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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스몽키님의 서재입니다

주인공의 여동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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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스몽키
작품등록일 :
2019.03.02 17:12
최근연재일 :
2019.03.02 17:23
연재수 :
1 회
조회수 :
666,486
추천수 :
32,509
글자수 :
2,637

작성
19.03.02 17:23
조회
31,540
추천
892
글자
6쪽

0. 프롤로그

DUMMY

큰오빠가 실종된 날, 난 오빠가 돌아오기만 한다면 식물인간이 되어 평생 보살펴도 좋다고 생각했다.


작은오빠가 출근할 때마다 난 오빠가 각성만 한다면 몇 년이고 뒷바라지 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막내오빠가 눈을 떠주기만 한다면, 의식만 되찾아준다면 그간의 노고는 싹 잊혀지고 마냥 행복할 줄 알았다.


절대 이루어질 것 같지 않던 일들이 모두 이루어졌다. 이제 행복할 날만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웬걸.




“아이고, 우리집 가장 오셨는가. 나 이거 사고 싶은데 10만원만.”


보름 넘게 감지 않은 떡진 머리로 귀여운 척하는 저 새끼가 내가 그렇게 돌아오길 바라던 큰오빠다.


“보배야, 나 배고픈데 치킨 시키자.”


식탁과 싱크대에 설거지거리를 한가득 쌓아놓고 뻔뻔하게 말하는 저 화상이 몇 달 전 각성한 작은오빠고.


이게 끝이 아니다. 아직 하나가 남았다.


“막내오빠는 어디 갔어?”


천근만근 무거운 몸을 소파에 내던지고 있어야 하는데 없는 남은 식구의 안부를 물었다.


“알잖아, 자원봉사. 청소한대.”


집에서 놀고 먹는 백수가 셋인데 집안꼴은 개판이다. 진짜 봉사가 절실한 우리집을 버려두고 남의 집을 청소하러 간 양심 털 난 새끼가 내 전재산을 꼴아박아 살린 막내오빠다.


“아... 인생...”


화병으로 쓰러질 것 같아 소파에 얼굴을 박았다. 내 나이 24. 시대가 시대니 한 집의 가장이 될 수도 있는 나이이긴 하지만 난 이 집의 막내다. 내 위로 사지 멀쩡한 오빠가 셋이나 있다. 그런데 돈 버는 것이 내 몫이요, 집안일도 내 몫, 오빠들 뒤치다꺼리하는 것도 내 몫이라니. 이건 진짜 너무한 거다. 너무해도 너무 너무해.


“막내야, 나 10만원만. 11연차가 너무 지르고 싶어. 이번에 SSS확정 이벤트라서 11연차 돌리면 SS가 반드시 하나는 나온다니까?”

“보배야, 나 치킨 시킨다? 너도 먹을 거지? 여보세요, 여기 XX인데요, 치킨 일곱 마리랑 콜라 세 병, 결제는 카드구요.”


이 시간까지 일하고 돌아온 동생이 소파에 쓰러지듯 누웠는데 자기하고 싶은 말만 하는 나이합계 55세의 사람새끼들을 보고 깨달았다.


아, 맞아. 이 새끼들 사지는 멀쩡한데 머리가 안 멀쩡하구나.


“과금해도 되지? 한다? 누른다? 누른다, 누른다, 누른다?”

“형, 허락보다 용서가 쉬워.”

“아싸, 누른다! 나와라 SSS!”


면전에서 이런 대화를 듣고도 폭발하지 않으면 그건 사람이 아니다.


“둘다 진짜 너무한 거 아니야? 용돈은 용돈대로 받고, 먹고 지르는 건 따로 받아쓰고! 집안일까지 몽땅 나한테 떠넘기고! 동생 등골을 그렇게 뽑고 싶어?”


있는 힘껏 지르고서 숨을 헐떡이자 그제야 큰오빠와 작은오빠가 조용해졌다. 지은 죄는 알아서 소파 앞에 무릎 꿇고 앉기에 그럴 것까진 없다고 말하자 둘이 동시에 입을 열었다.


“그렇지만 어쩌겠냐. 10년만 참아. 그럼 오빠가 다이아길 걷게 해줄게.”

“아직 내 힘이 완성되지 않았어. 네가 고생하는 건 알고 있으니 후에 반드시 벌충하마.”


처음 몇 번은 사탕발림에 넘어갔다. 하지만 아침에 대충 청소하고 나갔는데도 개판5분전인 집안 꼴이 저 말이 개구라임을 증명한다.


“오빠들. 돈은 벌어오지 않아도 돼. 내가 돈 때문에 이러는 게 아니잖아. 자기가 먹은 건 치우고, 빨래는 빨래바구니에 넣어두기라도 하란 말이야. 걸레질까진 바라지 않으니까 청소기라도 돌리고. 그리고 밖에 좀 나가. 바람도 좀 쐬고. 집에만 처박혀서 이게 뭐야. 차라리 막내오빠처럼 봉사활동이라도 나가란 말이야.”


그러자 큰오빠가 대놓고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막내야, 오빠는 아직 휴식과 치유가 필요한 어린양이란다. 밖에 나가 시비라도 걸려 오빠의 연약한 인내심이 바닥나면 그땐 끝이야.”

“어딜가도 오빠가 현질하는 게임 채팅창보단 친절할 거야.”

“커흑! 막내의 팩트 폭격에 내 마음이! 멘탈이 무너진다! 흑, 흑화한다아아아앗! 무의식에 봉인한 어둠이 깨어나...! 크윽, 나를 유지할 수 없게... 되어버렷!”


큰오빠는 듣기 싫은 잔소리를 들었을 땐 늘 그러던 것처럼 머리를 부여잡고 헛소리를 하다가 방으로 도망갔다. 그래, 내가 저 인간에게 뭘 바랄까.


머리가 많이 안 좋은 큰오빠는 포기하고 작은오빠를 봤다. 그래도 작은오빠가 큰오빠보단 정상이었다. 사실 상태 안 좋은 세 오빠 중에서 그래도 믿음직스러운 게 작은오빠다. 셋 중에 제일 똑똑하고 상식적이고, 무엇보다 낯선 두 오빠와 다르게 나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다. 큰오빠가 나쁜 물을 들이기 전엔 집안일도 해뒀었고.


내심 기대에 찬 시선을 보내자 작은오빠는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이 새끼가?


“그으... 보배야... 너도 알다시피 내가 꽤 오랫동안 쉬지 못했단다. 알지? 나 정말 힘들게, 한시도 쉬지 않고 살았어. 전력질주로 골이 보이지 않는 마라톤을 했다가 간신히 휴식을 허락받은 기분이야.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래도 엄마아빠가 사람으로 낳아주셨는데 개소리를 할까 싶어 마지막까지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거기에 힘을 얻었는지 작은오빠가 눈을 빛냈다.


“형이 10년만 논댔으니까 나도 10년만 놀게.”


큰오빠는 6년 전에 실종되더니 나쁜 사람 가득한 세계에서 중2병을 얻어 돌아왔고, 작은오빠는 갑자기 돌아버려 미래에서 회귀했다고 주장한다. 봉사활동 나간 막내오빠는 생각만해도 골치 아프니 넘어가자.


어쨌든 주장대로라면 귀환자와 회귀자, 지금 당장 어느 소설 속에서 주인공으로 열일해야할 두 분들에게 난 여동생이자 집안의 가장으로서 일갈했다.


“이 밥버러지 식충이들! 당장 나가서 일하지 못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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