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20 화 – 기이한 사태.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20 화 – 기이한 사태.
리아인의 눈에 묘한 광경이 보였다.
기괴한 기류는 광장에 있는 사람들을 공격하고 잡아먹으며 거칠게 움직이던 것과는 달리
류안의 옆은 그저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광장에 가득히 퍼지고 있는
붉은색의 불길과 백금빛 전류 줄기들.
무기와 마법으로 기괴한 기류와 대치하고
사람들이 공격당하며 쓰러지는
혼란으로 가득한 아수라장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이곳에서
혼자 유유히 걸어가고 있는 류안의 모습은
마치, 다른 세계에 있는 것 같았다.
레이쉴은 기괴한 기류를 태우는 불꽃들을 퍼트리는 것을 멈추지 않으면서 자신한테로 다가오는 류안을
묘한 얼굴로 봤다.
류안은 그런 레이쉴을 지나쳐서는
기념탑 앞에 섰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방해되지 않게 구석에 피해있는 벨드라엔을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며 바라봤다.
‘지금은 안 되겠지? 빈대 잡으려고 하다 초가집 태우는 상황이 되어버리면 안 되니까.’
류안은 다시 고개를 돌려 기념탑 차원의 틈 속에 있는 투명한 돌을 봤다.
투명한 돌은 오랫동안 굶주린 것처럼 게걸스럽게 기류를 빨아들이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쩌정─! 쩌저적───!!
기념탑 뒤쪽에서 광석들이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류안이 그쪽은 슬며시 봤다.
기념탑 뒤쪽으로 사람들을 노리고 흘러가던 기류가 금빛 섬광을 맞고 수정안에 가둬졌다가 깨지며 사라지고 그 뒤로 기류가 흘러가기를 계속 반복하고 있었다.
삼색 드래곤 루카테르가 어디에서 뭘 하고 있었나 했더니,
미처 생각하지 못한 사각지대 후방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야, 소년! 너 뭘 할 수 있는 거야? 왜 내 속성이 이것들 없애는 방법으로 널 계속 찾는 거냐고?”
류안은 루카테르의 짜증 섞인 외침은 무시한 채
투명한 돌을 응시했다.
“이익··· 뭔지 몰라도 할 거면 빨리해! 저 소름 끼치는 것이 계속해서 사람들을 덮치고 있잖아!!!”
여전히 루카테르의 외침은 무시하며
투명한 돌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던 류안의 입이 살짝 호선을 그리며 중얼거렸다.
“이제야 모습을 드러냈네.”
-지직··· 하얀 창! 직···!
레이쉴의 발밑 바닥에 떨어져 있는 초소형 통신 장치에서 잡음과 함께 세이지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레이쉴은 몸을 돌려 류안을, 기념탑 위에 있는 차원의 틈을 보고 싶었지만
계속 흘러가는 기류를 사람들을 덮치지 못하게 조금이라도 더 많이 불로 태워 없애버려야 했기에 그럴 여유가 없었다.
리아인과 쌍둥이 둘도 마찬가지였다.
타악──!
류안은 그런 그들을 뒤로하고 제자리에서 발돋움하며 약 5M 높이의 기념탑 위쪽을 향해 가볍게 뛰어올랐다.
“네우.”
류안의 부름에 쌍둥이 네우는 눈치 빠르게 그의 발밑에 마법 발판을 만들어 주었다.
탁.
류안은 그 마법 발판을 딛고 서서
정면으로 기념탑 차원의 틈 속에 있는 투명한 돌 그 뒤로 어렴풋이 보이는 하얀 창을 바라봤다.
그리고
손을 뻗어 틈 속 하얀 창을 잡았다.
그와 동시에
기괴한 기류의 움직임이 멈추더니
기이하리만치 순식간에 일제히 사라졌다.
류안은 틈 속에서 투명한 돌이 박힌 하얀 창을 완전히 끄집어냈다.
그러자.
스스스─슥───.
기념탑에 생긴 차원의 틈이
이물질이 빠진 듯 상처가 치유되는 것처럼 자연스레 닫히면서 사라졌다.
그 광경을 모두가 멍하니 바라봤다.
류안은 창을 들고 마법 발판에서 내려와 레이쉴의 옆에 착지해 서서는 주변을 둘러봤다.
그에 따라 레이쉴도 주변을 살펴봤다.
대부분 사람은 처음 겪는 기이한 상황에 얼이 빠져 소리는커녕, 주저앉은 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고
일부 몇몇 사람만이 옆에 혹은 근처에 있던 가족, 친구 그리고 전우가 기류에 덮쳐진 후 죽은 듯 쓰러져 있는 것을 보며 소리 없이 오열하고 있었다.
많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다.
레이쉴은 자신을 지켜주려고 하다 기류에 먹혀 쓰러진 병사를 봤다.
빈 껍데기.
강제로 생명과 영혼을 뺏긴 육체에서는 그 느낌만을 풍기고 있었다.
레이쉴은 속이 쓰려왔다.
“뭘 먹은 거야?”
류안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무슨 말인지 의문이 든 레이쉴은 류안을 봤다.
류안은 손에 들린 하얀 창의 창촉에 박혀 있는 투명한 돌을 내려다보며 말하고 있었다.
“먹으면 안 되는 것을 먹었어. 당장 토해내.”
그 말과 동시에
그의 손에 들린 하얀 창이 부르르 떨더니 창촉에 박혀 있는 투명한 돌에서 묘한 기류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끔찍한 상황이 또다시 반복되는 것인가 하고 다들 경계를 하려 했지만,
달랐다.
아까의 기괴하고 소름 끼치는 기류와는 전혀 달랐다.
그 기류는 정확히 생명과 영혼이 먹히고 빈 껍데기만 남은 사람들한테로 흘러가 스며들었다.
그리고는
동공이 열려 있던 사람들의 눈동자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런 모습들을 보며
가족의··· 친구의, 전우의 죽음에 오열하던 사람들의 표정에 환희와 기쁨이 가득 차올랐다.
조용한 광장에 안도의 흐느낌과 웃음소리가 낮게 퍼져 나갔다.
건물 안에 있는 사람들은 창문과 문을 걸어 잠근 채 창문 커튼 사이로 조용히 밖을 광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전하?”
레이쉴은 자신을 대신해 희생된 병사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전하는··· 괜찮으십니까?”
“그래, 난 괜찮다.”
레이쉴의 얼굴에 미소가 그려졌다.
“뒤처리는 다른 이들이 알아서 잘하고 있으니, 자네는 그만 돌아가서 쉬고 있도록 해. 명령이다.”
주변을 둘러본 병사는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 몰라도 사태가 끝난 것을 보고는
레이쉴한테 허리를 숙여 인사한 후,
국왕의 명을 이행하기 위해 왕궁으로 향했다.
루카테르는 ‘뭐 이런 녀석이 있어.’라는 표정으로 류안을 봤고
불처럼 일렁이던 머리카락이 원래대로 돌아온 레이쉴이 말했다.
“기적이군, 이렇게 아무도··· 희생되지 않고 끝나서···.”
“조만간 곧 죽을 거야.”
“뭐─?!!!”
류안의 말에 눈이 커지며 몹시 놀란 레이쉴이 물었다.
“그게 대체 무슨 소리···지?”
“받아들일 수 없는 못하는 상황에서 빈 껍데기만 남은 가족이나 친구를 보며 계속 오열하는 것 보다, 잠시라도 같이 있다가 눈앞에서 그들의 죽음을 제대로 맞이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어.”
레이쉴과 루카테르는
어떻게 한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알 수 있었다.
이 믿기 힘든 기적과도 같은 지금의 이 상황은 눈앞에 있는 소년.
류안의 배려로 생긴 것이라는 걸.
“아, 각자 시기는 다르겠지만, 조만간 빈 껍데기만 남게 된 사람들은 국왕인 레이쉴 당신이 책임지고 화장을 해. 만일의 사태가 벌어지면 안 되잖아?”
만일의 사태,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빈 껍데기에 빙의하는 것을 의미했다.
“힘들면 옆에 있는 드래곤 시켜도 되고.”
“뭐어──?!!!”
드래곤 루카테르는 싫다는 듯 소리쳤고
레이쉴은 씁쓸함이 스며 있지만,
웃으며 말했다.
“그래, 그렇게 하도록 하지. 수호 드래곤님 마무리 잘 부탁드립니다.”
“어? 어, ···알았어.”
거절할 수 없는 상황에 루카테르는 얌전히 수락했다.
국왕 레이쉴은 류안의 손에 들린 하얀 창을 봤다.
리아인도 상황이 마무리된 것을 확인하고 류안의 곁으로 다가와 그 창을 봤다.
레이쉴은 처음 본 것이라 몰랐겠지만,
류안의 손에 들린 투명한 돌이 박혀 있는 하얀 창은
지금껏 본 검은 옷 녀석들이 갖고 있던 기괴한 모양의 하얀 창과는 달리 아주 평범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풍기는 기운이 달랐다.
무겁고 깊은 위압감을 풍기고 있었다.
레이쉴은 저 하얀 창을 누님 세이지한테 보여주고 본질을 알아내고 싶었지만,
류안이 목 옷깃에 달린 아공간 마법이 새겨진 붉은 브로치 안에 넣어버려 그럴 수 없었다.
‘···부탁하면 보여주려나?’
“소년, 너 뭐냐?”
리아인과 류안이 동시에 루카테르를 봤다.
“하··· 검은 머리의 너 말이야.”
“류안.”
“아니, 이름 말고 너 혹시······.”
루카테르는 ‘신이냐?’라고 묻고 싶었지만,
장소가 그 질문을 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았고 터무니없는 말이라 생각해
일단은 내뱉지 않고 삼켰다.
무엇보다 ‘인형’에는 기생 마수가 기생할 수 없다.
신의 몸체에는 더더욱 불가능했다.
정말 정체를 가늠하기 힘든 존재였다.
그건 그렇고
사태가 끝났음에도
이놈의 드래곤 속성이 계속 ‘찾았다’라고 반복해서 신나게 외쳐대는 것이
루카테르는 자신의 속성이긴 하지만 고장이 났나 싶었다.
레이쉴은 하얀 창보다 더 신경을 써야 할 주변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광장과 그 주변은 불과 전류, 무기들로 인해 조금 파손이 되었을 뿐이고
사람들은 병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저 병사 중에도 먹힌 자가 있었지.’
레이쉴은 축제 경계에 동원된 모든 병사한테 휴가를 주고 예의주시하기로 했다.
“여기 계속 있어봤자.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없는 것 같은데 왕궁으로 돌아가는 것이 어떤가?”
레이쉴의 말에
리아이과 류안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벨드라엔과 쌍둥이 둘도 왕궁 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멀리 왕궁 가장 높은 첨탑 창문에서 이 모든 것을 보고 있던 세이지는 잘게 떨리는 손을 주먹 쥐며 떨림을 멈추기 위해 애썼다.
그리고,
레이쉴과 함께 이동 중인 류안을 주시했다.
* * *
상황이 정리되고
모두가 돌아가 텅 빈 광장.
여관 건물 3층 창문으로 광장을 보고 있는 한 남성이 있었다.
귀족인 듯 정장을 멋들어지게 입고 있는 금발의 남성은 창밖을 무심히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설마 이런 식으로 방해꾼들이 나타날 줄은 몰랐는데, 덕분에 회수할 수 없게 되어 아쉽군.”
그러면서도 금발의 남자는 여유롭게 차를 마셨다.
“아주 재미있어. ‘그분’께 알려야 할지 고민되는데. 흐흐흐.”
금발 남성의 웃음소리가 여관방안에 낮게 깔렸다.
그 뒤에 서 있는 회색 로브를 입은 자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 * *
왕궁 지하 감옥.
그 안쪽 제일 깊숙한 곳.
그곳에 루카테르가 광장에서 챙겨온 열 개의 금빛 수정체가 있었다.
루카테르는 검지와 엄지를 서로 부딪쳤다.
딱★!
파스스──슥─.
감옥 안을 울리는 소리와 함께 수정체 하나가 부서졌고,
그 안에 있던 검은 옷의 창술사 한 명이 바닥에 ‘쿵’ 소리를 내며 엎어졌다.
“크윽─!!”
엎어지는 충격에 정신이 든 창술사는 곧바로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펴봤다.
환하지는 않지만,
횃불의 빛으로 주변을 확인할 수는 있었다.
창술사의 눈에 국왕 레이쉴과 세이지, 루카테르가 보였다.
한쪽 구석에서 벽에 기대고 조용히 있는 다섯 명도 보였다.
“다 훑어봤나?”
레이쉴의 목소리와 함께
소름이 돋는 시선이 창술사를 덮쳤다.
자신의 모든 것.
내부 속까지 샅샅이 훑어보는
꿰뚫어 보는 듯한 기분 나쁜 시선.
국왕 레이쉴을 누나 세이지가 창술사를 응시하고 있었다.
“으··· 으윽···!”
“너희가 이곳에 온 이유가 뭐지? 단순히 날 암살하러 온 건이 아닌 것 같은데 맞나?”
“······으윽!”
창술사는 신음의 소리만 낼뿐,
몸을 잘게 떨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흠─ 아직 버틸만한가 보네.”
그 말에 창술사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당장에라도 이 소름이 돋는 시선으로부터 도망가고 싶었다.
하지만
몸에 구속마법이 채워져 있는지 움직이지 못하고 덜덜 떨 뿐이었다.
어떻게든 이 시선을 피하고 싶었던 간절했던 창술사는 순간, 또 다른 시선을 느꼈다.
소름이 돋고 기분 나쁜 벗어나고 싶은 시선과는 전혀 다른
어두운 절망 속에서 비치는 별빛처럼 자신을 바라봐주는 그런 시선이었다.
창술사는 고개를 힘겹게 들어서는 시선의 주인을 찾았다.
창술사의 행동에 의문을 느낀 레이쉴은 그의 시선을 따라 뒤를 돌아봤다.
심문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게 구석 벽면에 가서 관전 중인 다섯 명.
그중에서 검은 머리카락의 소년.
정확히 류안을 보고 있었다.
‘뭐지? 왜 저 소년을···.’
류안은 조용하게 하품을 했다.
“졸려?”
리아인이 소곤대듯이 말하자
류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리아인은 류안을 데리고 감옥을 나가기 위해 움직였고 벨드라엔과 쌍둥이 둘도 따라 움직였다.
리아인은 인상을 구기며 눈빛으로 말했다.
‘넌 왜 따라와?’
벨드라엔도 눈빛으로 말했다.
‘내 맘이다.’
아주 당당한 벨드라엔의 눈빛에
리아인은 창술사 쪽으로 고갯짓을 했다.
‘저놈이 내뱉는 말이나 다 듣고 와.’
‘싫어.’
리아인과 벨드라엔은 눈빛으로 말싸움을 했고,
그 둘의 모습을 보고 있던 쌍둥이 둘은 그저 해탈한 듯 소리 없이 웃고 있었다.
류안은 그러거나 말거나
다시 조용하게 하품을 하며 감옥 문을 열었다.
끼이─익.
감옥 문이 천천히 열리고
류안이 문밖으로 발을 내딛는 그때,
“기, 기다려줘─!!”
창술사가 다급하게 외쳤다.
그 외침에 모두 창술사를 봤다.
창술사의 눈에 두려움과 간절함이 서려 있었다.
“얘··· 얘기하겠어, 그러니··· 가지 말고 들어줘··· 제발···.”
레이쉴과 루카테르는 황당했다.
‘왜 저래?’
둘이 같은 생각을 하며 인상을 구길 때,
“국왕··· 당신의 말대로 우, 우리는 국왕인 당신을 암살하러 온 것이 아니다.”
창술사가 천천히 말을 했다.
“우린··· 단순히 시간벌기용 미끼이다.”
“시간벌기? 무슨 시간이 필요했던 거지?”
레이쉴의 물음에 창술사는 감옥 문 쪽을 힐끗 봤다.
긴 검은 머리카락의 소년이 감옥 문 앞에 서서 가만히 이쪽을 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 안도한 창술사는 계속 말을 이었다.
“하얀 창···.”
류안을 제외한 모두의 표정이 일순 굳었다.
신을 처형한다는 창.
“오래전 모습을 감쳤던··· 하얀 창이 차원의 틈을 통해 모습을 드러내고 제물을 먹을 시간. 그 시간을 벌고 방해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 그리고 국왕인 당신 포함해 광장에 있는 모두를 먹어치운 하얀 창을 ‘그분’이 선택한 자가 회수할 수 있게 지키는 것이 우리의 임무였다.”
레이쉴은 어이가 없었다.
“하얀 창이라면 너희 조직에서 제작하고 있었을 텐데, 왜 굳이 번거롭게 차원의 틈에 있는 하얀 창을 원하는 거지? 잘못하면 너희도 먹힐 수 있는 것 아닌가?”
레이쉴의 물음에 창술사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창술사는 검은 조직에 대해 이미 알고 있는 것에 자신이 알려줄 것이 많지 않은 것에 아쉬움이 밀려왔다.
그래도 알고 있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말을 이었다.
“우리의 목숨 따위 그저 소모품일 뿐···.”
허탈한 표정을 지은 그는 계속 말을 이었다.
“차원의 틈 속 하야 창을 찾은 이유··· 모조품을 아무리 잘 만들어 봐야 ‘진품’을 뛰어넘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진품이라는 하얀 창은 뭐지?”
레이쉴의 물음에 창술사는 류안을 봤다.
아직 자신을 봐주고 있는 소년.
“절대자의 의지가 담겨 있는 신을 처형하는 창.”
절대자라는 말에 류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류안의 행동에 창술사는 말을 멈췄지만,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기에 다시 말을 이었다.
“지금 당신들의 멀쩡한 모습을 보니··· 그자가 창을 회수해가지는 못했나 보군.”
이는 임무 실패를 의미했다.
그런데 왜일까···
창술사는 불안하지도 불쾌하지도 화나지도 않았다.
그저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벌어진 차원의 틈이 자연히 닫힐 때까지 절대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을 거다. 건드는 순간 하얀 창에 먹혀버릴 테니까.”
창술사의 말에 레이쉴은 고개를 돌려 류안을 잠시 봤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창술사를 봤다.
“흐···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다. 하얀 창을 회수할 자가 기간을 정해놓고 대기하고 있었던 것을 보면··· 벌어진 차원의 틈이 유지되는 기간이 제한되어 있다는 것일 터, 언제일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어도 곧 닫힐 테니까. 흐··· 흐흐······”
창술사는 낮게 웃음을 흘렸다.
소년에게 더는 말해 줄 것이 없었다.
아쉬웠지만 후련했다.
소년이 끝까지 봐주고 있었으니까.
창술사의 얼굴에 만족감이 가득했다.
두 번째.
류안의 시선을 마주한 ‘적[敵]’이
알아서 모든 것을 실토하고 혼자 만족해하면서 생쇼를 하는 것이 벌써 두 번째였다.
왜? 뭐 때문에?
리아인은 불쾌감에 얼굴이 구겨졌고,
이 괴상한 상황에 더 있고 싶지 않아 류안의 등을 떠밀며 서둘러 감옥 밖으로 나갔다.
벨드라엔은 류안의 ‘지켜봄’에 어떤 부속적인 힘이 있나 싶었지만,
급 신경을 접기 위해 강아지 털 털듯이 머리를 휘젓고는 리아인과 류안의 뒤를 따라 감옥 밖으로 나갔다.
쌍둥이 둘도 뒤따라 나갔다.
“루카테르 님.”
“어?”
“이 녀석 다시 가두십시오.”
“어, ···그래, 알았어.”
루카테르의 손짓에 금빛 섬광이 창술사 몸 위로 떨어졌고
그는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으나 아무런 저항을 하지 않은 채 금빛 수정체에 갇혔다.
“하아······.”
한숨을 내쉰 레이쉴은
묘한 표정의 누님 세이지를 봤다.
세이지는 묘한 기분에 사로잡혀 있었다.
자신과 비슷한 ‘보는 힘’을 가진 소년.
모두가 기분 나빠하고 불쾌해하는 자신의 시선과는 너무나 다른 반응을 보이는 소년의 시선.
부러움은 있었지만,
전혀 질투가 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시선과 마주 보고 싶어졌다.
“누님.”
“······응?”
“괜찮으신 거죠?”
레이쉴은 누님 세이지가 사물이 아닌 사람한테 ‘꿰뚫어 보는 힘’을 사용하고 나면 표정이 어두워지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응, 괜찮아.”
레이쉴은 안심했다.
말뿐만이 아니라
누님의 표정은 묘하긴 했지만, 어둡지 않았기에.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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