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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양

[Ego] 마지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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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흑산양
작품등록일 :
2021.02.19 05:54
최근연재일 :
2021.12.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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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5,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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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2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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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Ego] 3장 80화

DUMMY

- 똑똑.


마차의 흔들림과는 다른 소리가 울리자, 흔들리는 마차에서 한참이나 종이를 보던 세븐즈의 시선이 창가로 향했다.

곧이어 마부석에서 들린 마부의 목소리에 세븐즈는 목적지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군.”


마차에 들어선 이후로도 간단한 서류를 정리하던 레나드는 자신이 예상한 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사실에 놀랐다.

본래 브리드에서 아그리차까지는 반나절이 더 걸리는 거리다. 그러나, 세븐즈가 주변을 둘러보기에는 아직 해가 떠 있는 시간대였다.

세븐즈의 의문은 마부석까지 들려버린 듯, 마부가 간단하게 답을 알려주었다.


“오늘은 길의 상태도 좋았고, 말의 상태도 좋았기 때문에 평소보다 빨리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그런가.”


마차의 크기는 귀족의 것이라는 이유도 있었기에 상당한 크기다. 일반적인 마차와 비교해도 큰 세븐즈 가문의 마차가 다닐 수 있는 길은 극히 일부의 길이다. 그리고, 보통 그런 길은 도로의 폭이 넓은 대신 한참을 선회하게 되어있다.

만일 평범한 여행자가 다니는 길을 이용했더라면, 시간을 두 시간이나 줄일 수 있을 정도다. 또한, 사람들이 자주 이용하지 않기에 길이 다듬어지지 않은 상황이 많다.

평소와는 달리 길의 상태가 좋다는 이야기를 들은 세븐즈는 혹시나 마부가 시간을 앞당기기 위해 무리를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 정도로 이용되지 않는 도로이기 때문이다.


“무리한 것은 아니라는 것인가?”

“예. 길의 상태를 보아선, 최근까지 아그리차로 향하는 마차가 많았던 모양입니다.”


마부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제 생각을 말했다. 그 모습에 세븐즈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귀족의 마차가 다니는 길은 국가에서 지정한 길이다. 귀족의 마차가 다닐 수 있도록 상당한 폭의 길을 정비한 것이며, 일반적인 여행자들은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사용하지 않는다.

평소라면 이용객이 별로 없는 탓에 울퉁불퉁할 길이, 다듬어진 상황. 게다가 직접 도로를 확인한 마부의 예상으로는 많은 수의 마차가 원인이라 예상했다.

브리드에서 아그리차로 향하는 마차. 보통이라면 귀족. 혹은 여행자. 하지만, 여행자들은 자신들만의 길을 이용한다. 귀족은 동시에 운용하는 마차의 수가 적다. 즉, 떠오른 두 경우 모두 마차가 많이 다닐 이유는 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두 가지 경우가 아닌 다른 하나의 가능성. 생각을 정리하던 세븐즈는 마지막 경우를 떠올렸다.


“상단인가?”

“발자국도 상당수 있었으니, 호위를 포함한 상단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렇군.”


상인들이 모여서 물건을 옮기는 경우. 이 경우 상인들은 자신들이 옮기는 물건 때문에 넓은 길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여행자들이 이용하는 길은 좁고, 무엇보다 안전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상단 무리가 지나갔다면 조금 정도 길이 다듬어질 수 있다. 그들은 안전을 위해, 확실한 길을 선택하고 천천히 나아가기 때문이다.

다만, 상단이라는 이야기에 세븐즈는 오히려 의문이 깊어졌다.


“다만, 최근 이 주일간 사이에 브리드에서 상단이 나선 적은 없다고 알고 있다만.”


세븐즈 가문이 담당하고 있는 구역은 브리드. 그중에서도 항구의 일각이지만, 브리드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일에 관해서는 세븐즈도 관여하고 있다.

특히나 도시에서 상단이 나서는 경우는 항구에까지 영향이 미치기 때문에 세븐즈가 모를 수 없다. 대부분은, 항구를 방문한 상단이 나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마부의 이야기를 들은 세븐즈는 최근 한 달간 브리드를 나선 상단을 떠올렸다.


“자료가 있었군.”


상단이 도시를 나서기 위해서는 다양한 절차가 필요하다. 많은 물자와 인구를 움직이기에, 그로 인한 혼란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그들의 움직임을 대략이나마 파악하기 위해서다.

그렇게, 세븐즈가 찾은 몇몇 상단 중에서도 조건에 부합하는 상단은 단 하나. 브리드를 나선 상단은 생각보다 많았지만, 아그리차 방면으로 나선 상단은 하나가 전부였다.


“「천의 물건」이라는 상단이 나선 시기가 3주일 전. 그 정도의 기간이라면, 남은 흔적이라 생각할 수 있나?”


세븐즈가 찾은 상단 중 「천의 물건」이라는 상단은 최근 한 달간 브리드를 나섰으며, 아그리차 방면으로 향한 상단이었다.

다만, 떠난 기간은 3주일 전. 그 기간이라면 길의 상황과 날씨에 따라서는 아슬아슬한 정도로 흔적이 남을 수 있었다. 세븐즈가 최근 날씨를 떠올리려 하자, 이야기가 들린 것인지 마부가 한 가지 정보를 알려주었다.


“일주일 전에는 거센 비가 왔었습니다. 그러니, 저 흔적은 그 이후로 다닌 상단의 흔적이 아닐까 합니다만.”


세븐즈의 이야기를 들었다기보다는 떠오른 정보를 중얼거린 말. 단순히 마부가 떠올린 정보를 들은 세븐즈는 조금 전의 예상을 뒤엎을 수밖에 없었다.

「천의 물건」이 길을 지난 것은 2주일 전. 일주일 전에 거센 비가 왔다면, 그 사이에 있던 흔적들은 완전히 사라지기 때문이다.

더욱더 의문만 깊어지는 일을 찾아버린 세븐즈는 귀찮음과 혼란이 뒤섞인 감정을 느끼며, 가능한 많은 정보를 떠올리고 있었다.

브리드와 힐튼의 왕도인 아그리차 사이에 나타난 불명의 상단. 정체를 모르는 채로 놔두면 곤란한 일이 생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세븐즈가 마차의 흔들림도 잊을 기세로 생각을 반복할 무렵.


“주인님. 곧, 관문으로 들어섭니다.”


마부석에서부터 마부가 아그리차의 도착을 알렸다.


“알겠다. 준비하지.”


왕도인 아그리차는 성문의 경비도 상당한 수준으로, 들어서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신분 확인이 필요하다. 그리고, 신분 확인은 귀족인 세븐즈 또한 마찬가지였다.

세븐즈는 잠시 생각하던 것을 놔두고서, 자신의 신분을 증명하기 위한 물건들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


“어디로 갈까요.”


아그리차의 성문을 아무런 문제 없이 통과한 세븐즈는 우선 왕성으로 향하기로 했다.

왕도인 아그리차는 상당한 규모의 도시로, 힐튼 제일의 크기를 자랑하고 있다. 중앙에서 조금 서쪽으로 향한 방향에는 도시의 모든 방향에서 볼 수 있는 커다란 왕성이 있다. 세븐즈의 용건은 둘. 세븐스타의 방문과 이번 사건을 왕성에 보고하는 것이다.

마부가 마차를 이끌 방향을 묻자, 세븐즈는 자신의 용건을 떠올리며 간단하게 끝나는 일을 우선하기로 했다.


“우선, 왕성으로 향하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중앙 도로를 이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왕성의 일은 이번 사건의 보고. 보고 자체는 담당 귀족에게 편지를 전하는 것만으로 끝난다. 정식 보고는 훗날 왕성에서 알리는 일정에 전하는 것으로, 이번에는 정식 보고를 위한 사전 보고라고 할 수 있었다.

세븐즈는 왕성으로 향하는 마차에서 창문을 통해 왕도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왕도는 힐튼의 중심지. 당연하게도 힐튼에서 제일로 발전한 모습과 넘치는 활기를 띠고 있었다.

지나다니는 백성들의 모습에서 조금의 그늘도 없고, 오롯이 즐거움. 세븐즈 가문과 아일 가문이 함께 관리하고 다스리는 브리드에서도 보이는 모습이다.

그러나, 왕도를 거니는 이들의 모습에는 조금 다른 점이 있었다.


“···여유인가.”


한참 모습을 관찰하던 세븐즈는 곧바로 자신의 예상을 중얼거렸다. 주변 백성들은 웃고, 즐거운 모습을 하는 것에 비해. 주변 모습을 찬찬히 둘러보고 있었다.

브리드의 주민들은 웃고 있었지만, 주변을 둘러보지 않았다. 또한, 왕성의 백성들은 웃음을 짓고 있지 않은 이들에게서도 넘치는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단순한 여유로움, 삶의 여유, 자본의 여유, 환경의 여유. 이유가 될 수 있는 것은 다양하게 떠올랐지만, 세븐즈는 어째서인지 그중에 정답이 있다고 생각할 수 없었다.


“아직, 한참 배워야겠군.”


자신의 부족함을 다시 한번 체감한 세븐즈는 아쉬움을 느끼며, 다음에는 정답을 찾아내겠다는 생각을 했다. 동시에, 브리드의 주민들 또한 왕도의 백성 못지않은 여유와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는 꿈 아닌 꿈을 정했다.

세븐즈가 창문 밖의 모습을 보며, 잠깐의 꿈을 꾸는 동안. 마차는 아그리차의 중앙 도로를 다니며 왕도의 중앙. 왕성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왕도에는 힐튼의 중요 건물인 왕성이 있다. 그렇기에 아그리차의 치안과 병력은 다른 도시에 비할 수 없는 정도다.

안전으로는 국가 제일의 도시. 그렇기 때문인지, 왕도에는 다양한 건물과 협회들이 들어서 있었다.

마침 창밖을 보던 세븐즈의 시선 끝에 하나의 건물이 들어왔다. 눈에 들어온 건물을 눈치챈 세븐즈는 지나는 모습 그대로, 건물을 관찰했다.


“세븐스타도 관여하고 있는가. 아니, 있겠지.”


국가의 이야기에 일개 상회가 끼어든다. 그런 이야기는 본래라면 있을 수 없지만, 힐튼의 경우는 다르다. 국가와 견줄 정도로 거대하며, 힐튼이 성장하며 다양한 헌신을 해온 세븐스타는 어느덧 국가 일부가 된 것이다.

힐튼 또한 세븐스타는 하나의 국가 조직으로 상대하고 있기에 왕과 세븐스타 사이의 관계는 생각 이상으로 가까운 거리였다.

그리고, 그런 세븐 스타와 왕의 사이를 잇는 위치라는 것이 세븐즈 가문의 직책이다. 지금에서는 명분만이 남은 직책이지만, 예전부터의 관례라는 것으로 세븐즈 가문은 아주 가끔 둘 사이의 일을 이어주기도 한다.

지금은 왕가의 일보다 세븐스타의 일이 더욱 많으며, 그마저도 마지막 일이 11년 전. 세븐즈가 수장이 되고서는 단 한 번도 없었다.


“거성들은···. 없겠지.”


세븐스타의 특징으로는 대표가 7명이라는 것이다. 모두가 각 부문의 대표이며, 그들은 거성이라 불린다. 7명의 별. 그렇기에 세븐스타. 세븐스타가 창립된 이래 이어진 명칭이라고 한다.

세븐즈는 왕성의 일을 앞두고, 세븐스타의 일을 걱정했다. 왕성의 일 자체는 편지만 두는 것으로 끝난다. 하지만, 세븐스타의 경우는 귀찮은 일에 얽힐지도 모르는 것이다.

다행이라면 거성인 7명의 별은 모두가 바쁘므로, 본 거점인 아그리차에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해가 지기 전에 돌아가고 싶군.”


창밖으로 보던 왕성이 가까워지던 중. 문득 세븐즈는 떠오른 감상을 중얼거렸다.


-+-


“세븐즈 가문에 로이드 세븐즈입니다. 담당 지역에 관해 보고를.”

“예. 그럼, 일련의 서류를 부탁드립니다.”


왕성에 도착한 세븐즈는 마차의 관리를 마부에게 맡기고, 본인은 왕성으로 들어섰다.

왕성은 기본적으로 출입이 제한되어 있지만, 일부 구역은 모든 백성에게 열려 있기도 하다. 그 이외에도 귀족이나 상인 등. 왕성에 용무가 있는 이들을 위해 정문 방향에 있는 안내실에서 정확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세븐즈가 우선해서 방문한 곳은 안내실. 세븐즈 또한 귀족이지만, 1년에 한 번 있는 정례 보고의 날이 아닌 날의 보고는 항상 안내실을 통한 절차가 필수였다.


“서류는 받았습니다. 안내는 어디로 해드리면 되겠습니까?”

“저택으로 부탁합니다.”


담당 인물 또한 귀족. 그렇지만, 귀족의 장남이 아닌 대를 잇기 어려운 셋째 이하의 자식이다.

같은 귀족의 처지이긴 하나, 본래 계급을 따진다면 세븐즈가 수장이기에 높은 위치다. 그런데도 세븐즈는 안내인인 그와 마찬가지로 존대를 하며 시선을 맞추고 있었다. 그 탓인지 안내를 하는 귀족의 눈빛도 상냥한 듯했다.

정식 보고를 위한 절차는 생각 이상으로 간단하다. 세븐즈가 안내인에게 서류를 건네면 끝이다. 남은 것은 왕성에서 내려지는 안내를 기다릴 뿐. 다만, 안내가 내려오는 것은 한참이나 뒤가 되어야만 한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세븐즈는 안내를 기다리지 않고, 정식 보고의 편지는 저택으로 부탁했다.

이야기를 끝마친 세븐즈는 안내인에게 실례가 되지 않게, 인사를 끝마치고 왕성을 나서 마차가 있을 방향으로 나섰다.


“이번에는 어디로 모실까요.”


세븐즈의 예상대로, 정문에는 어느새 세븐즈 가문의 마차가 있었다. 마부 또한 세븐즈 가문에 오랜 경험을 쌓았기에, 일이 빨리 끝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 목적지를 묻는 마부의 말에 세븐즈는 잠시 숨을 가다듬고, 목적지를 말했다.


“세븐스타의 건물로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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