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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양

[Ego] 마지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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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2.19 05:54
최근연재일 :
2021.12.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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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5,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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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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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Ego] 3장 81화

DUMMY

세븐스타.

세븐스타는 힐튼의 중심부, 아그리차에 본 거점을 두고 있다. 조직의 구성은 일반적인 상인들의 조직과 크게 다른 점은 없다. 다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을 뿐.

세븐스타는 힐튼의 정통 왕가가 인정한 조직이다.


“그렇기에, 대대적인 활동이 가능한 것이지. 오히려 왕가가 인정할 수밖에 없도록 세븐스타가 뒷공작을 펼친 게 아닐까 하는 이야기도 있었던 것 같은데.”


세븐즈의 진실인지, 정확한 사실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왕성 대서고에 남은 기록에 따르면. 현 힐튼 왕가는 세븐스타를 정식 조직으로 인정했다. 또한, 그들에 관해서 힐튼의 전속 상인이라는 명칭까지 사용한 기록이 있었다.

그렇다고는 하나 세븐스타의 국가적인 취급은 단순한 상회다. 기록으로 남은 전속 상인은 어디까지나 명칭이라는 것이 밝혀졌고, 특별한 취급을 부여하는 순간 다른 상회와 마찰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국가가 인정한 상회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세븐스타는 다른 국가에 마저 상당한 영향력을 펼칠 수 있었다.

일개 상회가 국가 방침에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의 크기. 그런 힘을 지닌 상회가, 세븐스타다.


“그런 것보다, 이번 사건을 어떻게 보고해야 하는지가 관건이군.”


세븐즈는 마차의 안에서 보고에 관해 생각하고 있었다.

세븐스타의 영향력과 힘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세븐즈에게는 보고와 대응의 문제가 더욱 크게 다가오는 일이기 때문이다.

세븐스타의 본 거점인 상회 건물의 왕도에 있다. 그것도 왕성에서 그리 멀지 않은 위치다. 그것만으로 세븐스타가 왕가에 미치는 영향을 알 수 있을 정도이지만, 세븐즈에게는 그저 생각할 시간이 적다는 감상이 전부였다.

세븐즈가 자신의 담당인 항구의 사건을 한 차례 정리할 무렵, 솜씨가 좋은 마부 덕분에 마차는 손쉽게 세븐스타의 건물로 도착했다.


“도착했습니다.”

“···알겠다.”


마부의 안내에 세븐즈는 정신을 되찾고 마차에서 내렸다. 마차는 세븐스타 건물의 입구 부근에 도착했으며, 세븐즈를 내리고는 곧바로 상회 건물의 마구간으로 향했다.

세븐즈는 마차가 건물로 들어서는 모습을 확인도 하지 않고, 곧장 건물의 입구. 정문을 열고 상회로 들어섰다.

상회의 건물은 세븐스타의 입지와 힘을 보여주듯이 주변 건물과 상회에 비교해도 상당한 크기의 건물이었다.

전체적인 크기로는 대형 상회 건물의 두 배. 단순히 크기만 큰 것이 아닌, 건물의 디자인과 관리에도 뛰어난 모습을 보였다.

커다란 건물이면서, 주변 건물과는 다른 디자인의 모습 덕분에 주변에는 항상 구경꾼들이 넘치고 있었다. 구경꾼 외에도 상회 자체에 흥미를 느낀 자. 혹은 상회에 용건이 있는 이들로 인해 상회 근처 거리는 언제나 북적인다.

그 덕분에 세븐즈는 상회 건물을 차분하게 관찰한 적이 별로 없었다.


“어서 오십시오.”


세븐즈가 입구를 넘어서자, 내부에서 기다리던 직원들이 세븐즈를 반겨주었다. 직원들의 인사에도 세븐즈는 차분히 내부의 모습을 둘러보았다.

상회 내부의 모습은 외부에서 본 것과 마찬가지로 상당히 넓었다. 입구에서 먼저 마주하는 것은 고급 소파가 늘어진 장소. 그 너머로는 직원들이 기다리는 접수 장소였다.

접수 장소에서 용건을 알리고, 고급 소파에서 적당히 기다리는 듯한 모습에 세븐즈도 접수 장소로 향했다.

세븐즈가 접수 장소로 향하자. 접수 장소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직원이 예의를 차린 모습으로 세븐즈를 맞아주었다.


“세븐즈님, 오늘은 어떤 용건입니까?”


아무 말 없이 접수 장소로 향한 세븐즈는 직원이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다는 사실에 조금 놀랐다. 세븐즈는 귀족이긴 하지만, 그리 높지 않은 위치다. 자신의 영지를 벗어나면 제대로 된 귀족 취급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았다.

그런데도, 직원은 한눈에 세븐즈가 귀족이라는 사실과 자신의 가문을 맞추었다.


“흠···.”


세븐즈는 직원의 눈썰미에 놀라움과 감탄을 품으며, 용건을 건네기에 앞서 조금의 대화를 나누어보기로 했다.


“나를 알고 있나?”

“알고 있습니다. 세븐즈 가문은 이전부터 세븐스타와 왕족의 관계 유지에 상당히 이바지한 가문이니까요.”


세븐즈의 질문에 가문 명 이상의 정보를 알려준 직원은 어딘가 자랑스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그 모습에 세븐즈는 직원이 자신을 알 수 있었던 이유를 깨달았다.

세븐즈 자신이 아닌, 세븐즈 가문. 세븐즈 가문은 직원의 말과 같이 이전부터 왕가와 세븐스타를 이어준 가문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최근 100년 사이에는 왕가와 세븐스타의 관계가 악화한 적이 없다.

세븐스타와 왕가의 의뢰를 받은 것도 11년 전이 마지막. 지금에서는 기록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직원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역시, 세븐스타에는 인재들만 모이는 듯하군.”

“감사합니다.”


최근 10년 사이 소홀한 세븐즈 가문의 의뢰와 본래의 목적. 그것을 알고 있다는 것은 직원인 그녀가 최근 몇 년의 자료까지 파악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 사실을 눈치챈 세븐즈는 역시 세븐스타의 직원이라 칭찬하고, 직원인 그녀는 세븐스타를 칭찬하는 말에 조심스레 감사를 표했다.

세븐스타의 인재 육성이 뛰어난 것인지, 인재를 재빨리 채어가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녀와 적당한 대화를 나누었다 생각한 세븐즈는 본래 용건을 전하기로 했다.


“내 담당에 관한 이야기다. 가능하다면, 안쪽의 응접실을 이용하고 싶다만.”

“알겠습니다. 곧바로, 사용 가능한 응접실의 확인과 담당자를 호출하겠습니다. 확인과 호출까지 몇 분이 걸릴 것으로 생각됩니다. 죄송합니다만, 잠시만 기다려 주실 수 있겠습니까?”

“알겠다.”


본래의 용건을 알리기 위해 내부 응접실의 대여를 부탁하자, 직원은 신속히 절차를 확인하고 세븐즈의 관리 담당자를 호출했다.

직원은 신속하게 세븐즈의 용건에 응하기 위해 움직였지만, 귀족인 그를 기다리게 한다는 것에 사죄했다.

세븐즈는 빨리 돌아가고는 싶었으나, 특별히 급한 일이 없었기 때문에 별달리 내색하지 않고 고급 소파에 몸을 놓으며 담당자를 기다렸다.

고급 소파에 앉은 세븐즈가 소파 가죽의 질감을 느끼며 휴식을 즐기기를 잠시. 시간으로는 찰나. 접수 장소에서 한 남성이 세븐즈를 향해 다가왔다.


“기다리시게 하여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세븐즈님의 담당인 벡터라고 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래, 알겠다.”


세븐즈에게 자신을 벡터라 소개한 남성은 세븐즈보다 많은 나이로, 외견으로만 본다면 귀족인 세븐즈의 집사가 더욱 어울릴법한 모습이었다.

그는 세븐즈에게 자신을 소개하기도 전에 귀족을 기다리게 한 사죄를 전하고, 자신의 소개가 끝난 직후. 준비된 응접실로 세븐즈를 안내하기 시작했다.

자신 스스로 귀족이라는 것을 내세울 생각이 없는 세븐즈는 지나치게 진중한 벡터의 성격에 조금 질리면서도, 성실하다는 생각으로 벡터의 첫인상을 새겼다.


“이쪽입니다.”


벡터의 안내로 들어선 방향은 접수 장소의 너머. 직원들이 경비를 서고 있는 복도를 지나, 늘어선 방문을 몇 개 지난 후. 벡터는 그중의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세븐즈가 복도를 지나며 확인한 방문의 개수는 열. 그 모두가 닫혀 있었다. 밖에서 확인한 모습에서 건물의 대략적인 구조를 떠올린 세븐즈는 지금 지나온 복도를 확인하고, 이 복도는 응접실이 늘어선 구조라는 것을 이해했다.

접수 장소에는 다양한 방향으로 향하는 복도가 나뉘어 있었으며, 그중 가장 넓은 복도는 다시 한번 위층으로 향하는 계단과 복도가 있었다. 세븐즈는 그곳이 세븐스타 상회 건물의 중심이라 예상했다.

벡터가 안내한 방으로 들어선 세븐즈가 마주한 것은 다소 좁은 구조의 공간. 늘어 놓인 것은 고급스러움이 과하지 않고, 부족하지도 않은 책상과 의자. 그 외에는 옷을 거는 옷걸이와 다과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서랍이 전부였다.


“이곳은?”

“소수로 방문하신 귀족분에 대응하기 위한 응접실입니다. 방이 협소한 것은 죄송합니다. 다만, 방과 방 사이의 거리가 멀기에 외부로 소리가 새어나갈 일은 없습니다.”


좁아 보이는 방에 들어선 세븐즈가 벡터에게 묻자, 벡터는 장소를 설명했다. 세븐즈가 벡터 자신을 부른 것은 담당의 일. 세븐스타에서 영지를 지닌 귀족의 담당 일이라 하면, 하나밖에 없다.

담당 영지의 내부에서 일어난 상업적인 일. 혹은 상업적인 일로 생겨난 문제. 이 두 가지가 세븐스타를 찾는 대부분의 일이었다.

간혹 일부 귀족이 세븐스타에게 사업을 제안하는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물기에 벡터는 세븐즈의 방문의 이유를 두 가지 중 하나라 판단한 것이다.

세븐즈는 벡터의 설명으로 자신의 용건을 이해했다는 것을 알았다. 다만, 정확히 말하자면 상업적인 일로 생겨난 문제의 후속 처리와 그에 따른 상세한 보고가 용건이었다.


“그런가. 이해하고 있다면, 이야기가 빠르겠군.”


벡터가 문을 닫고, 외부로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마술 도구를 작동하는 모습을 확인한 세븐즈는 즉시 용건을 이야기하기로 했다.

세븐즈가 이야기를 시작하고 조금. 벡터는 서랍에서 꺼낸 종이에 내용을 받아 적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던 세븐즈는 조금 인상을 찌푸릴 뿐, 이야기를 이어갔다.

세븐즈의 이야기는 지금까지의 흐름을 간략하게 설명한 것이다. 자신의 담당, 항구에서 불법 조직이 발견되었다. 불법 조직을 해결하기 위해 외부의 인물인 용병을 이용, 그 덕분에 거점을 몇 개 처리. 하지만, 조직의 규모가 크고 뿌리가 깊기에 후속 처리에 도움을 요청.

라는 것이 세븐즈의 이야기 흐름 설명이다. 정확한 내용과는 다르지만, 틀리지는 않은 세븐즈의 설명에 벡터는 묵묵히 종이를 작성해나갔다.

이윽고 세븐즈의 설명이 끝나자.


“그렇군요. 불법 조직, 처리. 수고하셨습니다.”


벡터는 진심으로 수고를 표하듯 머리를 숙였다. 갑작스럽게 벡터가 고개를 숙이자, 맞은편에 앉은 세븐즈는 놀라기 이전에 당황했다.

벡터가 머리를 숙이는 이유를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세븐즈 자신이 직접 나선 것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설명에서도 외부 조직인 리온 일행의 도움을 많이 받은 것으로 설명했다.

실제로, 세븐즈는 칸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무력 방면으로는 리온과 레나드가 나섰기에 거점을 무너뜨릴 수 있었다.

그런데도, 벡터는 세븐즈에게 머리를 숙였다.


“무슨 일이지? 벡터, 자네가 머리를 숙일 일은 없을 텐데.”


우선 벡터가 머리를 숙인 이유를 듣고자 생각한 세븐즈는 자신의 속마음을 덮은 체, 벡터의 진의를 물었다.

세븐즈의 목소리에 겨우 고개를 든 벡터는 잠시 말하기를 머뭇거리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본래, 불법 조직은 저희 세븐스타가 담당해야 합니다. 세븐스타는 힐튼의 왕가에게 인정받은 상회. 국가의 대표 상회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일개 조직이 힐튼에 땅을 밟은 것. 또한, 세븐즈님의 영지에서 횡포를 부린 것. 전부 저희의 실수라 할 수 있습니다.”


벡터의 이야기를 들은 세븐즈는 잠시, 목 아래까지 치솟은 말을 담아두었다. 한순간 쏟아질 뻔한 이야기를 담아둔 세븐즈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세븐즈의 맞은편에 앉은 이. 벡터의 첫인상은 성실. 세븐즈가 판단하기에, 성실함은 좋다. 다만, 지금처럼 지나치게 올곧은 것은 좋지 않았다.

벡터의 이야기는 자신이 소속된 상회에 자부심을 나타낸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의 이야기가 진실에 가깝다고는 하나. 결코, 진실은 아니다.

불법 조직이 힐튼에 들어선 것은 어디까지나, 힐튼의 문제다.


“벡터.”

“예.”


잠시 마음을 가라앉힌 세븐즈는 한 차례 생각을 마친 후, 벡터에게 말을 걸었다. 벡터는 무언가 착각을 한 것인지, 각오한 눈빛으로 세븐즈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모습에 세븐즈는 미처 참지 못한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어나갔다.


“자네의 사죄는 받을 수 없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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