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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서재입니다.

왕립도서관의 호구가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이무슨
작품등록일 :
2021.05.12 11:30
최근연재일 :
2021.06.23 19:50
연재수 :
51 회
조회수 :
3,682
추천수 :
241
글자수 :
291,890

작성
21.05.1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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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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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시작

DUMMY

스승 때문에 몇 년 만에 킨 영상구에는 타이밍 좋게 친구와 연결 되었다.


- ······안녕, 로소.

나 레시아 그레이스. 기억은 하고 있냐.

마법 아카데미 졸업 후 7년 만에 연락 돼서 할 말은 많지만 막상 연락되니 뭐라고 말해야 할지.

그래, 마그노 왕국 수도에 있는 왕립도서관에서 일하지 않을래?

너 정도의 실력자면 다른 사람들도 별 불만 없을 거야.

도서관 근무 환경은, 그다지 좋다고는 못하지만 네 꼴을 보니 거기보다 나을 거라 확신은 되네.

왕립 아카시아 도서관에서 날 찾아.


뚝.

내가 말없어도 친구가 줄줄 말하고 끊었다.

어차피 스승에게 도망쳐야 할 내가 이제 갈 곳은 수도밖에 없었다.

북부에서 말도 못타고 한 달을 걸려 수도에 도착했다.

마법을 쓰면 편했을 테지만 마나에 예민한 스승 때문에 사용 할 수도 없었다.


“그래도 이거라도 챙겨 와서 다행이다.”


스승 연구실을 빠져나올 때 눈이 돌아가 액세서리, 마석 등을 보이는 대로 주머니에 다 쑤셔 넣었었다.

스승의 전 재산에는 타격도 안갈 만큼이었지만. 가격이 꽤 됐다.

어쩐지 매입하는 사람이 싱글벙글 웃는 게 수상했지만 급처분이니까.

운이 좋게 외곽에 이상하게 싸게 나온 집도 살 수 있었다. 구경을···.


“거기! 들어가지 마세요!”

“구경도 안 되나요?”

“안 돼. 돌아가.”


마나교 신전은 들어가지도 못했다. 옷차림 때문인가.

오랜만에 활발한 시장거리를 구경하니 해가 뉘엿 넘어갔다.

이제 정말 일 할 도서관을 찾아갔다.

아직 거지꼴이지만 들여보내주겠지? 도서관 입구에 섰다. 와.


“여기도 신전 만만치 않게 호화스럽네.”


화려한 외관의 도서관은 철 울타리가 입구에서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은 부지를 감싸고 있었다.

도서관 건물은 여러 동이 연결해 사용하고 있었다. 아무리 마법사들이 일한다고 해도 저 많은 곳을 커버 할 수 있을까?

그래도 바로 일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집사느라 돈이 없었는데.

마법사니까 돈은 잘 나오겠지. 당당한 걸음으로 다가가 울타리 문을 흔들었다.


“···왜 안 열리지?”


울타리에 걸쳐있는 나무패가 바람에 휘날려 덜컹였다.


<오늘은 정기휴관일입니다.>


나는 내일부터 일하게 되었다.



*


정기휴관일이 있으면 그런 게 있다고 미리 말해주면 어디 덧났나.

따지기 위해 영상구로 친구에게 연락을 했지만 받지 않았다.

음, 취업사기는 아니겠지, 에이 설마.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걱정이 돼서 그런 것은 아니고.

문 옆에 적혀있던 개관시간보다 조금 이르게 도서관 울타리에 들어섰다.


“와, 여기 마차도 들어갈 수 있네.”


벌컥. 커다란 현관문이 생각보다 가볍게 열렸다.

문을 열자마자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올려 묶은 여자가 보였다.

부딪치기 직전 멈춘 나와 그녀는 문턱을 두고 대치하였다.

얼마 후 그녀의 커다란 눈이 두어 번 깜박이더니 나를 천천히 훑어봤다.


“개관은 한 시간 후 입니당.”

“여기서 일하기로 한 사람인데요.”

“공고 낸 적 없는 데용.”

“소개 받고 왔습니다.”


여자는 내게 손을 내밀었다. 여자는 양 손에 장갑을 끼고 있었다.

악수하자는 건가?


“추천서나 소개장 보여주시겠어용?”

“아뇨···.”


소개해준 친구와 영상구로 연락했던 내게 소개장이 있을 리 없었다.

당황해하니 그녀는 한숨을 폭 내쉬었다. 여자의 발밑으로 옅은 빛이 나기 시작했다.

마법진이었다. 나도 마법으로 방어를···, 마법도구 없잖아.


“잠깐, 아는 사람은 있어요!”

“다들 그렇게 말하더라구용.”


집을 산다고 뭐든 다 팔아 주머니 속에는 영상구만 덩그러니 있었다.

영상구는 오로지 연락 용도로 쓸 수밖에 없다. 마법도구는 생각도 못했다.

이대로 속절없이 당하나 싶었는데 멀리서 덩치 큰 남자가 로브를 휘날리며 달려왔다.

레시아 그레이스. 나에게 도서관을 소개해 준 친구다.


“크리스틴 선생님!”

“레시아 선생님, 좋은 아침이에용.”


발아래 마법진이 옅은 빛을 내다 사라졌다. 재빨리 내가 친한 척 아는 체 했다.


“안녕, 레시아. 일자리 소개시켜준다더니 너도 여기서 일하는 구나.”


레시아는 끄덕이며 웃으면서 악수를 청했다. 웃어?

떨떠름해하며 레시아와 손을 맞잡았다.

마법 아카데미 다닐 때 무표정으로 다니던 그녀석이 맞는가. 몇 년 전 전쟁 나갔다던데 머리라도 맞고 돌아왔나.

레시아가 여전히 의심스레 쳐다보는 여자에게 날 소개 해줬다.


“전에 말씀 드렸던 그 친구입니다. 로소, 인사해. 중앙 로비 데스크 담당 크리스틴 선생님이셔.”

“로소라고 합니다.”

“한 달 전에 언질 받았었긴 했어죵. 너무 늦게 오셔서 도서관 소문 듣고 안 오시는 줄 알았어용!”


걸어오느라 한 달 걸렸어요. 차마 말로는 하지 못하고 삼켰다. 화제를 돌려야지.


“무슨 소문이요?”


두 사람은 둘이 마주 보다가 못 들은 척했다. 그래서 무슨 소문인데.

크리스틴은 웃음기를 띄우고 살가운 척 말했다.


“아까 실례를 끼쳤네용, 저는 크리스틴 바이올렛이라고 해용. 크리스틴이라고 불러 주세용.”

“반가워요, 크리스틴.”

“로소, 도서관 내에서는 서로에게 선생님이라고 호칭해야해. 작위보다 마법사 직위로 고용되었다고 생각해. 팀장님이나 관장님 같은 높은 직급은 제대로 부르고.”


이번에는 크리스틴이 손을 내밀었다. 이번에야 말로 악수겠지?

손을 맞잡자 크리스틴의 악력에 손이 종이마냥 구겨졌다.

크리스틴의 장갑 아래의 손은 단단했다.

어느 가문 영애인줄 알았더니 험한 일을 꽤나 하신 듯 했다. 얼얼한 손을 빼자 레시아가 가볍게 등을 툭 쳤다.


“일 배우러 가자.”

“이렇게 갑자기? 보통 계약서 쓰거나, 견학을 시켜준다던가, 면접을 본다던가 하지 않아?”

“그건 내가 팀장님께 말해 놓을 게. 일손이 부족해서 말이야.”


레시아가 앞장 서 들어갔다. 고비의 현관을 지나자 넓은 도서관 로비가 보였다.

3층까지 뚫려있는 천장화가 그려져 있고, 양 옆으로 천장을 받치는 커다란 기둥이 줄 서있었다.

가장 안쪽 벽에는 올라가는 계단이 있고, 가운데에 상아와 금과 은으로 장식된 국교의 마나신의 조각상이 서 있었다.

국교라고 해도 도서관 내에 저렇게 큰 조각상까지 들여놓는 건 좀. 혹시나 싶어 천장화를 보니 마나교 관련 그림이었다.


“로소!”


한창 도서관 로비를 구경 중이었는데 레시아가 재촉했다.

레시아는 로비의 왼쪽, 2관이라고 적힌 문 앞에 서있었다.

소리 없이 열린 2관의 문을 지나 2관에 들어가자 철망이 가장 눈에 띄었다.

흉물스러운 철망은 하단의 책상부터 천장까지 꽉 설치 되어있었다.

철망 너머로 서가가 빼곡하게 보였다. 책상과 철망 사이에는 머리정도 들어갈 구멍과 벨이 있었다.

저 구멍으로 책을 찾아 우리가 건네주는 건가?

학생들이 책을 직접 찾을 수 있는 마법 아카데미의 도서관과 다른 형태의 도서관이었다.

언제 넘어갔는지 레시아가 철망 안쪽에서 손을 까닥였다.


“철망 너머로 건너와.”

“문이 어디 있는데?”


다시 살핀 철망 양끝은 서가로 막아 뒤쪽만 보였다.

창가에는 낮은 서가와 이용자들이 사용하는 넓은 책상들만 보였다. 레시아가 얇은 완드를 들어보였다.


“마법? 여기 마법 금지 구역이 아니야? 아예 훔쳐가라고 하지.”


어이가 없어졌다. 마법서 한 권에 집 한 채 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래서 개인 서재나 훔쳐갈 거리가 많이 있는 집들은 그 구역만 특별히 마법금지구역으로 만들기도 했다. 레시아가 가볍게 완드를 휘적였다.


“왜 비싼 마법사를 쓰겠어. 사람을 덜 뽑고, 마법으로 인력을 대체하려는 거지. 자자, 그만 화내고 들어와.”

“···나 마법도구 없어. 집 산다고 다 팔았어.”

“네가 쓰던 아티팩트도?”

“그건 아예 스승님 댁에서 못 가지고 나왔고.”


아티팩트만 사용하면 버릇이 나빠 마나 효율이 떨어진다면서 스승님한테 압수당했었다. 이후로 영영 보지 못했는데 어느 창고에 있으려나.

안쪽 데스크 하단을 뒤적이던 레시아가 창구를 통해 작은 수정구를 던졌다.


“이거라도 써.”


받아보니 마법 아카데미 저학년 애들에게 줘도 이딴 걸 준다고 욕먹을 만한 하급 마법 도구였다.

마나 운용 삐긋하다 깨지겠다. 조심스레 마법을 사용해 레시아 옆으로 이동했다.


“지금은 시간 없으니까 그거라도 써야지. 파인드 마법은 알고 있지?”

“그럼 잘 알고 있지. 책 찾고, 내 위치로 부르는 마법을 말하는 거지?”


마법 아카데미를 다닐 때 사고를 자주 쳐 봉사활동의 일환으로 도서관내 봉사를 하였다.

주로 하던 게 책을 꽂는 배가였지만 나에게 물어보는 사람 있으면 찾아주기도 했으니까.

지긋지긋하게 봉사활동하며 체득하던 마법이었다.

몇 년이 지나도 잊을 리가 없었다. 레시아가 품속에서 파인드 마법진이 그려진 천을 꺼냈다.


“혹시 모르니까 이거 쓰고. 오늘은 파인드 마법으로 책 찾는 거랑 배가를 부탁할게. 데스크는 봉사활동하시는 분이 있으니까 모르면 물어봐.”


누구냐는 말하기 전에 레시아가 데스크 위에 있는 벨을 울렸다.

서가 사이에서 아는 얼굴이 나타났다.

그쪽도 날 바로 알아봤는지 이를 으득으득 갈았다.


“로소!”

“안녕하세요, 브라이트 선생.”

“브라이트 선생도 호칭 꼭 붙여주시고, 싸우지 마세요.”


봉사 활동자는 레인 브라이트였다.

같이 사고 치던 놈이 도서관에서 봉사활동 하고 있으니 마법 아카데미 시절로 돌아온 듯 했다. 레인이 으르렁거렸다.


“이 놈이랑 싸우지 말라고?”


그게 이 새끼랑 사이가 좋다는 뜻은 아니다. 결투로 박살낸 연무장과 해먹은 기물이 몇 개였던가.


“싸우면 어차피 브라이트 선생이 지잖아요? 제가 몇 번째 승리였죠?”

“마법 아카데미가 도대체 몇 년 전인데 그걸 들먹여! 그동안 내가 가만히 있었을 거 같아?”

“싸우지 말아달라고 방금 전에 부탁했는데 벌써 싸워?”


레시아가 회초리, 아니 완드를 휘둘렀다. 옅은 바람의 마법이 주위를 맴돌았다.

마법 시전속도로 레시아를 이긴 적이 없으니 레인과 난 조용히 입 다물었다.

입 닥친 레인은 꽂으려고 들고 있던 책 더미를 신경질적으로 데스크 위에 내려놨다.

설마.


“배가하는 거 아직도 직접 해야 해?”

“응.”

“자동 배가마법 연구도 안하고 뭐했어.”


몸으로 일할 생각에 힘이 빠졌다. 투덜거리자 레시아가 어깨를 으쓱였다.

서가에 책을 꽂는 것을 배가라고 하는데 이게 중노동이다.

책을 서가에서 찾는 것은 그려 놓은 파인드 마법진에 마법도구를 이용해서 마나를 불어넣으면 찾는 책이 눈앞으로 날아온다.

하지만 배가는 서가 내 책들이 충돌사고를 일으킨다고 손수 꽂아야 했다.

아직 그건 해결 안 된 거 같다. 레시아가 힐끗 관내의 시계를 봤다.


“좀 있으면 도서관 개관 시간이니까요. 두 선생님 모두 힘내요.”


그러고 유유히 마법을 사용해 어디론가 사라졌다.

이렇게 일 시켜두고 지는 어디로 가는가!

레시아가 떠나자마자 레인이 세모꼴로 눈을 치켜떴다.

데스크로 내려둔 책 더미를 내 쪽으로 밀었다.


“빨리 책 꽂아.”

“네네.”


노동의 시작이었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즐거운 저녁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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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반역자(1) 21.06.18 16 0 13쪽
45 스파이(2) 21.06.17 19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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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연무 대회(3) 21.06.15 20 2 13쪽
42 연무 대회(2) 21.06.14 26 2 13쪽
41 연무 대회(1) 21.06.13 35 3 12쪽
40 연초 마나교 행사(3) 21.06.12 30 2 14쪽
39 연초 마나교 행사(2) 21.06.11 32 3 13쪽
38 연초 마나교 행사(1) 21.06.10 38 3 15쪽
37 왕립도서관 2주년 파티 21.06.09 45 5 13쪽
36 책의 마수(2) 21.06.08 42 4 14쪽
35 책의 마수(1) 21.06.07 44 5 14쪽
34 실습생(2) 21.06.06 39 4 13쪽
33 실습생(1) 21.06.05 42 4 12쪽
32 납품 계약 21.06.04 39 5 13쪽
31 종전 기념 축제 21.06.03 47 5 13쪽
30 악몽 21.06.02 40 4 13쪽
29 불타는 보육원(2) 21.06.01 29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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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쥐구멍(2) 21.05.29 31 4 14쪽
25 거대 마수(2), 쥐구멍(1) 21.05.28 33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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