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3 화 – 함께 다니게 되었다.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3 화 – 함께 다니게 되었다.
함께 다니게 된 리아인과 류안.
리아인은 저녁노을이 잘 보이는 식당 2층 창가 쪽에 자리 잡고,
류안과는 마주 보며 앉아 시종일관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리아인은 혼자 지내는 것은 익숙했고,
남한테 쉽게 밝힐 수 없는 어떠한 이유로
자신 때문에 주변인들이 피해당하는 것이 싫어 일부러 혼자 있는 것을 선호하기도 했었다.
게다가
이전의 세계에서 부모라고 할 수 있는 두 사람한테도 18년간 말썽 없이 얌전히 지내면서
딱히 정을 주지 않고 지내왔었다.
문제가 생기기 전 언제라도 그 둘의 곁에서 떠날 수 있게.
그래왔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류안이 자신을 찾아 이곳 세계에 와준 것이
혼자가 아니라 곁에 있어 주는
계속 지켜봐 주는 존재가 있다는 것이 너무나 기뻐 웃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렇게 리아인이 싱글벙글하는 사이
저녁 식사로 주문한 음식들을 식당 점원이 들고 와서는 식탁 위에 내려놓고 갔다.
음식들은 수프와 빵, 샐러드, 닭가슴살 스테이크로 평범했지만,
나름 푸짐하고 맛있어 보였다.
하지만,
류안은 그런 음식들을 두고
식당에서 음식과 함께 기본적으로 제공해 주는 나무 컵에 담긴 물만 마시고 있었다.
리아인은 혹시 차원을 이동해 오면서 몸이 안 좋아졌나 싶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고,
류안은 그 시선에 답했다.
“난 못 먹어.”
그 말에 리아인의 걱정하는 표정이 짙어졌다.
“먹을 필요가 없지만, 소화기관이 없어서 소화 시킬 수도 없어.”
뒤이어 지금 마시는 물은 냉각수용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는 말에
‘아─···.’
리아인은 탄식을 삼킴과 동시에
류안이 어떤 존재인지 알고 있었지만,
만남의 기쁨과 눈앞에 자신이 상상했던 모습을 한
그 존재들과는 다른 모습의 류안을 보고 잠시 잊고 있었던 사실이 상기되었다.
* * *
리아인이 류안을 첨 만났을 때는
이전세계에 있을 때 보다 더 된 좀 오래전이지만,
류안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인지한 것은
18년 전, 아기 때부터였다.
그때는 아직 눈을 뜨지 못했기에 그저 시선을 느끼며 실실 웃기만 했고,
처음 눈을 떴던 날.
쭈그린 모습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류안을 봤을 때는 조금 놀라기도 했다.
뭐, 어찌 보면
그때부터 18년 동안 스토커처럼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에 기분 나쁠 수도 있었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몰래 지켜본다면서 담벼락이나 난간에 얼굴만 삐죽이 내밀고 바라보던 그 행동과 모습이 고양이 같아 귀여우면서 우습고, 재미있었다.
어떨 때는 대놓고 쳐다봐서 모르는 척하느라 진땀 뺀 적도 있었다.
거기에다가
손 내밀며 자신한테 원하지도 않는 선택을 하라고 강요한 그것들에 비하면,
그저 지켜봐 주기만 하고 있었던 류안이 좋았다.
그리고
이제는 모르는 척, 볼 수 있다는 것을 감출 필요 없이
함께 지낼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 * *
리아인은 류안과 함께 마을 ‘페우’를 떠나기 전,
아침 일찍 환전소에 가서 보석을 하나 던져주고 류안을 위한 신분 패를 만들어 챙겼고
혼자가 아니니 여행용 물품도 더 샀다.
그리고 지금.
다른 마을로 가기 위해 작은 산을 넘어가고 있었다.
류안과 함께 여행한다는 것에 신났는지 리아인의 머리 위로 음표들이 연신 떠다녔으며
그런 리아인의 옆 뒤쪽에서 류안은 걷는 속도에 맞혀 조용히 따라가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고
산속으로 꽤 들어왔다고 생각했을 때,
리아인을 잘 따라가고 있던 류안이 발을 멈추고는 유독 한 곳을 응시하더니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 모습을 본 리아인은
‘무슨 일이지? 뭐가 있나?’
생각하며 얼떨결에 따라갔다.
그렇게 산속 수풀을 헤치고 들어가자 보인 공터.
꽤 넓은 공터 그곳에서
검은 옷을 입은 어떤 단체로 보이는 무리가 한 명의 누군가를 공격하고 있었다.
‘이런···.’
리아인은 쓸데없는 것을 목격하게 됐다고 여기고 들키기 전에 자리를 뜨려고 했지만,
류안이 움직이지 않았고
이상하게 공격당하고 있는 누군가가 신경 쓰였다.
그래서 리아인은 덤불 뒤에 앉아 몸을 숨기고 무슨 상황인지 아주 잠깐만 지켜보기로 했다.
그러다가 옆에 류안이 여전히 서 있는 것을 보고는 황급히 그의 팔을 잡아끌어 옆에 앉혔다.
다행히 리아인과 류안을 인지하지 못한 듯 검은 옷의 무리는 누군가를 공격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었으며
흰색 로브를 입고 있는 누군가는 그에 맞서 자신의 능력으로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저항했다.
하지만,
아무리 강한 힘을 갖고 있다 해도 다구리를 이겨내기는 힘든 법.
더군다나 다구리하는 자들 역시 수준 이상의 힘을 갖고 있다면 더더욱 이기기 힘들다.
그렇게 검은 옷 무리와 누군가가 맞서 싸우던 중
흰색 로브를 입은 누군가의 몸이 ‘쩌적─’거리는 소리와 함께 전체적으로 금이 가고 계속 갈라지고 있었다.
흡사,
도자기 인형이 금이 가고 갈라지며 부서지는 모양새였다.
흰색 로브의 누군가는 더 이상 대적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하고는 어떻게든 틈을 만들어 도망가기 위해 자신의 힘을 끌어모았다.
검은 옷의 무리 역시 이를 눈치채고 힘을 끌어모았다.
이윽고, 힘을 모두 끌어모은
누군가의 강렬한 모래폭풍과 검은 옷 무리의 마력 덩어리가 격돌했다.
콰과광───!!!!!
거대한 충격파가 생기면서 흙먼지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휘이이이잉───.
때마침 불어온 자연의 바람 소리와 함께 안개처럼 주위에 퍼져있던 흙먼지가 사라져갔으며
그 사이로 보호막을 펼쳐 자신들을 보호하고 있는 검은 옷의 무리와
그 맞은편에는
온몸에 금과 갈라짐이 더 심해진 누군가가 힘겹게 서 있었다.
쩌저저적─!
둔탁한 소리와 함께 완전히 부서져 버린 누군가의 몸.
그로 인해 드러나게 된 진짜 몸체.
신[神]의 몸체.
누군가는 ‘신[神]’이었다.
그 모습을 본 리아인의 눈이 커졌다.
‘인형’이 부서지며 사라져 제약이 풀린 신은 권능, 자신의 힘을 이용해 자신만의 영역인 ‘신의 방’으로 도망가려 했으나,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검은 옷의 무리 중 기괴하게 뒤틀린 모양의 하얀 창을 든 창술사 한 명이 앞으로 나왔다.
신은 창술사가 든 하얀 창을 보고는
인간의 무기가 자신을 죽일 수는 없으나 꺼림칙한 느낌이 들어 서둘러 ‘방’ 입구를 열려던 순간.
푸욱───!!!
신의 눈에 자신의 몸을 뚫고 나온 하얀 창이 보였다.
그리고 그 하얀 창의 창촉에 박힌 투명한 돌에서 흘러나오는 기이한 기류가 자신의, 신의 몸체를 뒤트는 것이 느껴졌다.
‘어떻게 이런······.’
이제껏
신을 죽일 수 있는 물질은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오래전 ‘대학살’이 일어났을 때의 그것을 제외하고는.
동요로 인해 흔들리는 신의 눈동자에 몸을 뚫은 창이 새겨졌다.
하얀 창.
‘설마······!!!’
믿을 수 없는 상황에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신은 당혹감···
아니, 공포가 밀려왔다.
‘죽는다.’
이 단어가 신의 머릿속을 가득 메우지는 가운데 신의 몸체가 뒤틀리면서 가루가 되어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
신의 죽음.
소멸[消滅]이 시작되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가루로 변한 신의 몸은 완전히 사라졌고,
그 여파 때문인지 하얀 창의 창대의 부분도 가루가 되어 사라져 기괴한 모양의 하얀 ‘창촉’만 남아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 과정을 바로 앞에서 보고 있던 창술사는 뒤로 돌아 자신의 동료들 단체의 무리를 보며 근엄하게 외쳤다.
“신은 처형되었다. 또한, 이로써 증명되었다.”
“와아아아아───.”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신을 두려워할 필요 없이 그분의 뜻에 따라 진정한 처ㅎ···.”
검은 옷 무리의 함성을 들으며 말을 이어가던 창술사는 뒷말을 잇지 못하고 멈췄다.
검은 옷 무리의 뒤.
숲과 공터의 경계쯤 되는 곳.
덤불 뒤에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두 사람이 보였기 때문이다.
말이 끊긴 창술사의 시선을 본 단체의 무리는 일제히 뒤를 돌아봤다.
‘이런─···.’
리아인은 신이 소멸이 되는 모습을 집중하면서 보다 저도 모르게 덤불 밖으로 몸이 나왔다는 것을 뒤늦게 인지했다.
“쓸모없고, 가치 없는 존재는 처형하라.”
검은 옷의 창술사가 외쳤다.
‘아─ 젠장. 목격자인 우리를 없애려나 보네’
리아인은 당연하다 할 수 있는 그들의 반응에 조용히 손에 백금빛 전류 파편을 모았고
검은 옷의 무리가 일제히 리아인과 류안을 향해 달려들며 각종 무기와 마법으로 공격을 시도하려던 그 순간,
파지지직───! 콰광─!!
공터 전체에 백금빛 전류의 줄기들이 치솟으며 폭발했다.
전류 폭발의 여파로 공터는 흙먼지에 뒤덮여 있는 가운데
리아인의 손에는 백금빛 전류의 잔재가 파직 거리며 흐르다 사라지고 있었다.
리아인은 흙먼지로 시야가 가려진 이 틈에 류안을 데리고 얼른 피하려고 했지만,
류안이 또 꼼짝을 안 했다.
리아인은 류안을 들쳐 메고라고 이곳을 벗어나기 위해 움직이려 하던 중,
공터를 뒤덮고 있던 흙먼지가 서서히 가라앉으며 검은 옷 무리가 쓰러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기절한 것과는 달라 보였다.
리아인은 의아함이 생기고 있을 때,
류안은 언제 갔는지 쓰러져 있는 검은 옷 무리를 지나쳐 신이 소멸한 곳으로 가고 있었다.
리아인은 류안의 행동을 말리기 위해 따라가면서 쓰러져 있는 검은 옷 무리를 힐끗 봤다.
눈도 감지 못한 채 쓰러져 있는 검은 옷의 그들은 하나같이 동공이 풀려있었으며
그 모습에 리아인은 다소 놀랐다.
자신이 능력은 한두 사람이라면 모를까,
이렇게까지 여러 사람을 한꺼번에 몰살시킬 정도는 아니었다.
의문이 머릿속을 자리하고 있었지만,
이미 벌어진 일.
염연히 정당방위이니 신경 접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 여겼다.
자신과 류안을 본 자들이 없어졌으니 이 이상한 검은 옷 무리와는 엮이지 않을 테니까.
그러다가
류안이 신을 소멸시킨 기괴하게 뒤틀린 모양의 하얀 창촉을 허리를 숙여 집어 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리아인은 놀라 소리쳤다.
“류안! 류안! 땅에 떨어져 있는 것 아무거나 줍는 것 아냐!”
류안이 그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여전히 허리를 숙인 자세로 창촉을 한 손에 쥔 채 리아인을 바라봤다.
리아인은 그 창촉은 신을 소멸시킨 무기였기에 위험하다고 생각하며 다급하게 말리기 위해 한다는 말이······.
“지지야─!!!”
리아인은 자신이 내뱉은 말에 놀라 황급히 두 손으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숙였던 허리를 펴고 꼿꼿이 선 자세로 손에 창촉을 꽉 쥐고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류안이
‘이건 뭔 멍멍이 소리야?’
라고 하는 것 같았다.
물론, 리아인의 착각이었다.
류안은 그저 리아인의 큰 목소리에 반응했을 뿐,
아무 생각이 없었다.
리아인은 민망함에 무덤덤한 얼굴로 자신한테 다가오는 류안의 시선을 피하듯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류안은 리아인을 지나쳐 원래 가려고 했던
마을이 있을 방향으로 걸어갔다.
리아인은 무안한 표정으로 뒤따라 가다가 갑자기 멈춰선 류안을 보고 똑같이 걸음을 멈춰 섰다.
류안은 신이 소멸한 그곳.
정확히는 그 너머를 잠시 보더니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리아인은 뭔가 싶었지만 류안이 본 곳에는 아무것도 없었기에 신경 접고 그 뒤를 따라갔다.
* * *
검은 옷 무리의 시체만 있는 공터.
그곳에 어떤 자가 나타났다.
낡고 색이 바랜 검은 로브를 입은 그 자는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많은 수의 시체는 전혀 안중에 없다는 듯 소멸한 신이 있던 자리.
그 자리 허공에 한 손을 내밀어 뻗었다.
그러자
모래바람과 함께 무언가의 파편 같은 것이 손 주위로 모여들더니 둥근 빛 형태로 뭉쳤고,
검은 로브의 어떤 자는 그 뭉친 빛을 손으로 잡고는 자신의 품속 몸 안으로 밀어 넣었다.
손의 움직임에 따라 뭉친 빛은 몸 안으로 별 거부감 없이 스르륵 들어갔으며
완전히 몸 안으로 들어간 것을 확인한 어떤 자는 조금 전 자신이 있던 곳을 바라보던 류안이 서 있던 곳을 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나를 봤어?”
그러다 묘한 미소를 지더니
리아인과 류안이 향한 곳으로 발을 움직였다.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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