 큰 몸. 그 큰 몸이, 갈라지며 수많은 특수 몬스터로 나뉘었다.

바다는 어느새 늘어난 특수 몬스터. 노엘로 가득하다. 커다란 몸에 올랐던 플레이어들은 해수면으로 떨어지면서 순식간에 몰린 고래. 노엘에게 물어뜯겨 죽어가는 중이다.

육지를 잃은 플레이어에게 해양 몬스터를 상대로 승산은 없다.


“서둘러 별을 건너는 자(플레이어)를 도와라!”


함장의 명령에 함대에서 내린 함선들이 움직이며 플레이어를 구하기 시작했다.

함대의 최대 전력인 마도함포는 이미 사용했다. 다시 충전하고 준비하는 간격을 생각하면, 이후의 전장에서 사용할 수는 없다.

남은 전력은 함대의 함포와 마법. 그리고, 플레이어다.


‘준비 중인 건, 플레이어가 물러난 후에 상황을 봐야겠어.’


내가 준비 중인 건 두 가지.

하나는 플레이어를 통해 함선에 채워 넣은 어뢰다.

어뢰라는 형태로 준비하긴 했으나, 실상은 조금 다르다. 내가 직접 제작한 어뢰는 물건마다 작은 골렘 핵이 들어 있다.

복잡한 명령은 불가능하더라도 최소한의 유도가 가능하다.


‘위력은 일반 함포의 열 배.’


스킬 〈지뢰〉를 응용해 만든 어뢰는 일반적인 폭발력을 뛰어넘었다.

다만, 어뢰의 수는 불과 백. 최대한 만든 수가 백이다. 시간이 부족한 탓에 함선 곳곳에 실리지 못한 어뢰는 가능한 한 번에 터뜨려야 한다.

플레이어를 구하기 위해 나선 함선은 노엘을 상대하며 가능한 많은 전력을 온존하고자 움직였다.


“각 함선은 현 상황을 보고하라! 또한, 목표 개체를 〈노엘〉이라 규정하여 붉은 인어와 마찬가지로 상대한다!”


플레이어를 태운 함선과 정보를 나눈 함장은 특수 몬스터의 이름이 노엘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함대 전체에 정보를 공유했다.

함대 전체의 모습을 한 번에 파악하고, 노엘의 움직임과 위력을 파악한 함장은 이전과는 다른 명령으로 함대를 움직였다.

거대한 거구를 내세워 움직였던 이전과 달리 지금 노엘의 크기는 작다.


‘그렇다고 해도···. 여전히 거대하네.’


노엘의 크기는 함선보다 조금 작은 정도다. 그렇다고 하나 저쪽(지구)의 고래를 떠올릴 정도의 크기다.

육지에 있는 어지간한 몬스터보다 크기가 크다. 그 수도 얼마만큼이나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가장 큰 문제는 노엘이 특수 몬스터라는 점이다.


“각 함선은 플레이어를 필두로 〈노엘〉을 막아라!”


함장의 명령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함선에는 플레이어의 모습이 드문드문 보인다.

한차례 실패를 겪은 후, 함대의 명령을 신경 쓰기 시작한 듯하다. 갑판에 서서 마법을 준비하는 플레이어와 함포를 발사하는 선원의 모습이 보인다.

이번 함대에서 가장 많은 이들은 플레이어다. 이벤트를 떠올린 플레이어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최전선에서 싸웠다.

최전선에서 붉은 인어와 싸우고, 특수 몬스터의 내부로 들어서고, 바다에 떨어져 노엘에게 물어뜯기는 상황에서도 플레이어는 겁먹지 않고 달려들었다.

경험치를 얻고 활약하려면 가장 앞에 서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금 이상한데.’


지금 플레이어의 모습은 묘하다.

갑판에서 마법을 사용하는 플레이어의 모습은 보인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움직이려는 플레이어가 없다. 본래 플레이어의 활력을 생각하면 지나치게 이상하다.

의문을 떠올리는 것도 잠시. 전장의 모습은 계속해서 변화를 만들어냈다.


“〈노엘〉의 전력이 예상 이상입니다!”

“20번 대 전선에서 위험 신호! 해당 전선의 전력으로는 막을 수 없습니다!”

“40번 대 전선에서 경고 신호! 전선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입니다!”


여러 갈래로 나뉜 함대는 함선의 번호로 전장의 상황을 나누었다.

전장의 좌우를 숫자로, 십의 자리로 구분한 덕분에 함장은 보고로 올라온 전장의 상황을 이해했다.

특수 몬스터 노엘은 지금 함대를 집어삼키려 하고 있다.


“〈노엘〉이 노리는 건 함대 전체인가? ···이봐. 전 함선에 전해라. 별을 건너는 자(플레이어)의 수를 전하도록.”


전선은 노엘과 함대의 싸움으로 바뀌었다. 붉은 인어보다 수는 줄어들었지만, 개체의 전투력이 전혀 다르다.

다만, 그 이상으로 플레이어의 활약이 지나치게 적다. 전장을 날아다니는 마법 대부분이 함포의 것이다.

플레이어의 움직임이 이상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함장은 함선에 탄 플레이어의 수를 확인했다.

각 함선의 보고는 순식간에 돌아왔다.


“보고! 모든 함선에서 별을 건너는 자(플레이어)의 모습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합니다!”

“뭐라···?! 별을 건너는 자(플레이어)가 줄어들고 있다고?”


마도함포가 사라진 지금. 함대의 전력은 두 가지다.

함포와 플레이어가 주 전력인 상황에서 전력의 일각인 플레이어가 사라지고 있다는 보고는 함장을 당황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게다가, 플레이어가 사라진다는 이야기는 나에게도 가벼운 이야기가 아니다.


‘···죽은 이후에 나타나지 않는 건가?’


죽은 후에 나타나지 않는다면, 부활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 원인은 아마 특수 몬스터인 노엘. 다르게 말하자면, 나 또한 다시 살아나는 게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지금, 이 순간에만 살아나지 않는 것인지. 영원히 살아날 수 없는 건지는 모른다.

그러나 해결 방법은 안다.


“···시간 싸움으로 가면 위험한가.”


남은 플레이어가 더욱 줄어들기 전에 끝내야 한다.

함장에게 흘러들어간 보고를 들어보면 이미 플레이어의 3할이 사라졌다.

죽기 직전의 플레이어를 포함하면 4할. 어느새 절반에 가까운 전력이 사라진 상황이다.

이 이상 소모전으로 흐른다면 주민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어진다.


“쯧. 조금 더 확신을 얻고 쓰고 싶었는데.”


아직 플레이어와 몬스터의 싸움은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특수 몬스터 노엘의 수는 줄어들지 않는다.

되려 플레이어만 줄어들 뿐. 노엘의 수는 더욱 늘어나는 것처럼 보인다.

저 모습을 보면 노엘은 어디선가 증식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섀도우 공?”


조용히 나서려던 나는 슬리벤 왕자의 목소리에 걸음을 멈췄다.

어느새 함장마저 시선을 보내는 가운데. 슬리벤 왕자는 긴장 어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어디로 가십니까.”

“이대로 두면 전멸할 모양새니, 움직이려 한다.”

“섀도우 공이 직접 움직이는 겁니까?”

“내가 여기에 있는데. 다른 누군가가 움직여야 하나?”


슬리벤 왕자의 내심에 자리 잡은 불안감과 긴장. 나를 향해 엿보이는 불신과 자그마한 기대.

그 모든 걸 무시하고 문라이트의 수장을 연기한다.


‘연기는 내 전문 분야이니 말이지.’


세계의 위협과 싸우는 것보다 거물을 연기하는 게 더욱 간단하다.

슬리벤 왕자의 시선은 한참 나를 향하다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전장으로 돌아갔다.

반면.


‘함장은 의심하는 건가?’


함장은 전장으로 시선을 향하면서도 의식은 여전히 내게 향해 있다.

불편한 기분을 느끼면서도 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 함장실을 나섰다.

지금부터 향할 곳은 당연하게도 전장.


“가능하면 전장에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는데.”


이전에 탄 마도 보트를 다시 한번 지배한다.

지배한 마도 보트에 오르며, 여태껏 지배 스킬을 사용한 것들을 확인했다.

지배 스킬은 물건을 한 번 지배한 이후의 거리 제한이 없다. 그 덕분에 심해에 처박힌 폐자재들도 스킬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럼, 가볼까.”


-+-


“슬리벤 전하. 정말, 괜찮겠습니까?”


섀도우가 사라진 함장실은 묘한 기대감과 그 기대감을 뒤덮을 정도의 침통함이 뒤섞여 있다. 그에 함장은 사라진 인물, 섀도우를 떠올렸다.

슬리벤 왕자가 도움을 줄 인물이라 소개하며 둔 인물. 특별히 관심을 두지 않은 것과 슬리벤 왕자가 제대로 소개하지 않은 것. 그리고 섀도우가 별다른 행동을 보이지 않은 점 때문에 함장은 그를 별다른 인물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장의 기세가 넘으려는 지금. 슬리벤 왕자는 그를 전황을 바꿀 수 있는 인물이라 칭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전하···.”


슬리벤 왕자의 이야기에 곧바로 반론을 내뱉은 함장은 제 말을 삼켰다.

이미 함장의 이야기가 들리지 않는다는 듯 슬리벤 왕자는 전장을 내려다보고 있다. 전장의 상황은 조금 둘러본 것만으로 불리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전선은 이미 노엘이라 불리는 특수 몬스터에게 밀리는 중이며. 플레이어를 방패막이로 내세워 철수하는 게 고작이다.

그마저도 플레이어의 손실과 일부 함선과 선원의 희생으로 겨우 길을 만드는 상황이다.


‘저 인물은 땅에 속박된 자(거울 세계의 주민)가 아닙니까···.’


함장이 섀도우를 의심하는 이유는 단 하나.

그가 플레이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플레이어를 알리는 이름표가 없는 섀도우는 아무리 강하더라도, 플레이어보다 약할 수밖에 없다.

태어나기를 그렇게 태어났으며, 천벌을 받아 땅에 속박된 이들은 누구나 같다.

지극히 일부의 예외가 검성이나 현자. 또는 성녀의 칭호를 받으나, 속박된 자 대부분은 미약한 힘뿐이다.


“50번 대에서 구조 요청입니다!”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를 보고에 함장은 얼굴을 찌푸리는 것 대신, 수신호로 명령을 전달했다.

수신호가 의미하는 바를 이해한 선원은 함장을 대신해 얼굴을 찌푸리고는 명령을 전했다.

함장이 내린 수신호. 그건, 플레이어를 내세워 후퇴하라는 이야기다.


‘죽지 않는 이들과 달리, 그자는 죽습니다. 죽지 않는 이들은 전술적인 도움이라도 됩니다만···.’


함장은 끝까지 별다른 지시가 없는 슬리벤 왕자의 모습에 더욱 의문을 떠올렸다.

얼굴을 뒤덮은 가면과 몸을 덮은 망토. 그 안에 든 인물이 누구이길래 한 국가의 차기 국왕을 홀린 것인가.

슬리벤 왕자가 홀릴 정도라면 이미 호네스티 왕국의 국왕도 알 인물이다.

그렇기에 더욱. 함장은 슬리벤 왕자의 모습에 의문을 떠올리며, 그가 시선을 향한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드디어 온 건가.”


슬리벤 왕자가 시선을 향한 곳은 전장의 측면.

작은 마도 보트를 탄 검은 남자.

그리고.


“저, 저건···.”

“아버님이 흥미를 보일 정도는 되는 모양이야.”


작은 마도 보트 아래. 수를 세는 것조차 우습게 느껴질 정도로 많은 ‘무언가’를 이끄는 모습이다.

물살을 가르며 나타난 모습은 마치 수천의 군세를 이끄는 역전의 장군을 떠올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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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 Episode 49. 카오스 (5) 21.12.15 88 1 11쪽
180 Episode 49. 카오스 (4) 21.12.14 82 1 12쪽
179 Episode 49. 카오스 (3) 21.12.13 83 1 11쪽
178 Episode 49. 카오스 (2) 21.12.12 8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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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 Episode 48. 마지막 봉인 (7) 21.12.07 88 1 13쪽
172 Episode 48. 마지막 봉인 (6) 21.12.06 88 1 12쪽
171 Episode 48. 마지막 봉인 (5) 21.12.05 84 1 12쪽
170 Episode 48. 마지막 봉인 (4) 21.12.04 80 1 11쪽
169 Episode 48. 마지막 봉인 (3) 21.12.03 87 1 12쪽
168 Episode 48. 마지막 봉인 (2) 21.12.02 89 1 11쪽
167 Episode 48. 마지막 봉인 (1) 21.12.01 8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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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 Episode 47. 겉과 속 (2) 21.11.28 92 1 11쪽
163 Episode 47. 겉과 속 (1) 21.11.27 86 1 12쪽
162 Episode 46. 속전속결 (2) 21.11.26 95 1 12쪽
161 Episode 46. 속전속결 (1) 21.11.25 95 1 12쪽
160 Episode 45. 세계 연합 21.11.24 89 1 12쪽
159 Episode 44. 공략 시작 (3) 21.11.23 8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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