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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양

아이 엠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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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5.12 15:23
최근연재일 :
2021.12.21 18:2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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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79,8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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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1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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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Episode 40. 레이드 보스 (2)

DUMMY

갑작스레 나타난 몬스터는 대열을 이룬 배의 정중앙을 노리듯 나타났다.

우연인지, 몬스터가 피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몬스터가 나타나며 흔들린 배는 있어도 공격당한 배는 없다.

다만.


‘이대로는 공격당하는 것도 시간문제겠는데.’


몬스터의 모습은 새하얗다.

길게 뻗은 머리부터 몸은 미묘한 곡선이 있을 뿐, 머리와 몸통을 구분하는 선은 없다.

뱀을 연상케 하는 외형의 몬스터는 수면 아래에서 나타난 후. 움직임이 없다. 오히려 바삐 움직이는 건 주변 함선과 주민들뿐.


“전투 준비!”

“함포 준비 완료!”


몬스터가 나타난 직후, 곧장 전투를 준비한 주민들은 어느새 마도구로 보이는 함포를 겨냥했다.

함선 대형의 중앙에 나타난 탓에 주변을 가로막힌 모양새가 됐다. 다만, 몬스터는 자신이 겨냥당한 상황에서조차 움직이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플레이어들은 구경 중인가?’


함선에 올라탄 일부 플레이어와 다른 함선에 오른 플레이어들은 구경 중이다.

공격하려는 모습은 전혀 없고, 오히려 주민들의 행동을 지켜보려는 듯 함포를 준비하는 사이에도 특별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의문이 떠오른 것과 발포 명령이 내려진 것은 동시.


“발사하라!”


전투 상황이기에 슬리벤 왕자의 의견보다 먼저 명령을 내린 함장의 목소리에, 주변 함선의 함포가 일제히 불을 뿜어낸다.

마도구인 함포는 발사하는 탄환 또한 제각각. 가장 먼저 날아간 것은 에체르티 함선의 마법이다.

마법이 새하얀 몬스터에게 부딪힌 순간, 그 뒤를 잇는 마도구의 탄환들이 각종 폭발을 일으켰다.


“···멋있네.”


수십 이상의 함선이 뿜어낸 마법과 탄환이 일으킨 일대 폭발.

새하얀 뱀과 같은 몬스터는 폭발에 휩싸여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다만, 주변 함선이 흔들릴 정도의 거대한 폭발을 맞고도 멀쩡하다고 보기는 힘들다.

최소한 어느 정도의 체력 소모는 있겠지.


“관측반! 몬스터 반응은 어떻지?”

“확인하고 있습니다!”


함장이 잡아먹을 듯 몬스터의 위치를 찾기 시작했다.

연기는 천천히 사라지고 있지만, 완전히 사라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그 사이 몬스터가 움직이면 분명 함선은 큰 손해를 입는다.

크기만으로도 하늘에 닿을 정도로 거대한 크기다. 몬스터가 주변을 흔드는 것만으로 몇몇 함선은 반파될지도 모른다.

관측반은 마도구를 통해 몬스터의 위치를 찾고 있다.


‘저 정도의 크기라면···. 조금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이상을 알아차릴 텐데.’


함장실에 난 거대한 유리창으로 연기 너머를 살피는 것도 잠시.

창 너머로 보이는 플레이어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는다. 게다가 수면의 상태도 잔잔하다.

조금 전의 폭발이 거짓이었던 것처럼 완전히 잔잔해진 수면은 평화로운 바다의 모습을 보인다.


“관측 결과는!”


때아닌 정적을 깨부수듯 함장의 고함이 함장실을 가득 메운다.

어느새 함장실에 가득 찬 불안감과 조바심이 옅어지는 것과 동시에, 관측반의 선원이 한 박자 늦게 보고를 외쳤다.


“반응이 사라졌습니다!”


몬스터를 뒤덮은 연기는 여전하다.

그리고.


‘수면은 잔잔했다. ···어떻게 사라진 거지?’


처음부터 몬스터의 반응을 관측하지 못했다.

몬스터가 나타날 때도, 수면 아래에서 나타났다고 생각했을 뿐. 실제로 수면 아래에서 나타난 모습은 보지 못했다.

말 그대로 갑작스레 나타났다.


‘처음 나타났을 때도, 수면 아래에서 나타난 게 아니었나?’


수면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파도를 제외한 그 어떤 움직임도 없었다는 건 확신할 수 있다.

그러나 관측반의 관측 결과. 그리고.


“···진짜 없어졌군.”

“없네.”


연기가 사라진 후, 몬스터가 있던 자리를 보면 이해할 수밖에 없다.

몬스터는 어딘가로 사라졌다.


‘플레이어들은 알고 있었던 건가?’


이곳(거울 세계)의 주민들이 당황하는 것과 달리 플레이어는 태연하게 지켜봤다.

만일, 처음부터 몬스터가 사라지는 걸 알고 있었더라면 주민들도 플레이어와 비슷한 반응을 보였을지도 모른다.

몬스터는 갑작스레 나타났을 뿐으로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전 함선, 이상을 보고하라!”


몬스터가 사라진 직후 함장은 곧바로 주변 함선의 상태를 살폈다.

조금의 흔들림도, 타격도 없는 함선의 보고에 함장은 뒤늦게나마 슬리벤 왕자의 상황을 살폈다.

몬스터가 나타난 직후는 명백한 위험 상황이다. 그러나 몬스터가 사라진 지금은 다르다.


“···.”


함장의 시선을 눈치챈 슬리벤 왕자는 주변을 둘러보고, 나와 마찬가지로 플레이어의 반응에 의문을 보였다.

플레이어들은 몬스터가 사라질 것을 알고있었던 듯 움직이지 않았다. 경계심을 보이지도 않았고, 무기를 준비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주민들의 반응을 궁금하다는 모습으로 구경했다.


‘정보 격차인가.’


플레이어와 주민 간의 정보 교류가 원활하지 않다.

이번 사건은 다행스럽게도 몬스터가 사라졌다. 인명 피해까지 번지는 일은 아니다.

다만, 플레이어 대부분이 아는 정보를 주민이 모르는 사실은 위험하다. 플레이어가 생각하기에 주민들은 이곳(거울 세계)을 설명하는 사람이니까.

플레이어와 주민의 정보 격차가 심해질수록 카오스의 공략은 힘들어진다.


‘플레이어 쪽에도 정보를 받아올 사람을 둬야겠어.’


후보는 여럿 있다.

슬리벤 왕자는 잠시 플레이어 세력의 위치를 보더니, 한숨을 삼키는 대신 입을 열었다.


“본래 목표를 찾을 때까지 전진하라.”

“옛.”


새하얀 몬스터의 정체는 주민들은 모른다.

반응을 보아하니 플레이어들 또한 자세한 정보는 모르는 듯하다. 오히려 주민들의 대응을 흥미롭게 관찰하기까지 했다.

슬리벤 왕자의 명령에 함장은 다시 한번 각 함선에 명령을 내리고, 함선들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세 국가의 인물들이 모인 이유는 단 하나.


‘특수 몬스터를 처리하기 위해서.’


카오스의 봉인.

그 봉인의 일부가 깨진 탓에 생겨난 몬스터를 처리하기 위해서다.

특수 몬스터를 직접 본 것은 플레이어뿐. 함께 하는 주민들은 플레이어 무리에게서 정보를 들었을 뿐이다.

일부는 소문. 일부는 표현의 부족 등으로 다양한 정보가 나온 가운데, 각 국가의 수장이 최대한 정보를 조합한 결과.


‘특수 몬스터의 크기는 대형 몬스터 정도. 겉모습은 고래와 닮은 형태, 인가.’


이곳(거울 세계)에는 고래가 없기에 주민들이 이해한 데는 조금 시간이 걸렸다.

뒤늦게 이해한 주민들도 직접 특수 몬스터를 보기 전까지는 완전히 이해한 것은 아니다.

그저 몬스터가 있고, 커다랗다 정도의 인식이다.

그리고.


“그 정도면 충분하지.”


몬스터를 상대하는데 특별한 인식은 필요 없다.


“섀도우 공?”


함장과 대화를 끝마친 슬리벤 왕자가 혼잣말에 반응하며 다가왔다.

내가 서 있는 곳은 함장실의 좌측. 커다란 창 너머로 넓은 바다가 보이는 위치다.

나는 넓게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며 슬리벤 왕자에게 물었다.


“위치까지는 얼마 남았지?”

“앞으로 조금입니다.”


플레이어는 특수 몬스터를 먼저 마주했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둘.


‘플레이어는 죽지 않고, 특수 몬스터가 느리기 때문이지.’


특수 몬스터는 계속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몬스터 자체의 속도는 상당히 느린지, 플레이어가 돌격하고 다시 태어나는 동안 몬스터의 위치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 덕에 바운티 왕국과 에체르티 왕국은 대응하기까지 여유가 생겼으나, 특수 몬스터가 향하는 방향은 일정하다.

특수 몬스터를 쓰러뜨리지 못하면 언젠가 도착할 곳. 바운티 왕국과 에체르티 왕국의 협약 아래 세워진 평화 도시다.


‘애초에 해양 몬스터가 지상을 목표로 한다는 것도 이상하지만···.’


간단히 떠오른 의문을 지우고, 함장실을 둘러봤다.

함장실에는 특별한 게 없다. 함장의 자리와 각기 명령을 내리기 위한 통신 기구가 전부다.

관측은 관측실에서 행하고 있다. 지금 함장실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넓은 망망대해를 눈으로 바라보는 것뿐.


“슬슬 보이기 시작할 겁니다.”


망망대해를 바라보는 곁에서 슬리벤 왕자가 경고하듯 중얼거렸다.

일반적으로 플레이어의 신체 능력은 이곳(거울 세계)의 주민들보다 높다. 레벨이 오를수록 오버로드의 힘이 성장하며 월등히 늘어나는 신체 능력은 이미 인간을 벗어난 정도다.

나 또한, 적잖은 레벨을 쌓았다.


“···그래, 보이는군.”


아주 멀리.

망망대해에 작은 점처럼 보이는 것.

인간을 벗어난 신체 능력이 강제적으로 인지하게 만든 점은 둥그런 구체와 비슷한 형상을 취하고 있다.

해수면을 반쯤 떠오른 상태로 천천히. 바다에 커다란 파도를 만들면서 나아가는 존재.

목표로 하던 몬스터다.


“벌써 보이시는 겁니까?”

“보인다.”


슬리벤 왕자가 놀란 감정을 섞어 물었지만, 그에 답하는 것보다 먼저 시선이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멀리 보이는 점. 자세히 보이지도 않는 점은 한없이 작다. 플레이어의 신체가 아니었으면 전혀 보이지 않았을 정도다.


‘저건···.’


특수 몬스터의 크기는 대형 몬스터 정도다. 거리를 생각하면 한참 떨어진 위치다.

그러니 작은 점으로 보이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지금, 이해하지 못한 건 하나.


“별을 건너는 자(플레이어)에게서 바다가 붉어졌다는 이야기는 들었나?”

“···예? 붉은, 바다입니까?”


작게 보이는 점은 그 색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작다.

문제는 그 주변 바다.


“그래. 저 광경이 환상이 아니라면, 특수 몬스터 주변 바다가 붉게 물들었다.”

“그런···. 함장!”


슬리벤 왕자는 이야기를 듣고 곧장 함장에게 다가갔다. 함장과 나누는 대화에 관측실의 이야기도 섞여 있었으니, 바다가 붉게 물든 이유를 찾으려는 듯하다.

붉게 물든 바다. 작은 점으로 보일 정도로 먼 곳.


‘···상당히 넓은 부분이 물든 모양인데.’


거리를 생각해도, 넓이를 생각해도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이상 현상이다.

게다가.


“···움직이고 있나?”


붉은 흐름이 조금씩.

아주 조금씩이나마 함대가 있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착각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어느새 붉은 바다의 해류마저 생겼다.

떠오른 것은 곧바로. 아직 내가 뿌린 물건을 사용하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다.


“슬리벤 왕자.”

“섀도우 공. 지금 상황을 확인 중에 있습니다.”

“그 쪽의 분이?”


함장은 가면을 쓴 나를 묘하게 쳐다보더니, 이내 슬리벤 왕자에게 시선을 돌렸다.


“붉은 바다가 움직이고 있다. 목표는 함대인 모양이야.”

“그런! 그렇다면, 붉은 것들은 전부!?”


대화의 흐름만으로 몬스터라는 사실을 알아챈 왕자는 당황하며 함장을 불렀다.

함장은 이미 어딘가 홀린 듯, 놀란 모습으로 천천히.


“···바닷가 마을에는 오랜 이야기가 있습니다. 붉은 바다가 떠올랐을 때, 생물은 죽음을 맞이한다고.”


오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지금은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있을 때가 아니네! 당장 각 함선에 연락하게! 어쩌면, 몬스터의 대군을 상대하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야!”


굳은 함장을 대신해 주변을 질타한 슬리벤 왕자 덕에 함장실은 제 역할을 되찾았다.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함선에 연락하고, 전투를 준비하는 한편.


‘플레이어는 이미 알아차렸나.’


나 이상으로 레벨이 높은 플레이어들은 붉은 바다의 정체까지 알아차린 듯, 각자 무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다만 떠오른 의문은 플레이어가 특수 몬스터를 설명할 당시, 그 누구도 붉은 바다를 언급하지 않았다.


“···특수 몬스터가 성장한 건가?”


어쩌면.

생각 이상으로 힘든 전투가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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