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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양

[Ego] 마지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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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2.19 05:54
최근연재일 :
2021.12.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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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5,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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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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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Ego] 3장 84화

DUMMY

연륜에서 비롯된 중후한 로겐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 직후. 세븐즈는 몇 번째일지 모를 당혹감을 느끼고 있었다.

세븐스타의 거성들이 모인 자리. 세븐스타의 중요한 의제를 두고 논의하는 자리. 그런 자리에, 세븐즈 자신이 있다는 사실이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로겐이 말을 끝낸 직후 굳어진 세븐즈는 몇 번째인지 모를 당혹감 덕분에 재빨리 정신을 차렸다. 정신을 차린 세븐즈가 주변 거성들의 모습을 살피기를 잠시.

어째서인지 거성들 대부분이 세븐즈의 합석을 동의하는 눈치였다. 그 모습에 세븐즈는 조심스레 로겐을 향해 손을 들었다.


“뭐지?”

“로겐 님. 아무래도, 중요한 회의가 있는 모양이니. 저는 이만 돌아보겠습니다.”


세븐즈를 데려온 것은 거성의 아리스였지만, 아무래도 다른 거성들은 모르는 돌발적인 행동이었다. 그렇기에 세븐즈는 회의라는 이유가 있다면 자리를 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예상했다.

일반적으로 중요한 회의에 외부인은 끌어들이지 않는 것은 조직 대부분의 기본 방침. 세븐즈 또한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조금 전 아리스가 자신을 두고 거성과 동급이라 한 이야기가 신경 쓰이고 있었다.

세븐즈가 주변 거성들의 모습에 신경 쓰며, 조심스레 방을 나서려 하자. 자신을 데려온 아리스가 세븐즈를 멈춰 세웠다.


“꼬마. 괜찮으니까, 여기 있어. 조금 전 일도 함께 의제로 내놓을 테니까.”

“그렇군. 꼬마. 아니, 세븐즈 가문의 수장이라면 동석하는 정도라면 괜찮다. 그리고, 아리스. 의제의 선정은 이미 끝났다만.”

“어머. 하지만, 꼬마가 곤란해하고 있어요? 게다가, 브리드의 일인걸요. 완전히 무관계한 것도 아닌 모양이에요.”


아리스는 어째서인지 세븐즈를 회의에 참석시키려 했다. 세븐즈는 거성들이라는 영향력 강한 이들과 한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위압감을 받고 있었기에, 준비가 되지 않은 지금 자리에서는 조금이라도 빨리 빠져나가고 싶은 것이 본심이다.

로겐 또한 아리스의 제안을 일부 긍정하는 것으로, 세븐즈가 거절할 구실이 점차 줄어나가던 중.


“자, 자. 로겐 씨. 아리스 씨. 오히려 두 사람이 로이드 꼬마를 곤란하게 하고 있어요?”

“응? 정말?”

“음. 그런가?”


상황을 지켜보던 아이렌이 로겐과 아리스의 대화를 멈춰 세웠다.

두 사람이 대화를 멈추고 세븐즈의 안색을 살피려 하자, 세븐즈는 오히려 자신의 안색을 살피는 상황에 당황했다. 두 사람의 입장은 세븐스타에서도 거성. 가장 높은 위치다.

일개 하급 귀족에 불과한 세븐즈 가문은 영향력 높은 세븐스타와 비교하면 아무런 직급도 아니다.

그런데도, 두 사람이 세븐즈의 안색을 살피려 하자. 세븐즈는 힘껏 괜찮은 모습을 보일 수 밖에 없었다.


“괘, 크흠. 괜찮습니다.”

“로이드. 정말인가요? 무리할 필요는 없답니다?”

“그래. 이번 회의도 특별히 문제 될 이야기는 없어. 불편하다면 옆 방에서 쉬고 있어도 괜찮으니까.”

“그렇군. 꼬마는 어릴 적부터 몸이 약했었지. 무리할 필요는 없다.”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을 꾸민 세븐즈의 모습에 아이렌이 확인하자, 아리스와 로겐도 세븐즈의 안색을 살폈다.

세븐스타의 거성들이 자신에게 마음을 써주고 있는 상황. 그런 상황 자체가 거북했던 세븐즈는 끝까지 괜찮다는 모습으로 회의에 참여하기로 해버렸다.

세븐즈가 회의에 참여한다고 한 이유 중 하나는 아리스가 문제가 될 이야기가 없다고 한 것과 자신이 문제가 되는 일이 싫은 것이었다.

당사자인 세븐즈가 괜찮다고 말한 덕분에 상황은 빠르게 정리되었다


“그럼, 다시 한번 회의를 진행하도록 하지. 꼬마는 근처에 있는 자리를 사용하면 된다.”

“감사합니다.”


회의의 주체로 보이는 로겐이 어수선해진 상황을 정리하자, 구경하던 다른 거성들도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세븐즈는 로겐이 알려준 대로, 입구 근처에 놓인 자리에서 다른 거성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앉았다.


“그럼, 이번 의제에 들어서기에 앞서. 지난 회의에서 조사를 결정한 사항부터 듣기로 하지. 아이렌. 그대부터다.”

“제가 먼저인가요? 알겠습니다.”


이번 회의의 의제에 들어서기 전. 로겐은 세븐즈가 모르는 지난번 회의를 말하며, 거성들에게 조사한 자료의 발표를 알렸다.

순서로서는 아이렌이 처음이 되었다. 로겐에게 지명된 아이렌은 조금 의외라는 모습을 했지만, 곧바로 자리에 준비된 자료를 읽기 시작했다.


“제가 담당하는 기술 분야에서는 특별히 수상한 움직임은 없었네요. 기껏해야, 기술을 훔치고자 한 가게들이 들어선 정도지만···. 이런 일은 지난번부터 있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지난번과 같은 상황이에요.”

“그런가. 확실히, 그대의 부문에서 문제가 일어난다면 상당히 곤란했을 테니. 다행이군.”

“그렇네요. 평소에도 확실히 관리한 덕분 이려나요? 음, 제가 조사한 상세한 자료는 이미 제출했으니. 그쪽을 확인하시면 될 거에요.”


생각보다 간단하게 끝난 아이렌의 발표를 뒤로, 세븐즈는 어째서인지 자신에게도 전달된 자료를 읽기 시작했다. 자료에는 자신의 부문과 어떻게 조사한 것인지 상세한 내용이 적혀있었다.

세븐즈가 읽은 부분에 해당하는 내용은 담당 부문이 기술이라는 것. 이전부터 일어난 사건의 빈도와 최근 3개월간 일어난 사건의 빈도 비교 등. 간단하게 본 것만으로도 무언가를 찾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자료에 흥미를 느낀 세븐즈는 기밀정보라는 생각이 든 동시에, 자료의 변화가 신경 쓰이고 있었다.

다만, 세븐즈가 더욱 자세한 내용을 읽기 전. 로겐의 목소리로 인해 정신을 차린 세븐즈는 회의 내용 자체에 집중하기로 했다.


“갈렌. 그대 차례다.”

“음, 나름대로 조사는 해봤지만 말이지. 우리 쪽 녀석들은 별다른 낌새를 못 느낀 모양이야.”

“낌새를 못 느꼈다?”

“그러니까···. 뭐라고 할까. 우리 쪽에 속해 있는 녀석들에게 나름 수소문했는데, 외부에서 들어온 녀석들이 많았던 것 말고는 이상한 점을 모르겠다던데. 외부에서 들어온 녀석들도 대부분 일을 위해서 들어온 거고, 이쪽으로 들어왔으니까. 별로 위험하지는 않아.”

“그런가. 지난번보다 인원이 늘었나. 확인에서는 갈렌을 믿고 있다.”

“그거 감사.”


갈렌이라 불린 남자는 로겐에게도 가벼운 모습을 보이면서 조사한 내용을 발표했다. 갈렌이 담당하는 부문은 인력. 세븐스타로 들어온 노동력을 관리하는 부문이었다.

세븐즈에게 배분된 자료에는 최근 3개월간 사람의 흐름. 특히, 항구 등을 이용해 외국에서 들어온 사람의 움직임이 자세하게 적혀 있었다.

더욱 자세한 인구에 관해서는 추가 자료라는 말이 적혀있었기에, 세븐즈는 거성들이 상당한 조사를 했다는 사실만 알 수 있었다.

여전히 어째서 이런 조사를 하고 있는지는 모른 체, 세븐즈가 자료 읽기를 멈춘 순간.


“미르. 그대의 차례다.”

“꿀꺽.”


로겐에게 미르라 불린 여성이 먹고 있던 빵을 삼켰다.

미르라는 여성은 세븐즈가 방으로 불린 직후부터 계속해서 무언가를 먹고 있었다. 지금은 빵이었지만, 세븐즈가 처음 본 상황에서는 무언가의 고기 꼬치였다.

빵을 삼킨 미르는 입을 열어, 다른 거성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조사한 내용을 발표했다.


“식료 쪽은 비슷해. 다만, 밖으로 나가는 양이 늘었어.”

“요리의 이야기인가? 아니면, 식재료 그 자체의 이야기야?”

“식재료의 이야기. 그것도, 오래 보관할 수 있는 것 위주로.”

“그렇구나. 고마워, 미르.”

“응.”


미르의 발표를 들은 아리스가 도중에 궁금해진 사실을 물어보자, 미르는 상관없다는 듯 간단히 대답했다.

미르의 이야기를 들은 로겐은 얼굴을 찌푸리더니.


“흠. 덧붙여서, 어느 쪽이지?”

“왕국.”

“그런가.”


얼굴을 찌푸린 로겐이 식료품을 사들이는 국가가 어느 곳인지 물어보자, 자료의 내용을 기억하고 있던 미르가 곧바로 대답했다. 그 대답에 로겐은 더욱 얼굴을 찌푸렸다.

이번 이야기의 흐름을 들은 세븐즈는 문득, 왕국의 상황을 떠올렸다. 마술 협회의 실종자. 그 외에도 왕권 계승 문제로 한껏 혼란스러운 상황. 그런 상황에서 식료품이 필요하다는 것은 외부에서 보는 것보다 심각한 상황일지도 모르는 것이었다.

세븐즈는 왕국의 위험도를 재차 생각하며, 회의에 집중했다. 우연히 함께하게 된 회의라고는 하나. 현재 세븐즈에게 무척이나 중요한 정보가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프루디. 그대의 차례다.”

“제 차례입니까. ···제가 담당하고 있던 생필품은 평소에도 많은 매출을 보였습니다, 만. 이번에는 상당한 추세입니다.”

“그것도 왕국인가?”

“아니요. 주로 제국입니다. 다만, 그것과 비슷하게 왕국. 평원에서의 매출도 상당히 활발합니다. 특히, 제국에서의 매출은 작년 대비 4할이나 증가했군요.”

“제국이라? 배타적인 자세를 유지하던 제국에서 늘어난 건가···.”


생필품은 사람이 생활하는 데에 있어서 필수적인 물건을 통칭하는 말이다. 그리고, 프루디가 담당하는 분야가 생필품. 그렇기에 프루디의 조사 결과는 대략적으로나마 주변의 상황을 알 수 있는 지표가 된다.

프루디가 조사한 최근 3개월의 판매량과 수출량은 지난 해 같은 시기와 비교해서 명백히 이상한 수치를 보이고 있었다.

특히, 제국의 경우는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양 이상으로 수입한 것이다. 최근 3개월간 특별한 일이 없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무언가의 이유로 소모 속도가 늘어났다는 것이 된다.

칸과 리온 일행의 이야기로 인해 제국의 상황을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던 세븐즈도 실질적인 수치를 확인하자, 예상 이상의 영향에 다소 놀란 모습을 보였다.

세븐즈가 자료를 확인하며 조금 놀란 모습을 보인 순간, 아주 짧은 순간을 놓치지 않고.


“꼬마. 뭔가 알고 있는 게 있는 건가?”


로겐이 세븐즈에게 물었다. 로겐이 세븐즈를 향해 물어본 것은 단순히 세븐즈가 자료를 읽는 순간 반응했기 떄문이다.

다만, 로겐과 세븐즈의 거리는 원형 책상의 정반대. 세븐즈의 반응은 조금 표정 관리를 놓친 것뿐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들킬 정도의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로겐은 프루디를 바라보던 중에도 세븐즈의 사소한 반응을 확인했다. 세븐즈는 내심 로겐의 실력에 놀라면서, 주변의 분위기를 살폈다.


“···알고, 있는 정도는 아닙니다.”

“그런가. 그래도,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 알려줄 수 있다면 알려주었으면 하는군.”


로겐의 발언 탓인지, 다른 거성들도 세븐즈의 반응을 파악한 것인지. 전원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에 세븐즈는 이야기할 수 있는 정보를 머릿속으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아, 무조건 알려줄 필요는 없다? 꼬마도 일단, 수장이라는 위치니까. 곤란한 건 숨겨도 괜찮아. 우리 거성들은 꽤 유능하니까.”

“아리스 씨. 그거,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는 협박 아닌가요?”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아리스. 뭐어, 하지만. 대부분의 일은 며칠 이내로 파악될 테니까. 큰 차이는 없으려나.”


생각을 정리하는 세븐즈의 안색을 읽은 듯한 아리스가 나름대로 조언을 건네주었지만, 아이렌과 갈렌에게 한 소리를 듣는 결과가 되었다.

아리스는 세븐즈가 귀족이라는 점과 가문의 수장이라는 입장을 고려한 것이었다. 아이렌의 경우는 아리스가 한 말의 허점을 짚고, 갈렌의 경우는 아리스의 말을 다시 한번 정리해서 세븐즈의 부담을 덜어주었다.

세븐즈 자신에게 부담을 최소한으로 만들어주려는 거성들의 모습을 본 세븐즈는 그것이 진심에서 비롯한 배려인지. 무언가의 이익을 위한 행동인지 알 수 없었다. 동시에, 그들의 행동이 이타적인 모습이라 하더라도 별다른 손해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오히려,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그들에게 정보를 완전히 공개하는 편이 신용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조금, 길어질 듯하니 간단하게 설명해도 괜찮겠습니까? 자세한 이야기는 훗날, 정리해 다시 전해드리겠습니다.”

“좋다, 지금 이 자리에서 전할 수 있는 정도라도 상관없으니, 이야기해주기를 바라지.”


세븐즈가 생각을 고친 모습을 곧바로 파악한 로겐은 간략히 설명하는 것을 허락했다. 본래 발표에서 다음 차례이던 거성들도 세븐즈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집중하기 시작했다.

거성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집중한다는 상황에서, 세븐즈는 한 차례 숨을 가다듬고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자신의, 브리드의, 리온 일행이 왔을 무렵의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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