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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양

아이 엠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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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5.12 15:23
최근연재일 :
2021.12.21 18:2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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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79,8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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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09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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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Episode 39. 균열 (3)

DUMMY

사람의 욕망은 한결같다.

제 자신을 비롯해 태어난 욕망.

그건 누구나 같다.


‘타인을 돕는다는 것 또한, 돕고자 하는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니.’


인간에게서 욕망을 제외하면 남는 건 없다.

그리고 그건 세계를 넘은 이곳(거울 세계)도 마찬가지다.

특히, 한 국가를 짊어진 지배자로서는 더욱 제 욕망을 감추는 것뿐. 없는 건 아니다.


“바다에 거대한 몬스터가 나타났다는 모양이야.”


본격적인 거래에 앞서 국왕을 통해 들은 정보는 간단하면서도, 심각한 문제다.

평범한 몬스터와는 일선을 긋는 크기와 힘. 그런 특이성을 지닌 몬스터가 나오는 이유는 하나다.


‘세계의 봉인이 흔들리고 있나 본데.’


남은 세 개의 봉인 중 하나.

그 하나가 흔들리고 있다.


“몬스터는 주변 해역을 돌아다니며 무차별적인 공격을 하고 있다고 하네. 별을 건너는 자(플레이어)가 막아내고 있다고 하지만, 그리 효과는 없는 모양이더군.”


세계의 봉인이 흔들릴 정도의 충격. 만일, 이번 몬스터가 세계의 봉인으로 인해 태어난 몬스터라면 일반적인 몬스터와는 존재 자체가 다르다.

보스 몬스터의 가능성이 가장 크다.


‘하지만···. 플레이어로도 효과가 없다면 일반적인 보스 몬스터가 아닌가?’


정보가 부족한 탓에 자세한 사정은 알 수 없다.

남은 것은 직접 가서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럼, 지금 여기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직접 가지.”

“섀도우. 자네가 가는 건가?”


플레이어의 도움을 받더라도, 이번 몬스터가 일반적인 몬스터와 어떻게 다른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바다에 나타난 몬스터라면 선박을 이용할 수도 있다.


“지원은 둘. 선박 주조와 물자. 그 두 개면 충분하다.”

“그 정도면 되는가. ···슬리벤.”


국왕의 부름에 반응한 것은 첫째 왕자.

첫째는 국왕의 시선을 받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만족한 국왕은 간단히 용건을 밝혔다.


“네가 다녀오거라.”

“예.”


하나의 연극과도 같은 대화다.

슬리벤이 움직이는 건 첫째 왕자라는 점, 국가의 위상을 올릴 수 있다는 점 등. 세력을 견고히 다지기 충분한 일이다.

게다가 문라이트는 겉으로 나서지 않는다. 호네스티 왕국은 이번 사건을 통해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을 독식할 수 있다.


‘뭐, 그 정도의 능력은 된다는 거겠지.’


둘째 왕자의 분위기를 보아도 이미 이해한 듯하다.

계승 문제에 끼어들 필요는 없다.


“양 국가의 협력은 슬리벤이 나설걸세. 세세한 협력은 현지에서 만날 수 있을걸세.”


도중에 알현실을 나선 슬리벤과 달리 국왕은 차분한 모습으로 이야기를 이었다.

이번 일에서 요구한 건 둘.


“선박 주조의 건은 전문이가 나설 테고, 물자의 건은 순차적으로 준비되어 향하도록 하겠네.”


선박 주조는 훗날 플레이어가 대륙을 탐험하기 위한 밑거름이다.

물자의 지원은 플레이어를 유도하기 위한 판. 인벤트라는 형태를 위한 재료다.

국왕의 이야기와 더불어 천천히 준비되는 상황을 확인한다. 겉으로 나서는 건 호네스티 왕국이 지원이라는 명목.

그러나 문라이트도 움직일 예정이다.


“그럼, 훗날 다시 보도록 하지.”

“그렇군. 다녀오게나.”


순식간에 준비된 서류를 품에 넣고, 알현실을 나선다.

나서는 길에 병사들의 시선을 무시한다. 다음으로 준비할 일은 직접 몬스터를 확인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니까.


‘서둘러야겠네.’


-+-


내가 소유한 이동 수단은 지극히 한정적이다.

마법이 있는 이곳(거울 세계)도 이동 수단은 그리 많지 않다.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게 마차.


“이번에도 마차인가.”


가장 간단하면서도 확실한 방법이다.

많은 플레이어가 이용 중이기도 하며, 대중적인 이동 수단이다.

다른 이동 수단으로는 비행형 몬스터를 길들인 이동 수단과 마도구를 이용한 이동 수단이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본 적은 없다.


“로우 씨 제가 마차를 몰까요?”


마차 뒤편에서 내 혼잣말을 들은 소니아가 고개를 기울이며 물었다.

이번 여행에는 역시나, 소니아도 함께다.


“아니, 괜찮아.”


마차를 모는 건 특별히 힘들지 않다.

슈바르츠가 고른 방향으로만 걸어주니 더욱 편하다.

그에 어깨를 으쓱이며 소니아에게 고개를 내저으니, 마차 뒤편에서 소니아와는 다른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소니아, 이리 와. 로우는 더 힘들어 봐야 해!”

“릴리스···.”


터무니없는 소리를 하는 건 릴리스다.

이번 여행을 나서기 전, 〔팽나무〕에 필요한 서류를 받고 정보를 건넬 겸 방문했다.

그리고 그때. 드물게도 릴리스가 동행을 요청했기에 이번 여정에는 릴리스도 함께 움직이게 되었다.


“그래, 그래.”


릴리스의 불만을 적당히 넘기고, 손에 들린 서류를 읽기 시작했다.

서류의 내용은 에체르티 왕국과 바운티 왕국의 최근까지의 상황. 물자부터 경제, 국민의 현황을 비롯한 다양한 정보가 적혀 있다.

정보의 출처는 일리아스.


‘바쁠 텐데.’


드라운트 왕국에서 도시를 장악하느라 바쁠 텐데도, 재빨리 정보를 찾아 넘겼다.

덕분에 두 국가의 상황을 알 수 있는 건 물론.


“이벤트 만들기도 편하네.”


에체르티 왕국은 동굴과 지하자원이 많은 국가다.

그에 오래전부터 에체르티 왕국은 지하를 개발했다.

반면, 바운티 왕국은 산맥의 환경을 살리는 방법을 선택했다.


자연 친화적인 바운티 왕국과 난개발을 반복하는 에체르티 왕국.


덕분에 두 국가의 사이는 그리 좋지 않고, 매번 크고 작은 분쟁이 있다고 한다.

더불어 두 나라에는 하나의 전설이 구전되는 모양이다.


‘플레이어도 끌어들인다고 생각하면, 이야기를 만드는 편이 좋겠지.’


두 국가 사이에 남은 전설은 단순한 이야기.

허상 중의 허상이다.

그러나.


“허상을 진실로 만들어볼까.”

“···혼잣말이 많네.”

“로우 씨가 생각하시는 중이야.”


심판을 위해 나타난다는 지하의 생물.

그 구전을 이용한 플레이어 이벤트.

충분히 통할법하다.


‘그럼···. 플레이어가 눈독 들일만 한 보상도 만들어야 하겠고.’


도착하기까지 상당히 많은 시간이 남았다.

인벤토리에 남은 자료도, 물건도 상당한 수준이다.

이것들을 이용해서 문제가 되는 몬스터. 아마 카오스의 힘 일부에서 만들어졌을 몬스터를 쓰러뜨리고, 플레이어에게 카오스의 존재를 전해야 한다.

호네스티 국왕이 제 국민에게 카오스의 존재를 천천히 알리는 것과 더불어, 플레이어가 카오스의 존재를 서서히 알아차리는 순간.


‘본격적인 공략이 시작되겠지.’


이곳(거울 세계)의 주민들은 살아남기 위해.

플레이어는 게임을 공략하기 위해.

국가는 카오스의 존재로 뭉칠 테고.


“그 시작을 문라이트가 담당하는 건가···.”


분명 회사 일이 힘들어서 게임을 시작하려고 왔는데 말이지.


‘어째서 저쪽(지구)에서 일하는 것보다 더 열심히 일하고 있는건지.’


멀리서 보이는 국경과 함께, 한숨을 내쉬었다.


-+-


문라이트가 활동하는 시기는 명확히 정해두지 않았다.

섀도우와 선셋 상단의 관계도 최대한 숨기는 중이다.

즉.


“지원 없이 시작하는 장사인가.”

“···진짜 하려고?”


선셋 상단은 아무런 지원 없이, 처음 도착한 국가에서 장사를 시작해야 한다.

문라이트는 물리적인 움직임을 담당한다. 플레이어의 유도는 호네스티 왕국에서 지원하니, 선셋 상단은 흐름을 살피며 적절히 움직이면 된다.

가장 좋은 건 선셋 상단이 움직일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돈 벌어야지.”

“그건 그런데···.”


이미 장사 준비를 시작한 소니아와 달리, 릴리스는 모호한 표정을 지었다.

확실히. 처음 온 지역에서 갑작스레 장사를 시작한다고 하면 당황할법하다.

나는 적당히 어깨를 으쓱이며, 급조한 천막 너머로 상자를 꺼냈다. 인벤토리를 숨기기 위한 장치다.

지금 나와 소니아. 릴리스가 있는 곳은 에체르티 왕국과 바운티 왕국. 그 국경의 중앙이다.


“여기는 누가 장사하더라도 상관없는 장소야. 저기 봐.”


에체르티 왕국과 바운티 왕국의 국경은 맞닿아 있다.

그 탓에 두 국가의 사이에는 일정 부근 중립 지대가 세워져 있다.

누구의 장사도 방해하지 않고, 무기를 금지하는 지대. 평소라면 특별히 의미 없는 지역에 불과한 지대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조금만 주변을 둘러보더라도 상인들이 자신의 매대를 만드는 모습이 보인다.


‘플레이어가 가장 많이 오는 지역이니까.’


이번 문제가 된 지역은 해양. 그것도 에체르티 왕국과 바운티 왕국. 양 국가의 중앙 해역이다.

몬스터의 정보는 이미 플레이어들에게도 퍼졌다. 그 덕에 수많은 도전이 이루어지는 한편, 개인의 도전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일부는 팀을 이루기를 원했다.


“여기에 별을 건너는 자(플레이어)가 많은 이유는 뭐 때문이야?”

“나도 모르지.”

“거짓말. 알고 있으면서.”


릴리스의 물음에 능청스레 대답을 피하고, 이번에는 소니아에게 물어볼까.


“소니아가 생각하기에는 어때?”

“네? 별을 건너는 자(플레이어)가 많은 이유인가요?”

“응. 여기는 특별한 것도 없는데, 별을 건너는 자(플레이어)가 많잖아? 그 이유는 뭘까?”


매대를 마련하기 위해 물건을 운반하던 소니아는 잠시 고개를 기울이더니.


“두 나라가 중앙에 있어서 그런가요?”


간단히 대답했다.


“그런 거야?”

“그렇지. 정답이야, 소니아.”


플레이어들은 팀을 이루기를 원했다.

본래라면 각 국가에서 곧장 서쪽으로 향하는 게 가장 빠른 길이다. 그러나 팀을 이루려고 타국의 플레이어와 만날 장소를 경유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말해서, 지금 이곳은 플레이어들이 만나는 만남의 광장이나 다름없다.


“흐음···. 그렇구나.”


흥미 없다는 듯 시선을 돌린 릴리스는 플레이어와 상인의 모습을 살피고, 매대의 물건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어느새 조립이 끝난 가판과 매대의 진열이 끝났다. 물건의 관리는 소니아에게 맡기면 되려나.


“그럼, 천막을 치운다.”

“네.”

“그래.”


매대를 가리던 천막을 치우자, 눈앞에 나타난 건 넓은 광장에 늘어선 플레이어 무리.

그 무리는 어림으로 보더라도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다.


‘벌써 성황인가.’


플레이어들은 광장에서 모이고, 순식간에 나타난 상인에 질색하면서도 물건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다만, 내가 노리는 플레이어 무리는 저 정도가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건.


“레이드.”


매대의 근처.

두 세 명 정도의 플레이어가 등록증을 통해 대화를 나누며 바삐 움직이고 있다.

게다가 조금 전 흘린 단어.


‘레이드. 그래, 그거야.’


레이드는 단순한 보스가 아니다.

최소한 길드 정도의 플레이어가 모이고, 협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정도의 인원이 도전하는 게 레이드다.


‘그리고, 유도하기도 쉽지.’


나는 눈독 들인 세 사람을 기점으로 속속히 주변으로 모여드는 플레이어를 눈에 담았다.

그들은 근처 상인에게서 물건을 전부 사들이더니, 다른 플레이어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 구역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이미 백은 우습게 모인 플레이어의 무리에 다른 플레이어들마저 호기심을 갖고 모이기 시작할 무렵.


“전원! 정비 보고!”


한 플레이어.

무리 리더의 통보로 대열을 만들었다. 일제 각마저 잡힌 그들의 움직임에 주변인 당황하는 것도 잠시.


“보고 끝! 이상 없습니다!”

“이상 없다!”

“이쪽도 끝!”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온 목소리에, 무리의 리더가 외쳤다.


“좋아···. 출발!”


그 모습을 어딘가 홀린 듯 지켜보는 플레이어 무리가 절반. 당황하거나 황당한 모습으로 보는 이곳(거울 세계)의 주민이 소수.

나머지는 겁을 먹거나 고개를 내젓는 등. 묘한 태도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한편. 매대는 어느새 텅 비었다.


‘저들이 우리 쪽도 쓸어갔으니.’


덕분에 정리할 수고를 줄였다.


“자, 그럼···.”

“네?”

“응?”


의문을 보이는 두 사람에게 간단히 웃으며, 조금 전 리더와 비슷하게.


“우리도 출발해볼까?”

“아, 가는 건가요?”

“벌써?”


여기서 할 일은 끝났다.

본격적으로 레이드를 준비하는 플레이어가 나왔으니, 섞여 들어야지.


‘지금부터는 문라이트와 선셋. 양쪽의 일이다.’


상당히 바쁜 나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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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 Episode 49. 카오스 (8) 21.12.18 82 1 12쪽
183 Episode 49. 카오스 (7) 21.12.17 78 1 12쪽
182 Episode 49. 카오스 (6) 21.12.16 80 1 12쪽
181 Episode 49. 카오스 (5) 21.12.15 88 1 11쪽
180 Episode 49. 카오스 (4) 21.12.14 82 1 12쪽
179 Episode 49. 카오스 (3) 21.12.13 83 1 11쪽
178 Episode 49. 카오스 (2) 21.12.12 81 1 12쪽
177 Episode 49. 카오스 (1) 21.12.11 9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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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 Episode 48. 마지막 봉인 (8) 21.12.08 81 1 12쪽
173 Episode 48. 마지막 봉인 (7) 21.12.07 88 1 13쪽
172 Episode 48. 마지막 봉인 (6) 21.12.06 88 1 12쪽
171 Episode 48. 마지막 봉인 (5) 21.12.05 84 1 12쪽
170 Episode 48. 마지막 봉인 (4) 21.12.04 80 1 11쪽
169 Episode 48. 마지막 봉인 (3) 21.12.03 87 1 12쪽
168 Episode 48. 마지막 봉인 (2) 21.12.02 89 1 11쪽
167 Episode 48. 마지막 봉인 (1) 21.12.01 88 1 12쪽
166 Episode 47. 겉과 속 (4) 21.11.30 86 1 12쪽
165 Episode 47. 겉과 속 (3) 21.11.29 87 1 12쪽
164 Episode 47. 겉과 속 (2) 21.11.28 93 1 11쪽
163 Episode 47. 겉과 속 (1) 21.11.27 86 1 12쪽
162 Episode 46. 속전속결 (2) 21.11.26 95 1 12쪽
161 Episode 46. 속전속결 (1) 21.11.25 95 1 12쪽
160 Episode 45. 세계 연합 21.11.24 89 1 12쪽
159 Episode 44. 공략 시작 (3) 21.11.23 8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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