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23 화 – 원치 않게 알게 되었다.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23 화 – 원치 않게 알게 되었다.
리아인은 류안이 저곳으로 가기 전 얼른 마차가 있는 곳으로 움직이려 했지만,
평소 느릿느릿하던 류안은 이럴 때는 동작이 빨라 어느새 소란스러운 시장 구석으로 가고 있었다.
그곳에는 마수 테이머로 보이는 두 사람과 마수들이 대치하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이 녀석이 철이 없다 보니 이런··· 정말 정말 죄송합니다.”
사과하고 있는 테이머의 소형크기로 사자를 닮은 마수는 털을 곤두세우고 검푸른 기운을 뿜어대고 있었다.
테이머는 그런 마수를 어떻게든 진정시키려 하고 있었지만 잘되지 않는 듯했다.
대치 상대인 세 마리의 늑대를 닮은 중형 크기의 마수를 데리고 있는 테이머는 현재 상황을 냉정하게 지켜보고 있었지만,
그의 세 마리 늑대형 마수가 사자형 마수의 검푸른 기운에 반응하며 으르릉거리고 있었다.
리아인의 머리 위에서 보고 있던 루카테르는 알 수 있었다.
저 작은 사자형 마수는 지금 제힘만 믿고 깝죽거리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아는 것이냐고 물어본다면
루카테르 자신도 저렇게 깝죽거리며 돌아다닌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꼬꼬마 레이쉴한테 잘 못 걸려 호되게 당했지만···.
-저 하룻강아지 마수 저러다 큰일 내지 싶은데.
리아인의 눈에도 그래 보였다.
그 예상대로
사자형 마수의 검푸른 기운에 주변에 있던 다른 마수들이 동화되듯 앞에 대치하고 있는 늑대형 마수 세 마리를 향해 이를 세우기 시작했다.
크르르릉──.
크릉─.
놀란 테이머는 사자형 마수를 품에 꽉 안으면서 검푸른 기운을 막으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이미 검푸른 기운에 동화된 마수들은 늑대형 마수 세 마리를 향해 이와 발톱을 세운 채 한발 한발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런 마수들을 보며 놀란 테이머들이 자신의 마수한테 각자 명령했다.
“멈춰─!”
“뭐 하는 거야? 당장 그만둬!”
“뮤, 공격하지마. 명령이야──!!”
“어? 왜 이러지?”
“펭! 왜 말을 안 들어? 멈추라니까!!”
마수들은 자신의 테이머의 말에 잠시 멈추는 듯했으나,
이내 늑대형 마수 세 마리한테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늑대형 마수 세 마리도 공격 자세를 잡았다.
일촉즉발의 상황.
다들 곧 터질 마수들의 괴성과 피 튀기는 상황에 긴장하며 대비하고 있었는데,
조용했다.
그 어떤 괴성도 마수들이 부딪히는 소리도 나지 않았다.
의아함을 느낀 사람들의 시선이 한곳으로 모였다.
반려 마수 용품 가게 주인도 밖으로 나와 한곳을 바라봤다.
그곳에 늑대형 마수 세 마리를 공격하려 달려들던 마수들이 모두 바닥에 납작 엎드려 떨고 있거나 긴장한 듯 굳어있었다.
늑대형 마수 세 마리도 바닥에 엎드려 있었고
깝죽거리고 있던 사자형 마수도 얌전히 얼어 있었다.
마수들은 누군가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마수들만이 느낀 시선.
그 어떤 억압이나 위압감도 없었지만
자신들을 지켜보는 시선.
거부할 수 없는 그 시선에 절대 반항하면 안 된다고 본능이 외쳐대고 있었다.
테이머들은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아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하고 있는 와중에,
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머나 세상에 역시, 해츨링이어도 드래곤의 위엄은 대단하군요.”
드래곤?
테이머들의 시선이 일제히 움직였다.
늑대형 마수 세 마리의 테이머도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리아인의 머리 위에 있는 해츨링 모습의 루카테르를 봤다.
이곳에 있는 대부분의 테이머들은 드래곤 해츨링을 본 적이 없었지만 알 수 있었다.
드래곤이다.
테이머들의 시선은 다시 움직이며
드래곤 해츨링과 같이 있는 두 사람.
리아인과 류안을 봤다.
모두 선망의 눈빛으로 그 둘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
마을 관리 병사 두 명이 급히 달려왔다.
하지만,
분명 뭔가 일이 있었기는 한 것 같은데
아무런 행동 없이 바닥에 엎드리고 있는 마수들과 한 곳을 응시하고 있는 테이머들 만이 보였다.
병사 둘이 상황파악이 잘 되지가 않아 당황하고 있을 때.
“드래곤, 드래곤님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게 하셨어요.”
“네?”
어리둥절한 관리 병사 두 명한테 반려 마수 용품 가게 주인이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랬군요. 하지만, 여기 계신 테이머 분들과 마수들은 관리소로 가서 조사받으셔야 합니다.”
상황은 마무리되었지만,
절차가 있어 조사는 해야 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관리소로 모두 데리고 가기에는 마수와 테이머의 수가 너무 많았다.
관리 병사 두 명이 고민하고 있을 때,
피해자라 할 수 있는 늑대형 마수들의 테이머가 배려해준 덕분에
사고의 원흉인 사자형 마수와 그 테이머를 제외한 나머지 마수들과 테이머들은 각자의 길을 갈 수 있었다.
그런 와중에
리아인과 류안, 루카테르는 참고인으로 같이 관리소에 가야 했다.
‘젠장.’
그래도 다행히 아무 일도 없었기에
딱히 조사랄 것도 없이 사자형 마수의 테이머한테 경고 및 주의를 주고,
늑대형 마수들의 테이머한테 사과하는 것으로 합의 보며 좋게좋게 끝냈다.
참고인으로 갔던 리아인과 류안, 루카테르는 자리에 앉아만 있다 관리소를 나왔다.
“크흠, 그 드래곤님과 계약하신 분이었다니 몰라뵈어 죄송합니다.”
리아인과 류안한테 마수 계약 증표가 있어야 한다고 알려주었던 관리 병사가 허리 숙여 사과했다.
“어? 사과할 일이 아닌데.”
별일 아니라는 듯 말하는 류안을 보며
관리 병사는 얼굴이 환해지면서 그의 배려에 감동하고 있었다.
류안은 정말 사과할 일 아니라 한 말인데
과잉 반응을 보이는 관리 병사가 이해가 되지 않아 고개를 갸웃거렸고
리아인의 머리 위에 있는 루카테르도 고개를 가로저었다.
류안과 루카테르 둘한테서 보이는 비슷한 장식과 문양에 서로 계약자인 것을 믿어 의심치 않은 관리 병사한테 뭐라 더 할 말이 없었다.
둘은 기생 마수의 표식을 설명하기 복잡할 것 같기도 하고 귀찮았다,
그와는 별개로
루카테르는 굳이 말할 필요 없어 말하지 않은 사실이 한가지 있었다.
마수들이 공격을 멈추고 모두 바닥에 엎드린 이유.
자신의 드래곤 기운이 한몫하기는 했겠지만
류안의 시선 때문이었다는 것.
분명 류안의 ‘보는 힘’에 뭔가 있다.
그렇지만
본인도 모르는 것을 자신이 알아내기는 쉽지 않았다.
뭐, 같이 다니다 보면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류안도 자신의 ‘보는 힘’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게 될 것이고,
겸사겸사 기생 마수에 대해 서로 얘기도 하고 하면 되는 것이라 여기며
루카테르는 맘 편안히 기다리기로 했다.
리아인은 머리 위에서 혼자 만족해하는 루카테르에 어째 기분이 나빴지만 무시했다.
이 마을에서의 볼일은 다 끝났으니, 얼른 떠나기 위해 마차 전용 주차장으로 향하고 있는데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자들이 있었다.
관리소에서 먼저 나왔던
늑대형 마수 세 마리와 테이머,
사자형 마수와 그 테이머.
두 명의 테이머와 네 마리의 마수가 리아인과 류안, 해츨링 모습의 루카테르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 안 좋았던 상황에서 그새 미운 정이라도 들었는지 사이좋게 서 있었다.
그리고는 동시에
류안과 루카테르를 보며 호소했다.
“제 얘기 좀 들어주십시오!”
“드래곤 님과 계약자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리아인은 속으로 ‘젠장’을 외쳐댔다.
마을 구석에 있는 작은 찻집.
드래곤과 그 계약자가 이 마을 ‘두만’에 왔다는 소문이 이 구석진 곳까지 퍼졌는지
리아인과 류안, 해츨링 모습의 루카테르를 찻집에 있는 주인과 점원은 물론이고 손님으로 온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었다.
두 테이머는 그들의 시선을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흠흠, 먼저 제 소개를 하겠습니다. 레쉬아 동쪽 마을 출신의 테이머로 ‘하엔’이라고 합니다. 여기 옆에 있는 마수들은 ‘도마’, ‘레마’, ‘미마’입니다.”
늑대형 마수들의 테이머가 자기소개를 한 후
뒤이어
“전 북쪽 출신의 테이머이고 이름은 ‘사메이’입니다. 여기 이 아이는 ‘모사’라고 합니다.”
사자형 마수의 테이머도 자기소개를 했다.
그리고 둘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근래 마수들을 사냥하는 무리가 있습니다.”
잉? 마수 사냥?
리아인과 루카테르는 일순 당황했다.
마수가 사냥당하는 것이 도움을 요청할 일인가?
테이머라서 생각이 다른 것인가?
리아인은 이곳 세계에 온 첫날부터 ‘마수의 숲’에서 마수들을 해치웠었고,
루카테르는 드래곤 특성이라고 해야 하나 마수들과 자주 부딪히며 해치워댔던 전력이 상당했다.
사냥 협회를 통한 합법 사냥이나
자기방어가 아닌
단순 쾌락으로 멸종위기에 몰릴 정도로 과하게 사냥을 하는 것이라면 큰 문제이겠으나,
그렇다고 드래곤과 자신들한테 도움을 청할 일인가 싶었다.
리아인과 루카테르의 표정을 본 테이머 하엔이 말을 했다.
“예, 이해되지 않으시는 것 압니다. 마수 사냥 자체는 이상할 것이 없죠.”
테이머 하엔과 사메이의 표정이 진지했다.
그 뒤로 사메이가 말을 이었다.
“저희가 말하는 사냥꾼들이 사냥하는 마수가 심상치 않습니다. 강하고 약하고를 떠나 그들이 사냥하는 마수들은 전부 돌연변이입니다. 이건 결코, 평범한 일이 아닙니다.”
돌연변이.
자연적으로 태어난 뒤틀린 존재라고 할 수 있었다.
“돌연변이만 노리고 있다고요? 그냥 사냥 취향이 그런 것 아닐까요?”
리아인은 아직도 그 둘의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하아─, 네 그렇게 생각할 수 있죠.”
사메이는 예상했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그 사냥꾼들이 이상합니다. 돌연변이 마수들을 사냥하면서 제물이 어쩌고저쩌고 말하고.”
움찔.
“무슨 비밀조직인 것을 티를 내고 싶은 것인지 전부 검은 옷을 입고 있고.”
움찔.
“거기에 하얀색의 이상한 창을 든 창술사는 무슨 주인공인 것처럼 뒤에서 자세 잡고 서 있다가 마지막 일격을 날리는 둥.”
리아인은 티가 나지 않게 움찔거리다가
결국, 다시 속으로 ‘젠장’을 외쳐댔다.
‘젠장─!!! 그 빌어먹을 검은 옷 자식들은 대체 뭘 하려고 그러고 다니는 거야?’
리아인은 인내심을 발휘해 짜증을 참은 후,
알아낼 수 있는 정보는 일단 알아내서 국왕 레이쉴과 벨드라엔한테 떠넘기기로 했다.
“그··· 검은 옷 사냥꾼에 대해 더 자세히 얘기해 줄 수 있나요?”
하엔과 사메이의 표정이 밝아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 사냥꾼들을 만나면 알 수 있는 특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특징이요?”
“네, 검은 옷 자체는 딱히 특별날 것이 없으나, 옷 가슴팍 심장 부근에 있는 가시가 돋친 원형 테두리에 가장 긴 창을 중심으로 양옆에 길이순으로 부채꼴로 펼쳐진 하얀색 창 다섯 개가 있고, 그 밑에는 그 창들을 받치듯 접힌 형태의 검은 날개가 자리해 있습니다.”
‘설명이 좀··· 긴데. 알아보기 쉽게 자세히 설명하는 것 같긴 하지만···.’
리아인은 저 긴 설명이 쓸데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 음··· 자세한 설명 감사합니다. 보게 되면 바로 알아볼 수 있겠어요. 그 외에 다른 것은 없나요?”
“아······, 그게 저나 이 친구도 그 사냥꾼을 본 것이 두세 번이고··· 다른 테이머들한테서도 돌연변이 마수 사냥꾼들 얘기가 들려와서 그······.”
옷에 있는 문양을 설명할 때와는 달리
말을 어물거리는 모습에
리아인은 눈을 가늘게 뜨고 테이머 둘을 바라봤다.
‘하! 이것들이 봐라.’
겨우 옷에 대한 것만 알려주면서 지금 우리더러 의심스러운 것이 있으니 알아서 조사하고 문제가 있는 것이 맞으면 나서서 처리해 달라는 그런 것인가 했다.
뭐 이런 XXX 같은···!!!
리아인은 성질이 뻗쳤지만,
일단은 참았다.
“정보 주신 것 감사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지 모르겠네요.”
“네? 드래곤 님이 있으신데 무슨······.”
리아인은 씨익 웃어 보였다.
아주 싸늘한 눈을 하고.
“두 분 테이머시죠?”
“네, 그렇죠.”
“그렇습니다.”
“돌연변이 마수들이 사냥당하는 것이 걱정되시는 건가요?”
“그게······.”
“아니면 사냥꾼들이 눈에 거슬리는 것인지.”
“그거야···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 사냥꾼들이 분명 일을 꾸미는 것 같은데···, 그래서 드래곤 님과 계약자분께···.”
리아인의 눈빛은 더욱 싸늘해졌다.
“테이머인 두 분이 나서면 되지 않나요?”
이 말에 테이머 둘은 흠칫했다.
“돌연변이 마수들이 사냥당하는 것이 맘에 걸리면 마수 테이머로서 보호해주면 될 것이고, 사냥꾼들이 설치는 것이 거슬리면 관련 협회에 알려 제지하라고 하던가, 마수 테이머들이 직접 나서서 제지하던가 하면 될 것 같은데.”
리아인은 말을 잠시 멈추었다가 뒷말을 마저 이었다.
“아닌가요?”
마수 테이머 하엔과 사메이는 할 말을 잃었다.
그 둘을 리아인은 정면으로 응시했다.
“마수들의 상위존재이고 힘이 있으면 그쪽들 말을 들어줘야 하는 건가?”
존대어 따윈 쓰레기통에 버렸다.
리아인의 갑작스러운 상반되는 말투에 테이머 둘은 놀라며 당황했다.
“그쪽이 드래곤한테 뭘 해줬다고, 해준 것도 없으면서 부탁하면 뭐든 들어줄 것이라고 바라는 것은 너무 염치없지 않나?”
류안 옆에 앉아있는 해츨링 모습의 루카테르가 묘한 표정으로 리아인을 봤다.
“선망? 말로만 하는 존경? 그딴 것들이 뭔데? 그딴 것들 없어도 드래곤이 사는 것에 아무 문제 없어. 게다가 드래곤이 무슨 마수들 보호자인 것도 아니고, 드래곤이나 마수나 서로 치고받고 싸우는 천적과도 같은 존재일 뿐이야.”
리아인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건 무슨, 할 만큼 해보고 최선을 다해도 해결이 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협력을 부탁하는 것도 아니고, 손대지 않고 코 풀겠다는 심보인지.”
리아인은 다시 테이머 둘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 시선에 하엔과 시메이는 흠칫했다.
“야! 니들이 발견한 문제는 니들이 알아서 해!! 엄한 드래곤 붙잡고 부려먹을 생각하지 말고!!!”
테이머 하엔이 조심히 입을 열었다.
“저 그래도 저희가 드린 정보도 있고, 도움을 조금이라도 주실 수···.”
“그딴 정보? 필요 없어!”
리아인의 단호한 말에 테이머 둘은 움츠렸다.
검은 옷의 사냥꾼 정보?
정말 필요 없었다.
왕궁 지하 감옥에 있는 검은 옷 녀석들.
그 열 명을 쪼아대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는 정보였다.
“하지만, 그 사냥꾼들을 만나면······.”
“돌연변이 마수만 노린다며 우리와 마주칠 확률이 있기는 해? 설령 마주친다고 해도 그건 우리가 알아서 하면 돼.”
리아인은 말하고 나서 ‘아차’ 했다.
말이 ‘씨’가 되지 않을까 불안감이 급습했다.
“그 사냥꾼들과 우리가 만날 일은 절대 없어!!! 그러니 그쪽은 우리 일에 신경을 꺼!”
리아인은 급히 정정해서 말했지만,
불안감은 영 사라지지 않았다.
리아인은 더 하고 싶은 말도 없고 짜증이 폭발할 것 같아 자리에서 일어났다.
류안도 자리에서 일어났고,
루카테르는 리아인의 머리 위로 날아가 자리했다.
“짜증 나.”
리아인의 입에서 결국 참지 못한 감정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거친 발걸음으로 찻집을 나갔다.
류안은 조용히 그 뒤를 따라 나갔다.
찻집 안에는 침묵이 내려앉았다.
찻집 문을 조용히 바라보던 하엔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드래곤 님과 같이 다니시는 분이라 역시 다르네. 대리인으로서 말한 이유가 있었어.”
하엔의 말에 사메이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테이머들을 소집해야겠어. 사냥꾼들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를 해봐야 해.”
“그래, 드래곤 님과 그 계약자분께 우리 테이머들의 저력을 증명해 보이자.”
그 둘은 리아인의 말을 자신들 테이머들을 위한 질타로 받아들이고 의욕을 불태웠다.
또한,
드래곤의 계약자로 여기고 있는 류안의 시선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의 시선은 무표정했지만
마치,
지켜보고 있을 테니 자신들의 가치, 저력을 증명해보라는 듯했다.
당연히 류안은 아무 생각 없이 보고 있었을 뿐이다.
리아인이나 류안은 전혀 의도하지 않은
마수 테이머들한테는 깨우침과 전환점이 되어있었다.
자신들의 여행용 마차가 있는 곳으로 향하고 있는 리아인한테 루카테르가 감탄했다는 듯이 말했다.
“이요~ 네가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는데, 다시 봤어~.”
“널 위해서 한 말 아냐. 그것들 하는 행동이 짜증 나서 말한 것뿐이야.”
리아인은 퉁명스럽게 말했으나
루카테르는 기분이 좋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마차 전용 주차장에 도착한 리아인은 바로 마차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고, 류안도 뒤따라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확인한 후 마차 문을 닫았다.
문이 닫히는 소리에 맞혀 말들이 움직였고
마차는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리아인은 지친 듯 소파에 앉아 루카테르한테 말했다.
“너 국왕 레이쉴과 바로 연결되는 통신 장치 있지?”
“응, 당연히 있지. 왜?”
“연결해봐.”
“??? 그래, 알았어. 잠깐 기다려.”
“후우─······.”
리아인은 마차 천장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루카테르는 ‘저놈이 왜 저래?’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아공간에 앞발을 집어넣어 통신 장치를 찾았다.
쓸 일이 없을 거라 여기고 구석에 처박아 놔서 찾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으차~ 찾았다.”
아공간에서 해츨링 모습의 귀여운 앞발에 국왕 레이쉴과 직통으로 연결되는 영상 통신 장치가 들려 나왔다.
지직─.
잠깐의 잡음이 들리고 영상이 켜졌다.
-호오─ 반갑군. 가문에 콩 나듯 소식을 전해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빨라 감동할 것 같아.
레이쉴은 실없는 말을 하며 반기다가
영상 화면 속 리아인의 심상치 않은 표정을 봤다.
-무슨 일 있나?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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