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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타로드 입니다

악마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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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타로드
작품등록일 :
2022.05.23 03:05
최근연재일 :
2022.08.01 23:20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3,581
추천수 :
179
글자수 :
225,912

작성
22.05.24 22:21
조회
452
추천
31
글자
10쪽

실패한 인생 (1) - 우리 이혼하자.

DUMMY

“우리 이혼하자.”

“뭐?”


안방에서 아이의 방까지 언성이 들려왔다.

아이는 이불 깊숙이 들어갔다.

점점 높아지는 언성은 아이의 귓속을 파고 들었다.

아이는 귀를 쌔게 막았다.

부모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안방에는 두 남녀가 대치하고 있었다.

여자는 옆에 있는 물건을 던지며 남자에게 소리쳤다.


“언제까지 그렇게 살 건데?”

“내가 뭘?”


남자는 여자가 던진 물건을 받아 책상에 올려놓았다.

여자의 얼굴은 화가 났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손에 잡힌 다른 물건을 남자의 얼굴을 향해 던졌다.


“지금 은솔이가 몇 살인 줄 알아?”

“내가 내딸 나이도 모를까봐 물어보는 거야?"


남자는 고개를 살짝 돌려 피했다.


"몇 살인데?”

“5살이잖아.”


남자는 옆에 있던 담배를 입에 물었다.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여자는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너 돈 안 벌고 그러고 있는지 얼마나 됐어?”

“몰라.”

"정말 몰라? 모른다는 말이 참 쉽게 나오네?"


남자는 잠시 생각해보고, 말했다.


"한 5년 됐나?"

"그걸 생각을 해야 기억이 나는거야?"

"그게 뭐?"

“너 5년 동안 일 한번 한 적 없잖아.

그 동안 내가 우리식구 먹여 살렸어.

은솔이 태권도도 배우고 싶고, 피아노도 배우고 싶데.

하고 싶은 건 많다는데, 내가 해줄 수 있는 능력이 없어."

"우리 형편이 이런데, 어쩔 수 없지."

"나는 아니야. 나도 남들처럼 은솔이 하고 싶은 거

다 해주면서 키우고 싶다고!!"


여자의 눈에서는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남자는 여자에게 휴지를 건냈다.

여자는 남자의 손을 쌔게 쳐냈다.

남자의 손에서 휴지가 힘없이 떨어졌다.

여자는 손으로 눈물을 닦으며, 소리쳤다.


"너 나랑 결혼할 때, 손에 물 한방울 안묻힌다면서!

고생 안시킨다면서! 그렇게 말했잖아. 아니야?”

“그래. 내가 그렇게 말했지."

"근데, 왜 약속을 안지켜!"

"내가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했잖아.”

"그 조금이 언제까지야? 내가 얼마나 더 기다려야

되냐고!!"


여자는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남자를 노려보며 말했다.


“나는 기다릴 만큼 기다렸어."

"그래서?"

"우리 이제 그만하자.”

“이제 조금만 더 기다리면 오를 거라니까?”

“너 진짜! 언제 정신 차릴래? 10년 전에는

소설 쓴다고, 방구석에 쳐 박혀 있었고,

지금은 주식한다고 방구석에 쳐 박혀 있고, 돈은?

언제벌건데? 네가 우리 집 가장이잖아.”


남자는 머리를 헝클어트리며 말했다.


“내가 계속 안 벌어다 줬어? 아니잖아.

소설 쓸 때는 돈벌어다줬잖아.”

“그때 얼마나 벌어다 줬다고?

그때는 우리 둘만 있었을 때였으니까.

네가 쥐꼬리만큼 벌어 와도 먹고 살았지.

나는? 나는 집에서 쉬었어?

내가 일 했잖아. 그래서 우리 먹고 살았어."

"그래, 이제까지 잘 했잖아. 조금만 더 기다려주면..."

"그 조금이 대체 언제까지냐고!!"

"이제 우리한테는 은솔이가 있잖아.

나 은솔이 낳고, 백일도 안 되서 일했어.

내 몸이 성한데가 있는 줄 알아?

안 아픈 데가 없어. 너는 내가 몸이 아프다고 해도

들은 척도 안했잖아!”

“내가 언제?”


여자는 기가 차다는 표정으로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매일, 매일! 그랬잖아! 기억안나?”


남자는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끄고,

다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남자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여자가 빤히 보았지만, 남자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여자는 함숨을 쉬며 얘기했다.


"거봐, 네가 생각해도 내 말이 맞지?"


여자의 말은 남자가 듣기에도 맞는 말이었다.

아내가 아프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때는 걱정 했고,

열심히 안마도 해주었다.

하지만, 점점 지쳐갔고, 나중에는 귀찮게만 들렸다.

그래서, 아프다는 말도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렸다.

남자는 힘겹게 말을 꺼냈다.


"나도, 나도 힘들었어."

"나는? 네가 살면서 내 생각을 조금이라도 했으면,

이러고 있으면 안됐어."

"아니, 나는..."

"내 생각은 둘째치고, 은솔이 생각이라도 했으면,

이러고 있으면 안됐다고!!!!!"


여자는 장롱에 있던 가방을 꺼냈다.

가방에 옷, 속옷 등 필요한 것들을 담았다.

한꺼번에 쓸어 넣어서 잘 잠기지도 않았다.

남자는 여자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지금 뭐하는 거야?”

“나 너랑 그만 살 거야. 이 집 나갈 거라고.”

“조금만 기다려줘.”

"악!"


여자는 고함을 지르며 귀를 막았다.


“기다려줘라는 소리 듣기도 싫어. 네 꼴도 보기 싫어.

나 은솔이랑 이집 나갈 거야. 그러니까 비켜!"

"좀! 그만해! 이 시간에 어디를 가겠다는 거야!"

"이혼서류 준비되면 연락해.”


여자는 남자의 손을 뿌리쳤다.

가방을 대충 잠갔다.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을 현관 앞에 두었다.

몇 발걸음 떨어져 있는 아이 방으로 조심히 들어갔다.

그리고는 아이를 애잔한 목소리로 불렀다.


“은솔아.”


아이는 이불을 내리지 않았다.

여자가 아이의 몸에 손을 대었다.

아이의 몸은 떨고 있었다.

여자는 나오는 눈물을 애써 삼키며 담담하게 불렀다.


"은솔아."


아이는 살며시 고개를 내보였다.


"엄마?"


여자는 아이를 품에 안으며 말했다.


“은솔아. 일어나봐. 엄마랑 갈때가 있어.”

“어디 가는데?”

“우리 여행갈 거야. 은솔이 여행가고 싶어 했지?”


아이는 엄마의 어깨 너머로 보이는

남자를 보며 말했다.


“응. 근데, 우리 둘이만 가는 거야?

아빠는?”

“아빠는 바빠서 같이 못 간데.

우리 둘만 가는거야.싫어?”


은솔이는 아빠의 모습을 보고는

싫다고 대답하려다가,눈물을 애써 참고 있는 엄마의

모습을 보고 대답했다.


“아니. 좋아.”


엄마는 은솔이를 내려놓았다.


“은솔아. 잠깐만 기다려. 은솔이 짐만 챙기고,

가자. 옷 입고 있을래?”


은솔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 벗어두었던 옷을 입었다.

대충 은솔이의 짐을 챙긴 엄마는 외투를

꺼내 은솔이에게 입혔다.


"가자!"


엄마는 은솔이의 손을 꼭 잡고 방을 나갔다.

아빠가 그 앞을 막아섰다.


“안 돼. 가지마. 이 늦은 시간에 어디를 가려고?"

"비켜!"

"일자리 구하러 갈게. 너랑 은솔이 없으면 나 못살아.”

“진작 좀 그러지. 그랬어. 이미 늦었어.”


엄마는 단호하게 말했다.

엄마가 은솔이를 잡고 있는 손에는 힘이 들어갔다.

손이 아팠지만, 은솔이는 내색하지 않았다.

아빠는 은솔이에게 눈을 돌렸다.


“은솔아. 정말 아빠 놔두고 갈 거야?”


은솔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 잠깐만."


은솔이는 엄마의 손을 잠시 놓았다.

아빠에게 다가가 속삭였다.


“아빠. 꼭 데리러 와.”


은솔이는 다시 엄마의 손을 잡았다.

엄마는 은솔이의 손을 꽉 잡았다.

둘은 함께 밖으로 나갔다.

남자는 나가는 순간 여자의 앞을 막았다.


"내가 나갈게. 그러니까. 은솔이랑 안으로 들어가."

"네가? 됐어. 내가 나갈거야. 서류 준비되면 연락이나 해.

그리고, 옆으로 좀 비켜줄래?"

"다연아!"

"비키라고 했어."


여자는 남자를 옆으로 밀었다.

남자는 밀리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여자의 멍한 표정을 보고는 옆으로 비켰다.


쾅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닫혔다.

남자는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나보고 어떻게 살라고...이렇게 가면 어떻게 하라고...”


남자는 서둘러 냉장고를 뒤졌다.

남자가 찾고 있던 것은 보이지 않았다.

찬장 여기저기를 열어서 뒤져보다가

마침내 발견했는지 쓴 웃음을 지으며 꺼냈다.

남자가 찾던 것은 소주였다.

서둘러 뚜껑을 열었다.

경쾌한 소리와 함께 뚜껑이 열렸다.

남자는 단숨에 소주 한병을 마셨다.

한꺼번에 마신 탓에 목에 잘못 넘어갔는지

헛기침을 했다.

헛기침과 함께 입에서는 소주가 뿜어져 나왔다.

남자는 대충 입을 닦았다.

찬장에서 소주 한 병을 더 꺼내 단숨에 또 비어냈다.

비워낸 소주병을 내려놓고는

찬장에 있던 마지막 소주병을 들고 안방으로 갔다.

침대에 털썩 누었다.

남자의 눈이 옆에 있던 가족사진으로 향했다.

깔끔한 정장 차림의 남자와 배가 불러서 임부복을

입고 있는 여자가 다정하게 서로를 보며 웃고 있었다.

남자는 눈물을 흘리며, 사진을 멍하게 보고 있었다.

잠시 회상에 잠긴 듯하다.


남자가 말끔하게 양복을 차려입었다.

거울 앞에 서서 넥타이를 매고 있다.

하지만, 서툴러 보인다.

남자가 넥타이를 못 매서 쩔쩔매고 있는데,

여자가 부른 배를 쓰다듬으며 남자를 향해

걸어왔다.


“꿀벌아. 아빠 봐라. 넥타이도 못 매네.”

“그래서 싫어?”

“누가 싫데?”


여자는 남자가 잡고 있던 넥타이를 건내 받고는

매주었다.


“다 됐다.”


남자는 잘 매어진 넥타이를 이리저리 보았다.

감탄하는 말을 내뱉는다.


“역시. 꿀벌이 엄마는 뭐든 잘하네.”

“그래. 난 뭐든 잘하지. 넌 뭐든 못하고.”

“나는 넥타이는 잘 못 매겠어. 분명히 같이

동영상보고 배웠는데, 왜 너만 잘하지?”

“나는 똑똑하니까. 너는 멍청하고! 아니지,

아니야. 우리 이런말 하면 안되는데!

우리 꿀벌이 들으니까~ 예쁜 말만 해야되는데~"

"그래. 우리 꿀벌이는 똑똑해야 될 텐데.”

“아니야. 우리 꿀벌이는 건강하게만 나오면 돼!”

"그건 당연한거고!"


여자는 남자의 넥타이를 끌어당기며 귓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우리 이러고 있으면 안될 것 같아."

"왜?"

"저기 기다리고 계시는 사진사 아저씨의 눈초리가

심상치 않아서 말이야.”


남자의 눈이 사진사에게로 향했다.

사진사는 둘을 보다가 남자와 눈이 마주치자

헛기침을 하며, 사진기를 들여다봤다.


“빨리 가야 되겠다.”

“그래.”


여자는 남자의 손을 잡고, 사진기 앞으로 향한다.


“자, 하나, 둘, 셋 하면 찍을게요.”


둘은 동시에 대답했다.


“네!”

“자! 활짝 웃으시고! 하나, 둘, 셋!”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환하게 웃는 두 사람의

모습이 한 장의 사진으로 남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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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림몬 (4) - 림몬의 뺨을 때렸다. 22.07.05 26 1 9쪽
49 림몬 (3) - 어떻게 할까요? 22.07.04 32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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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우코바호 (7) - 가만히 있어. 22.06.28 33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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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우코바호 (4) - 내가? 22.06.25 40 1 9쪽
39 우코바호 (3) - 벗기가 너무 힘들어요. 22.06.24 36 2 9쪽
38 우코바호 (2) - 제가 도와 줄게요. 22.06.23 35 1 9쪽
37 우코바호 (1) - 같이 가자. 22.06.22 38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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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발레포르 (8) - 그냥, 죽여. 22.06.20 43 1 9쪽
34 발레포르 (7) - 네 목숨보다 아까워? 22.06.19 45 1 9쪽
33 발레포르 (6) - 너는 정말 머리에 똥만 들었냐? 22.06.18 44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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