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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양

[Ego] 마지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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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2.19 05:54
최근연재일 :
2021.12.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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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5,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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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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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Ego] 4장 5화

DUMMY

“리온! 이게 무슨 상황이지!”


방에 들어온 직후, 세븐즈는 리온을 향해 소리쳤다.

프레이야가 정신을 차렸다는 소식을 들은 세븐즈는 곧장 방으로 향했지만, 세븐즈가 목격한 것은 혼란에 빠진 체 폭주하고 있는 프레이야의 모습이었다.

당연하게도, 세븐즈는 그 모습을 태연하게 볼 수 있을 리 없다.


“아마, 쓰러지기 직전의 기억을 떠올린 모양이야. 조금 전 어디까지 기억하는지 물어봤으니까.”

“어째서 물어본 거지?! 프레이야에게 고통뿐일 기억이라는 건 쉽게 예상할 수 있었지 않나!”


객관적으로 상황을 판단한 리온의 말에 세븐즈는 프레이야의 상황을 떠올리며 감정적으로 소리를 내질렀다. 머리로는 필요한 일이라고 알고 있었어도, 프레이야의 고통을 쉽게 예상조차 할 수 없는 세븐즈에게는 쉽게 허락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프레이야가 상처를 입고, 죽을 뻔한 일은 자신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븐즈 가문의 수장으로서의 책임감으로 인한 죄악감이다.

세븐즈가 리온에게 불평과 불만을 내지르는 도중에도 프레이야는 여전히 소리로 이루어지지 않는 비명을 지르며 폭주하고 있었다.


“···미안하네. 그녀의 마음을 생각지 못한 것은 내 잘못일세.”

“칸. 그대가 한 일인가!”


세븐즈의 곁으로 다가온 칸이 프레이야와 세븐즈에게 동시에 사과를 하자, 그 목소리에 반응한 세븐즈가 칸에게마저 화를 냈다. 칸은 세븐즈의 분노가 당연하다 생각했고, 그렇기에 진심으로 그에게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칸 자신도 생각 없이 상황을 확인한다는 명목으로 프레이야의 마음을 이해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그녀에게 다시 한번 상처를 입혔다. 그것은 칸이 생각하는 것처럼, 칸의 잘못이다.

하지만.


“그건 나중으로 미루고. 지금은 저 아이의 일이 먼저 아닌가?”

“···. ···! 그래. 그렇다면, 칸. 그대에 관해서는 프레이야를 진정시킨 뒤, 다시 이야기하도록 하지.”

“알겠네.”


지금이라도 칸을 향해 주먹을 내지를 듯한 세븐즈는 레나드의 이야기에 겨우 분을 삭혔다. 다만, 완전히 지운 것이 아닌. 뒤로 미룬 것뿐이었다.

그러나, 레나드의 이야기는 지금 상황에서 무엇보다 정답에 가까운 이야기다. 프레이야가 혼란에 빠진 것, 폭주 중인 것. 이 두 가지를 멈추고 이 이상 고통을 떠올리지 않게 하려면 그녀를 진정시키는 것이 우선이다.

그렇다고 하나, 세븐즈와 칸. 레나드는 프레이야를 어떻게 진정시켜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리온은 여전히 프레이야를 결계 속에 가두는 것으로 대응하고 있었다.


“···기절시키는 거라면 가능한데.”


프레이야가 폭주하기를 한참.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한 리온은 결국 프레이야를 기절시키는 것으로 해결하려 했다. 하지만, 리온의 방법에는 세븐즈와 칸이 반대했다.

세븐즈는 프레이야에게 고통을 주는 것을 반대한 것이고, 칸은 정신을 차린 직후에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것을 염려해 반대한 것이다.

결국, 원점으로 돌아온 네 사람은 결계 속에서 여전히 날뛰는 프레이야를 볼 수밖에 없었다.


“···프레이야.”


결계를 향해 한 차례 중얼거린 세븐즈는 프레이야를 바라보고 있었다. 몸은 멀쩡한 상태이지만, 정신은 여전히 상처를 입은 체인 프레이야.

몸의 상처는 리온으로 인해 회복되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정신의 상처는 여전히 회복되지 않은 체. 지금도 프레이야를 좀 먹는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세븐즈는 저도 모르게 내려간 시선으로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없는 손. 나약한, 자신의 손.


- 까득.


자그마한 파열음이 들린 직후.

세븐즈는 리온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리온. 내가 가겠다.”

“무슨 이야기···. 아니, 알았어.”


결계를 유지하며 프레이야를 진정시킬 방법을 찾던 리온은 처음, 세븐즈가 자신을 향해 말한 내용을 듣고 거절하려 했다.

그러나, 리온은 수긍하고 말았다. 리온이 간단하게 수긍하자 그 모습을 지켜본 레나드와 칸이 놀란 모습으로 물었다.

당연히, 세븐즈는 일반인이다. 다소 마술에 정통하기는 하나, 특별한 것 하나 없다. 지금 프레이야 근처로 나아간다면 폭주하는 마술에 휩쓸려 시체 하나 남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보게, 리온! 어째서 허락한 건가!”


세븐즈가 결계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칸은 리온에게 물었다. 칸 자신이 보기에도 프레이야의 폭주는 심상치 않다. 지금의 세븐즈가 나아간다면 불과 몇 초가 지나기도 전에 흔적도 없이 사라질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칸의 질문에 레나드 또한 내심 동의하고 있었다. 레나드 자신이 아무리 빠른 속도로 접근하려 해도, 마술들 속에는 빛의 마술도 있었다. 그리고, 그런 마법에 자신이 관통당하는 것이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평범한 세븐즈는 가까이 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


“각오했으니까.”

“각오?”


리온은 세븐즈가 결계 너머로 나아갈 수 있도록, 아주 작게. 결계에 세븐즈가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구멍을 열었다.

그 구멍으로 망설임 없이 나아가는 세븐즈의 앞에는 여전히 프레이야의 몸을 중심으로 나타난 수많은 마술이 사방으로 향하고 있었다.

칸은 세븐즈의 모습을 위태롭게 바라보면서도, 리온의 이야기를 기다렸다. 혹, 리온이라면 다른 무언가를 본 것일까, 가능성을 본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었다.

하지만, 리온이 본 것은 가능성 따위가 아니다. 그저.


“세븐즈가. 그가, 각오한 것. 프레이야의 영혼을 책임지겠다고 각오했어. 그리고, 지금의 눈은 각오를 다진 이의 것.”

“무슨···! 그런 각오 하나로 허락했다는 건가?! 그건, 만용이나 다름없네!”


리온이 세븐즈에게서 본 것은 각오다. 이전, 리온이 부족한 시간 속에서도 세븐즈에게 확인했던 것. 한 여성의, 인간의. 영혼까지 책임을 질 수 있는가.

그 각오에 대한 답으로 세븐즈는 수긍했다. 더없이 각오를 다지고, 자신이 책임을 지겠다고 맹세했다.

그리고, 지금 리온은 그때의 세븐즈를 떠올렸다. 맹세의 눈, 각오의 눈. 그렇다면 리온은 그저, 세븐즈를 위해 길을 열어줄 뿐이었다.


“각오 하나가 아니야. 그에겐 필요한 일이고. 그녀를, 프레이야를 책임지려면 이 정도의 상황은 스스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해.”

“그건···.”


영혼 마법과 연금술. 인간을 벗어난 존재가 된 프레이야. 그녀를 책임지기 위해서 세븐즈는 앞으로 지금 이상의 일을 마주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당장 눈앞에 놓인 상황을 해결할 수 없다면.

리온은 어느 의미로 세븐즈에게 기대하고 있었다. 세븐즈가 자신의 힘으로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고. 그렇게 된다면, 리온 자신도 안심하고. 진심으로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걱정과 한 사람의 기대를 짊어진 세븐즈는 어느새.


“그리고, 봐.”

“···!”


결계 너머를 향해 걸어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수많은 마술을 단 하나도 맞지 않은 체. 프레이야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븐즈를 향해 날아오는 마술은 네 개. 그러나, 네 개의 마술은 세븐즈에게 닿기 직전에 각각의 방향으로 흩어졌다.

의미를 알 수 없는 상황에 칸은 리온을 바라보았다. 리온이 무언가의 간섭을 한 것이 아닌가. 그렇게 의심한 상황이다. 하지만, 리온은 결계 이외의 마법을 사용하지 않았다.

즉, 지금의 상황은 세븐즈가 일으킨 것이다.


“어떻게···. 한 것이지?”

“···혹시, 마술 도구?”

“맞아. 그리고, 지식. 세븐즈는 마술의 지식이 있으니까.”


세븐즈를 향해 날아온 불의 마술은 상성인 물의 마술로, 바람의 마술은 궤도를 예측해 피하고, 번개의 마술은 흙의 마술로 피뢰침을, 중력의 마술은 특유의 발동 흔적으로 피하는 등.

갖은 방법으로 마술들을 단 한 번도 맞지 않고 회피하거나 공략한 세븐즈는 느리기는 하나, 확실하게 프레이야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리온이 결계를 펼친 것은 처음 반응이 늦은 탓에, 방의 입구에서 침대까지라는 거리다. 사실상 방 하나를 차지한 거리에서, 세븐즈는 차근차근. 확실하고도 착실하게 나아가고 있었다.

절대 길지 않은 거리. 그러나, 수많은 마술이 벽이 되어 가로막고 있는 거리.


“프레이야···!”


그 거리를, 자신의 다리로. 자신의 힘으로 나아간 세븐즈는 결국.


- 와락.


프레이야에게 도달했다.

프레이야가 날뛰는 침대까지 도착한 세븐즈는 프레이야를 부르는 동시에 안았다. 그것만으로는 날뛰는 프레이야의 몸을 억누르기에 벅찼으나, 차츰.

조금씩. 아주 조금씩. 프레이야의 힘이 약해지기 시작했다. 사방을 향해 날아가던 마술 또한 서서히 수를 줄여가더니, 어느새 완전히 모습을 보이지 않게 되었다.

칸과 레나드. 주변의 하인들은 숨을 죽이며 프레이야와 세븐즈의 모습을 살폈고, 리온은 혹여나 프레이야가 다시 폭주하면 세븐즈와 격리할 준비를 마친 체 긴장하고 있었다.

그런 주변의 반응에도 불구하고.


“···흑.”


세븐즈의 품에 안긴 프레이야는, 처음은 미약하게. 그러나, 확실한 목소리로. 숨을 겨우 빠져나온 듯한 소리를 내더니.


“로, 로이드···! 으, 으아앙!”


마치 자신이 태어난 순간인 마냥, 목청 높여 울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세븐즈를 마주 안고, 세븐즈의 이름인 로이드를 부른 프레이야의 모습은 아무리 보아도 폭주할 낌새가 보이지 않았다.

겨우 안도한 주변과 달리, 세븐즈는 더욱 프레이야를 안으며 말했다.


“괴로운 경험을 하게 만들었다. 미안하다. 이 사실은 평생을 걸쳐도 지워낼 수 없는 나의 잘못이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내가 있다. 내가 지키겠다. 내가 책임지겠다. 나를 믿으라 하지는 않겠다. 그저, 내 곁에 있어 다오.”


마치, 연인에게 고백하듯.

신에게 죄를 고하듯.

부모에게 어리광을 부리듯.

달콤하고도, 연약하고도, 부드러운 목소리로 프레이야에게 자신의 마음과 각오를 그대로 전했다.


-+-


“···그래서, 칸. 그대는 이번 상황을 어떻게 책임질 생각이지?”


프레이야가 한 차례 목청 높여 운 후. 폭주에 뒤를 이어 안도한 프레이야는 체력을 다한 것으로 다시 침대에 누워 잠자리에 들었다.

그 모습에 세븐즈는 자애가 가득한 웃음을 짓기도 잠시, 뒤에서 자신들을 살피던 이들 중. 칸에게 냉담한 시선을 보내며 물었다.

다만, 프레이야가 깨어나지 않도록 작은 목소리로 물어볼 정도의 이성은 있었다.


“솔직히 말하겠네. 나는 어찌 사과해야 할지 모르겠어. 그러니, 자네가 정해주게나. 어떤 처분이라도 받겠네.”


세븐즈와 마찬가지로 소리를 죽인 체 대답한 칸은 세븐즈와 프레이야에게 고개를 숙였다.

칸의 잘못은 단 하나. 마음의 상처를 입은 프레이야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그저 전체적인 상황을 파악하고자 조심성 없이 그녀의 기억을 떠본 것이다.

그로 인해 프레이야는 아인에게 당한 기억을 떠올리게 되었고, 기억 속에 각인된 고통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되었다.

칸 자신도 잘못을 이해하고 있었기에, 더욱. 칸은 자신에게 내릴 처분을 정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칸은 세븐즈에게 처분을 맡겼다.


“···하아.”


칸의 태도에 한숨을 내쉰 세븐즈는 잠시 눈을 감았다.

세븐즈가 생각하기에, 이번 상황에서 칸은 지나치게 조심성이 없었다. 세븐즈 개인적으로는 프레이야가 다시는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지 않기를 바랐다.

그러나, 프레이야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새로운 육체에 기억은 제대로 되어 있는지, 그 이외에도 문제가 없는지. 언젠가는 물어야 했다.

게다가 칸은 지금까지 자신을 도와준 존재였다.


“알았다. 그럼. 처분을 내리도록 하지.”


눈을 뜬 세븐즈는 머릿속에 자신의 감정을 토대로, 칸의 처분을 정했다.

자신의 처분이라는 말에 칸은 각오를 다진 듯 세븐즈를 바라보았고, 다른 두 사람은 그저 분위기를 읽으며 기다렸다.

그리고, 세븐즈의 입에서 전해진 칸의 처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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