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4 화 – 평범한 일상.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4 화 – 평범한 일상.
산을 빠져나오고 도착한 마을 ‘뉘스’
리아인과 류안은 마을 광장 벤치에 앉아있었다.
리아인은 노점에서 산 꼬치를 하나를 먹으며
멍하니 시내 거리를 보고 있는 류안을 따라 같이 보고 있었다.
시내 거리에는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들의 모습.
배달하는 사람의 모습.
가게 앞을 청소하는 모습.
쌍둥이인듯한 둘이 한 남자를 야단치고 있는 모습.
반려동물과 산책하는 사람의 모습.
이러한 별 특출날 것이 없는 광경들이
뭐가 재미가 있기에 보고 있나 했는데
나름 사람들의 일상을 구경하는 재미가 소소하게 있었다.
그렇게 류안과 함께 리아인은 한가로운 점심시간을 보내고는 마을 지도를 사기 위해 정보관리소로 갔다.
관리소 안에는 사람들이 미어터지기 일보 직전이라
리아인은 류안한테 어디 가지 말라고 단단히 일러둔 후 관리소 안으로 들어갔고
류안은 정보관리소 건물 밖 대기석에 앉아 멍하니 있었다.
그런데 지도를 사러 들어가 금방 나올 것 같았던 리아인은 무슨 이유에선지 나오지 않고 있었다.
“하아─암.”
기다림이 길어지면서 몰려오는 졸음에 하품하던 류안은 옆에 있는 게시판에 시선이 갔다.
게시판에는 각종 의뢰서, 구인 구직, 가게 홍보용 종이가 한가득 붙어 있었다.
그 중,
구석 귀퉁이에 있는 실종자를 찾는 낡았으나 고풍스러운 종이의 의뢰서가 류안의 눈에 들어왔다.
30년 전 잃어버린 아들을 찾는 의뢰서였다.
류안은 게시판 가까이 다가가 그 의뢰서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뒤에서 세 명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는 옆으로 비켜섰다.
일란성 쌍둥이 둘과 인상 좋아 보이는 얼굴의 남성.
그 세 명은 게시판의 의뢰서들을 하나하나 찬찬히 살펴보고 있었다.
류안은 대기석에 다시 앉아 그 세 명을 구경했다.
그들은 뭔가 의견이 안 맞는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잠시 후,
미어터지는 사람들 때문에 대기하느라 시간을 허비했던 리아인이 정보관리소에서 나왔고
류안은 대기석에서 일어나 리아인한테 가다
그 세 명 중 쌍둥이 둘이 ‘벨드라엔’님이라고 부른 남성의 손에 실종자를 찾는 의뢰서가 들린 것을 봤다.
류안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듯 말했다.
“서북쪽 성인 걸음으로 이틀. 산 중턱의 녹색 지붕의 오두막.”
리아인은 뭔 말인가 싶어 류안을 봤고
류안은 별말 아니라는 듯 천진난만한 얼굴을 하고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그 모습에 리아인은 류안이 그냥 혼잣말했다 여기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리아인과 류안이 정보관리소 건물에서 멀어지는 것을 그저 멍하니 보던 세 사람.
그러다 퍼뜩한 쌍둥이가 서둘러 지도를 꺼내 들었다.
* * *
마을 ‘뉘스’에서 하룻밤 보낸 다음 날.
리아인은 류안을 데리고 아침 산책하러 여관을 나가고 있었다.
그때,
여관주인이 둘을 급히 불러세웠다.
“얘들아 잠시만.”
리아인은 무슨 일인가 싶어 발을 멈추고 여관주인을 봤다.
“너희 혹시 아르바이트할 생각 없니?”
“네?”
“점원 한 명이 갑자기 아픈 바람에 일손이 급하게 필요해서 그래. 일당 후하게 줄 테니, 오늘 하루만 부탁할게. 응?”
리아인은 마수의 숲에서 습득한 보물을 환전한 돈이 꽤 여유가 있었기에 굳이, 아르바이트할 이유가 없어서 간절하게 부탁하는 여관주인을 보면서 어떻게 거절할까 생각하다가 고개를 돌려 류안을 봤다.
사회 경험이 전혀 없을 류안.
이참에 체험하게 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하루만이면 할게요.”
“정말? 고마워~.”
여관주인은 환한 미소를 보이며 안도하더니
바로 리아인과 류안한테 해야 할 일들을 알려주었다.
정확하게는 리아인한테 알려주었다.
여관주인은 왠지 류안한테는 일을 시키면 안 될 것 같아서였는데
일을 못 할 것 같아서는 아니었고 이상하게 일 시키면 벌 받을 것 같은 느낌 때문이었다.
암튼,
첫 번째 일.
어제 못한 밀린 설거지하기.
리아인은 이곳 세계로 끌려오기 전,
이전 세계에서는 금전적으로 여유로운 집안에서 자랐기에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았지만
그 이전의 삶과 다른 세계로 강제 차원 이동 당했을 때 해본 이런저런 일 중에 식당 보조 일은 기본이고 노가다 막일까지 해봤기에 이 정도는 딱히 어려울 것이 없었다.
라이인은 숙달된 손놀림으로 접시와 그릇, 컵들을 깨끗이 씻어냈고
류안은 그 옆에서 정리하는 보조를 했다.
두 번째 일.
음식 재료 사 오기.
물량 파악 실수로 갑자기 필요해진 음식 재료가 있는데 소량이라서 배달이 되지 않아 식품 가게로 직접 가야 했기에
리아인은 류안과 같이 다녀왔다.
세 번째 일.
주문받고 서빙 하기.
이것은 나름의 경험과 요령이 있어야 해서
류안은 방해되지 않게 여관 식당 구석 의자에 앉아 리아인이 일하는 모습을 바라봤다.
그리고
여관주인도 전문가 이상으로 능숙하게 일하는 리아인의 모습을 보며 아주 흡족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정식 점원으로 고용해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그렇게 시간이 흘러 저녁 무렵,
아팠던 점원이 다 나았는지 복귀하면서
리아인과 류안의 아르바이트는 끝났다.
풀썩─!
여관 빌린 방으로 들어온 리아인은 침대에 대자로 누웠다.
오랜만에 한 아르바이트라 몸이 좀 고되긴 했지만, 일당도 두둑하게 받았고
좋았다.
이런 평범한 삶.
리아인은 고개를 돌려 옆 침대에 앉아있는 류안을 봤다.
피곤한지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하긴, 해본 적 없는 일을 했으니 피곤한 것이 당연했다.
리아인은 침대에서 일어나
류안을 침대에 바로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었다.
리아인은 곤히 잠든 류안을 보며
앞으로도 오늘처럼 별일 없이 지나가기를 바랐고
그렇게 하룻밤이 다시 흘러갔다.
* * *
달그락─ 달각.
우물······.
리아인은 방에서 식탁에 놓인 음식을 깨작거리며 먹는 둥 마는 둥 하면서 고민에 빠져 있었다.
아침 식사를 주문하러 식당에 갔다가 들은 ‘신[神]’과 관련된 얘기 때문이었다.
이곳 세계 ‘가쉬’에는 유독 신들이 많이 존재하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꽤 오래전부터 저들끼리 영역싸움을 해왔고,
근래에 들어 그 정도가 심해져 인간들한테도 그 영향이 퍼지고 있어 골치라는 얘기였다.
리아인한테 ‘신’이란 것들은 이제껏 겪어온 경험상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것에 걸림돌이 되는 존재였기에
이 마을 ‘뉘스’에 며칠 더 머물면서 ‘신’과 ‘영역싸움’에 대한 얘기를 찾아볼지
아니면 그냥 다른 마을로 이동할지 고민 중이었다.
이곳 신에 관한 정보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어야지 피해가든 말든 할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보니 전과는 달리 이곳에 온 후 신이 많은 것에 비해 나한테 손 내밀며 깔짝대는 신이 없네.’
이곳에 오기 전,
이전 세계에서는 신이 없는 것이 아니었지만,
이곳처럼 영역싸움을 할 정도로 존재를 드러내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오래전에 겪었던 그 빌어먹을 그것들이 손 내밀며 깔짝대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었다.
리아인은 식탁 맞은편에 앉아 나무 컵에 담긴 물을 마시고 있는 류안을 봤다.
‘뭐, 없으면 나야 좋지. 짜증 나는 그것들이 저들끼리 영역 싸움하든 말든 나하고 류안한테 피해를 주지 않으면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것이고···.’
물을 다 마신 듯 컵을 내려놓는 류안과 시선이 마주친 리아인은 한껏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대로 류안과 같이 이곳 세계에서 별일 없이 평범하게 살면 되는데······.’
라고 생각하던 그때였다.
똑. 똑. 똑.
‘······뭐지?’
리아인은 문 두들기는 소리에
아침부터 아니, 시간을 떠나서 자신과 류안을 찾아올 자가 없었기에
여관주인이나 점원이라 여기고 식탁 의자에서 일어나 문으로 가서는 문손잡이를 잡고 돌렸다.
끼이이익──.
천천히 열리는 문 뒤로 낯선 세 명의 얼굴이 보였다.
여관주인이나 점원이 아닌 것을 본 리아인은
“종교 안 믿어!”
“도 따위 믿지 않지 않아!!”
“물건 안 사, 필요 없어!!!”
“보험 안 들어─!!!!!”
이곳 세계에도 보험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그렇게 소리치듯 말하고는 '쾅' 소리가 나도록 문을 닫았으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옅은 연두색 머리카락의 남성이 한껏 순한 미소를 지어 보이면서 한 손으로 문 가장자리를 잡고 힘을 주어 문이 닫히는 것을 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의 모습에
‘지금 무슨 공포영화 찍어? 왜 이러냐고─!!!’
짜증이 밀려온 리아인은 있는 힘껏 문을 밀며 닫으려 했지만,
상대방의 힘도 만만치 않았다.
아니, 힘만 따지고 보면 상대방 남성의 힘이 더 강했다.
결국에 문은 남성의 힘으로 인해 닫기지 못하고 완전히 열렸다.
옆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던 쌍둥이는 민폐 덩어리인 그를 보며 인상을 구기다가
짜증 가득한 얼굴의 리아인과 멍한 얼굴의 류안한테 연신 허리를 굽히며 미안함을 표현했다.
그런 와중에도
남성은 성큼성큼 발을 움직여서는 리아인을 지나쳐 식탁 의자에 앉아있는 류안한테 거침없이 다가갔다.
그 모습을 본 리아인은
여관주인한테 미안하지만, 방이나 건물이 좀? 부서지더라도 자신의 능력을 써서 쫓아내든지
아니면······
그냥 죽여 버릴까 고민하다 고개를 저었다.
가능하지 않을 것 같았기에···.
그러는 사이 남성이 입을 움직여 말했다.
“감사의 인사를 하러 왔다.”
‘감사? 무슨 감사?’
리아인은 황당해하면서도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고,
“누구?”
류안 역시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류안은 며칠 전 이 세 명을 만났었지만,
눈앞에 있는 남성이 손에 쥔 실종자를 찾는 의뢰서에 더 관심을 가지고 중얼거렸던 거라
세 명을 만났다는 기억은 저 멀리 날려 보낸 상태였다.
남성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류안의 반응에 당황하며 말을 잇지 못하자,
쌍둥이가 어느새 방 안으로 들어와서는
리아인과 류안한테 이 상황에 대해 조곤조곤 설명하기 시작했다.
류안이 실종자가 있는 위치를 알려준 덕분에 자신들이 어렵지 않게 실종자를 찾을 수 있었고
실종자를 찾는 분이 ‘헨즈’ 공작부인이었으며
아들을 찾아 준 보답으로 보상금과 함께 여행자금을 지원받게 되었다고
설명하는 쌍둥이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가득했다.
그 이유는
류안과 리아인. 이 둘을 찾기 위해 이 마을에 있는 여관이란 여관은 다 뒤지는 고생을 해야 했고,
마지막으로 이 여관에 있는 것을 알자마자
쌍둥이 둘이 말릴 틈도 없이
남성이 들이닥쳤기 때문이었다.
언제 앉았는지 리아인이 앉아있던 의자에 뻔뻔하게 앉은 남성은 싱글벙글 웃어 보였다.
류안은 의아했다.
“그게 왜?”
류안은 혼자 중얼거렸을 뿐이고,
그곳에 가서 실종자를 찾은 것은 저 세 명이었으며 그 찾은 실종자를 공작 가문에 데려다준 것도 저들이었다.
근데 왜 자신한테 감사한다는 것인지 궁금해 물어보았다.
하지만,
남성과 쌍둥이는 류안의 물음이 자신의 선의를 감추려 하는 겸손이라 생각했다.
“그때, 당신이 위치를 알려주었기에 찾을 수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감사의 인사를 하러 온 것입니다.”
쌍둥이는 진심 어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그래서 말인데, 감사의 인사로 우리가 받게 된 보상금과 지원을 너와 나누고 싶어.”
남성이 검지로 류안을 가리키며 말했고,
쌍둥이는 뒤에 더 이어질 말을 알고 있어 한숨을 내쉬었다.
“너와 저 일행도 여행 중인 것 같은데, 여행자금은 우리가 100% 책임질 테니, 우리와 같이 여행 다니는 것이 어때? 괜찮지 않아?”
류안은 여전히 ‘왜?’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때,
“왜? 네 수발을 들어 줄 자로 ‘신의 아이’ 두 명은 부족했나?”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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