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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어쩌다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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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05.12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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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2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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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0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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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멈춤 or 성장통.... (4)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지명, 상호, 사건, 단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올해 팔순이 된 이모가 이온의 뺨을 두 손으로 감쌌다.

이온을 향해 측은한 눈길을 보내는 탁한 눈망울에 당장 눈물이라도 떨굴 것 같다.


“우리 아기 자꾸만 아파서 어쩌누.....”


고령의 이모들은 이온에게 ‘우리 아기’ ‘우리 새끼’ ‘우리 강아지’ 같은 표현을 썼다.

이온이 짐짓 씩씩하게 대답했다.


“괜찮아요, 이모. 아무렇지도 않아.”

“세상에서 제일 귀한 우리 아기.... 아프지 마.”

“안 아파요. 그냥 넘어졌어. 금방 털어내고 일어낼 거야.”

“자기 자신을 잘 보살필 줄 알아야 큰일을 하지....”

“....네.”

“스스로를 더 아끼고 사랑해야 돼. 알았지?”

“네. 이모!”


이온은 정신의학과 상담을 위해 샌프란시스코 종합병원을 방문한 김에 병원에 입원 중인 이모들을 병문안 했다.


“날개가 부러졌다고 해서, 날지 못한다고 해서 절망만 할 순 없잖아요. 그치? 부러진 날개는 아물게 되어 있어. 만약에 날지 못한다고 죽을래? 그러면 땅에서 살 방법을 또 찾아봐야지. 그치?“

“우리 이온이는 잘 이겨낼 거야. 이모들은 믿어.”

“교회 목사님이 그러시더라. 잠시 멈춰야 자기가 잘 가고 있는지 진단할 수 있대. 아파서 멈춘 것이 아니라 점검하려고 쉬어간다고 생각해, 알겠지?”

“네. 이모.”


샌프란시스코에서 머물고 있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이모들이 연락을 해 왔다.

그리고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이온의 손을 꼭 잡고 기도를 해주는가 하면 연신 눈가를 훔치는 이모도 있었다.

갈비찜이나 잡채 같은 음식을 잔뜩 싸가지고 온 이모도 있다.

전에는 저마다 말을 건네며 정신 사납던 이모들이다.

이온이 아프다는 것을 알아서인지 언행을 조심했다.

물론 성격적으로 그렇게 못하는 이모도 있었지만.

이모들에게 둘러싸여 위로를 듣다보면, 이모들에게 얼마나 사랑을 받고 있는지 새삼 알 수 있었다.

각종 SNS와 커뮤니티에서 전 세계 팬들의 응원과 격려가 쏟아지고 있다.

솔직히 누군지 알지도 못하는 팬들의 위로보다 가까운 지인들의 위로가 큰 힘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암튼 병문안을 마친 이온이 예약되어 있는 정신과로 찾아갔다.

의형격인 로브 굿맨은 라스베이거스 자신의 집에 머물며 치료를 받으라고 했다.

아버지의 친구인 폴 카나한은 할리우드 배우들의 불안장애와 약물 중독 치료를 많이 해본 의사를 소개시켜주었다.

그 외에도 많은 지인들이 이온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심지어 짧은 인연인 줄 알았던 뮤지컬 연출가 리사 리구엘까지 나서 뉴욕의 유명 병원 정신의학과 의사와 연결 시켜주려고 했다.

샌프란시스코 이모 중에 샌프란시스코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남편이 있었는데, 정신의학과 부문에서 미국에서도 꽤 유명하다고 해서 최종적으로 샌프란시스코 종합병원으로 결정했다.


“자꾸 제게 완벽주의라고 하는데, 그냥 기준이 높은 거 아닐까요?”


이온은 자신의 현 상태를 회피하고 싶지 않았다.

다만 한국의 정신과 교수나 미국의 의사나 말장난을 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구분할 방법이 있어요. 완벽주의는 설명 했듯이 불안에서 사고방식이 시작됩니다. ‘이거 못 하면 누군가한테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거야’ 또는 ‘망할 거야’ 같은 생각 같은 식으로. 그런 생각에 지배당해서 열심히 한다면 그것이 완벽주의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망 할 거야. 잘 안 될 거야라고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실패조차 온전히 받아들이는 편이고.”

“실패의 과정을 복기하고 그걸 통해 성장하는 것은 좋은 태도에요. 바람직합니다. 이온은 스스로 기준이 좀 높다고 생각해요. 만약 그렇다면 ‘내가 이 일을 잘 못 하더라도 다음에 더 열심히 해야지,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야지‘ 그렇게 생각을 하겠지요? 설령 실패하더라도 그건 발전 요인으로 삼는 거지, 못 했다고 해서 자신을 공격하지는 않습니다.”

“....음.”


이온은 잠시 의사의 말을 곱씹어봤다.

분명 자신은 실패를 두려워하거나 크게 개의치 않은 생각이었다.

그런데 배우가 되면서부터 연기에 대한 강박 같은 것이 어느새 생긴 것도 같다.


“보통 완벽주의를 겪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평가를 낮게 내리고 공격까지 하죠. 스스로에게 그러는 겁니다. ‘너는 왜 그렇게까지 밖에 못하냐’라고 말이죠.”


남들은 이온에게 연기가 천직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그런데 이온 스스로는 한 번도 천직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연기를 하는 순간에도 늘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를 두고 고민한다.

원래 좋아하는 것이라면 만사 제쳐두고 빠지고 보는 이온이다.

비보이도 그랬고, 트릭킹도 그랬다.

스턴트맨 생활도 매우 만족했다.

배우가 되어서도 처음에는 재밌었다.

기본기가 쑥쑥 늘고 작품을 해나가면서 칭찬을 많이 받았으니까.


“완벽주의가 언제부터 시작했는지 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갑자기 완벽주의적 성향을 갖게 되었을 리는 없어요. 혹시 어렸을 때 부모님이 ‘너는 늘 잘해야 돼’라던가 칭찬에 인색하지는 않았어요?”


내가 이렇게 열심히 안 하면 부모님이 실망할 거야.

사랑해 주지 않을지 몰라.

어린 시절의 그런 생각으로 불안에 떨며 저도 모르게 완벽주의 성향을 띠는 경우도 많다.

또한 청소년기에 어떤 사소한 실수에 대해서도 너무 지나치게 비난과 비판을 받았던 경험이 있다면, 이 경험을 피하고 싶어서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완벽주의에 걸린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누나와 단 둘이 살았어요. 누나가 잔소리는 좀 했지만, 제가 하는 어떤 일에도 간섭을 하거나 강요를 한 적은 없어요.”

“이온이 청소년기를 보낸 한국은 교육열이 매우 높지 않나요? 미국에서도 한국계 가정의 자녀들은 학업 스트레스를 꽤 받는 답니다.”

“선생님은 상상도 못하실 겁니다. 전쟁입니다.”

“혹시 모든 과목을 다 잘했어야 했나요?”

“모든 과목을 다 잘했어요. 공부는 언제나 절 배신한 적이 없었습니다. 열심히 한 만큼 성적이 나왔고 결국 한국에서 입학하기 가장 어려운 대학에 합격했으니까요.”

“혹시 100문제 중에 단 한 문제를 틀린 것으로 심하게 자책한 적이 있었어요?”

“틀리지 않았을 수도 있는 것을 실수로 틀렸을 때는 제 스스로에게 많이 실망했던 것 같아요.”

“이온의 경쟁자들을 신경 썼나요?”

“딱히.... 저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중학교 때 처음 비보이 세계를 접했어요. 좋아하는 것이 생겨서 학업을 비교하며 스트레스를 받진 않았어요?”

“저는 이것도 잘해야 하고 저것도 잘해야 하고, 다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잘해야 하는 것과 즐기는 것을 제 딴에는 구분을 했다고 생각했어요.”

“스타가 되기 직전에 어땠나요?”

“한국은 취업의 문이 너무 좁아요. 그래서 취업 시장에서 원하는 스펙을 갖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려고 했고. 실제 썩 괜찮은 스펙을 쌓았어요.”

“최고 수준이었나요?”

“아니요. 한국에서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의 스펙은 정말 대단해요. 저는 평균보다 조금 나은 정도였을 것 같아요.”

“4개의 언어를 구사하는데도?”

“언어는 취업을 위한 비밀병기는 아니었어요.”


도전을 해야 되는 상황이 왔을 때. 포기하는 사람과 우선 도전해보는 사람으로 나뉜다.


나는 할 수 있다!


그러한 마음으로 능력을 의심하지 않고 어려움을 극복하는 자세.

심리학에서 어떤 상황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식하고 동기부여에 따라 신념이 되는 것을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이라고 한다.

이런 자기효능감이 높을수록 실제 어떤 일을 잘할 수 있게 되지만 반대의 경우 쉽게 단념하고 무기력해진다.

이온은 자기효능감이 높았다.

그런데 스타가 되어갈수록 낮아졌다.

배우는 식상하지 않고 항상 신선하게 보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도 찾질 않는다.

단역이나 조연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주인공도 마찬가지다.

연기가 퇴보해서도 늙어서도 아니다.

매력을 잃어버렸거나 신선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끊임없이 변화와 변신을 고민해야 한다.

엄청난 스트레스다.

게다가 변신을 시도했다가 실패하면 큰 데미지로 돌아온다.

그래서 언제나 시나리오를 고를 때마다 진퇴양난이다.

완벽주의 성향으로 바뀔 수밖에.

완벽주의는 쉽게 해결될 수 있는 성향은 아니다.

끊임없이 사고방식의 문제점과 자기의 본래 욕구를 찾고 자기를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동시에 필요하다.

즉, 자존감을 높이는 과정에서 완벽주의 역시 조금씩 해결된다.

이온과 상담을 진행하는 의사는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기록했다.

완벽주의가 되는 것이 지겨운가?

사람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는 것이 버거운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감정적으로 피곤함을 느끼는가?

그 세 가지 질문에 대한 이온의 답을 듣고자 했다.


“우리는 ‘괜찮다, 그렇게 열심히 안 해도 괜찮다’라는 말을 자기한테 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높아진 기준을 좀 현실적으로 낮추는 과정에서 ‘이 정도 해도 괜찮아’라고 자기한테 위로와 응원의 말을 건네줘야 합니다. 이성을 만날 때 똑같이 약간 기준이 높은 분들 만나면 서로 불편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때문에 당신은 괜찮다는 말을 자주 해 주는 사람을 만나는 게 좋습니다. 그래야 이 불안감을 조금씩 내려놓고 자기 삶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죠.”


후우.

이온이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선생님 말씀을 따르기 위해서는 가수와 배우를 그만 둬야 합니다. 제가 살아가는 세계는 앞에서 하는 칭찬과 뒤에서 하는 조언은 전혀 다르니까요.”

“비난은 피할 수가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만약 이온이 연예인이 되지 않았다고 해도 누군가의 비난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았을 겁니다. 우리는 삶을 살면서, 절대로 다른 사람이 비난하는 것을 막을 수가 없어요.”

“내 잘못을 미숙함을 지적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어요. 그런데 내가 열심히 하면 너무 열심히 한다고 욕하고, 또 어떤 사람은 자기만 잘났네 하면서 또 욕합니다.”

“이온에게만 그러는 것이 아니에요. 내가 준비하고 노력하더라도 비난을 피할 수가 없다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비난을 피할 수 없으면, 결국 자기 방식대로 그냥 사는 게 가장 유리한 방식입니다. 누구를 상처 주지 않는 한 자신의 삶을 살아도 됩니다.”

“아는데.... 한국에서 연예인은 공인이에요. 도덕적으로나 모든 면에서 완벽하지 않으면 대중들로부터 환영 받지 못해요.”

“그렇다면 외부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가 보죠. 자기의 숨겨진 욕구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기의 다른 욕구도 돌봐줘야 건강해 집니다. 누구나 불안을 해소하는 것을 목적으로만 살지 않습니다. 편안히 쉬고 싶을 수도 있고, 새로운 분야를 배우고 싶을 수도 있고 여러 가지를 하고 싶을 수 있습니다. 어떤 것이라도 좋아요. 나의 욕구를 다 억제해놓고 일에만 집중한다면 얼마나 인생에서 불만족스럽겠어요. 이렇게 생각해 보는 겁니다. ‘내가 이 일을 안 한다면 어떤 걸 하고 싶은가?”


이온은 그 물음에 당장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이온 당신은 일을 하기 위해서 태어난 것도 아니고, 인정받기 위해서 태어난 것이 아닙니다. 당신은 행복하기 위해서 태어났고,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서 태어났습니다. 배우를 하기 위해서도 가수를 하기 위해서도 남들에게 칭찬을 받기 위해 태어난 것도 아닙니다.”

“......”


전에는 들리지 않았던 말.

행복하기 위해서 태어난 것이다.


“당장 내 자신에게 응원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어요. 이래 보는 어떨까요?”

“......?”

“남을 응원하는 것도 방법이에요. 가까운 사람들에게 응원을 보내거나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을 돕는 겁니다. 이온은 바쁜 연예계 활동으로 직접 몸으로 하는 봉사로부터 오랜 시간 멀어졌지요?”

“예. 기부만 하고 있어요.”


마음의 병은 혼자서 극복하기 정말 어렵다.

가까운 사람에게 응원을 듣거나, 스스로를 돌보거나, 다른 사람을 도우며 자존감을 키우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혹시 일기를 쓰고 있나요?”

“아니요.”

“일기는 나의 내면과 대화를 나누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어요. 처음에는 부정적인 생각들이 주로 나오겠지만, 그런 것조차 기록하며 점차 의식적으로 긍정적인 생각으로 바꾸려는 노력을 해야겠지요. 또한 목표가 더 명확해지고 현실적이 될 겁니다. 배우로서 또 가수로서 매일매일 훈련과 탐구를 게을리하지 않는다고 했죠?”

“예.”

“매일매일 해야 할 일이 너무 거대하다면 쉽게 좌절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니 반드시 해야할 일도 작업을 잘게 나눠 보세요. 하기 싫다면 억지로 하지도 말고. 자신이 정해 놓은 시간표를 조금 여유 있게 고쳐보세요.”

“한 번 시도해 보겠습니다.”

“이온... 운동 좋아하죠?”

“네.”

“나는 친구들과 주말마다 풋볼 경기를 한답니다. 우리 팀은 정말 실력이 형편이 없어서 이기는 날보다 지는 날이 훨씬 많아요. 그런데 우리는 경기가 끝나고 소박한 파티를 벌이며 이렇게 말하죠. ‘오늘 시합에서는 이기지 못했지만 세상이 끝난 것은 아니잖아. 다음에 또 다른 시합이 우릴 기다리고 있어’라고 말이죠. 주정뱅이들의 자기만족처럼 들리나요?”

“아니요. 언젠가 제 연기 선생님이 해주신 말씀이 떠올라서요.”

“뭐라고 했죠?”

“실수도 연기의 일부이고 또한 인생의 한 부분이다.”

“아주 좋은 스승을 두고 있었군요?”

“좋은 분이세요. 그리고 그 분은 공짜로 광활한 연기의 세계와 배우로서의 자세를 가르쳐주셨죠.”


이온의 농담을 의사가 농담으로 응수했다.


“우리 병원도 지역의 저소득층 가정의 부담을 줄여주려는 노력을 하고 있답니다.”

“앞으로 어떤 치료를 받게 되는 겁니까?”

“이완호흡법 가운데 이온에게 적당한 것을 골라 익히는 것부터 해서 함께 생활습관에서 부담을 주는 것을 제거하고 인지 행동 치료(CBT)를 하게 됩니다.”

“기간은 얼마나 걸릴까요?”

“케이스마다 달라요. 적어도 3달은 꾸준히 치료를 해야 합니다.”

“제가 토론토에 다녀와야 합니다. 혹시 미주신경성실신 같은 것이 올까봐.”

“미주신경성실신 증상이 전에도 있었나요?”

“그런 진단을 받진 않았지만 두 번 정도 쓰러지긴 했습니다. 정신을 잃지는 않았지만.”

“이온은 미주신경성실신은 없고 공황발작만 있었던 것으로 보여요.”


의사는 변연계니 전전두엽이니 교감신경계니 하는 전문용어를 써가면서 이온에게 공황장애 증상과 미주신경성실신 증상의 차이를 설명했다.


“항불안제 처방을 해 줄 겁니다. 꼭 가지고 다니시고. 생활 속에서 대처하는 간단한 팁을 드리자면 공황발작이 시작된다는 느낌이 오면 우선 이를 수용해야 합니다. ‘또 왔구나. 도망가지 말자’라고 생각해보세요. 차량이나 비행기에 탑승했을 때 공황발작의 전조가 느껴지면 주변에 있는 사물 하나를 정해 쳐다보며 집중하는 것이 좋습니다. 비행기에서도 창가에 앉아 구름을 보는 것도 한 방법이죠. 그것이 힘들다면 지갑에 잇는 돈을 세거나 흥겨운 리듬의 노래를 흥얼거리거나, 잡지의 페이지를 넘겨보는 것 같은 별 것 아닌 행위로 주의를 분산시키는 것도 도움이 되지요.”


이온은 의사가 시키는 대로 따랐다.

당연히 항불안제를 금방 꺼내서 먹을 수 있는 주머니에 넣어두고 토론토행 비행기 퍼스트클래스에 탑승했다.

창문 가리개는 항시 열어두었고, 승무원들에게 실내등을 끄지 말아달라고 신신당부했다.

잠이라도 오면 좋았을 것을.

이온은 대학 다닐 때 즐겨 들었던 흥겨운 음악을 반복해서 들으며 즐거웠던 추억을 애써 떠올렸다.

호흡이 조금만 이상한 느낌이 오면 창밖에 펼쳐진 구름에 시선을 두거나 의사가 일러준 것처럼 동전을 세거나 미리 준비해간 210색 색연필세트를 꺼내 숫자를 세어보았다.

단단히 마음을 먹고 비행기를 탑승했는지 몰라도 다행히 공황발작을 일으키지 않았다.

그렇게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심정으로 이온이 토론토 국제영화제에 발을 내딛었다.


작가의말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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