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26 화 – 원치 않게 받아들였다.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26 화 – 원치 않게 받아들였다.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네 마리의 덩치 큰 말이 거친 숨을 내뿜으며 대형마차를 끌고 황야와도 비슷한 허허벌판을 빠르게 달려가고 있었다.
말들이 거칠게 내달리는 것에 비해 마차에는 흔들림 방지용 마법이 작동 중인지 안정적이고 평온했다.
하지만,
마차 안은 그러지 못했다.
1층 침대 옆 바닥에 앉아 있는 리아인은 애써 침착해보려 했으나 그의 주위로 풍기는 기운은 초조함과 불안감으로 가득했다.
해츨링 모습의 루카테르는 그런 리아인의 모습을 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지만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
버려진 신전에서 나온 후,
갑자기 잠들었던 류안이 사흘이 지난 지금까지 깨어나지 않고 있었다.
이 알 수 없는 상황을 설명해 줄 수 있을 존재가 있는 곳으로 어서 빨리 가야 했다.
초조해하면서 잠든 류안이 깨어나기를 망부석처럼 가만히 앉아 기다리고 있던 리아인은 다급히 1층 침대 안,
류안의 상태를 살피더니 이내 미간을 구기며 루카테르를 향해 외쳤다.
“텔레포트!!!”
“어? 뭐? 어디로?”
루카테르는 리아인의 갑작스러운 외침에 당황했다.
“왕궁!”
“뭐? 안돼!! 나 혼자라면 몰라도 너하고 류안은 물론이고 말들과 마차를 통째로 옮기려면··· 아니, 마차와 말들 빼고 우리 셋만 왕궁으로 텔레포트 하는 것도 힘들어! 왕궁뿐 아니라 수도 전체에 있는 경비용 보호막에 걸린다고 잘못되면 너와 류안이 위험해!!”
리아인의 안 그래도 구겨진 미간은 더 험하게 구겨졌으며
루카테르는 한숨을 쉬었다.
“모두 한꺼번에 텔레포트 가능한 곳은 수도 성벽 밖까지야. 그게 한계고 최선이야. 우선은 마차를 세우고 텔레포트 마법진을···.”
“달리는 말들 앞에 마법진을 펼쳐봐!”
“뭐?”
리아인의 말에 루카테르가 화를 냈다.
“야! 야! 가능하긴 하지만, 도착하게 될 반대편 상황도 고려해야 할 것 아냐!! 이렇게 빠른 속도로 달리는 대형마차가 갑자기 나타나면 그쪽은 아수라장이 돼! 사람들이 크게 다칠 수 있다고!!!”
“영상통신!”
“뭐?”
“레이쉴과 네우한테 연락해서 알아서 조치하라고 해!!”
“아?”
“빨리─!!!”
루카테르는 저놈 리아인을 어떻게든 말려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했지만, 그랬다가는 왠지 자신의 목숨이 위험해질 것 같았다.
“아, 알았어. 영상통신하고 마법진 펼치려면 시간이 필요해. 이건 네가 아무리 닦달해도 기본적으로 걸리는 시간이 있으니까. 좀 전정하고 기다려!”
루카테르는 단호하게 말하고는 아공간에서 두 개의 영상통신 장치를 꺼내 들었다.
삐이이이익─────!!!
왕궁 집무실에 있는 레이쉴과 네우가 가지고 있는 영상통신 장치에서 동시에 긴급 연결음이 울렸다.
둘은 영상통신 장치를 켰고,
바로 루카테르의 외침이 들렸다.
-지금 당장 동쪽 성벽 문밖과 안, 그 근처에 있는 사람들 모두 대피시키고 통로 확보해놔!!! 5분 줄게, 빨리해!!!
뚝─!
영상통신이 꺼지고
집무실에 있는 레이쉴과 네우,
그리고 당연히 같이 있는 벨드라엔과 제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확한 상황파악은 일단 뒤로 미루고,
네우가 수도 안에서만 사용 가능한 텔레포트 마법진을 발동시켰으며 네 명은 바로 수도의 동쪽 성벽 문 안쪽 근처로 왔다.
갑작스레 나타난 마법진.
그 마법진에서 모습을 보인 국왕 레이쉴과 수호신 벨드라엔 그리고 쌍둥이 둘을 본 병사들과 사람들은 놀람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레이쉴은 그런 그들을 살펴볼 겨를이 없었다.
“모두 이곳에서 피하도록 하라!”
“네?!! 전하 무슨······.”
모습을 보이자마자 피하라고 외치는 국왕 레이쉴의 모습에 병사들은 더더욱 당혹해하고 있을 때,
파아아악───!
성벽 문밖에 대형 마법진이 나타났다.
“야익─! 5분이라며!! 이제 2분 지났다!!!”
초고속 텔레포트를 펼쳐 조금 지친 네우가 짜증을 내며 병사들과 사람들한테 구슬 형태의 보호막을 씌워서는 강제로 안전하다 싶은 곳으로 옮겨 대피시켰다.
강제로 대피하게 된 병사들과 사람들이 어리둥절할 틈도 없이
어느 정도 통로가 확보되자마자, 대형 마법진에서 네 마리의 말이 끄는 리아인과 류안의 여행용 대형마차가 매서운 속도로 달려 나왔다.
대형마차는 곧 성벽 문을 지나쳐서는
레이쉴, 벨드라엔과 쌍둥이가 있는 바로 앞에 도달했다.
히─히힝! 히힝──!
“워─ 워─!!”
쌍둥이 제우와 네우가 거친 숨을 몰아쉬는 말들을 진정시키던 중.
벌컥──!
마차 문이 거칠게 열리면서
리아인이 모습을 보였다.
“벨드라엔!”
벨드라엔은 자신의 이름을 다급히 외치고는 도로 마차 안으로 들어가는 리아인의 모습에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있다고 생각해 마차 안으로 들어갔다.
네우는 만일을 대비해 마차에 방음 마법을 씌웠다.
마차 안,
1층 침대에서 류안이 옆으로 누워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괴로운지 인상을 쓴 얼굴에는 땀방울이 맺혀 흘러내리고 있었다.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거기에 더해
류안의 몸 주위로 이상한 기운이 들쭉날쭉 불안정한 채 안정을 찾아가는 모순된 흐름을 보였다.
“···우선 류안을 옮기자.”
벨드라엔의 말에 리아인은 고개를 끄덕였고
그 모습을 본 벨드라엔은 일단 마차에서 내렸다.
“국왕 전하. 자세한 것은 왕궁으로 돌아간 후, 말씀드리겠습니다.”
레이쉴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벨드라엔은 시선을 돌려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 말들을 다독이고 있는 쌍둥이 둘을 봤다.
“루카테르가 있으니 너희는 이곳 마무리를 부탁한다.”
뒷정리 부탁과 함께
걱정하지 말고 말들을 보살피라는 의미였다.
벨드라엔을 따라 레이쉴도 마차 안으로 들어가고 마차 창문으로 환한 빛이 잠시 비쳤다가 사라졌다.
빛이 사라진 마차 안을 살펴본 쌍둥이 제우와 네우는 말들을 편히 쉴 수 있는 곳으로 이끌고 갔다.
왕궁 내,
리아인과 류안이 머물렀던 방.
화아악───!
그곳에 텔레포트 마법진이 생겨났고
곧 레이쉴과 벨드라엔, 류안을 품에 안은 리아인, 마지막으로 해츨링 모습의 루카테르가 모습을 보였다.
리아인은 류안을 조심히 침대에 눕혔다.
류안은 고통을 참는 듯 바로 몸을 웅크렸다.
류안 몸 주위의 기운은 여전히 불안정하면서 안정적인 모순된 흐름을 보였다.
벨드라엔의 눈에는 그 흐름은 마치,
제자리를 찾아가는 힘, 권능을 억누르는 것 같았다.
“······대체 왜 이러는 거야?”
류안을 보고 있는 리아인의 몸은 불안감과 초조함에 잘게 떨리고 있었다.
‘신전 따윈 찾아가는 것이 아니었어! 그놈의 망할 선택이 뭐라고···. 신의 선택 따위······.’
리아인은 눈을 질끈 감았다.
레이쉴은 류안도 걱정이었지만
평소 깡다구 있던 모습과는 달리 눈앞의 잘게 떨고 있는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소년.
리아인 역시 무슨 일 생기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었다.
“리아인 군. 심정은 이해하지만, 일단은 진정하고 곧 의료진이 올 테니···.”
리아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인간이 아닌 류안을 상대로
능력 좋은 왕실 의료진들이라도 인간인 이상, 아무리 용을 써도 치료는커녕 상태조차 파악 못 할 것이니까.
불안해하는 리아인의 모습에
벨드라엔은 좀 그렇긴 하지만 친분이 있는 그녀의 도움이라도 받을까 생각하다가
일단은 진정시키기는 것이 먼저일 듯해 입을 움직였다.
“그래, 리아인··· 지금 당장은 뭘 할 수 있는 것이 없으니까···.”
“······왜 할 수 없어?”
리아인은 고개를 돌려 벨드라엔을 봤고
벨드라엔은 그의 눈빛에 흠칫했다.
그 눈빛은 자신을 향했다기보다는 신 자체에 향한 분노와 살기가 자리해 있었다.
리아인은 이를 악무는 듯하다가 입을 열었다.
“왜?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신이잖아! 같은 신이면 왜 이러는지 알고 있어야 하는 것 아냐? 뭔가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맞잖아!!!”
리아인의 목소리에 울분이 가득했다.
“원하지 않을 때는 저들 맘대로 하더니, 왜 정작 필요할 때는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는 거냐고···.”
류안이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신의 선택인지 뭔지 때문에······.
리아인은 혹, 가려져 있다고는 하나··· 자신의 뒤틀림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 것이 아닌지···
그 때문에 류안이 고통받는 것인지 괴로웠다.
힘들어하는 류안한테 아무것도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어 그저 옆에서 지켜봐 주는 것밖에 할 수 없는 자신한테 화가 놔 미칠 것 같았다.
그런 리아인의 말에 레이쉴과 루카테르는 놀라며 당황했다.
같은 신.
류안이 혹시 신이 아닐까 추측만 했던 것이 사실이 되었다.
이러한 사실에
레이쉴은 곧 차분해진 것에 비해
루카테르는 혼란스러움이 밀려왔다.
기생 마수가 기생할 수 있는 ‘인형’이라고?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다.
거기에다 류안의 육체는 ‘인형’과 전혀 달랐다.
“하··· 하하하.”
루카테르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리아인은 그 웃음에 살기를 뿜으며 노려봤고
루카테르는 바로 웃음을 멈추고 입을 꾹 닫았다.
‘이놈의 눈치··· 웃을 때가 따로 있지··· 젠장.’
루카테르는 리아인을 슬쩍 봤다.
그는 류안한테 집중하느라 더 이상 자신을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휴······.’
루카테르가 남들 몰래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는 사이,
벨드라엔은 침대에 웅크리고 있는 류안을 걱정하며 바라보고 있었다.
“리아인, 류안의 상태는 나는 물론이고, 이제껏 봐온 그 어떤 신들과도 달라.”
짧다고 하면 짧지만,
지금까지 류안을 봐오면서 그에 대해 알게 된 것들은 이곳 세계에 존재하는 신에 관련된 상식들을 뒤엎는 것들이었다.
그렇기에 류안을 첨보거나 가까이 지내지 않는 이상, 신이라고는 짐작조차 못 할 터.
벨드라엔은 고개를 돌려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침대 가장자리의 이불을 움켜쥐며 고개 숙인 채 잘게 떨고 있는 리아인을 봤다.
‘하아·········.’
도움을 줄지도 모를 그녀에게 부탁하기 위해 움직이기 전 소용없겠지만···,
그래도 리아인을 진정시키기 위해 벨드라엔은 말을 했다.
“지금은 일단 기다ㄹ······.”
“···곧 끝나.”
리아인은 물론이고,
벨드라엔, 레이쉴과 루카테르도 목소리가 들린 곳을 봤다.
류안이 아직 웅크린 자세로 가늘게 눈을 뜨고는 한 손을 뻗어 리아인의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었다.
그 모습은
평소 리아인이 집착을 강하게 보이긴 했어도 류안의 보호자로서 모습을 보인 것과 달리
류안이 리아인의 보호자 같이 불안해하는 아이를 달래는 모습이었다.
리아인은 떨리던 것이 진정되면서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류안 주위의 불안정하면서 안정적이었던 기운은 모순된 그대로 가라앉으며 사라져갔다.
모순된 두 가지 모두를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류안은 가늘게 떴던 눈을 감았다.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어··· 그··· 음, 나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네.
상당히 당황한 목소리였다.
-그··· 창을 소유한 것만으로 자네가 ‘---’로 인정될 줄은···. 신전의 의자에 앉지 않고 그 의지와 뜻을 잇는 것을 거부해 허용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이미 받아들인 거 잘 부탁하네.
눈치 보는 목소리의 말에 류안은 안심했다.
자신한테 일어나고 있는 변화가 버려진 신전 안에서 리아인한테 손을 내밀었던 그 행동 때문이 아니라는 것에,
‘손길’이 아닌 것에 진심으로 안심했다.
그리고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말을 멈춘 목소리는 어딘가를 둘러보는 듯하더니 말을 이었다.
-창은 언제 이렇게 많이 모았나? ‘---’가 ‘아이’에게 하사한 하얀 창이 신전에서 가져온 것 외에 하나가 더 있군. 자네··· 혹시 ‘---’의 뒤를 이을 자격이 있었던 것이 아니고 애초에······.
“시끄러워.”
류안의 말에 조용히 있던 세 명과 한 마리는 그를 봤다.
순간, 고통에 헛소리하는 것인가 싶었다.
- ···미안하네. ···그 한 가지만 묻고 입 다물고 있겠네.
목소리는 잠시 주저하다가 말했다.
-난 왜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인가? 기다림을 끝낸 신전도 무너져 사라졌으니 사념체인 나도 같이 사라져야 마땅하거늘······.
류안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왜? 사라지고 싶어?”
-!!!!!
머릿속의 목소리.
‘---’의 사념체가 세차게 고개를 가로젓는 것이 류안은 보였다.
“그럼, 그냥 있던가. 맘대로 해.”
류안은 가볍게 웃음을 흘렸다.
그 모습을 본 세 명과 한 마리는 알게 됐다.
헛소리가 아닌 알 수 없는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있다는 것을.
-음··· 그럼, 염치 불고하고 자네의 ‘방’에서 더부살이 신세 좀 지겠네.
“입 다문다며.”
류안은 살짝 미간을 구겼고,
‘---’의 사념체는 흠칫했다.
-크흠, 쉬게······.
류안의 머릿속에서는 더이상 ‘---’ 사념체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고 조용했다.
류안은 구겼던 인상을 펴고
자신의 몸에 일어나고 있는 변화가 마무리되기를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의 사념체는 류안의 ‘방’에서 보이는 것들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여전히 옆으로 웅크린 자세이긴 했지만,
평소 표정으로 다시 잠든 류안을 보면서 리아인은 조금 안도했다.
류안과 침대 옆에 요지부동으로 앉아 있는 리아인을 가만히 두고 벨드라엔, 레이쉴과 루카테르는 조용히 방을 나왔다.
방 밖에는 레이쉴의 누나 세이지가 있었다.
“좀 어때?”
“뭐가 뭔지 아직 좀 어리둥절하지만, 지금은 괜찮아 보입니다. 그냥 가만히 두는 것이 제일 좋은 것 같더군요.”
“그래? 다행이네.”
레이쉴은 순간 생각난 것이 있어 누님 세이지를 봤다.
“아, 누님 혹시······.”
“걱정하지마. 엿보는 자는 없어. 류안에 대한 것은 여기 이곳에 있는 우리 외에는 아무도 몰라.”
세이지는 살짝 웃어 보였다.
“너희가 오기 전 그자가 엿보기를 시도하기 했지만, 내가 가만 둘리가 없잖아? 아마, 한동안은 이곳을 엿볼 생각도 염두도 못 할 거야.”
세이지는 류안과 리아인이 있는 방문을 잠시 보고는 레이쉴을 봤다.
“방안에 저 두 소년도 걱정이겠지만, 너도 많이 놀랐을 텐데 가서 좀 쉬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어때?”
“네, ···그래야겠어요.”
레이쉴은 고개를 끄덕이고 발을 움직였다.
세이지는 동생 레이쉴의 뒤를 따라 움직였고
벨드라엔도 닫힌 방문을 잠시 보고는 움직여 쌍둥이가 있을 곳으로 향했다.
여전히 해츨링 모습인 루카테르는 그냥 문 앞에 털썩하고 앉았다.
루카테르는 류안이 일어나면 물어보고 싶은 것이 많았다.
* * *
그 후, 꼬박 하루의 시간이 지났다.
리아인은 천천히 눈을 떴다.
‘······언제 잠들었지?’
리아인은 잠을 쫓아내기 위해 한 손으로 눈을 비비면서 아직 누워있을 류안을 봤다.
“크흡──!!!”
그리고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잠 따윈 우주 밖 저 멀리 날아갔다.
눈앞에 산발인 검고 긴 머리카락이 얼굴의 반을 가리고 있으면서 그 사이로 보이는 고양이 눈을 닮은 짙은 회색 눈동자가 자신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무슨 동양 귀신 공포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줄 알았고
리아인은 벌렁거리는 가슴을 움켜잡고 진정시키느라 진땀을 뺐다.
“이··· 일어났어?”
“응.”
“···이제 괜찮은 거야? 그··· 별일 없는 거지?”
류안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침대맡에 앉고는
자신을 걱정하는 눈으로 보고 있는 리아인을 잠시 본 후,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꼼꼼히 살펴봤다.
“응, 괜찮아. 별일 없어.”
몸 자체에 변화는 없는 듯했다.
그 말에 리아인 얼굴에 안도감이 감돌았다.
그러나,
정말 괜찮은지 확인하고 싶은 맘에 저도 모르게 류안의 얼굴 쪽으로 손이 움직이던 그때.
쾅──!!
“소년! 일어났냐?”
문밖에서 둘의 대화를 듣기라도 했는지
해츨링 모습의 루카테르가 방문을 세차게 열고 소리치며 날아 들어오다가 멈칫했다.
그리고는
뭔가 묘한 분위기의 리아인과 류안을 봤다.
특히, 리아인을 자세히 봤다.
“음, 내가 방해···를 했나?”
방해?
무슨 방해?
저 드래곤 새끼가 불청객인 것은 맞지만,
뭘 방해했다는 것인지 리아인과 류안은 알 수 없었다.
“···그 하던 것을 마저 하라고 하고 싶으나.”
하던 거 뭐?
리아인의 표정이 빨래가 끝난 세탁기 안에서 오래 방치된 면 옷처럼 잔뜩 구겨졌지만,
그가 어떤 표정을 짓든 말든 루카테르는 자기 할 말을 뱉었다.
“내 의문을 해소하는 것이 먼저다!!!”
그러고는 빠르게 류안한테로 날아갔다.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