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머용 님의 서재입니다.

재능강탈 네크로맨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머용
작품등록일 :
2022.05.11 10:04
최근연재일 :
2022.05.27 00:20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5,338
추천수 :
389
글자수 :
116,377

작성
22.05.17 21:30
조회
304
추천
17
글자
19쪽

8화 - 글랜샌드의 고블린(2)

DUMMY

<8화 - 글랜샌드의 고블린(2)>


- 케겍?

- 케에엑!


글랜샌드 평야 남쪽.


구름 고블린 부족.


정호철에 의해 파괴되었던 그곳은 4기의 백골과 뼈로 된 검을 든 사내에 의해 다시 한번 학살의 현장이 되고 있었다.


- 너어어! 크륵! 평범. 주술사! 아님! 아니다!


구름 고블린 족장은 앞에서 일어난 일을 믿지 못했다.


고작 스켈레톤 네 마리와 인간 한 명 처리하지 못해서 자신의 부족이 이렇게 죽어야 한단 말인가?


그나마 구름 부족의 비전 주술인 구름 비행술이 없었다면 자신마저 죽었으리라.


- 하지만 검! 나를. 못 죽인다! 크르륵! ······크륵?


지상에서 자신을 쳐다보던 백골들과 다르게 인간은 동족들의 시신을 끌고 왔다.


“뼈 무기 제조.”


그러자 고블린의 뼈와 힘줄이 반원의 형태를 그리며 활의 모양이 되었다.


푸북! 푹!


- 크락! 대체. 너 ···는!


족장의 가슴에 화살이 연달아 꽂힌 건 그 후의 일이었다.


서걱!


강선우는 떨어진 구름 고블린의 목을 베어 마무리를 지었다.


“비행을 쓸 줄 아는 이 녀석이 제일 귀찮단 말이지. 빨리 비행형 언데드를 얻어야 하는데 말야.”


나뒹구는 족장의 머리를 걷어내자 그의 목에 걸려있던 목걸이를 주웠다.


[침략을 방어하라]


- 고블린 족장 처치 (2/1)

- 족장의 목걸이 (2/1)


[이미 달성된 조건입니다.]


그러자 1층의 클리어 현황이 갱신되었다. 하지만 의미 없다는 듯 시스템 메시지는 2층으로 올라가라는 듯 점멸했다.


강선우는 시스템 메시지를 치워버리곤 다음 메시지를 읽었다.


[레벨 업 했습니다.]


몇 개의 스탯이 올라 있었고, 언데드 강령술의 레벨 또한 한 단계 상승했다.


[스킬 – 권속 생성이 개방되었습니다.]


[권속 생성]


- 언데드 하나를 권속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권속은 영구적인 지배를 받습니다.

- 현재 생성 가능 기체 (0/1)


“좋아. 준비는 거의 끝나가는군.”


[구름 고블린 족장을 권속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시험 삼아 죽은 구름 고블린 족장에게 손을 가져다 대자 권속 생성에 대한 메시지가 떴다.


“이런 녀석한테 쓰려고 있는 게 아니지.”


첫 번째로 얻을 권속은 이미 생각해두었다.


강선우는 족장의 목걸이를 들고 나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나저나 대체 어떤 녀석이 이렇게 만든 거지?”


죽은 고블린들은 자신의 것이었지만 부서진 지형은 강선우가 한 것이 아니었다. 마치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군데군데의 땅은 갈라지고 몇몇 고블린의 집은 바윗덩이에 부서져 있었다.


“누군지 몰라도 제대로 박살 냈군.”


먼저 도착했던 정호철의 짓이라는 걸 모르는 강선우는 위력에 감탄했다.


강선우는 스켈레톤을 해제시키고 나서 동쪽의 고블린으로 향했다.


한편 강선우를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장주한의 눈이 흔들렸다.


‘30분. 10분 늘었지만 구름 고블린 특성상 공중전인 걸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기록이다.’

‘다른 건 몰라도 절대 저자를 다른 길드에 뺏길 수 없다. 특히 투신 길드. 만일 정호철 그자와 함께 팀을 이룬다면 이번 신입 중 그들을 이길 자가 없을지도 모르겠군···.’


최악의 팀을 상상한 장주한이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왜 스테이지를 안 올라가는 거지? 레벨 업 때문인가? 하지만 1층에서 올릴 수 있는 레벨에는 한계가 있을 텐데.’


그런 의문도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그저 저 사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지켜보아야겠다는 생각만 했다.


그래서일까.

장주한은 자신의 근처에 반쯤 파묻힌 뼈를 이상하게 바라보지 않았다.


딱딱딱딱


강선우는 스켈레톤의 손뼈가 바닥에 그리는 날개 모양의 장식 그림을 바라보았다.다.


땅에 파묻은 스켈레톤의 손뼈만 남았지만 그림 그리는 것에는 지장이 없었다.


‘이 휘장은 좀 전에 보았던 비상 길드원인가. 꼬리가 붙었군.’


그나마 비상 길드이니 다행이라고 할 수 있겠다.


혹시 몰라 주변의 시야를 붙잡기 위해 스켈레톤을 파묻어 둔 것이 도움이 되었다.


상황을 파악한 그가 품에서 머리뼈 한 조각을 꺼냈다.


카가가각.


손에 들린 두개골이 둥근 원형판으로 변했다. 뼈 무기 제조의 응용이었다.


시야를 밝혀줄 구멍을 만들고 난 뒤 가면을 쓴 후에야 다시 길을 걸었다.



* * *


탑의 20층.


현대와 다르지 않게 건물들이 들어서 있는 이곳은 플레이어들의 거주 구역 중 하나였다.


그리고 간판이 반짝이는 고급 호텔.

그곳에서 한 여성이 호텔에서 걸어 나왔다.


빛에 반사될 때마다 은은한 청색이 보이는 단발머리. 갸름한 코와 커다란 눈까지. 누가 봐도 미인이라 불릴듯한 한 여성은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다.


“갑자기 이게 뭔 일이야?”


비상 길드의 1팀장 정희선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아니, 지금이라면 그 누구보다 사나울 것이다.


“휴가 이틀 만에 다시 부르는 게 어디 있어!?”


그녀의 날카롭게 솟은 눈매는 분노로 불타있었다.


무려 1년 만에 쓰는 휴가다. 그런데 갑자기 호출하는 게 말이 되는가?


“크흠. 그렇다고 해도 길드장님 명령아닙니까.”

“씨잉. 그래, 길드장 명령이니까. 까라면 까야지······.”


하지만 어쩌겠는가. 명령한 사람이 길드장인데. 정희선의 솟았던 눈매가 축 처졌다.

정희선의 부하는 그녀를 데리러 왔을 때 난동을 부릴까봐 스킬까지 준비했었다는 사실을 그녀는 모를 것이다.


“그나마 휴가는 그대로 채워준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거는 당연한 거지! 얼마만에 휴가였는데! 휴가는 당연한 거고! 대체 내가 왜 신입을 봐줘야 하는 거야? 뭐하는 녀석이길래 길드장님이 관심을 가지는 거지?”


정희선은 갑자기 그 점이 궁금해졌다.


“그래도 뭔가 특별하니 정희선 팀장님을 부른 게 아니겠습니까?”

“맞아 그렇겠지. 나를 부른 이유가 있을 거야. 아니 있어야 해.”


설마 특별한 이유가 아니고서야 그럴 리가 없지 않겠는가.


그러는 사이 1층에 도착한 정희선의 시야에 글랜샌드 마을의 풍경이 펼쳐졌다. 방금까지 있던 호텔이 그리울 정도로 휑한 시골 마을이었다.


[번개를 부르는 망치가 평화로운 이곳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습니다.]


“네네. 성좌님.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빨리 끝내고 어서 올라갈게요.”


[번개를 부르는 망치가 자신은 지루한 것을 싫어한다고 말합니다.]


“아 그럼 성좌님이 대신 알아봐주면 안되요?”


[번개를 부르는 망치가 탑의 규칙에 어긋난다고 말합니다.]


“에휴 알고 있어요. 그냥 해본 소리에요.”


자신의 성좌도 정희선과는 다른 이유지만, 마찬가지로 언짢아하는 상황.

이곳에서 시간 낭비할 생각이 없는 그녀로서는 빨리 끝내고 싶었다.


“선배님 오셨습니까.”

“됐고. 내 휴가를 반납시킨 그 신입은 어디 있어?”


글랜샌드 평야에 도착한 정희선을 맞이한 건 장주환이었다.


“신입 말입니까? 그게··· 하하, 하.”

“뭐야 뭔데?”


말을 머뭇거리는 그의 모습을 보고 불안함이 들었다.


장주환은 수풀 사이에 있었다. 그리고 멀리 떨어진 곳에서는 흰 가면을 쓴 플레이어 한 명이 비바람 고블린 부족을 처치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옷차림에서는 비상 길드의 휘장은 보이지 않았다.


불안함을 느낀 정희선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설마?”

“······.”

“아니지? 길드 영입도 안 하고 나를 불렀다고?”


파직! 파지직!


그녀가 부들거릴 때마다 그녀의 주변에서 정전기처럼 전기가 조금씩 피어올랐다. 그럴수록 그녀의 머리는 헝클어지며 뻗쳤지만 그런 걸 신경 쓸 때는 아니었다.


“···제가 부른 건 아니었습니다만···.”

“뭐어?”

“아닙니다. 크흠. 그보다 저길 봐주시겠습니까?”


정희선의 날 선 눈초리를 피한 장주환이 말을 돌렸다.


장주환의 말을 따라 고개를 돌리자 때마침 흰 가면 플레이어가 비바람 고블린 족장의 아쿠아 스피어를 피해 목을 날려버렸다.


빠르고 간결한 움직임. 거기에 그를 따르는 스켈레톤까지 호흡을 맞추는 것이 잘 훈련된 파티를 보는 것 같았다.


“흐응. 제법이긴 하네. 근데 저거 하나로 부른 건 아니지? 그거 가지곤 별론데 말야.”

“2시간 46분. 클리어 시간입니다.”

“두 시간 반? 부족 하나 잡는데, 그 정도나 걸린다고? 솔로 플레이를 감안해도 너무 허접한데? 다른 신인이랑 착각한 거 아냐?”


능력은 좋았다. 하지만 길드장이 자신을 부른 것 치고는 뭔가 싱겁다는 감상이 남았다.


당장 정희선의 1층 클리어 시간만 해도 3인 파티를 이루어 1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두 시간 반이라니. 그건 너무 무능한 게 아닌가?


그러나 장주환은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부족 하나가 아닙니다.”

“두 개? 그러면 실력이 있을 만한 녀석이네? 근데 그런 애들은 어느 정도 발에 치이잖아?”


정희선의 생각에선 신인에 대한 평가를 조금 올렸다. 하지만 그뿐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장주환은 이번에도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뭐? 그럼 쟤 혼자서 부족 세 개를 다 잡았다고?”

“아뇨. 네 개.”


장주환은 엄지를 제외한 나머지 손가락을 펼쳐 보이며 대답했다.


“부족 4개를 2시간 반 만에 궤멸시킨 겁니다.”

“뭐?”

“그러면 유망주 수준이 아니잖아? ······근데 그런 녀석이 왜 2층을 안 올라가?”

“그걸···. 저도 모르겠습니다. 5레벨은 이미 달성해서 1층에서 더 얻을 소득도 없을 텐데요. 설마 히든피스?”

“1층의 히든피스는 다 털린 지가 언젠데. 남은 히든 피스는 이제 없어.”


정희선이 확신에 찬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확실히 이상한 녀석이네···.”


하지만 정희선의 눈에 담긴 짜증은 사라지고 새로운 신인에 대한 호기심만이 남았다.


그리고 그건 단순히 ‘플레이어’만이 아니었다.



* * *



강선우는 자신의 상태창을 보고 있었다.


레벨은 5에 고정되어 있었고 다른 능력치 또한 오를 만큼 올라서 아무 성장도 되지 않았다.


[번개를 부르는 망치가 당신의 행동에 관심을 가집니다.]


강선우는 자신의 시야에 떠오른 메시지를 보고서 멈칫했다.


‘벌써 성좌가 붙었나. 10층이나 15층은 올라가야 나올 줄 알았는데.’


강선우의 예상보다 빠른 속도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를 건 없었다. 강선우는 성좌의 메시지를 무시한 채로 할 일을 시작했다.


[번개를 부르는 망치가 당신의 무뚝뚝함에 답답해합니다.]


강선우는 수통을 꺼내 피에 젖은 목걸이들을 씻겨냈다.


물과 섞인 피는 목걸이에서 씻겨져 나갔고 물기를 털어내자 새하얀 돌 목걸이 4개가 손에 자리했다.


[침략을 방어하라]


- 고블린 족장 처치 (4/1)

- 족장의 목걸이 (4/1)

- 조건 초과시 추가 보상은 없습니다.


강선우의 시야 한구석을 계속 가리고 있던 스테이지 클리어 창.


3번째부터는 보상이 없다는 걸 경고하듯이 새롭게 문구가 나타났다. 하지만 이것이 함정인 걸 알고 있는 강선우는 무시했다.


“드디어 다 모았군.”


고블린들을 잡으며 어느 정도 준비운동은 다 끝났다.


강선우는 글랜샌드 마을로 돌아갔다. 이번에는 스켈레톤들도 함께였다.


강선우를 따르는 4기의 고블린 스켈레톤들은 각자 수레를 끌고 있었는데 그 수레에는 고블린 시체들이 쌓여있었다.


“뭐야? 저 사람 아직도 2층을 안 올라갔어?”

“저 사람 계속 1층에서 고블린 잡아댔잖아. 1층에서는 레벨 업 한계가 있는 걸 모르는 거 아냐?”

“그보다 저 수레에 고블린들은···. 대체 얼마나 많이 잡은 거야?”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스켈레톤을 데리고 들어오는 강선우의 모습이 신기했는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글랜샌드 마을에는 탑에 새로 들어온 신입 플레이어들을 제외하고는 남아있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심지어 다른 플레이어의 경우 튜토리얼의 연장선이나 다름없는 1층은 빠르게 넘기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하지만 녀석들은 1층에서 보물이 있을 거라곤 생각을 못하겠지.’


마을의 언덕. 커다란 고목 한그루 앞에 놓인 평평한 바위에 목걸이 4개를 늘어트려 놓았다.


목걸이에는 각각 비와 안개, 구름과 태양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번개를 부르는 망치가 당신이 하는 행동에 호기심을 가집니다.]


성좌가 강선우의 행동에 호기심을 가졌다. 성좌뿐만 아니라 저 멀리서 지켜보고 있는 비상 길드, 그리고 강선우의 행동이 궁금해서 따라오는 몇몇 플레이어까지.


‘어차피 큰 비밀은 아니다. 최초가 중요할 뿐이지.’


강선우는 히든피스에 대한 기억을 떠올렸다.


1층의 히든피스를 처음 발견한 플레이어는 자신의 이야기를 탑 내로 풀었었다.


글랜샌드 마을을 노리는 4개의 고블린 부족.


동쪽의 비바람 고블린, 서쪽의 안개 고블린, 남쪽의 구름 고블린 부족 그리고 북쪽의 태양 고블린 그리고 그 안쪽에 자리한 글랜샌드 마을.


고블린들은 어째서 글랜샌드를 노리는 것인가 하고 말이다.


그리고 그는 알아냈다. 마을이 먼저 터를 잡은 게 아니라 고블린들이 이곳을 지키고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대개 그렇듯 발견은 우연에서 시작된다.


히든피스를 발견했던 플레이어는 희귀속성인 번개속성을 가진 플레이어였다.


[당신의 하수인이 스킬 – 쇼크를 장비합니다.]


강선우는 고블린 스켈레톤에게 쇼크를 장비시켰다.


그러자 파란 전기가 뭉치며 내뿜는 안광이 주위를 밝혔다.


[번개를 부르는 망치가 당신의 번개에 작은 친밀감을 느낍니다.]


‘작은 친밀감이라. 앞으로 나올 걸 보면 아예 환호를 하겠군.’


강선우는 목걸이를 손으로 가리키며 스켈레톤에게 명령했다.


“번개로 달궈버려.”


뇌전을 감싼 손이 목걸이들을 감쌌다.


쩌저적


파캉!


위력을 감당하지 못한 목걸이 끈들은 터져나갔고 문양이 새겨진 돌 4개만 남았다. 하지만 돌들은 떨어지지 않았다.


[번개를 부르는 망치의 새로운 변화에 흥미가 커집니다.]


돌들을 감싼 전기는 사라지지 않고 서로를 연결시키며 마치 끈처럼 유지했다.


지지직 지지지직


번개로 이루어진 목걸이. 그리고 장식으로 매달린 돌 4개. 완전히 천둥의 목걸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였다.


그리고 천둥의 목걸이는 점점 하늘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글랜필드 마을에 먹구름이 일어납니다.]


쿠르릉


그에 호응하듯 항상 쾌청했던 하늘은 어두워지면서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뭐, 뭐야? 하늘이?!”

“1층은 항상 맑은 거 아니었어?”


자신을 따라왔던 몇 명의 플레이어가 갑작스러운 이변에 당황했다.


폭풍우가 칠 것처럼 변한 하늘과 함께 강풍이 불었지만, 강선우의 표정은 그대로였다.


쿠르르릉


목걸이는 평평하게 내려앉은 바위 위에서 빙글빙글 회전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하늘의 먹구름에서 벼락의 소리가 들려오더니.


콰아앙!


하늘에서 떨어진 벼락은 고목과 목걸이 그리고 바위를 향해 쏟아졌다.


“큭.”


한순간의 폭음에 강선우가 얼굴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의 입꼬리는 올라갔다.


[천둥을 울리는 카마르가 눈을 뜹니다.]


연기가 걷히자 한 고블린이 눈을 감은 채 가부좌를 하고 있었다.


고블린들이 지켜왔던 수호자의 모습.


평범한 고블린같은 외형. 하지만 새하얀 피부의 고블린이었다. 카마르의 목에는 천둥의 목걸이가 걸려있었다.


기척을 느낀 카마르가 천천히 눈을 떴다.


- 인간. ···인가?


카마르가 입을 열자 입가에서 푸른 전기가 파직거렸다.


- 오랜 잠에 빠져있던 나를 깨운 값은 주어야지. 원하는 보상이 있는가? 한 가지 들어주지.


카마르는 다른 고블린들과 다르게 언어를 완벽히 구사할 수 있었다.


그만큼 진화된 강력한 몬스터. 특히 저 번개를 다루는 능력만큼은 아주 뛰어났으니까.


“네 뒤에 있는 나무. 그 나무를 줘.”


언덕에 자리 잡았던 고목은 카마르가 깨어나면서 터진 벼락에 새까맣게 타버려 잿더미가 되었다. 그리고 잿더미 사이에서 겨우 살아남은 나뭇가지 하나.


그 나뭇가지 마저도 번개에 그을려 검게 물들어 있었다.


- 벼락에 타버린 나무가 필요한가? 정말인가? 소원은 무를 수가 없네. 벼락을 버티는 엘룬나무도 아니고 그냥 나무가 필요하다니. 인간의 생각은 알 수가 없군.


카마르가 자신의 허리춤에서 푸른 곡도를 꺼냈다. 사파이어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아름다운 검이었다.

그리고 그 곡도로 살아남은 나뭇가지를 잘라 강선우에게 넘겼다.


나뭇가지를 넘겨받은 강선우는 말없이 스켈레톤들을 소환해 무장시켰다.


[약자멸시가 발동합니다. 카마르의 공격력이 3% 감소합니다.]


격이 높은 녀석이기 때문인지 약자멸시가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


이질적인 기운을 느낀 카마르의 눈이 꿈틀거렸다.


- 도전자였나? 쓸데없는 소원을 빈 이유를 알겠군. 자신감이구나. 좋다. 이 몸을 쓰러트려라. 단.


콰 ──앙!


카마르가 씨익 웃으며 오른손을 위로 뻗자 폭풍우가 몰아치며 커다란 천둥이 내리꽂혔다.


파직. 파지지직.


녀석의 푸른 곡도의 날에서 번개가 튀어나왔다. 번개를 머금은 것이다.


- 이 몸 또한 그대를 죽일 것이다.

“죽는 건 이미 질려서 말이야.”


카마르가 검을 휘두르자 곡도에 담긴 번개가 터져나왔다.


- 호오?


하지만 번개는 강선우에게 닿지 못했다.


파직 파지지직


카마르에게서 받아낸 나뭇가지. 아니 벼락을 머금은 피뢰목이 녀석의 번개를 흡수하고 있었다.


- 신기한 나무로군. 달라고 한 이유가 있었어.


퍼석!


번개의 힘을 감당하지 못해 들고 있던 스켈레톤은 뼛가루가 되었다. 하지만.


스르륵


죽은 스켈레톤은 가져온 시체로 다시 보충할 수 있었다.


달그락


수레에서 새로운 스켈레톤이 일어났다. 그리고 다시 한번 나뭇가지를 들어 주인을 지켰다.


끝없는 병사를 가진 자. 그게 네크로맨서이니 말이다.


- 다시 소개하지. 나의 이름은 카마르. 번개의 대전사다. 너의 이름은?


“강선우. 네크로맨서다.”


[번개를 부르는 망치가 호칭에 얼굴을 찌푸립니다.]

망치 성좌가 기분 나쁜 것과는 별개로 강선우는 긴장하고 있었다. 그만큼 무시할 수 없는 상대였다.


1회차 당시 탑을 뒤흔들었던 탑의 주민.


번개의 고블린 대전사.


뇌검 카마르.


그걸 이긴 것이 5영웅중 한 명, 검성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를 것이다.


“카마르. 너는 내가 잡는다.”


녀석을 권속으로 삼을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재능강탈 네크로맨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를 중단해야 할 것같습니다. +2 22.05.28 119 0 -
공지 당분간 연재는 오전 12시에서 1시 사이에 올라갑니다. 22.05.21 137 0 -
17 17화 – 리베르 숲(5) +3 22.05.27 213 20 16쪽
16 16화 – 리베르 숲(4) +1 22.05.26 213 23 14쪽
15 15화 – 리베르 숲(3) +1 22.05.25 227 24 12쪽
14 14화 – 리베르 숲(2) +2 22.05.24 232 24 14쪽
13 13화 – 리베르 숲(1) +1 22.05.23 243 22 14쪽
12 12화 - 맨 인 더 다크(2) +1 22.05.22 274 16 17쪽
11 11화 - 맨 인 더 다크(1) +1 22.05.21 290 26 14쪽
10 10화 – 글랜샌드의 고블린(4) +3 22.05.19 293 19 14쪽
9 9화 - 글랜샌드의 고블린(3) +1 22.05.18 280 21 16쪽
» 8화 - 글랜샌드의 고블린(2) +3 22.05.17 305 17 19쪽
7 7화 - 글랜샌드의 고블린(1) +1 22.05.16 309 19 12쪽
6 6화 – 이상적인 파티(3) +2 22.05.15 341 21 13쪽
5 5화 – 이상적인 파티(2) +1 22.05.14 340 17 20쪽
4 4화 – 이상적인 파티(1) +1 22.05.13 370 21 16쪽
3 3화 – 첫 번째 제물(2) +2 22.05.12 404 28 19쪽
2 2화 – 첫 번째 제물(1) +1 22.05.11 422 32 14쪽
1 1화 - 유일한 무 권능 플레이어였다. +4 22.05.11 573 39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