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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영토(내이웃을사랑하자) -온전하게 행하는 자가 의인이라 (잠 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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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상] 비광

비광2.JPG






화투 비광 엔 이러한 사연이 있다.



화투(花鬪) 비광 그림의 남자, 오노도후(小野道風)
화투의 유래, 하나후다(花札)

얼마 전 카톡방을 통해 화투(花鬪) 비광에 등장하는 남자 이야기를 알게 되었습니다. 예전부터 무슨 의미의 그림일까 궁금하던 차에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지어낸 얘기인가 싶어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유용한 정보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전에도 화투를 볼 때 이게 어디서 유래한 걸까? 일본에서 왔다는 데 맞는가? 어떻게 일본 화투가 우리 국민 놀이가 되었을까? 등 궁금한 것이 많았지만 귀찮기도 해서 그냥 넘겨왔는데 인터넷을 통한 정보검색이 쉬워진 시절이 되고 보니 좀 더 찾아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검색해 보았더니 많은 의문이 풀렸습니다. 지금은 화투 만져볼 일이 없지만 그래도 오랫동안 몇십 년간 화투를 가까이했는데 화투의 유래나 비광의 뜻도 모르고 지내왔다는 게 부끄럽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이미 인터넷 정보로 많이 알려진 얘기이지만 제 나름대로 정리해보고 싶어 포스팅하게 되었습니다. 우선 흥미의 시발점이 되었던 오노도후에 대한 이야기를 옮겨 보겠습니다.


Attached Image



화투 비광을 보면 우산을 든 사내가 개구리를 바라보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 그림에 나오는 사내는 일본의 유명 서예가인 오노도후(小野道風, 894-967)입니다. 이 사람에 관한 이야기는 일본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려 있다고 합니다. 그는 헤이안 시대 인물로 일본에서는 후지와라 유키나리(藤原行成), 후지와라 스케마사(藤原佐理)와 더불어 산세키 (三跡)의 한 사람으로 꼽힙니다. 당시 일본은 중국의 왕희지 서체를 추앙하던 시절인데 오노도후를 비롯한 산세키가 등장하면서 조다이요(上代樣)라고 불리는 일본의 독자적 서체가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오노도후는 궁중에서 관리를 지내며 시와 서예 부문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였습니다. 그를 두고 왕희지가 다시 태어났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그의 서체는 눈 부실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그가 젊은 시절 큰 실의에 빠졌던 적이 있는데 그때의 일화가 비광의 배경입니다.

오노도후는 어려서부터 서예에 입문해 누구보다 열정적이었고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시간이 지날수록 일취월장하는 실력을 느끼게 되었고 갈수록 힘이 붙어 거침이 없었습니다. 자신의 글에서 강렬한 기운이 느껴져 스스로 감탄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이만하면 세상에 내 이름을 드러내도 될 거라며 자만할 즈음에 한 스승을 만났습니다. 그는 무명의 스승이 보여준 필법의 세계 앞에 감명을 받게 되었는데 그에 비하면 자신의 글씨는 그저 어린아이 낙서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오노도후는 그간 공들여 쓴 작품을 모두 찢어버리고 그 스승의 문하에서 공부를 다시 시작하였습니다. 한 획, 한 글자를 마치 베인 상처에서 피가 배어 나오는 듯 처절하게 썼습니다. 그의 글씨는 더 깊은 맛이 배기 시작했지만 스승은 칭찬 한마디 없이 똑같은 말만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더 잘 쓰도록 해라"

그는 점점 의심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혹시 스승이 날 인정하지 않으시려는 건가? 결국 좌절한 나머지 스승의 말은 자신의 부족한 한계를 돌려 말하는 것으로 생각해서 비관 끝에 서예를 그만두겠다고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해도 나는 안 되는구나. 이젠 지쳤어. 해도 해도 안 되는 건 포기할 수밖에 없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어느 날 아침에 짐을 싸서 처량한 마음에 스승에겐 인사도 하지 않고 문밖을 나섰습니다. 그간 고생하던 일이 주마등처럼 머리에 스쳐 지나갔습니다. 집 앞 버드나무 곁에서 우산을 쓰고 우두커니 빗물이 홍수가 되어 흐르는 개천을 하염없이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그때 개천 한가운데 작은 바위 위에 갇혀있는 조그만 개구리 한 마리가 흙탕물에 휩쓸릴까 봐 높은 곳에 있는 버드나무 가지를 잡으려고 폴짝폴짝 뛰고 있는 걸 보았습니다. 개구리가 버드나무 가지를 잡는다는 건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그는 개구리 신세가 자기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리석은 개구리, 노력할걸 해야지. 너도 나처럼 네 능력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을 시도하고 있구나."



그 모습이 너무 처량해 보여 외면하려는 순간에 갑자기 거센 바람이 불어 가지가 개구리 쪽으로 휘어졌습니다. 그 찰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개구리가 또 한 번 펄쩍 뛰어올라 마침내 버드나무 줄기를 붙잡고 위기 탈출하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는 망연자실한 채 한참 그곳에 서있다가 나무 앞에 엎드려 큰 절을 했습니다.

"아, 어리석은 건 개구리가 아니라 나 자신이다. 미물에 불과한 개구리도 노력 끝에 우연을 행운으로 바꾸었거늘 어찌 난 불만만 가득해 있단 말인가"

자신에게 깨우침을 준 존재에 그렇게 경배를 드리고 나왔던 문으로 다시 들어가 스승에게 진심으로 고개를 숙이고 사죄하였습니다. 그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열심히 공부한 끝에 일본 최고의 학자이자 서예의 명인이 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비광 윗부분의 검은 게 버들가지이고 가운데 파란 게 개천, 왼쪽 아래 황색은 개구리, 우산 들고 있는 사람이 오노도후입니다. 어쩐지 우수에 차있는 듯한 모습의 남자와 그 옆의 개구리를 다시 한번 쳐다보게 되었습니다. 운이란 것도 삶에 대해 절실히 노력하는 자에게 따르는가 봅니다.


출처: https://77spal.tistory.com/195 [7학년 하비:티스토리]



출처 : https://77spal.tistory.com/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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