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흑산양

아이 엠 플레이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5.12 15:23
최근연재일 :
2021.12.21 18:20
연재수 :
187 회
조회수 :
38,221
추천수 :
506
글자수 :
979,887

작성
21.11.08 18:20
조회
106
추천
1
글자
12쪽

Episode 39. 균열 (2)

DUMMY

국왕이 고개를 끄덕인 탓에 주변은 소란이 일어났다.


‘갑작스레 받아들이긴 힘들겠지.’


제 세계의 적으로 알고 있던 존재가 세계의 창조주라는 정보다.

갑작스레 밝혀진 이야기에 알현실의 혼란은 상당히 오래 이어졌다.

국왕은 내 모습을 살피더니, 내가 문제 삼지 않는다는 걸 이해하고 모두가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시간을 내주었다.

알현실에 서서 기다리기를 한참.


“기다리게 해 미안하네.”


혼란이 사그라들기 시작하자, 국왕이 먼저 고개를 간단히 숙였다.

본래 국왕은 나라를 짊어진 몸. 쉽게 고개를 숙여도 될 인물은 아니다.

국왕이 고개를 숙인 건 이 자리가 비공식적인 자리이기 때문이다.


‘주변 혼란을 완전히 잠재우려는 듯하고.’


국왕이 고개를 조금이나마 숙이자, 알현실의 혼란은 완전히 사라졌다.

혼란을 대신해 자리 잡은 것은 긴장과 각오. 이번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뒤늦게 이해한 왕비와 왕족이 협력자인 나를 바라보고 있다.

세계의 종언. 카오스의 봉인이 깨지는 것은 예정된 일이다.

그러니 중요한 건.


“종언의 이야기를 계속하지.”


종언을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세계의 위험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지.

그런 이야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섀도우. 자네의 실력은 충분히 파악했다고 보네. 이번 드라운트 왕국에서의 일 또한 자네가 한 일이 아니던가?”

“소문에 의하면, 실피니아 왕국의 성지 부활. 그 사건에서도 문라이트의 이름이 나오더군요.”


둘 다 관여한 건 사실이다.

실피니아 왕국의 건은 소니아가 담당했고.


“그렇다.”


딱히 숨길 일이 아니기에 수긍했다.

국왕은 예상한 대답을 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왕비와 자제들은 놀란 모습으로 지켜보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본래 화제를 꺼낼 차례인가.’


호네스티 왕국의 왕족. 그들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은 플레이어를 유도할 판을 만들기 위한 힘이다.

이곳(거울 세계)의 사회는 이곳(거울 세계)의 주민들이 주축을 이룬다. 플레이어가 제아무리 강한 힘을 가지고 있더라도, 변하지 않는 사회다.

물론 처음부터 플레이어가 주도하는 사회를 만들 수도 있다.

다만.


‘시간이 오래 걸리지. 그러니 차라리 이들에게 도움을 받는 게 빨라.’


카오스의 봉인이 깨지는 시간제한은 길어도 사 개월. 저쪽(지구)의 시간으로 본다면 불과 한 달이다.

그 사이에 플레이어의 사회를 만들고 기반을 다지려면, 터무니없이 시간이 부족하다.


“드라운트 왕국에서는 직접 움직였고, 실피니아 왕국에서는 〈성녀〉의 힘을 빌렸다.”

“〈성녀〉, 인가.”


성녀를 언급한 순간 국왕의 눈에 이채가 깃들었다.

단 한 순간에 불과했으나, 국왕이 처음으로 보인 감정이다.

그 안에 담긴 감정은 아마.


“아르가 스텔라 호네스티.”

“···.”


성녀를 탐내는 욕망.

성녀가 지닌 힘은 단순하지 않다. 진정한 성녀가 되는 것만으로 성지를 만들 수 있을 정도의 힘이다.

한 국가의 수장으로서 당연히 탐나는 전력이다.

그러나 확실하게 말 할 수 있다.


“〈성녀〉는 어둠을 선택했다.”


소니아는 성녀의 권력과 명예를 선택하지 않았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뒤에서 돕는 길을 선택했다.

그러니 소니아의 보호자를 자처하는 나는 그 선택을 존중하고, 도울 생각이다.


“알고 있네. 그리 경계하지 않아도 내 선은 지킬 생각이야. 지금은 서로의 도움이 시기가 아닌가?”


너스레를 떨 듯 어깨를 으쓱인 국왕의 모습에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최소한 적극적으로 달려들 건 아닌 모양이다.

어깨를 으쓱인 국왕은 순식간에 분위기를 다잡았다.


‘늦어.’


드디어 본론으로 이어가려는 분위기다.


“섀도우. 자네의 이야기는 문라이트에 협조, 그게 맞나?”

“그래.”


플레이어를 유도할 판.

그걸 만들기 위해서는 국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일반 유저가 아무리 움직여도 국가의 도움이 없으면 제대로 된 판을 만들 수는 없지.’


호네스티 왕국뿐만 아니다.

드라운트 왕국은 추가적인 거래를 나누면 충분히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실피니아 왕국은 성지 회복이라는 빚이 있다.

호네스티 왕국은 실리에 왕녀를 통해 정보를 자주 나누었으니 협력 관계를 만드는 건 쉽겠지.


“섀도우. 자네의 전력은 문라이트. 그 하나라고 보아도 충분한가?”


정확히는 선셋도 있지만, 선셋 상단과의 연관은 덮어두고 있다.

로우와 섀도우의 연관성은 알아볼 수 있겠지.


‘한동안 감시가 붙겠네.’


국왕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문라이트의 조직원은 실상 나와 소니아가 전부다.

그마저도 실제 전투원은 나 하나뿐. 소니아는 회복과 지원을 도맡을 예정이다.


‘그러나. 충분하지.’


문라이트가 펼칠 영향력은 이미 충분히 보였다.

드라운트 왕국에서는 플레이어를 상대로 전적을 냈고, 도시를 되찾았다. 뒷세계의 일은 덮어두더라도 충분한 성적이다.

실피니아 왕국은 성지 회복이라는 결과가 있다.


“흠.”


한참 나를 바라보던 국왕은 깊은숨을 내쉬었다.


‘···왜지’


문제가 될 것은 없다.

문라이트의 실적은 충분하고, 호네스티 왕 또한 세계의 종언을 이해하고 있다.

세계의 종언을 상대로 대책을 세워야 하는 것은 이곳(거울 세계)의 주민이라면 누구나 같다.

그러나 국왕은 얼굴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명목이 부족하군.”


명목.

확실히 중얼거린 단어는 명목이다.

사용한 의미는 행동하기 위한 변명 정도다.

국왕이 명목을 생각한 이유는 하나.


“카오스의 정보를 알릴 생각인가?”


국민을 설득할 명목이다.

질문에 국왕은 눈가를 찌푸리며 고민하기 시작했다. 반면, 왕비는 국왕의 모습에 걱정하는 중이다.

보아하니 왕비는 국정에 크게 관여하지 않는 듯한 태도다.


“그렇지. 세계가 점차 혼돈으로 치달을 걸세. 그건 자네도 알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알린다는 건가. 혼란을 가중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만.”


카오스의 정보는 지금까지 감춰지고 있었다.

나 또한 던전과 일부의 우연이 아니었다면 전혀 몰랐을지도 모른다.

그 정도로 감췄던 정보를, 국왕이 주도해서 알리려 하고 있다.


“허나, 통제된 혼돈은 혼란을 최소한으로 억제할 수 있네.”


확실히 국가에서 통제할 수 있는 정도라면 충분히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게다가, 플레이어를 유도할 판도 만들기 쉬워진다.


‘···올라탈까.’


이쪽은 문제없다.

문제가 되는 건 이곳(거울 세계)의 주민들이 얼마나 얌전히 받아들일지. 그게 문제다.

갑작스레 세계가 멸망할 위기라는 정보를 알리려는 상황이다. 멀쩡히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소수다.

그렇다면, 내가 할 일은 하나.


‘명분을 만드는 일인가.’


호네스티 왕국이 문라이트를 받아들이고, 카오스의 정보를 알리면서 협조자의 역할로 남는 것.

또는.


“굳이 드러낼 필요는 없지.”

“흠?”


문라이트의 역할은 애초에 겉으로 드러나면 안 되는 일을 처리하기 위한 장치.

연극으로 따지자면 천막. 즉, 흑막이다.


“문라이트는 드러내지 않는다. 그렇게 하면 명분은 필요 없을 터.”

“그건···. 그렇네만. 괜찮은가? 활동이 어려울 텐데?”


무대에 오를 것은 플레이어와 이곳(거울 세계)의 주민들이면 충분하다.


“무대를 만드는 건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도 충분하다. 또한,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은 그쪽이 하게 될 테니.”

“그런가. 흠···. 아니, 그렇군. 오히려 그리 구분하는 게 편할지도 모르겠어.”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은 다르게 말하면, 국민에게 보이는 부분이다.

영웅적인 행보를 호네스티 왕족이 차지하게 된다면 그건 이익밖에 되지 않는다.

국왕은 몇 번 고개를 끄덕이고 수긍했다.


“그렇다면, 자네가 원하는 지원은 무엇이지? 문라이트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면 대대적인 지원은 불가능하네. 그건 알고 있겠지?”

“문라이트를 직접 지원할 필요는 없다. 움직이는 것은 둘.”

“둘?”


하나는 플레이어.

그리고 다른 하나는.


“학자들.”

“학자, 라. 그건 또 묘한 이야기로군.”


「신대의 잊힌 사원」과 같은 던전에 카오스의 정보가 남아있다.

다른 곳에도 카오스의 정보가 있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남아있다.


‘카오스의 정보는 모르는 것투성이다.’


왕족이 정보를 통제하기 시작한 것부터, 카오스가 이곳(거울 세계)의 창조주라는 사실까지.

오버로드와 그 수하인 십이사도가 알리지 않은 정보 중에 공략과 이어지는 정보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사소한 정보 하나가 필요한 시점이 지금. 실수의 대가는 세계의 멸망이다.


‘저쪽(지구)도 무사하진 않을 테니까.’


학자가 필요한 이유는 여럿.

사소한 정보를 놓치지 않기 위한 게 첫 번째 이유.

두 번째는 문라이트로서의 이유다.


“학자의 일부를 문라이트 소속으로 넘기도록. 외부와의 접촉은 최소한으로.”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전에는 넘기기 힘들겠군. 아직 자네와의 신뢰 관계가 그 정도로 쌓인 건 아닌 모양이니.”


처음부터 허락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당연한 반응에 고개를 끄덕이는 사이, 알현실의 문 너머에서 작은 소란이 일어났다.

알현실의 문은 뒤에 있기에 병사들의 모습은 볼 수 없다. 그래도 분위기만으로 이해하자면, 심각한 정보를 얻어온 모양이다.


‘긴급 상황인가.’


병사는 성급히 걸으면서도 달리진 않는 속도로 옥좌의 단 아래까지 향했다.

예법 때문인지 국왕을 앞에 두고도 또 다른 병사에게 전달된 정보는 두 차례가 지난 후에야 국왕에게 전달될 수 있었다.

덕분에 입 모양으로 대략적인 정보는 파악했다.


‘이번에는 바운티 왕국과 에체르티 왕국. 그 사이의 바다인가.’


던전인지 몬스터인지, 자세한 이야기는 파악하지 못했다.

이야기를 전부 들은 국왕은 조금 놀란 듯한 반응을 보이더니, 순식간에 냉정을 되찾았다.


“흠.”


짧은 탄식.

그와 더불어.


“섀도우.”


나를 바라보는 눈빛에 호기심이 깃들었다.

이제 이 정도 되니 호네스티 국왕의 성격을 어림짐작할 수 있다.

분명, 이어질 말은 하나.


“자네가 활약할 차례가 온 모양이군.”


확실히 에체르티 왕국과 바운티 왕국 방면은 아직 제대로 된 활약을 하지 않았다.

이번 기회에 도움을 건네고 빚이라는 형태로 돌려받는 것도 좋겠지.

그러나 국왕의 목적은 그게 아니다.


‘문라이트의 실력을 가늠하고, 협력할 수 있는지 알아보려는 거겠지.’


충분할 정도의 실적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얼마만큼 호네스티 왕국에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가.

그걸 알아보려는 눈이다.


‘욕심도 많네.’


세계의 위기 앞에서 내세우는 게 욕심이다.

다만.


“그렇군.”


호네스티 국왕이 먼저 그렇게 나온다면.

나는 나대로 국왕의 도움을 받아줘야겠다.


“그럼, 거래해보도록 할까.”


가볍게 호네스티 왕국의 1년의 자본을 받도록 하자.

세계를 구하는데 그 정도는 줄 수 있겠지.


‘뒷세계의 도움도 받을 예정이고.’


거래.

그 단어에 눈. 그보다 깊은 안쪽에서 반짝이는 미약한 빛을 찾았다.

욕망에 반짝이는 빛은 정도에 따라서 세기가 달라진다. 그러나 전부 검은빛을 띤다.

내가 자극할 부분은 욕망.

그리고.


‘에체르티 왕국과 바운티 왕국의 도움도 받아야 하니까.’


정의감이라는 이름의 위선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이 엠 플레이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주기가 주 7일 연재로 변경됩니다. 시간은 18시 20분입니다. 21.09.08 82 0 -
187 Episode 50. 코스모스 (完) 21.12.21 139 2 14쪽
186 Episode 49. 카오스 (10) 21.12.20 88 1 11쪽
185 Episode 49. 카오스 (9) 21.12.19 82 1 12쪽
184 Episode 49. 카오스 (8) 21.12.18 82 1 12쪽
183 Episode 49. 카오스 (7) 21.12.17 78 1 12쪽
182 Episode 49. 카오스 (6) 21.12.16 80 1 12쪽
181 Episode 49. 카오스 (5) 21.12.15 88 1 11쪽
180 Episode 49. 카오스 (4) 21.12.14 82 1 12쪽
179 Episode 49. 카오스 (3) 21.12.13 83 1 11쪽
178 Episode 49. 카오스 (2) 21.12.12 81 1 12쪽
177 Episode 49. 카오스 (1) 21.12.11 90 1 12쪽
176 Episode 48. 마지막 봉인 (10) 21.12.10 87 1 12쪽
175 Episode 48. 마지막 봉인 (9) 21.12.09 85 1 11쪽
174 Episode 48. 마지막 봉인 (8) 21.12.08 81 1 12쪽
173 Episode 48. 마지막 봉인 (7) 21.12.07 88 1 13쪽
172 Episode 48. 마지막 봉인 (6) 21.12.06 88 1 12쪽
171 Episode 48. 마지막 봉인 (5) 21.12.05 84 1 12쪽
170 Episode 48. 마지막 봉인 (4) 21.12.04 80 1 11쪽
169 Episode 48. 마지막 봉인 (3) 21.12.03 87 1 12쪽
168 Episode 48. 마지막 봉인 (2) 21.12.02 88 1 11쪽
167 Episode 48. 마지막 봉인 (1) 21.12.01 88 1 12쪽
166 Episode 47. 겉과 속 (4) 21.11.30 86 1 12쪽
165 Episode 47. 겉과 속 (3) 21.11.29 86 1 12쪽
164 Episode 47. 겉과 속 (2) 21.11.28 92 1 11쪽
163 Episode 47. 겉과 속 (1) 21.11.27 86 1 12쪽
162 Episode 46. 속전속결 (2) 21.11.26 95 1 12쪽
161 Episode 46. 속전속결 (1) 21.11.25 95 1 12쪽
160 Episode 45. 세계 연합 21.11.24 89 1 12쪽
159 Episode 44. 공략 시작 (3) 21.11.23 88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