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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속의 작은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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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지존제일좌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글늪
작품등록일 :
2021.04.25 10:22
최근연재일 :
2021.08.10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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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22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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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14화. 도화선에 불은 당겨졌다 (1)

DUMMY

장추엽이 마존각에 발을 들인 건 갑작스레 벌어진 남존의 후계자 선출이 시작이었다. 이곳에서 첫 관문이랄 수 있는 독주관을 거치고, 이후 삼년이란 시간을 거친 후에야 다시금 또 들어서게 되었다.

다만 그때와 여러모로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더는 경쟁자랄 수 있는 다른 시험생들도 없었고, 무엇보다 장추엽 자신의 위치가 확 달라졌다.

이젠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마존성의 새로운 기둥, 남두육좌의 일좌이며, 또 공식적으로 구유산이 천명한 후계제일좌이기도 했으니...

하지만 현재 둘 사이에 흐르는 분위기는, 과연 이젠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가 된 게 맞느냐 싶게 무거운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이러한 분위기는 구유산이 마존각의 상징이랄 수 있는 태사의에 앉을 때까지 계속되었다. 그 무렵 장추엽은 그 앞에 공손히 시립해 있는 상태였다.

아무튼 평소라면 그 곁을 사도명이 지켰겠지만, 오늘은 특별히 구유산이 누구도 근처에 다가오지 말란 명을 내려놓았다.

해서 가뜩이나 넓은 마존각 대전이 오늘 따라 더 텅텅 빈 것처럼 느껴졌다. 허나 말없이 앉아 있는 구유산의 존재감으로도 이 순간 장추엽은 숨이 막힐 듯한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다.

때문에 머릿속은 지금이라도 연회장의 일로 사과를 해야 하나? 아니면 무언가 납득할 만한 변명이라도?

허나 그럴 때마다 장추엽은 치솟아 올라오는 게 있어 못하고 있었다. 자신은 아무 것도 잘못한 게 없으며, 오히려 후계자로서 마존성 소속인들에게 제 위치를 확실히 각인시켰단 사실.

그때였다.

“넌 매번 내 예상을 뛰어넘는 짓을 벌이는구나. 또 종국엔 꼭 그 망할 종자처럼 하려는 일에 초를 치고. 이래서야 내 너를 굳이 데리고 있는 것보다 차라리 그 망할 종자에게 보내는 것이 더 나은 건 아닌가란 생각마저 든다.”

구유산의 이 한마디 때문이라도 장추엽은 더는 그 어떤 갈등조차 할 수 없었다.

털썩.

그저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하는 것 외에는 다른 길이 안 보였다.

“죄송합니다. 제가 괜한 일로 사부님의 심기를...”

“허나!”

장추엽의 말이 곧 구유산의 한 마디에 가로막히고 말았다.

“그것이 또 이율배반적으로 네게 기대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

“이해가 안 가겠지. 권왕과 앙숙인 내가 흔쾌히 네게 그 진전을 잇게 하고, 정작 사부라며 전한 무공은 고작 기초에 불과한 세 가지였으니. 안 그러하냐?”

“죄송합니다. 저로선 답변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훗, 어설프게 떠드는 것보단 낫군. 널 따르는 놈처럼 되도 않게 주둥이를 놀렸다면, 정말 이참에 한번 제대로 혼을 내주려 했었는데.”

“...”

“해서 일부러 더 놈과 너를 떨어트렸다.”

“예?”

“그 놈을 사천에 보낸 일에 대한 분풀이로 일부러 더 요란스레 일을 벌였던 것 아니더냐?”

“그건...”

장추엽으로선 왠지 더 할 말이 없어졌다. 보지 않고도 모든 상황을 유추해내는 사람을 상대로 무슨 말을 할까. 해서 고개를 더 깊게 숙였더니, 웃음소리가 좀 더 길어지는 것도 모자라 구유산이 조금 다른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후후. 일전에 성 궁주가 찾아온 적이 있다. 그러며 내게 이러더구나. 다 자기 잘못이라고. 괜히 그 새끼를 잡아 죽인다 했다가 딸이 완전 손도 못 댈 정도로 변해버렸다고. 그러며 이젠 내 후계자가 된 만큼 딸에 관한 모든 걸 전적으로 맡기겠다고 했다.”

“예? 그게 무슨...”

“중요한 건 당시 언급된 새끼가 바로 너란 부분이다.”

“...”

“아, 또 너 외에 언급된 다른 새끼는 가문에서 축출된 후, 두 번 다시 호남 땅을 못 밟게 되었다더구나.”

‘초류빈...’

이번에 언급된 새끼는 굳이 누군지 말하지 않아도 장추엽은 바로 알아들었다. 하지만 솔직히 그가 죽었든 살았든 관심 밖의 일이었다. 중요한 건 구유산과 성만리 둘의 관계. 막말이 오고가는 걸 무척 가까운 것 같았다.

다만 이해가지 않는 것이 있었다. 그 점을 구유산이 직접 언급했다.

“헌데 내가 왜 갑자기 이 말을 꺼냈을까?”

“성미려 때문입니까?”

“아니, 너 때문이다. 혹 미려 그 아이를 마음에 두고 있느냐?”

“아닙니다.”

장추엽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그러자 구유산이 예상 밖의 말을 꺼냈다.

“그렇담 내가 그 아이를 청성파에 출가시켜도 상관없겠구나. 그리 되면 사천에 무엇보다 탄탄한 근거지를 얻게 되고, 거기에 질풍무쌍대마저 더해지면 조만간 사천 중부는 강남에 있어 아주 중요한 핵심 자원이 될 것이다. 어찌 생각하느냐?”

“...”

이번에도 역시나 장추엽은 바로 답할 말을 찾지 못했다. 느닷없이 성미려를 질풍무쌍대에 배속시켜 사천으로 보내는 것만큼 예상 밖의 일이었기 때문.

그런데 구유산은 이를 조금 달리 해석한 듯 싶었다.

“아니, 아무래도 내게 이 말을 먼저 해줘야겠구나. 이제 정식 후계자가 되었으니, 정세를 볼 줄 아는 눈도 키워야겠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천무림은 곧 하나의 거대한 도화선이 될 것이다.”

이렇게 서두를 연 구유산이 본격적으로 말을 이어갔다.

장강으로 가로 막힌 강남과 강북과 달리, 서쪽에 면한 사천은 양쪽 모두와 인접했으면서도, 이제까지는 거의 독자적으로 움직여왔다고 했다.

아니, 겉으론 그러한데 속을 좀 더 들여다보면 강북과 좀 더 가까운 편에 속해있다는 것이다. 이유는 다름 아닌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아미파 때문. 즉, 오래토록 무림에 가장 강한 영향력을 발휘해왔던 구파일방의 흔적이랄까?

물론 구파일방은 시대에 따라 조금씩 바뀌긴 했다. 하지만 언제나 변함없이 자리를 지켜온 문파들이 있었다.

바로 소림사, 무당파, 화산파, 아미파, 공동파의 오파와 일방인 개방. 해서 혹자는 실질적으로 구파일방은 허상이고, 오파일방이 진실이라 했으나...

중요한 건 언제나 네 곳을 더 추가시켜 구파일방을 유지해왔다는 것이다. 왜 그러한지는 한때 구파일방에 속했던 점창파 장문인 단삼양의 말이 유명했다.


“늘 그들이 내세우는 게 하나 있지. 대의명분! 허나 진실은 오파일방 모두 강북에 속해있다는 것이야. 그렇기에 항시 명분에 희생당하는 쪽은 오파일방이 아닌, 나머지 사파쪽이었지. 가령, 길림(吉林)의 장춘파(長春派)가 구파일방에 들었던 당시엔... 고려인들이 주축이 된 태백파(太白山)의 위세가 상당했었고, 청해(靑海) 곤륜파가 속했을 땐... 서천마교(西天魔敎)의 발호가 임박했다고 떠들어댔을 때였지. 우리 점창파? 당연히 남만의 묘독갱(苗毒坑)을 견제하기 위함이었지. 허나 우린 운이 좀 좋았다고 할까? 묘독갱보다 먼저 지존께서 강북의 이런 음험함에 맞서 떨치고 일어났다는 거야. 안 그럼 장춘파나, 곤륜파처럼... 지금쯤 허울 좋은 대의명분의 재물이 되었겠지. 이게 바로 오파일방이 언제나 구파일방의 중심으로 남을 수 있는 비결이란 거지.”


물론, 구유산이 이 순간 이런 것까지 구구절절 언급하진 않았다. 단지 아미파 때문이라도 사천은 조만간 강북에 집어 먹히거나, 아님 이를 견제하는 강남으로 인해 충돌이 일어날 거란 점만 강조했다.

“허나 당장 벌어지진 않을 것이다. 그간 눈치를 보던 청성파가 이제야 우리와 손을 잡았으니, 균형이 맞춰질 때까진 천천히 도화선이 타들어가겠지. 무엇보다 우리와 달리 강북머저리들은 이것저것 따지는 게 많은 족속들이다. 해서 최상의 머저리는 벌써 물러나 상왕 노릇이나 한다더구나. 그렇게 후계자가 뿌리내릴 시간을 주겠다는 거겠지. 하지만!”

이쯤에서 구유산이 분위기를 달리했다. 지금까지는 정말 좋은 사부처럼 굴다가 다시금 지존이 되어 있었다.

“내 방식은 다르다. 허니 내 비호 아래 뿌리를 내리겠다 생각 따윈 접고, 내 것을 전부 빼앗는단 각오로 덤벼들거라. 그런 의미에서 네게 그 종자의 진전을 이어도 좋다 허락한 것이다. 무엇보다 나의 무공은 단시간에 전하기엔 방대하다 못해 잡다하기까지 하다. 그럴 바엔 차라리 하나에 매진하는 것이 시간을 단축하는 길이니라.”

이는 애초 구유산이 낭인 출신이었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해서 실력을 높이고자 방대하다 못해 잡다하게 익혔다고 할까?

그나마 구유산의 자질이 높았기에 망정이지, 아니라면 일부러라도 피해야할 상황. 극기편의 세 가지가 탄생된 배경에는 이런 이유가 자리하고 있었다.

아니, 그 속에서 강북에 버금하는 기초를 쌓게 할 무공 세 가지를 탄생시킨 건 존중 받아 마땅한 일이었다. 허나 구유산은 본래 생색과는 거리가 먼 인간이었다. 그보다는 상대를 몰아붙이고, 몰아붙여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쪽.

“자, 그러니 택해라. 앞으로 길게 잡아봤자 삼년이다. 해서 기꺼이 질풍무쌍대에 딸려보낸 둘을 초석으로 삼을까도 생각중이지. 만에 하나 네가 이런 내 생각을 돌릴 무언가를 제시한다면 모를까. 없다면 최소 성미려는 청성파의 안주인이 될 것이다.”

“!”

결코 협박이라 생각할 순 없었다. 애초 그릴 필요가 없는 존재였기에 장추엽은 이를 달리 해석했다.

‘이것이 오늘 일에 대한 지존이 말한 처분...’

차라리 협박이 나을 듯했다. 이래서야 괜히 황유현과 성미려가 자신으로 인해 고통 받는 것 같기에... 해서 일단 장추엽은 구유산의 그림자라도 지우기 위해 잠시 눈을 감았다. 실패하면 졸지에 하나도 아닌 둘을 다 잃을 수 있어 어떻게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

순간 다른 무엇보다 강하게 뇌리를 뒤흔드는 것이 있었다. 장추엽이 바로 감았던 눈을 뜨고, 구유산을 똑바로 보게 된 이유였다.

“한 가지 있습니다.”

‘호오.’

구유산은 자신 있어 하는 장추엽의 눈빛 때문이라도 왠지 기대가 되었다.

“말해보거라.”

“사부님께서 언급하셨듯, 조만간 질풍무쌍대는 성을 떠나, 아니 아예 강남을 벗어나 사천에 머물게 될 예정입니다.”

“그래서?”

“그렇게 되면 싫어도 성 내에 힘의 공백이 생깁니다. 원로원에게는 호원대가 있고, 집율전과 감찰전에는 마라대와 오단이 있습니다만. 당장 마존각에는 이들과 견제할 세력이 사라지게 됩니다.”

“견제라... 참으로 맹랑한 말을 하는구나. 넌 그들이 모두 내 수하란 점을 잊었느냐?”

“물론 아닙니다. 다만 저란 존재가 문제입니다.”

“이유는?”

“분명 사부님께서는 앞으로 저를 비호하는 일 따윈 없다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제가 후계임을 인정하신 이상, 만에 하나 제가 잘못 되었을 때 그 여파가 미치지 않을 순 없을 것입니다.”

“오만하구나. 너나 미려를 제외한다 해도 아직 넷이나 남았다. 그들이 얼마든지 네 자리를 대체할 수 있단 부분은 어찌 설명할 생각이냐?”

“그건... 아니, 정말 사부님께서 그러한 생각이 있으셨다면, 절대 하인태를 그렇게 떠나보냈으면 안 되셨습니다.”

‘이놈!’

순간 하마터면 구유산은 속내를 그대로 드러낼 뻔 했다. 마치 지난 날 하인태와의 이별을 본 것처럼 말하지 않은가.

물론 아니란 건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었다. 문제는 장추엽의 이런 태도 때문이었다. 늘 전심전력으로 정면으로 자신에게 부딪혀왔기에, 건방지단 생각을 하면서도 하인태 이상의 호감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구유산은 일부러라도 잠시 시간을 끌었다. 어느 정도 격동이 가신 후, 그제야 다시 입을 열었다.

“계속해보거라.”

“앞으로 제가 그 힘의 공백을 메꿔 보이겠습니다. 일단은 오늘 연회장에서 있던 일이 하나의 계기가 되어줄 것입니다. 아니, 그 이상의 기억을 그들에게 심어주겠습니다.”

“설마 힘으로 그들을 제압하겠단 뜻이냐?”

“아닙니다. 매사 모든 걸 힘으로 제압하지 말란 의미로 마존십학을 내리시지 않았습니까? 적어도 이젠 다는 아니더라도 조금이나마 그러한 뜻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구유산이 이렇듯 사람까지 물려가며, 직접 사천의 정세를 포함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줄 필요는 없었다. 명 하나면 끝날 일을 이처럼 번거로이 수고로움을 감수한다는 뜻은...

구유산이 무언가 장추엽 자신에게 기대하기 시작했다는 의미이리라. 때문이라도 장추엽으로선 더더욱 놓칠 수 없는 기회. 그 어느 때보다 혼신을 다하게 된 순간이었고, 다행히 마침내 그 끝이 다가오고 있었다.

“기한은?”

“이년. 약관이 된 기념 삼아 사부님께 보여드리겠습니다.”

“실패 시엔 어찌 하려느냐?”

“제게 주신 모든 걸 걷어간다 하셔도 조금의 원망도 않겠습니다.”

이는 후계자리 뿐만이 아니었다. 장추엽 몸속에 건곤토납기가 깊게 뿌리내린 바, 무공을 폐하는 것까지 감수하겠단 의미였다.

“장추엽.”

“예.”

“우리 둘 함께 한 시간이 거의 없는 만큼 신뢰를 쌓는 방법은 단 하나뿐이다. 능력! 오로지 내게 능력을 보임으로서 신뢰를 쌓고, 종국엔 나를 뛰어넘어 이 자리에 앉을 수 있을 것이다.”

“명심하겠습니다.”

“그런 만큼 필히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것이야.”

“예.”

이로서 연회장에서 벌어졌던 일에 대한 최종 처분이 떨어졌다. 어찌 보면 장추엽 뿐만 아니라, 구유산에게도 무척이나 만족스런 결과랄까?

비록 그 와중에 생각지도 못한 난세가 등장했지만, 언제나 그렇듯 그때 등장할 영웅도 빠르게 성장해가고 있었기에...

적어도 구유산이 좀 더 만족하게 된 오늘의 만남이었다.




추천과 선작은 저자에게 무엇보다 가장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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